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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시인 李箱과 조선족 소설가, 시인 金革
2016년 01월 02일 23시 51분  조회:4751  추천:0  작성자: 죽림
 

조선족 소설가 김혁과
한국의 천재 시인 李箱의 관련 양상

 

김정일 (북경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전임강사, 문학박사)

 

중국 조선족 문단에서 이상(李箱)을 한국 문학의 범주에 넣고 볼 것인가 아니면 조선반도 문학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쟁론이 생길 수도 있으나 1980년대 초반까지 중국 조선족 문단에서는 이상의 문학을 접하지 못하였으며 중한 수교 전야에 이르러서야 이상의 문학이 한국 문학과 함께 조선족 문단에 흘러들어왔고 80년대까지 조선 문학사에 취급되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상의 문학을 한국 문학으로 봐도 큰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글에서도 이미 서술한바 이상(李箱)은 김혁의 창작성향에 큰 영향을 가져다 준 13명의 문인중의 한 사람이다. 이는 김혁의 많은 글에서 이상(李箱)의 시를 직접 인용하고 있으며  이상(李箱)과 같은 초현실주의 시와 소설을 창작하였다는 사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김혁은 왜서 이상의 문학을 좋아하게 되고 그의 영향을 크게 받아야만 했는가?

 

본절에서는 그 원인을 먼저 이상과 김혁과의 인생프로필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김혁의 인생프로필에 관해서는 이미 다른 론문에서 살펴보았기에 략하고 여기서는 이상의 프로필을 살펴보기로 한다.

 

1930년대 한반도 문단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이상은 1910년 8월 20일(음력) 아버지 김연창과 어머니 박세창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별로 공부한 것도 없는 그의 아버지는 생계의 책임을 맡은 형 김연필과 아버지에 얹혀 살다 이상이 세 살 되던 해 겨우 분가하게 된다. 그런데 김연필에게는 아들이 없었고 이상은 종손으로 김연필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이상은 세 살적부터 부모와 떨어져 낮선 세계에 부닥쳤으며 또 이러한 낮선 세계는 너무 일찍부터 비극적인 형태가 이루어졌다. 하여 이상은 어릴 적부터 분리불안이라는 정신적 상처를 입었고 자라면서는 이복 형과 큰 어머니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으며 공포증에 줄곧 시달려 왔다. 유아기의 환경조건은 한 개인이 개성을 형성하거나 성장 후의 정신세계를 펼쳐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의 이상의 이러한 유아기의 정신적 외상은 이상의 일생동안 그림자와 같이 따라다니게 된다. 이상의 불행은 이상이 성인이 된 후에도 따라다닌다. 현실은 실패와 좌절, 일경에 피검, 폐결핵, 건강의 악화 등 일련의 악순환으로 그의 정신적 세계에서의 외침은 처음부터 정신적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상은 자신의 정신적 불안을 억누르고 스스로에게 호소하며 실로 고통의 외침일 수밖에 없었던 그의 내면의 소리를 소설로, 시로, 수필로 형상화시켰다. [35]

 

위의 이상(李箱)의 간략한 프로필을 통해 우리는 이상(李箱)은 그의 짧은 인생역정에서 많은 아픔을 겪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는바 김혁 역시 그의 성장과정에서 많은 아픔을 겪은 인물이다. 김혁은 그의 출생부터 비극으로 시작되었다.

 

봉당에는 보자기에 동여진 아기 하나가 그 무슨 물건처럼 내쳐져있었다. 태여 난지 이제 겨우 사흘이 되는 아이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석현에 있는 어느 처녀가 결혼 전에 아기를 뱄는데 부모의 결사적인 반대와 항간의 눈이 무서워 룡정의 병원에 와서 아이를 낳고 버렸다고 한다. 그 아이를 룡정 어느 소학교의 아이 낳이를 못하는 교원이 안아왔는데 아이가 풍을 일구고 담이 목에 막혀 우유도 넘기지 못한 채 죽어 가는지라 막 버리려던 참이었다.[36]

 

이상과 같이 김혁 역시 아주 어려서 그의 친부모 곁을 떠났다. 김혁은 비록 자신이 친부모에게 거리에 버려졌던 입양아라는 사실을 고등학교에 들어서서야 알게 되었지만 어린 나이에 그 아름찬 정신적 충격을 감내할 수가 없었고 그때로부터 세상풍진에 덜익은 소년은 삐뚤어지기 시작하고 그 콤플렉스는 그의 생활의 그림자로 비운을 던지고 심적인 고통은 내내 그의 가슴속 한가운데 자리를 잡게 된다. 불우한 출생과 학구적인 대학을 나오지 못한 음영에 깃눌려 김혁은 남보다 큰 성적가리를 쌓아올렸음에도 소외된 삶을 내내 살아온다.[37] 김혁에게 있어서 인간의 존재와 인간의 가치는 하나의 커다란 물음표였다. 그는 존재에 대한 확인과 가치에 대한 확인 그리고 그로부터 자아실현을 완성하고저 글 속에 파묻혀 인생을 탐구하고 문학을 탐구한다. 그 와중에 그가 벗으로 사귄 것이 삶과 문학의 우상이였던 이상(李箱)이였고 번뇌와 고통을 힘과 용기와 신심으로 변화시켜주는 주신 디오니소스였다.[38]

김혁이 이상 문학의 영향을 받게 된 원인은 이상과 비슷한 인생역정 외에도 당시 중국 조선족의 문단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80년대 개혁개방의 세찬 물결과 더불어 중국대륙에는 서방문화가 물밀듯이 흘러들어온다. 그러자 중국조선족문단(1980년대)에는 서방의 각종 문학리론과 문학사조 및 창작방법이 따라들어왔다. 의식의 흐름, 실존주의, 상징주의, 초사실주의, 신소설파, 황당파, 표현주의 등 각종 현대주의문학류파가 일시에 밀려들자 한족문단은 물론 조선족문단에도 현대소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39]

 

위의 인용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오래동안 폐쇄된 조선족 문단은 개방이 되자 자연히 접촉하지 못했던 외국의 문물을 급속히 받아들이게 되었고 특히 시대정신에 민감하고 신생사물에 대해 호기심과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은 새로운 사물을 재빨리 받아들이는데 급급했다. 김혁은 당시 20대의 나이로서 신생사물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가설 것이며 또한 기자로서 민감한 김혁은 시야를 넓혀 새로운 창작방법을 받아들였 것이다. 파격적인 형식을 취한 이상의 문학은 그때 당시 중국 조선족 문단에 가져다 준 신선함은 말도 없이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여 조선족 문단에서는 이상문학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김혁 외에도 몇명 된다.[40] 이미 앞에서 언급된 리동렬 외에도 류순호가 있다. 이것은 1998년 『문학과 예술』문학지에 게재된 류순호의 탐구소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에 대한 김룡운의 단평에서도 확인할수가 있다.

 

류순호의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는 탐구적색채가 있는 소설이라고 볼수 있겠다. 리상의 오감도 제1호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를 표제로 따온 이 소설은 인간심리의 저변에 깔려있는 진솔한 삶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파헤쳤다는 점에서 눈에 띄인다.[41]

 

류순호의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가 이상(李箱)의 오감도 제1호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의 표제외에도 오감도 제1호 시의 일부가 소설에 직접 인용되었고 이 이 시가 작품내용의 구성부분으로 설정되었으며 주인공 역시 구체적 이름이 없는 P로 설정되었다. 작품 외에도 『문학과 예술』 2002년 제1기에는 한국의 평론가 정덕준의 「리상의 자아의식, 창조적회상」이라는 평론이 게재되었다. 이 모든 것은 이상의 문학이 조선족 문단에 커다란 영향을 가져다주었음을 재삼 증명해준다.

김혁은 일찍이 이상의 작품에 경도되었는데 그는 자신의 창작담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리상과 그의 갑골문같기도 ET들이 남겨놓은 하외성계문명같기도 정신질환자의 일기장같기도 한 시를 맨처음 접한 것은 10여년전이였다. 그때 문학에 현혹했던 나는 어데선가 한국의 명시 집을 빌리고는 복권 특등에 당첨된 사람처럼 좋아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나는 무지스럽게도 그 500여 폐지나 되는 시랍을 베끼기로 했다. 역시 문학에 현혹된 여자친구가 가세해서 볼펜으로 무명지를 부단히 학대한 끝에 우리는 단 일주일만에 그 명시집을 다 베껴낼 수 있었다. 진품이 아니고 수사본일망정 그 시집을 꼭 소장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중에 리상의 시 몇수가 들어있었다. 띄여쓰기마저 무시했던 그의 초현실주의 시들을 베끼며 우리는 버릇처럼 띄여쓰기가 너무 잘되여 다시다시 베끼며 띄여쓰기를 잘하지 않는데 퍼그나 류의해야 했다. ……

 ……

그래서 나는 언감 이 잊혀졌던 모더니즘대가의 본을 따서 「신오감도」를 련작하기로 뼈물러먹었던것이다. ……[42]

 

중국 조선족 문단의 동향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10년전에 이상의 작품들을 읽은 김혁의 모더니즘 작품의 정식적인 창작시도는 1998년에 들어서서 였다.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했던 「신오감도」 련작시 100수외에도 김혁의 초현실주의 중편소설 「천재죽이기」가 1998년이 되어서야 정기간행물에 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학의 영향이 반드시 동일시기에 곧장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어난다는 사실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역시 당시 조선족 문단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무관하다고 생각된다.

 

현시기 우리 문학은 시대의 도전에 직면하고있다. 세기의 교체를 가져오는 시대에 우리 사회는 한방면으로 개혁개방의 심입과 더불어 《모든것이 뒤엎어지고 방금 형성되여가는》 시대적변천속에서 탈피와 갱신의 모지름을 겪고 있으며 다른 방면으로 외래사회변천의 충격, 즉 후기산업사회의 정보화, 지식화, 세계화의 충격을 받고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현실속에서 사람들은 가치의 혼란과 삶의 곤혹을 겪는가 하면 진통을 동반한 정신적 사회적 출로의 모색에 모지름을 쓴다. 우리 문학은 이런 시대에 직면하여 진통을 겪고 있다. 다시말하면 시대와 더불어온 가치관념의 갱신속에서 탈피와 신생의 진통을 겪고있는것이다.[43]

 

시에서 보면 30대는 확실히 특점이 있습니다. 가장 훌륭한 표현이 다른 세대보다 모더니즘을 수용하는점입니다. 시에서 전인류적인것에 대한 추구, 상징법의 보편적인 리용, 시적함축성에 대한 탐구 등 면에서 보면 30대 시인들이 수용하였다고 볼수 있습니다. 다른 세대보다 이점이 다르지요. 물론 제대로 완미하게 수용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우리가 쓴 시를 귀족시라고 하거나 자아팽창, 무병신음이라고 비평하는데는 근거가 있습니다. 우리가 모더니즘의 일부 방법과 기교를 표상적으로 배우는 결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시에서 자아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아란 곧 시인의 생명본체가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시의 교육기능만 강조하는것을 너무도 뒤떨어진 문학관념이라고 말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요즈음 우리 시들을 보면 도리를 내세우는 경향이 적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요즈음 적지 않은 소설에서 주인공을 죽입니다. 여기에는 문학의 국한성에 대한 인식이 안받침되여있습니다. 역시 일종의 도리입니다. 도리도 일종의 초월이 아닙니까. 그리고 30대의 시에는 반어가 많고 듣기 싫은 소리가 많습니다. 저는 30대의 시인들은 시의 탐구에서 더 미쳐나야 한다고 봅니다.[44]

 

김혁의 상술한 문학주장과 조선족 문단의 분위기의 영향하에 1998년에 이르러서야 모더니즘시 「신오감도」가 창작, 발표되고 초현실주의 소설로 불리우는 「천재죽이기」가 『도라지』제4기에 게재된 것이라고 할수 있다.

김혁이 이상의 문학을 좋아하게 된 원인은 또한 그의 중편소설 「륙가락」에서도 제시되고 있다.

 

마음이 번거로울때면 김은 컴퓨터앞에 마주앉군 했다. 키보드를 두다리군 했다. 자기 기록을 쇄신하려는 달리기 선수처럼 재빨리 글자를 두다려 보군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리상의 시를 쳐보군 했다. 난해하기 짝이 없어 어떤 암호의 해독이 있어야 하는 리상의 시였지만 그런 류다른 시가 바로 자신의 기분을 해독하는 안정제라고 김은 느껴졌다.

김은 시인 리상을 좋아했다. 그의 광기어린 천재적 기질을 좋아했고 그의 실험적이며 파격적인 문풍을 좋아했다.

리상의 시는 그의 창작풍격을 철저히 바꾸어 주었다.[45]

 

「륙가락」에서 등장하는 시인 ‘김’의 일부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청년시절의 문학도 김혁의 삶을 떠오르게 하며 김의 목소리 역시 청년시절의 김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김혁은 이와같이 자신의 분신이 작품 속의 한 인물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륙가락」 외에도 다음과 같은 작품도 역시 김혁의 자서전적 요소가 강하게 들어나있다.

 

아버지의 장례 날, 동료들이 많이도 모여왔고 하늘 향해 조총을 울리였다. 모두들 비감에 물젖어있었지만 나의 정신은 다른 곳에 팔려있었다. 그 조총을 쏠때 튕겨 나온 탄알 깍지가 못내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장례식이 끝나기 바쁘게 허겁지겁 탄알 깍지를 줏는데 어머니가 「이 철없는 것아!」 하고 오열하며 나의 뒤통수를 철썩 아프게도 때렸다.(나의 첫 장편소설 「마마꽃, 응달에 피다」 중에 이러한 나의 동년의 모습이 가감 없이 세세히 그려져 있다.)[46]

 

말하거나 나의 삶은 조악하였다. 강보의 몸에 버려졌고, 양모와 의붓아버지의 끝없는 소시민적 갈등 속에서 암울한 사춘기를 지내왔고, 대학문전도 못간 몸으로 엘리트 속에 묻혀 필봉 하나만 믿고 신심을 혹사해왔으며, 청빈한 문인신세 때문에 혼인이 파열되었다. 30대중반이 넘도록 안식할 보금자리 하나 마련 못해 수천책의 책 꾸러미를 지고 메고 열다섯번씩 이사를 해야 했다. 그리고 오로지 사랑하는 딸애와 타향 멀리 떨어져 함께 지낼수 없는 살을 도려내는 마음의 진통 속에 거액의 빚짐에 눌리워 수년간 내내 리자돈을 꾸어대야 하는 나날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세대주로 인생을 감당해야할 나이에 어수룩한 일에 휘말려 직장을 말고 한지에 쫓겨나야하는 이변까지 일었다. 내 인생의 초반부터 덧쌓인 그 수많은 절망의 소품들... 초현실주의수법으로 예술화한 그 아픔이 나의 중편소설집 「천재 죽이기」의 구구절절에 배어있다.[47]

 

위의 두 인용문에서 우리는 「천재 죽이기」와 「마마꽃, 응달에 피다」 두 작품에서의 주인공들의 삶과 김혁의 불우한 출생, 그리고 그의 성장역정의 삶과 많은 부분 겹쳐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아픔을 겪어온 김혁에게 있어서 아픔은 그의 문학창작에 있어 좋은 소재이자 영원한 주제이고 나아가 그의 문학의 뿌리로 되었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문학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서는 안될 충동을 가진다.

 

나를 고통의 류활불에서 빠져나오게 한 구원의 빛이 바로 문학이였다. 절망의 정체를 저울질하게 하는 도구, 말 못할 사정과 가슴 터질 슬픔을 상쇠해주는 엔돌핀이 바로 문학이였다.[48]

 

하여 김혁의 많은 작품속에서 부각된 인물들은 모두가 비극적인 인물이며 모두와 같이 아름차게 파란마장한 인생을 체험한다.

김혁의 이러한 창작성향은 그의 첫 장편 「마마꽃, 응달에 피다」(2003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변모된다.[49] 이 작품에서 비로소 김혁은 개인의 아픔을 넘어서 중국 조선족 공동체의 아픔으로의 변모를 가져오게 된다. 비록 「마마꽃, 응달에 피다」에서의 여전히 김찬혁이라는 인물에서 김혁작가의 삶과 겹치는 부분을 많이 찾아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을 시발점으로 김혁은 “중국조선족 문제 테마소설”이라는 부제 하에 변혁기 중국 조선족의 고뇌를 다룬 작품들과 천입민족으로서의 그 역사의 행정을 다룬 작품들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50]

김혁이 이토록 자전적 요소가 띄는 작품들을 창작하게 된 계기와 원인에는 그에게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행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겠지만 이상(李箱)문학의 영향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위에서 언급된 이상(李箱)문학의 영향을 뚜렷이 받은 「천재 죽이기」에 이르러서야 김혁의 자전적인 요소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작품이 자서전적이라는 점은 이미 한국의 많은 연구자들에게 의해 증명되었다.

 

이상의 소설은 작가 자신의 고뇌를 작중인물인 ‘나’를 통해서 토로하는 자전적인 삶의 기록이다. 즉 시대의 아픔과 자신의 번민 및 소외감 등을 현대 심리주의 기법인 의식의 흐름이나 내적 독백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곧잘 주인공으로서 화자인 ‘나’를 등장시키는 사소설(私小說)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날개>와 <봉별기>가 그것이다. 이 두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은 1933년에 폐결핵을 앓던 이상 자신이 총독부의 건축 기사직을 그만두고 요양차 황해도의 백천(白川)온천에 갔을 때 만났던 금홍이라서 더욱 흥미롭다. 그는 당시 그녀와 함께 동거하며 다방이나 술집(카페)을 운영했는데 전부 실패하고 가난에 병마까지 겹쳐 있었던 것이다.[51]

 

앞에서 살펴본 이상의 소설과 수필은 그 자신의 천재성과 폐결핵으로 인한 죽음에의 강박관념 및 식민지 치하라는 불합리한 현실 사회에서의 무기력과 외로움을 표출한 기록물들이다.

… (중략) …

말하자면 그에게 있어서 문학은 이상 자신의 소외감이나 절망감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자 목적이었다. 어느 누구도 절박하고 처절한 그의 고뇌를 위로해 줄 수 없었으며 이상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삶의 의지는 끝까지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추락한 날개의 모습이 바로 이상의 문학이자 작가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이다.[52]

 

그리고 김동현은 이상의 문학이 자서전적이라는 이유를 다음과 같은 실례를 논거로 주장한다.

 

이상의 누이인 김옥희씨가, 현대문학 90호(1962년 6월호)에서 이상의 작중 인물이 이상 자신의 생활에 실제했던 인물의 해학적 묘사임을 지적하고 있으며 또 창작 수법이 1인칭 시점을 사용하여 사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작중인물의 명명문제에 있어서도 실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53]

 

이상과 김혁의 작품들이 모두 자전적 요소가 강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을 보여주었다면 그 두 작가의 작품들의 상이점이라면 이상의 작품속의 일인칭 시점과는 달리 김혁의 많은 작품에서는 3인칭의 시점을 사용하고 있다. 「천재 죽이기」와 「마마꽃, 응달에 피다」 두 작품에서는 김혁을 대표하는 인물이 ‘나’가 아닌 의 man이나 김찬혁으로 설정되어있다.

이상의 문학은 자전적 요소가 강한 특점 외에도 창작기법이 독특하다. 이상은 그의 작품 여기저기에 ‘아이러니’, ‘패러독스’, ‘위트’ 뿐만 아니라 ‘농담’, ‘경구’, ‘에피그램’ 등 수사학적 장치, 또는 그것과 관련된 언급 등을 통해 고도의 지적 유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유희적 태도는 언어의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문체로, 또는  창작방법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상의 텍스트들은 독자에게 암호풀이 내기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거나, 저자와 독자가 텍스트에 대해 의미 찾기에 대한 긴장감 있는 대결의 형식을 자아내기 때문에 작품 자체를 단순히 읽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게 한다. 이러한 유희적 태도는 이상 소설에서 하나의 수사로서 사용된 것도 있지만 작품 전체를 관류하는 방법론으로 제기되고 있다.[54]

이러한 이상의 창작특점은 김혁의 작품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가 있다. 먼저 김혁의 초현실주의 소설 「천재 죽이기」의 경우를 놓고 보면 이 작품은 소설의 시작의 서두를 이상의 “… 박제가 돼버린 천재를 아시오? 난 유쾌하오. - 리상”으로 하고 있다. 그외에도 이러한 성향을 보여준 작품은 많다. 『도라지』 2002년 제5기에 게재된 중편소설 「타인의 시간」에서는 “시계를 자주 보는 사람에게는 흔히 두 가지 류형이 있다.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 그리고 시간이 가기를 바라는 사람.” 라는 경구로 서두를 시작하고 있으며 『도라지』 1996년 제5기에 게재된 중편소설 「바다에서 건진 바이올린」에서는 쇼펜하우어의 『생존공허설』중의 “만물의 변화란 실제에 있어서 그저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허나 바로 형식의 내면에 항구불변의 생존의 의지가 잠자고 있다.”라는 부분과 야마다까 가이요의 『인간의 심층심리분석』중의 “우리의 정신세계 및 리념의 구축은 언제나 현실세계의 경험에서 비롯하여 다시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되여 전개되며 나중에 우리는 그 한 형식의 내용으로 과제를 해결하군 한다.”를 각각 인용한데다 저자가 좋아하는 명언 “무릇 변형은 모두 그 자체로서의 이유가 있다.”덧붙혀 서두를 시작하고 있고, 2005년 『연변문학』 윤동주 문학상 수상작품인 「불의 제전」에서는 정한모의 시 「춤의 판타지아」로 소설의 서두를 시작하고 있으며 중편소설 「와늘」에서는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중의 일부분을 인용하여 소설을 시작하고 있고 중편소설 「바람과 은장도」에서는 조지훈의 시 「승무」의 일부분을 인용하여 서두를 장식하고 있다. 중편소설 「뼈」는 관속에 누운 “뼈”에 관한 시로부터 시작된다.[55] 작품에서의 이러한 ‘경구’, ‘에피그램’, 시의 인용은 작품의 내용과 유리된 것이 작품 속에 잘 용해되여 작품의 의미를 보태고 있다. 이렇게 많은 작품에서 이상문학의 영향의 흔적이 드러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선명히 드러나고 있는 작품으로는 역시 초현실주의 소설 「천재 죽이기」와 중편소설 「륙가락」이다. 「천재 죽이기」에서 나타나는 이상 문학의 영향의 흔적과 이상의 시와 소설을 여러 곳에 인용하여 작품의 의미를 덧붙힌 부분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는 3절에서 다룰 계획으로 여기서는 「륙가락」에서 나타난 이상 문학의 영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중편소설 「륙가락」은 서두는 비록 하나라는 소제목하에서 이상의  시 「오감도」 제11호로 작품을 시작하지만 위의 작품들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작품들이 ‘경구’, ‘에피그램’, 시들을 아무런 변화없이 직접 인용하는 것과는 달리 「륙가락」에서는 이상의  시 「오감도」 제11호를 약간 변형시켜 인용하고 있다.

 

그?사기컵은?내?해골과?흡사하다?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였을때?내팔에서는?난데없는?팔?하나가?접목처럼?돋더니?그?팔에?달린?손은?그?사기컵을?번쩍?들어?마루바닥에?메어?부딪는다?내팔은?그?사기컵을?사수하고있으니?산산히?깨어진것은?그럼?그?사기컵과?흡사한?내?해골이다?그러나?내?팔은?여전히?그?사기컵을?사수한다?

리상?「오감도」시?제11호?[56]

 

이상(李箱)의  시 「오감도」 제11호의 원텍스트는 아래와 같다.

 

그사기컵은내해골과흡사하다. 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었을때내팔에서는난데없는팔하나가접목처럼돋히더니그팔에달린손은그사기컵을번쩍들어마룻바닥에메어부딪는다. 내팔은그사기컵을사수하고있으니산산이깨어진것은그럼그사기컵과흡사한내해골이다. 가지났던팔은배암과같이내팔로기어들기전에내팔이혹움직였던들홍수를막은백지는찢어졌으리라. 그러나내팔은여전히그사기컵을사수한다.[57]

 

두 작품을 비교해볼 때 김혁은 원텍스트의 띄여쓰기가 없고 문장부호가 있는 자리에다 ?을 삽입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과도 밀접히 연관이 되겠지만 소설의 서두를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역시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이 작품을 읽도록 유도하려는 장치가 아닐까 한다.

김혁의 중편소설 「륙가락」은 그의 계렬공포소설 『일어서는 머리칼』의 제2부로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인 김과 료리사 박, 때밀이 최는 그들이 함께 20여년전 륙가락인 마동무를 물에 빠뜨려 죽음으로 몰아간 죄책감에 최근에 들어서 갑자기 자신들의 오른 손에 자꾸만 륙가락이 생긴 환각에 빠지게 된다. ‘이상의 광기어린 천재적 기질을 좋아하고 실험적이며 파격적인 문풍을 좋아하는’ 김은 이상의 영향을 받아 그도 「흰옷입은 사람들은 자위를 즐긴다」라는 쉬르얼리즘 경향이 다분한 시를 지어 출판사에 보내지만 5번이나 출판사에 거부당한다. 그는 그의 시를 여섯번째로 출반사에 보냈지만 그의 시가 적극적인 문체적 실험자로서의 응분의 긍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문단에 의해 외면당하는 고통에 시달리게 되며 그러는 와중 자신의 오른손 약손가락에 손가락 하나가 더 나 있는 환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환몽과 현실에서 성형외과에 가서 수술을 받는 장면을 연출하다가 20여년전 물에서 빠져죽은 마동무를 떠올린다. 료리사인 박 역시 라면을 만들다가 자신의 오른손이 륙가락이 생겨난 환각에 빠진 나머지 칼로 자신의 성성한 손가락을 끊어버리기 까지 한다. 최도 때밀이를 하는 와중에 자꾸만 20여년전의 일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에게 아무런 징조도 없이 다가온 그동안의 공포는 그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파괴하였으며 그들로 하여금 독주에 취한듯 허환의 나날들을 보내게 하였다.’

작품에서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이상의 시와 이상에 관한 내용이 직접 등장하는 점 외에도 많은 곳에서 이상의 작품들과 흡사한 점이 나타난다. 첫째로는 「날개」에서 나타난 꿈과 현실에서 넘나드는 모티프(장면)가 등장한다. 둘째로는 이상의 작품 속에서 자주 나타나는 ‘아이러니’도 이 작품에서 여러군데 등장한다.

 

①   이 라면은 박의 료리사생애에서 가장 엉성하게 만든 한그릇의 라면일 것이였다. 명주실처럼 가늘고 매끈거리게 뽑았던 그의 라면이 오늘은 밀가루덩이를 뭉덩뭉덩 쥐여뜯어놓은 꼴, 아예 수제비국에 가까웠다.

… (중략) …

다행히 손님은 엉성한 라면에 대해 탓하지 않고 있었다. 맛나게 먹어주고 있었다. 후르르 첩첩, 후르르첩첩 소리도 요란히 맛나게 먹어주고 있었다.

… (중략) …

라면이 맛잇어 죽겠다는 듯 다시한번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58]

 

②   카운터쪽에서 저 혼자 흥을 피워 올리는 록음기의 소리가 들렸다.

손에 손잡고 령을 넘어서...

요즘의 기분에서 들으려니 같은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

야! 올림픽이 언젠데 아직도 그런 노래냐?

그쪽을 향해 박이 성마른 소리를 질렀다. 노래소리가 바뀌였다.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하필이면 「안해에게 바치는 노래」냐? 다른 계집 넘보고 다방 기쑥이는 수컷들한테 꼭 녀편네를 들먹여야 맛이겠냐?

박이 또 한번 소리소리 질렀고 록음기가 이붓아비 고함질에 그치는 애 울음소리처럼 딱 멎었다. 그러는 박에게 김은 리해가 갔다. 귀신에게 홀렸던지 멀쩡한 손가락을 잘랐으니 세상이 귀찮을법도 했다. 박은 물론 김도 최도 지금 손이라는 단어에 신경을 가시처럼 곤두 세우고 있었다.

… (중략) …

라이터에 새겨진 다방의 자호와 전화번호를 보았다.

2666666

마담의 말처럼 번호가 기억하기 쉬웠다. 6자가 여섯이였다.

중국속담에 육육(六六大順)이란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다방 전화번홀 말짱 6으로…[59]

 

 ‘말’, ‘륙’, ‘손’을 꺼려하는 김, 박, 최 들에게 ‘말’과‘륙’, ‘손’은 아이러니하게도 자꾸만 찾아든다. 세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한 원인도 ‘엄지를 치켜든 손가락모양의 조각물의 시표’를 발견했기 때문이고 딸을 소망한 김이 그의 소망대로 딸애가 태여났지만 왼손이 륙가락인 것으로 설정되고 있다.

그외에도 다음과 같이 손에 대한 묘사를 세 번 반복하여 독자들의 공포감을 한층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쥘부채처럼 손가락이 기름한 손이였다.

로동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깨끗한 손이였다.

여자의 손처럼 작고 손마디가 굵지아니한 손이였다.[60]

 

이상의 시 「오감도」 제1호에 나오는 이러한 문체는 김혁의 장편소설 「국자가에 서있는 그녀를 보았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계집애들이 술을 남자들처럼 억벽으로 마셨다. 술 못하고 음료만 기울이는 신애는 당연 그들의 권주돌림에서 빠졌다.

그리고 모두들은 신애를 망각한채 저희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며 와짝 떠들어가며

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남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화장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시체옷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서양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 (중략) …

그때 그들은 경자네 마당에 모여앉아 호도를 까며 울고 떠들며

마을에서 샛길을 닦는다고 얘기를 했다.

산옥이네 집 굴암퇘지가 새끼네마리를 낳은 얘기를 했다.

장과부의 음식솜씨가 알뜰하다는 얘기를 했다.

최털보네 과수가 우박을 맞던 얘기를 했다.

촌 뒤산에 묻혀진 발해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61]

 

위의 인용문에서는 비슷한 내용이 단순히 반복만 되는 것이 아니라 박신애가 머물렀던 두 장소의 이야기와 생활에 대한 대조도 이루어지고 있다. 돈, 남자, 화장품, 시체옷, 서양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샛길을 닦는다는 이야기와 굴암퇘지가 새 끼를 네마리 낳은데 대한 이야기, 장과부의 음식솜씨에 대한 이야기, 최털보네 과수원이 우박을 맞은 이야기, 뒤산에 뭍혀진 발해공주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는 시민들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농민들의 이야기이며 하나는 도시생활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농촌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이 두 공간의 이야기와 생활을 대조시켜 농촌에서 성장한 신애가 도시생활에 융합되기 어려움이며 도시인의 소외를 받기 마련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상 김혁과 이상의 관련 양상을 불운한 경력, 문학수신 및 문학창작 등 측면에서 살펴보았는데 이상과 유사한 경력은 김혁으로 하여금 이상의 문학을 수신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고 이상문학의 수신을 통한 조선족 문단에서의 파격적인 문체실험은 또한 김혁으로 하여금 한국 문단에서 파격적인 문체로 이름 난 이상과 비슷한 경향의 문인으로 닮아가게 만들었다.

 

5.3 「천재죽이기」에 나타난 이상의 영향

 

문학은 작가의 언어적· 예술적· 문화적 관습들을 통하여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관습들을 통해 새로운 텍스트가 생산되고, 생산된 텍스트는 이후 새로운 관습이 되어 또 다른 텍스트의 토대가 된다. 그러므로 전통과 관습을 떠나 순수 창조작품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텍스트들의 상호작용은 역사 저술의 가치성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가치의 조건을 재정의하는 것이라는 견해는 텍스트를 과거와의 연계선 상에서 평가하는 가장 우선되어야 할 명제라 할 만하다.

앞의 글에서도 여러 번 밝혔는 바 김혁의 「천재 죽이기」는 이상 문학의 영향을 크게 받은 작품으로서 그 영향의 흔적이 선명히 드러나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서는 이상의 시와 소설들을 직접 인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용은 단순한 인용에만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내용과 유기적으로 잘 용해되여 있어 이상의 시와 소설의 인용이 작품에서 담당하는 역할에 관해 살펴보는것은 흥미로운 일이며 또한 원텍스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작품을 제대로 분석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여 본절에서는 작품에서 인용된 이상의 시와 소설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미 여러 평론가들에게 조명되었던 「천재 죽이기」를 다시 고찰해 보려고 한다.

김혁의 「천재 죽이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man은 사업에서도 실력가이고 지식소유에서도 누구도 따르지 못하는 천재이며 가정에도 충실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물은 회사의 버림을 받게 되고 안해의 배반을 당하고 이혼을 하게 되며 사회의 버림을 받는다. man은 천재로서의 응분의 대우를 받을 대신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 마저도 다 잃어버리게 되며 나중에는 길가의 광고판이 떨어져 머리가 큰 손상을 입게 되어 지력상수가 다섯살짜리 어린애 정도로 쇠퇴한다. 이처럼 이 소설은 천재로서의 응분의 대우를 받을 대신 모든 것을 다 잃고마는 이 시대 순결무구한 지식인의 비극적 운명을 무게있게 뼈아프게 펼쳐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때 당시 조선족 문단에서는 김혁외에도 최홍일의 「흑색의 태양」 등 소설에서도 장석 등과 같은 인물이 부각되고 있어 크게 이목을 끌만한 소재는 아니지만 발표 당시는 각별히 문단의 각광을 많이 받게 되었으며 그 이듬해 이 작품으로 김혁은 『도라지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며 또한 이 작품이 선후로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이 작품이 이토록 조선족 문단에서 물의를 일으키게 한 점은 다름 아닌 김혁작가가 이러한 순결무구한 지식인의 비극적 삶을 예전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관습을 타파하고 조선족 문단에서는 전례없는 초현실주의 수법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서두에서부터 이상의 초현실주의 소설인 「날개」의 서두“‘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부분의 인용으로 작품을 시작하면서 이 작품이 초현실주의 작품과 연관이 있음을 암시한다.

 

… 박제가 돼버린 천재를 아시오? 난 유쾌하오.

                               —리상[62]

 

조선족 문단에서 이 작품을 초현실주의 소설로 보는데는 큰 이의가 없으나 어떠한 측면에서 초현실주의 소설로 보는가에 대해서는 일정한 입장적 차이가 있다.

 

소설의 일반적인 구조나 규범의 파괴를 들어 이른바 쉐르알리즘 즉 초현실주의 소설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소설의 일반적인 구조나 규범을 파괴하였다면(그것이 사실이기도 하지만) 해체미학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소설로 보는것이 옳다. 이 작품이 초현실주의적인 성격을 지닌 작품으로 볼수 있는 이유는 환몽과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주인공의 의식과 그런 주인공의 의식을 능청스러울 정도로 태연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의식때문이 아닐가 한다. 초현실주의대가로 알려진 리상의 시와 소설작품들을 군데군데 인용함으로써, 또한 장절의 번호를 거꾸로 달았다든지 주인공의 이름을 엉뚱하게도 남성이라는 의미의 영어 man으로 하였다든지 하는 파격적인 구성 등은 그러한 환몽과 현실의 간격을 허물어버리는 역할을 하며 따라서 작품의 초현실적인 느낌을 강화시켰다고 볼수가 있다. 초현실주의는 경험의 의식적령역과 무의식적령역을 완벽하게 결합시키는 수단이기때문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절대적실재, 즉 초현실속에서는 꿈과 환상의 세계가 일상적인 리성의 세계와 소란이 있다고 보는것이다.[63]

 

본고에서는 이 소설을 초현실주의 소설로 보는 이유를 위의 장춘식의 관점에 따르고 있음을 밝히고 그외에도 지금까지 연구자들에게 의해 발견되지 못했던 초현실주의적 요소를 찾아내려고 한다.

「날개」의 서두 부분의 인용에 뒤따르고 있는 것이 소설의 소제목 9이다. 위의 인용문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소제목 달기에서 처음의 9자로부터 거꾸로 마지막 -1에 까지 이른다. 먼저 각 소제목이 다루고 있는 내용을 각각 세부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상의 시 「오감도」 제1호를 패러디한 느낌을 주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장절 9는 시작된다.

 

… 라다가 지나갔다

캐딜락이 지나갔다

자전거가 지나갔다

오디가 지나갔다

샤리가 지나갔다

봉고차가 지나갔다

쌍타나가 지나갔다

삼륜차가 지나갔다

벤츠가 지나갔다

살수차가 지나갔다…[64]

 

출근길 네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셀러리맨 man의 눈에 안겨오는 지나가는 차량의 모습을 보여주는 위의 인용문은 이상의 원텍스트와 유사한 초조와 불안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차가 한대, 두대 지나가면서 시간도 함께 지나가고 있기에 차량이 하나가 지나갈 때마다 출근시간의 많은 부분을 네거리에서 허비하고 있는 man에게 초조와 불안은 깊어갈 수 밖에 없었다. 모두 134대 차량이 지나가서야 출근 고봉기의 대로를 헤치고 나올 수 있었기에 지각을 죽기보다 싫은 man의 불안은 굉장히 컸을 것임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네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던 man은 안해가 늘 귀띔해주군 하는 “지하상가를 리용하세요”란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왕거미줄같이 얼기설기 뻗은 상가의 통로에서 늘 길을 찾지 못하군 하는 man에게 구체적 행로를 담은 말끝에 man에 대한 비웃음이 섞인 안해의 말도 떠올리며 man 은 샐러리즈맨인 자신이 길녘 난전에서 허드레장사를 하고 있는 안해에게 제압당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뒤로 회사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9층에 있는 사무실에 올라가는 과정에서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직장의 동료들을 떠올린다. ‘퇴직기한이 엘레베이터 타고 8층쯤 닿아오고 있는 부장’과 동료 1과 동료 2가 man의 평소의 인상에 의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이어 그려지고 있는것이 man을 맞는 동료들의 태도와 사무실에서 자주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대화이다. 9는 이처럼 출근길에서의 man의 내심활동을 독자들에게 펼쳐주고 있다.

소제목 8에서는 man과 딸애와의 끝말잇기로 시작한다. 딸애와의 보내는 동심과 어우리지는 시간은 man의 맘벽에 묻은 모든 고뇌와 번민, 얼룩이 잊혀지고 사라지고 지워지게 한다. 딸애와의 유희에서 man은 그동안 자신의 결혼생활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사업에서 빼여나게 열심했고 가정에도 구순하게 충실하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였고 요즘 들어 가정을 소홀히 대하는 아내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며 모성애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불쌍한 딸애를 생각한다. 그러다가 J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통화중의 그들간의 대화가 교대된다. J와의 통화가 끝난 고요 속에 옆집에서 수런대는 소리가 들려오며 나중에는 기묘한 소리로 바뀌여 들려온다. 그러다 최저한도의 은사권도 지킬수 없는 세집을 생각하게 되고 거기서 또 지금까지 살았던 집들을 돌이켜 보게 되고 결혼 5년간 6번을 이사를 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며 “불찬놈이 녀편네와 아이 엉덩이 들여놓을 굴 하나 마련하지 못한다는” 안해의 욕을 생각하게 되고 그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다 회사의 사장, 부장, 차장이 집들이를 여러번 했던과는 비교되게 사업 연한이 10년이나 넘는 자신이 아직 주택분배를 받지 못했던 상황을 떠올린다. 옆집의 운우지정이 끝나고 고요가 회복되자 잠이 든 man은 이상한 꿈에 빠지게 된다. 중세기적 기사들처럼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사람이 man과 홍콩의 깽영화에서나 보았던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자고 든다. ‘가위, 바위, 보’란 주먹내기를 하여 진 사람이 총알 한방이 들어있는 총으로 자기 머리를 겨누어 쏘는 그러한 게임이다. man은 ‘보’를 내어 주먹내기에서 지게 되여 총구를 태양혈에 가져다 붙힌다. 죽음의 공포에 얼굴에 땀방울이 팥죽처럼 흘러내린다. 그리고 man의 죽음으로 가까와가고 있는 자신의 내심상황을 다음과 같이 인용문으로 나타내고 있다.

 

… 나의 호흡에 탄환을 쏘아넣는 놈이 있다 … 별이 흔들린다. 나의 기억의 순서가 흔들리듯… 배속 뼁끼칠을 한 십자가가 날에 날마다 발돋움한다. 나에 대해 달력의 수자는 차츠차츰 줄어든다. 네온싸인은 휘파람같이 여위였다… 하얀 천사가 나를 가벼이 노크한다.

-리상《날개》[65]

 

필자는 위의 인용문의 뜻을 정확히 이해할려고 인용문의 출처가 제시된 이상의 소설 「날개」를 여러번 읽어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소설 「날개」에서 위 인용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상의 다른 여러 작품을 찾아봐서야 그 출처를 확인할수가 있었는데 위의 인용문의 정확한 출처는 이상의 소설 「날개」가 아닌 「각혈의 아침」이란 일문시였다. 이 시는 1933년 1월 20일 일문시로 발표되었다가 1976년 7월 『문학사상』 제 46호에 게재되었던 작품이다.[66] 위의 인용문에 해당되는 원텍스트를 보면 다음과 같다.

 

… (중략) …

나의 호흡에 탄환을 쏘아넣는 놈이 있다

병석에 나는 조심조심 조용히 누워 있노라니까 뜰에 바람이 불어서 무엇인가 떼굴떼굴 굴려지고 있는 그런 낌새가 보였다.

별이 흔들린다 나의 기억의 순서가 흔들리듯

어릴 적 사진에서 스스로 병을 진단한다

 

가브리에 天使菌(내가 가장 불세출의 그리스도라 치고)

이 살균제는 마침내 폐결핵의 혈흔이었다(고?)

 

폐속 페인트 칠한 십자가가 날이면 날마다 발돋움을 한다

폐속엔 요리사 천사가 있어서 때때로 소변을 본단 말이다

나에 대해 달력의 숫자는 차츰차츰 줄어든다

 

네온사인은 색소포 같이 야위었다

그리고 나의 청맥은 휘파람 같이 야위었다.

 

하얀 천사가 나의 폐에 가벼이 노크한다.

… (중략) …[67]

 

인용문을 원텍스트와 비교해볼 때 일부 생략된 부분과 일부 첨가된 문장부호 외에 다음과 같은 몇 곳에서 차이가 있다. 원텍스트의 “폐속”이 “배속”으로 변화되었고  “페인트 칠한”이 “뼁끼칠을 한”[68]으로 변화되었으며 “네온사인은 색소포 같이 야위었다”가 “네온싸인은 휘파람같이 여위였다. ”로 변화되었고 “하얀 천사가 나의 폐에 가벼이 노크한다”가 “하얀 천사가 나를 가벼이 노크한다”로 ‘폐’가 생략되어 인용되었다. 이런 차이점이 생성된 원인은 지금 확정할 수 없으나 아래와 같은 몇가지 가능성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로는 중국 조선족의 한글표기법과 맞춤법이 한국의 표기법과 맞춤법의 차이로 인한 현상이라고 예상된다. 둘째로는 「천재죽이기」라는 작품의 내용과 결부시키려고 김혁이 의도적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예상할수 있으며(왜냐하면 이상의 대표적 초현실주의소설 「날개」의 부분을 인용하면 적어도 시각적으로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초현실주의 소설이라고 전달할 수 있다) 셋째로는 당시 중국 조선족 문단으로 흘러들어온 이상의 작품집에 여러 가지 오류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한 작가로서 인용문의 출처를 잘못 표기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생각되며 또한 지금까지의 연구자들에게 이 출처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점이 그 이유가 된다.

얼굴도 보지 못한 어머니를 속으로 부르며 man은 두눈을 질끈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절컥’하는 안해가 들어오는 소리에 꿈에서 깨어난 man은 밤늦게 귀가한 안해와 싸움을 벌린다.

소제목 7에서는 출근하는 길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올라가는 도중 고장이 생겨 엘레베이터에 갇힌 청소부 아줌마와 man의 대화가 펼쳐지고 있다. 그 대화는 엘레베이터가 자주 고장나게 되는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엘레베이터의 연혁사와 엘레베이터의 원리를 man의 말을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엘레베이트에 갇힌 man의 심정을 다음과 같은 인용문을 통하여 나타내고 있다.

 

너는누구냐?그러나문밖에와서문을두드리며문을열라고웨치니나를일심(一心)이아니고또내가너를도무지모른다고한들나는차마그대로내여버려둘수는없어서문을열어주려하나문은안으로만고리가걸린것이아니라밖으로도네가모르게잠겨있으니안에서만열어주면무엇하느냐?너는누구기에구태여닫힌문앞에서탄생하였느냐?

                                -리상 「정식」(正式) (「천재죽이기」, 33-34쪽)

 

Man은 분명히 자신이 나오고 싶으면서 나오지 못하는 심정을 엘레베이터 밖의 다른 사람이 들어오고 싶지만 들어오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내’가 안에서 열어주고 싶지만 열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여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고 있다. 위 인용문은 심리적방어기전중의 투사[69]에 속하는 부분이다. 몇분 늦는 것으로 중인의 험구의 과녁이 되기 싫은 man은 자신이 엘레베이터에서 나올 수 없는 상황을 반대로 다른 사람이 들어오고 싶어하는데 내가 문을 열어주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심리적 평형을 이룩하여 안위를 얻고자 한다.[70]

소제목 6에서는 직장회식에서의 man과 그의 동료들이 나누는 대화를 펼쳐보이고 있다. 회식에서의 대화를 통해 많은 지식정보를 소유한 man이 동료들에게 소외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제목 5에서는 man의 빼여난 기억력이 승인받아 TV의 오락프로에 출연하여 방청객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man의 출연은 성공적이었지만 고요한 분장실에서 다음번 출연계약을 맺기 위해 프로듀셔를 기다리는 와중에 무심결에 체경속의 낯선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딘가 허전한 느낌을 금할수가 없었다.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요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왼손잡이요

 

거울 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

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였던즐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

만져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

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

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

으니퍽섭섭하오

          -리상「거울」 (「천재죽이기」, 37쪽)

 

소제목 5의 마지막 부분에 이상의 시 「거울」을 인용하여 작가 김혁이 어떠한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원텍스트를 분석해본다. 이상의 시 「거울」은 1933년 10월 『카톨릭 청년』에 실린 작품으로 <詩第八號解剖>에서 평면경을 통하여 자아를 해부하듯 거울 밖의 내가 거울에 비친 나를 대상으로 시각적 탐구를 하고 있다.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시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것은 어조의 아이러니에 속한다. 소리가 없는 조용한 세상에서는 귀가 있을 필요가 없으며 설령 귀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귀의 기능은 마비된다. 그럼에도 두 개의 딱한 귀가 있다고 한다. 화자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은 화자와 ‘거울 속의 나’ 사이에 교통이 단절됨을 의미한다.[71] ‘왼손잡이’ 나의 악수를 수용할 수 없는 왼손잡이, 매우 자연스러운 유추를 토대로 한 표현이다. 시적 화자는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내가 서로 교통할 수 없는 이유를 거울로 보고 거울에게는 모든 해악을 뒤집어씌운다. 대단한 의식의 아이러니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각적 탐구란 무엇인가. 시각은 본원적으로 불충분하다. 항상 부수적인 물체들이 시야를 가림으로써 환유적인 인식만 가능할 뿐이다. 푸코에 의하면 감시초소 속에 있는 간수는 결코 모든 것을 다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는 끊임없이 가려 있는 것을 드러내기만 할 뿐 결코 이 과정의 궁극적 목표, 즉 드러난 것을 한 눈에 보는 단계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인용시는 분열된 두 분신의 갈등 양상이 탐구로 표출된 대단히 뛰어난 작품이다. 거울 밖의 나와 거울 속의 나는 수은 도막 된 물체의 거울이 아닌, 눈을 뜨고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보는 평면인 거울을 사이에 두고 대칭되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본질과 현상의 관계일 수도 있고, 대상의 이중성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문제로서 도출되는 부분이 있다면 두 개의 ‘나’ 사이의 존재의 불일치이다. 거울에 비쳐진 나의 육체는 실재하는 나를 사실 그대로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재로는 실재하는 나의 육체를 변형시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거울때문에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볼 수 없다 따라서 하나의 핑계를 만든다. 이상 시가 늘 그렇듯이 일상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 사이를 의도적으로 분열시키고 있다. 또한 의식이란 이상적 자아와의 만남을 가능케 하지만, 그러한 실체를 만져볼 수 없게 한다. 그것이 이른바 의식의 아이러니이다. “거울 속의 나는 참나와는 반대요 만은 꽤 닮았소”, 반대이면서 꽤 닮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둘 사이에는 동질성이 형성되지 않는다. 화자의 육신이 거울을 통해 본래적 자아를 꿈꾼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진찰할 수 없는 자아 분열상태만이 실체로 남는다.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는 나이면서도 나일 수 없는 절망적 악순환의 거리를 노정한다. 내가 나로부터 분열하는 타자적 자의식은 실로 여기서부터 근거한다고 할 것이다. 거울이 있음으로 하여 더욱 멀어지는 나와의 거리가 자의식적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으며 한편 내가 나를 통해 교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72] 인용시에서 이와 같이 거울을 통해 들여다 본 영상이 능동체와 수동체로서의 대립양상에 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일대 혼란으로 다가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다른 나를 음모하고 음해하는 것 같지만 결국 거울 속의 나는 서로가 서로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즉 시의 아이러니의 양상으로 드러난다.

거울에 비친신의 모습(얼굴)을 묘사하며 그로 인한 자아성찰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소제목 4에서는 man이 추리소설 「여섯사람의 낭떠러지」의 일부를 J에게 전화로 이야기해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J와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man의 심리활동을 전경화 하고 있다. 아내의 귀가로 J와의 전화를 통한 대화가 끊어지고 늦게 귀가한 아내에 대한 man의 내심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그 뒤에는 아내와 정사를 나눈뒤 man의 또다시 러이안룰렛 꿈의 정경을 펼쳐보여준다.

해괴한 질문으로 시작되는 소제목 3에서는 점점 이상해지는 질문으로 빠져드는 상황에 대한 man의 회의하고 있는 심리활동, TV출연으로 인한 사회 각 계층, 동료, 안해 등이  man을 대하는 태도, 나이트클럽의 출장문제로 인한 안해와의 싸움 및 ‘주말대잔치’를 협찬한 련적 ‘혼다 125’와의 ‘공방전’ 그리고 ‘혼다 125’에 대한 man의 내심활동을 펼쳐보이고 있다. 종목을 마친 man 은 화장실에서 ‘혼다 125’를 만나게 되는데 man의 ‘혼다 125’에 복잡한 심정을 작가는 이상의 시 「오감도」시 제3호를 인용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였기도하니까싸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든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나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였으면그만이다.

                     -리상《오감도》 시 제3호(「천재죽이기」, 43쪽)

 

인용시는 1934년 朝鮮中央日報 에 발표되었던 작품이다. 시의 표제는 「오감도」다. 화자는 싸움 현장을 배경으로 한 일상적 삶의 현장을 해체하고 있다. 이상은 여기서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는 현실세계를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자아의 시각으로 해체하고 있다. 그래서 ‘싸움하는 사람’이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라는 말은 너무나 타당한 진술이 된다. 현재 싸우는 사람은 과거에는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싸우는 사람이 과거에 싸운 사람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 고정화된 일상적 지식의 절대성을 파괴하는 행위로서의 글쓰기를 들여다볼 수 있어 주목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무엇보다 과거를 딛고 일어서려는 지향적 글쓰기와 관련된다.[73] 하지만 「천재죽이기」에서 인용된 이 시의 목적은 인용문 뒤에 오는 글로 미루어 보아 작가가 이 시를 인용하고 전달하려는 의미는 아마도 일부 연구자들이 주장한 ‘싸움하는 사람’과’싸움하지 않는 사람’ 따위의 반의어를 뒤풀이함으로써 그의 양가치를 노출시키고 있다는 주장과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가치란 정반대되는 생각이 동시에 같은 값어치로 나타나면서 도무지 결정을 짓지 못하는 심리현상을 말하며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불안의 가장 보편적인 근원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74]

소제목 2에서는 소제목 9와 마찬가지로 이상의 시 「오감도」 제1호를 패러디한 느낌을 주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 뻐스가 지나갔다

캐딜락이 지나갔다

자전거가 지나갔다

봉고차가 지나갔다

쌍타나가 지나갔다

벤츠가 지나갔다

라다가 지나갔다

모터찌클이 지나갔다

령구차가 지나갔다 …(「천재죽이기」, 43쪽)

 

man의 아내와의 이혼에 대한 불안한 정서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위 인용문 뒤에는 이혼한 man의 내심활동이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man의 출생비밀이 밝혀지고 그 출생비밀을 알게 된 man의 심리활동이 전경화 되고 있으며 아내와의 이혼과 불우한 출생비밀의 이중적인 타격 하에 어찌할바를 모르는 man의 내심을 다음과 같은 인용문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

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

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

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

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

도좋소.

-리상 《오감도》시 제1호(「천재죽이기」, 44-45쪽)

 

「오감도」 15편 중 가장 잘 알려진 이 시는 한편의 영화, 특히 공포영화의 세트처럼 구성되어 있다. 첫 연에서 시인은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는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곧 이어 괄호 속에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다는 해설을 집어넣고 있다. 다음 연에서 시인은 제 1의 아해부터 제 13의 아해까지 차례로 나열하면서 무섭다고 한다고 말하며 다시 괄호 속에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라는 말을 집어넣어 하나의 장면을 완성시키고 있다.[75]

그 다음부터 마지막까지는 처음에 제시한 상황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처음에 시인은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는 상황을 제시했지만 이 상황은 마지막 행에서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 좋소"라는 마지막 행에 의해 부정된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라는 2행 역시 “길은뚫린 골목이라도적당하오”라는 구절에 의해 부정된다.[76]

이처럼 이 시는 무엇인가 제시해놓고 그것을 차례로 부정함으로써 처음 제시했던 장면을 무화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시는 아무 것도 의미하는 바가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 시는 분명히 처음 제시한 상황을 부정하고 있지만 부정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것은 "무섭다고 그리오"의 공포감이다.[77]

시인은 공포감을 제시하기 위해 처음부터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세트를 짜고 그것을 제거함으로써 그 공포감이 특정한 대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 절대적인 공포감, 절대적인 존재의 위기감임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즉 이 시에서 세트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치일 뿐이지 세트 자체가 이상이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닌 것이다. 이상은 독자들이 세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을 걱정하여 그것을 제거시키는 친절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78]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라”는 첫 장면에서 눈치 빠른 독자는 공포감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시인은 친절하게 괄호 속에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라는 구절을 넣음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하고 있다. 괄호 속의 대사는 지문 형식을 갖는 것이다. 그 다음 시인은 제 1부터 제 13까지 숫자를 하나씩 나열함으로써 아이들이 한꺼번에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겁에 질려 막다른 골목에서 하나씩 뛰어나오는 것처럼 인지시킴으로써 상황을 더욱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들어놓고 있다. 13인이 한꺼번에 달려가는 것보다 하나씩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장면 자체를 더욱 괴기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러한 나열을 통해 충분히 공포감을 이해하게 되겠지만 시인은 다시 한번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 그렇게뿐이모였소라/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세트를 완결짓고 지금까지의 상황이 공포감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 다음에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 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라는 구절은 다시 처음에 제시했던 상황에 대한 부정이다. 결국 이 시 전체에서 처음에 의도적으로 제시되었던 세트들은 모두 부정되고 공포감만이 남게 된다. 이상이 이 같은 세트를 연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 시에서 제시되는 공포감을 절대적인 공포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판단된다.[79]

소제목1은 역시 앞에서도 여러 번 나타났던 man의 러시안룰렛 꿈의 정경으로 시작된다.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부장의 자리에서 밀리자 직원들의 부장에 대한 태도가 돌변하였고 man 역시 도서관 관리직으로 밀리게 되며 혼자 버려진 고독을 달래려고 화단의 모서리에 걸터앉아 있는데 떨어지는 광고판이 마침 man의 뇌부위를 덮쳤다.

 

… ?????? …… ? … ! … XX … △△△ … □ □ □ … 《… … ?》 … ㅇㅇㅇ… 2653550 … 127-1305761 … 222405650909061 … 1.68cm … 65Kg … ????! … <…>... v=v/g … 4 5/3 …  「 … ㅇ ㅇ ㅇ ?」 … 2568705 … 127- 1316553 … ×××… [……] … … a2+b3=c4 … ! … x … ? … HOFCNNaMaCu … ???? …π=3.14  π … 0.618 … 1+2=1 … ?? … m … dm … mm … mu … ! … ????????? …  H2o! … o2! … sos…sos … sos … sos … sos … sos ! … sos!! … sos!!! …[80]

 

소제목 0은 단지 부호와 수자로만으로 구성된 위의 한단락의 인용문만으로 되여져 있다. 이러한 부호와 수자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그 수자와 부호가 대표하는 뜻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용문에 제시한 모든 수자와 부호에 대해서는 잘 알수 없으나 ‘222405650909061’는 아마 김혁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일 것이고, ‘1.68cm … 65Kg’는 김혁의 신장과 체중, 그리고 ‘m … dm … mm … mu’는 각각 미터, 센치미터, 미리미터, 남성을 가리키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H2o! … o2! … sos’는 물, 산소, 긴급도움 요청 등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여 위 인용문의 전체적인 의미는 대체로 부상자의 신원, 그리고 얼마 만한 사이즈의 광고판으로 인한 부상 및 그 긴급한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추리해볼 수 있다. 이러한 부호나 수자 등을 통하여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은 이상의 「三次角設計圖」나 「오감도」시 제4호, 「오감도」시 제5호, 그리고 「건축무한육면각체 診斷(진단)0:1」등 작품에서 많이 찾아볼수가 있다.

 

이상은 언어의 확대를 시도했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만이 언어가 아니라 의미를 전달하는 일체의 수단을 차용하여 언어화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도의 출발은 개념과 주관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 객관의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서 수자와 기호와 도식의 언어화가 필요하고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운동 역시 미래파의 영향을 받은 운동 역시 미래파의 영향을 받은 다다이즘의 언어객관화 운동의 일부였던 것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이를 시도한 사람은 이상이었다.[81]

 

소제목 -1에서는 뇌과병원 주치의사가 청소부 아줌마에게 환자의 증세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병세가 엄중한데 반해 병문안하러 오는 사람들은 전무하다 싶이 적은 상황과 몇이 안되는 사람중에서 전처가 보여주는 무책임하고 냉담한 태도, 한때는 부상전 man으로 하여금 ‘태동질하던 불안과 걱정, 고민 같은 것을 잠재우고 잊어버리고 덜어낼 수 있었던’ J양의 아이러니적인 무관심한 태도와 비교되게 그냥 단지 한번 엘레베이터에서 갇힌 친분뿐인 청소부아줌마의 진지한 태도와 관심을 대조적으로 전경화 되고 있다. 특히 J양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들려주는 「여섯사람의 낭떠러지」라는 추리소설의 다음과 같은 결말 부분이 소개되는데 이 추리소설의 결말은 다른 측면에서 사업에서 빼여나고 탁월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man이 천재로부터 정신적 질환자로 추락하게 된 처지는 역시 그의 재능을 질투하는 동료, 그의 사랑을 빼앗아간 사회로 인해 초래되었음을 암시해준다.

 

공학박사 하나가 있었는데 그 재능을 질투하고 그 사랑과 돈에 연관되는 일련의 욕념으로 동료 다섯이 함께 살인을 모의, 뛰여내려라 낮은 낭떠러지다! 뛰여내려라. 그만한 용기도 없어? 뛰여내려라. 넌 모든 면에서 팔뚝 굵잖아? 뛰여내려라. 네가 못하면 우리라도 할수 있다 … 고 술마신이들 합세하여 들볶은데서 멀쩡한 사람이 천지분간 못하고 뛰여내렸다는 그런 심경 추리소설이였다.[82]

 

 추리소설의 결말에 등장하는 공모모티프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김혁의 「륙가락」이라는 소설에서도 나타난다.

 

수영을 모르는 마를 셋은 강심으로 끌고 들어갔다. 치기와 광기가 발동하여 셋은 마의 머리를 물속에 사정없이 처박았다.

이 육가락을 가진 괴물놈아! 공부 좀 잘한다고 말눈깔에 사람이 안보이냐!

육가락이 공부를 잘한들 어쩔건데! 집 잘 산다고 다른 사람 걸레처럼 보이냐! 우린 못 살아두 니처럼 육가락은 아니다! 그 주제에 문오위원을 넘봐! 오줌싸고 니 말상판 비춰봐! 문어다리같은 네 육가락 비춰봐!

이 육가락을 가진 괴물아!-

이 육가락을 가진 괴물아!-

이 육가락을 가진 괴물아!-

죽어랏! 죽어! 죽어어어어어어![83]

 

이것은 김혁에게 있어서 이 추리소설의 영향이 매우 컸음을 시사해준다.

소설에서는 추리소설외에도 man의 패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장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3번이나 반복되어 man의 꿈속에 나타나는 ‘러시안루렛’게임이다. 지금까지의 작품에 대한 분석을 근거하면 첫번째 ‘러시안루렛’ 꿈에서 등장하는 눈가리개를 한 사람은 지금까지의 man 의 직장동료임을 확인할수 있으며 이 꿈은 동료와의 경쟁에서의 패배를 나타내고 있으며 두번째의‘러시안루렛’ 꿈에서 등장하는 여적수는 man 의 아내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꿈은 가정에서의 아내에 대한 패배를 의미하고 있으며 세번째의 러시안루렛’ 꿈에서 등장하는 여드름이 더덕더덕한 인물이 그의 연적인 “금도유한회사”의 총경리인 ‘혼다 125’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연적과의 대결에서의 패배를 의미하고 있다.

이상 「천재죽이기」를 각 소제목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보았다. 위의 각 장별로의 세부적인 분석을 통해 우리는 이 작품에서 김혁작가가 man이 겪는 사건들과 동시에 그의 내심활동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현실과 무의식의 세계를 교차시켜 그리고 있어 이는 이 소설이 경험의 의식적 영역과 무의식적 영역을 완벽하게 결합시키는 초현실주의 소설임을 재차 확인하여 준다. 또한 소설을 전반적으로 볼때 이 작품은 대부분 3인칭 선택적 전지시점으로 씌여졌다고 볼수 있다.[84] 이러한 시점은 화자가 자신이 선택한 인물에 초점화하여 그 인물속에 들어가는 시점이다. 하여 독자들은 비록 소설이 1인칭으로 씌여지지는 않았지만 1인칭 소설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은 화자가 man의 입장에 서서 그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직접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있어 독자들은 화자의 이야기를 듣는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외에도 이 소설에서의 소유의 인물들은 아예 성명이 없이 주인공man의 안해, 아이, 동료 1, 동료 2, 동료 3, 어머니 그리고 man의 전화로 사귄 친구 J, man의 부장, man이 나서는 장끼자랑 종목의 사회자, man을 치료하는 주치의사, man을 관심하는 청소부 아줌마 등 구체적 이름이 없고 man을 중심으로 명명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많은 소설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일 대표적인 것은 배수아의 소설이다. 배수아는 한국에서 신세대로 불리는 재능 있는 작가의 한사람으로서 중국에도 그의 작품이 많이 들어왔다. 특히 김혁과 배수아는 거의 동년배에 가깝다. 자기의 동년배이고 문학적 성과를 거둔 작가는 자못 중시하기 마련이다. 배수아의 「검은 저녁 하얀 버스」를 읽을 때, 우리가 맨 먼저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을 지칭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는 사실이다. 일인칭의 주인공이 <나>라고 지칭되고 있는 것 하나를 빼면 모두가 독특하다. <사촌>, <사촌의 오빠>, <사촌이 좋아하는 여자아이>, <사촌의 오빠의 여자친구>, <바느질하는 여자>, <군복을 입은 남자> 따위가 이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말들인 것이다. 그 어느 인물도 이름이 밝혀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전체의 윤곽이 다분히 모호하고 불투명하게 된다.[85]

 

이상 작품에서 인용된 이상의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소설 「천재죽이기」를 살펴보았는데 이 작품에서 직접 인용된 이상의 문학작품은 소설의 주제와 연계가 긴밀하며 주제를 심화시키는데 커다란 작용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난해하기로 소문난 이상의 문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한 그것을 자신의 작품에 용해시키려고 시도한 김혁의 「천재죽이기」는 조선족 문단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초현실주의 소설로서 격변기 시대 중국 사회가 물질만능주의에 의해 병들어 나타난 가치오류와 가치전도, 가치 상실의 현상을 비판하고 있다. 부단한 문학 수신과 끊임없는 문학의 참에 대한 접근은 김혁으로 하여금 중국 조선족 문단에서 문체 실험을 가장 많이 진행한 작가로 불리도록 만들며 그로 하여금 왕성한 소설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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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35] 김동현, 「작품에 나타난 이상의 정신적 편력」, 『평택대학교 논문집 제11집』, 1998, 158쪽.

[36] 김혁, 「시지포스의 언덕 – 문학, 그 궁극적인 짓거리」(문학자사전), 김혁의 네이버 블로그.

[37] 김룡운, 「괴재 이재 기재 – 김혁과 그의 문학」, 『도라지』, 1997년 제5기, 7쪽.

[38] 김룡운, 「괴재 이재 기재 – 김혁과 그의 문학」, 『도라지』, 1997년 제5기, 7쪽.

[39] 최상철, 「중국조선족문단에 나타난 현대소설의 실태와 전망」, 『문학과예술』, 1991년 제4기, 32쪽.

[40] 이상의 문학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여럿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그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렬거하는데는 방대한 실증적 고증이 있어야 하기에 여기서는 작품속에서 선명히 이상 문학의 영향의 흔적을 나타내는 리동렬과 류순호만을 예로 들기로 한다.

[41] 김룡운, 「13인의 아해는 왜 질주했는가」, 『문학과 예술』, 1998년 제6기, 111쪽.

[42] 김혁, 「아마추어비가 내리던 날의 명상록」, 『문학과 예술』, 1998년 제4기, 64쪽.

[43] 현동언, 「진통속의 모지름 - 96조선족문학」, 『문학과 예술』, 1997년 제3기, 36쪽.

[44] 문학대화, 「우리 문단의 30대」, 『문학과 예술』, 1997년 제5기, 7쪽.

[45] 김혁, 「륙가락」, 『도라지』2003년 3호

[46] 김혁, 「시지포스의 언덕 – 문학, 그 궁극적인 짓거리」(문학자사전), 김혁의 네이버 블로그.

[47] 김혁, 「시지포스의 언덕 – 문학, 그 궁극적인 짓거리」(문학자사전), 김혁의 네이버 블로그.

[48] 김혁, 「춤추는 엔돌핀」(수필), 『연변문학』, 2004년7월호, 112쪽.

[49] 김은자는 「김혁과 그의 작품세계」에서 “김혁의 작품에서 작가의 추구와 아픔양상이 변모()를 가져오게 된 계기를 마련한것은 장편르포 《천국의 꿈에는 색조가 없었다》를 창작하면서 취재를 위해 만난 피해자들과 읽었던 신문기사의 영향을 받은것으로 보이나 그런 생각이 실제로 소설작품에 반영되기 시작한것은 첫 장편 《마마꽃, 응달에 피다》를 발표한후라고 볼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본고에서도 그의 관점을 따르기로 한다.

[50] 김은자, 「김혁과 그의 작품세계」, 김혁의 네이버 블로그.

[51] 이상, 『날개』(하서명작선), 하서, 249쪽.

[52] 이상, 『날개』(하서명작선), 하서, 253쪽.

[53] 김동현, 「작품에 나타난 이상의 정신적 편력」, 평택대학교 논문집 제11집(1998), 153쪽.

[54] 강룡운, 『이상 소설의 역설의 의미생성에 대한 연구』, 고려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2년, 27쪽.

[55] 즉 이 소설은 제목과 함께 작품의 시작부터 “뼈”에 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할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56] 김혁, 「륙가락」, 『도라지』2003년 3호

 [57] http://cafe.naver.com/leesangkhk.cafe

[58] 김혁, 「륙가락」, 『도라지』2003년 3호

 [59] 김혁, 「륙가락」, 『도라지』2003년 3호

[60] 김혁, 「륙가락」, 『도라지』2003년 3호

[61] 김혁, 「국자가에 서있는 그녀를 보았네」, 『연변문학』2003년 10호~2004년 12호

 [62] 김혁, 「천재죽이기」, 『도라지』, 1998년 제5기, 28쪽.

[63] 장춘식, 「문학의 참을 찾아서」, 연변문학 2006년 8월호.

[64] 김혁, 「천재죽이기」, 『도라지』 제4기, 1998, 28쪽.

[65] 김혁, 「천재죽이기」, 『도라지』 제4기, 1998, 38쪽. 본문의 이하 인용문은 페지수만 밝힘.

[66] http://blog.naver.com/ndaumum?Redirect=Log&logNo=130102774089.

[67] 이상, 『이상 시모음』, http://blog.naver.com/viking999?Redirect=Log&logNo=40073922507.

[68] 이 작품의 38쪽에서는 ‘페인트칠’로 표기되었다. (김혁, 「천재죽이기」, 『도라지』 제4기, 1998, 38쪽).

[69] 우리 인간은 뼈아픈 자료나 경험을 그대로 의식화시켜 본인이 인정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것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 때 그 대신 의식적으로 그것과 정반대의 것으로 의식화시킴으로써 자아의 평형을 이룩하는 기전을 투사라고 한다.(박덕근, 『현대문학비평의 이론과 응용』, 새문사, 1988)

[70] 김성학, 「초현실주의로 보는 김혁의 중편소설 「천재죽이기」」, 『중한수교후 한국학 연구의 현황과 전망』, 민족출판사, 294-295쪽.

[71] 이원도, 『이상 문학의 해체성 연구』, 동의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7년, 63-64쪽.

[72] 이원도, 『이상 문학의 해체성 연구』, 동의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7년, 63-64쪽.

[73] 이원도, 『이상 문학의 해체성 연구』,   동의대학교, 2007, 45쪽.

[74] 김성학, 위의 책, 298쪽.

[75] http://nongae.gsnu.ac.kr/~jcyoo/reread/ogamdo1.html.

[76] http://nongae.gsnu.ac.kr/~jcyoo/reread/ogamdo1.html.

[77] http://nongae.gsnu.ac.kr/~jcyoo/reread/ogamdo1.html.

[78] http://nongae.gsnu.ac.kr/~jcyoo/reread/ogamdo1.html.

[79] http://nongae.gsnu.ac.kr/~jcyoo/reread/ogamdo1.html.

[80] 김 혁, 앞의 책, 47-48쪽.

[81] 조동민, 「한국적 모더니즘의 계보를 위한 연구」, 35-36쪽.

[82] 김혁, 앞의 책, 49쪽.

[83] 김혁, 「륙가락」, 『도라지』2003년 3호

[84] 소제목 0에서는 수자, 문자, 기호로 구성되여 있고, -1에서는-1에서는 3인칭 객관적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85] 이동하, “해설-배수아/검은 저녘 하얀 버스”, 『96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현대문학, 1996, 109쪽.

 

강옥, 앞의 논문, 55쪽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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