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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냐건 / 웃지요>> - 月坡와 李白
2016년 01월 06일 21시 44분  조회:4061  추천:0  작성자: 죽림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작가소개 및 작품 감상

 

 

 

 

 

시인 김상용(金尙鎔.1902∼1951.6.20)

 

 

 

김상용 시인의 호는 월파(月坡)요, 경기도 연천(漣川)출생이다. 경성제일고보(現 京畿高)에 입학하였다가 2년 후, 보성고보(普成高普)로 전학하여 졸업하고 나서 일본 릿쿄(立敎)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였다. 1928년부터 해방되던 해까지 이화여전(梨花女專)교수로 봉직하였으며 해방 후 2년간(1948-49) 미국 보스턴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나서 시작(詩作)에 몰두하였으며 시집 <망향(望鄕): 1939>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30년 <無常>을 비롯한 몇 편의 시를 동아일보에 발표하고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해방 후,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스(The Korea Times)>사의 주필(主筆)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부산 피난지에서 식중독(食中毒)으로 1951년에 생을 마감하였다. 김상용은 동양적(東洋的) 관조(觀照)와 자연귀의(自然歸依)의 목가적(牧歌的)인 서정세계(抒情世界)를 담담(淡淡)하게 작품에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이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는 소박한 전원생활을 제재(題材)로 노래한 작품으로 자연 친화적(親和的)인 삶의 자세가 드러난, 우리나라 전원시(田園詩)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흙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남(南)쪽'이 주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와 함께 시적 화자의 삶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원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의 태도, 훈훈(薰薰)한 인정(人情), 달관(達觀)의 모습을 여실(如實)히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전원으로 돌아가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게 살아가려는 화자의 삶의 자세가 잘 형상화된 작품이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복잡한 도시 생활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종의 모성회귀(母性回歸)의 본능(本能)과 같은 것이다.

 

 

그의 초기시(初期詩)에서 후기시(後期詩)로 갈수록 그의 시세계가 어떠한 변화를 겪고 어떤 양상(樣相)을 보였는가에 대한 비교문학적(比較文學的) 고찰(考察)은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를 던져준다. 그것은 바로 전통(傳統)과 외래(外來)와의 만남이다. 월파의 시에서 그 형식(形式)과 내용(內容)에 대한 양면성(兩面性)의 문제는 주요한 시적 특색이 되고 있다.

 

 

그 초기시의 정형적(定型的) 율조(律調)에서 후기시의 주지적(主知的) 경향(傾向)에 이르기까지 정형률(定型律)의 형성요인(形成要因)과 시집『망향』에서 비롯되는 전원으로 향한 목가적(牧歌的) 정서(情緖)와 시적(詩的) 고뇌(苦惱)가 바로 그것이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제목에서 '남(南)쪽'은 자연(自然)을 지향(志向)하는 방향(方向)이다. 여기에서 남향(南向)의 의미는 집안을 밝고 환하게 하겠다는 단순한 채광(採光)의 의미를 넘어서 드넓은 자연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는 뜻으로서 건강하고 낙천적인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이기도 하다.

 

10행의 시가 3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시인의 욕심 없는 세계가 인생론적(人生論的)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고시조(古時調)에서 볼 수 있는 동양적인 은둔사상(隱遁思想)도 배어 있으며, 민요조(民謠調)의 소박(素朴)하고 친근(親近)한 가락에다 전원(田園)으로 돌아가서 모든 영화(榮華)와 야심(野心)을 버린 삶을 영위(營爲)하려는 태도를 접할 수 있다.

 

 

<한참을 갈 수 있는 농토>인 "한참갈이"는 무욕(無慾)과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심경(心境)을 나타내고 있으며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소>에서 '구름'은 '세속의 유혹'을 암시한다. 세속적(世俗的)인 부귀(富貴)와 명예(名譽)가 자신을 유혹(誘惑)한다 해도 단연(斷然)히 거부하고 새소리나 들으며 자연 속에 묻혀 살겠다는 뜻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에서 시인은 낙천적으로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웃과 함께 떡을 떼고 싶어 하는 시인의 넉넉한 마음씨가 잘 드러나고 있다. <왜 사냐건 웃지요>가 의미하는 바는 몇 가지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굳이 답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고 '말로는 설명할 수는 없다'는 뜻일 수도 있으며 '그냥 스스로 만족하며 산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시인은 자신의 전원생활에서 얻은 성찰(省察)과 달관(達觀)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 <왜 사냐건 웃지요>의 표현은 중국문학사상(中國文學史上) 최고봉(最高峰)으로 일컬어지는 이백의 명시(名詩)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나오는 표현을 김상용이 빌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백의 시 <산중문답>의 원문을 여기에 옮겨본다.

 

 

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李白: 701-762)

 

 

 

問余何事棲碧山 나에게 어찌하여 푸른 산에 사는가 하고 물은즉

笑而不答心自閑웃고 대답하지 않으나 마음이 스스로 한가롭다

 

 

전체적으로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는 땅을 일구고 자연을 벗하며 인정미(人情味) 넘치는 삶의 여유(餘裕)와 관조(觀照)가 회화조(繪畵調)의 친근한 어조(語調)에 용해(溶解)되어 시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잔잔한 웃음'으로 답하는 모습은 삶에 대한 깊은 성찰(省察)에서 우러나오는 초월(超越)과 달관(達觀)의 경지를 함축적(含蓄的)으로 보여 주는 시적 표현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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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용

 

가을

 

달이 지고

귀또리 울음에

내 청춘(靑春)에 가을이 왔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괭이

 

넙적 무투룩한 쇳조각, 너 괭이야

괴로움을 네 희열(喜悅)로

꽃밭을 갈고,

물러와 너는 담 뒤에 숨었다.

 

이제 영화(榮華)의 시절(時節)이 이르러

봉오리마다 태양(太陽)이 빛나는 아침,

한 마디의 네 찬사(讚辭) 없어도,

외로운 행복(幸福)에

너는 호올로 눈물 지운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굴뚝 노래

 

맑은 하늘은 새 님이 오신 길!

사랑 같이 아침볕 밀물 짓고

에트나의 오만(傲慢)한 포­즈가

미웁도록 아름져 오르는 흑연(黑煙)

현대인(現代人)의 뜨거운 의욕(意欲)이로다.

 

자지라진 로맨스의 애무(愛撫)를

아직도 나래 밑에 그리워하는 자(者)여!

창백(蒼白)한 꿈의 신부(新婦)는

골방으로 보낼 때가 아니냐?

 

어깨를 뻗대고 노호(怒號)하는

기중기(起重機)의 팔대가

또 한 켜 지층(地層)을 물어 뜯었나니……

히말라야의 추로(墜路)를 가로막은 암벽(岩壁)의

심장(心臟)을 화살한 장철(長鐵)

그 우에 `메'가 나려

승리(勝利)의 작열(灼熱)이 별보다 찬란하다.

 

동무야 네 위대(偉大)한 손가락이

하마 깡깡이의 낡은 줄이나 골라 쓰랴?

천공기(穿孔器)의 한창 야성적(野性的)인 풍악(風樂)을

우리 철강(鐵鋼) 우에 벌려 보자

오 우뢰(雨雷) 물결의 포효(咆哮) 지심(地心)이 끊고

창조(創造)의 환희(歡喜)! 마침내 넘치노니

너는 이 씸포니­의 다른 한 멜로디­로

흥분(興奮)된 호박(琥珀)빛 세포(細胞) 세포(細胞)의

화려(華麗)한 향연(饗宴)을 열지 않으려느냐?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기도(祈禱)

 

님의 품 그리워,

뻗으셨던 경건(敬虔)의 손길

거두어 가슴에 얹으심은

거룩히 잠그신 눈이

`모습'을 보신 때문입니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나를 반겨함인가 하야

꽃송이에 입 맞추면

전율(戰慄)할 만치 그 촉감(觸感)은 싸늘해―

 

품에 있는 그대도

이해(理解) 저편에 있기로

`나'를 찾을까?

 

그러나 기억(記憶)과 망각(忘却)의 거리

명멸(明滅)하는 수(數)없는 `나'의

어느 `나'가 `나'뇨.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노래 잃은 뻐꾹새

 

나는 노래 잃은 뻐꾹새

봄이 어른거리건

사립을 닫치리라

냉혹(冷酷)한 무감(無感)을

굳이 기원(祈願)한 마음이 아니냐.

 

장미빛 구름은

내 무덤 쌀 붉은 깊이어니

이러해 나는

소라[靑螺]같이 서러워라.

 

`때'는 짖궂어

꿈 심겼던 터전을

황폐(黃廢)의 그늘로 덮고……

 

물 긷는 처녀(處女) 돌아간

황혼(黃昏)의 우물가에

쓸쓸히 빈 동이는 놓였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눈오는 아침

 

눈오는 아침은

가장 성(聖)스러운 기도(祈禱)의 때다.

 

순결(純潔)의 언덕 우

수묵(水墨)빛 가지가지의

이루어진 솜씨가 아름다워라.

 

연기는 새로

탄생(誕生)된 아기의 호흡(呼吸)

닭이 울어

영원(永遠)의 보금자리가 한층 더 따스하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마음의 조각 1

 

허공(虛空)이 스러질

나는 한 점의 무(無)로―

 

풀 밑 벌레 소리에,

생(生)과 사랑을 느끼기도 하나

 

물거품 하나

비웃을 힘이 없다.

 

오직 회의(懷疑)의 잔을 기울이며

야윈 지축(地軸)을 서러워하노라.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마음의 조각 2

 

임금 껍질만한 열정(熱情)이나 있느냐?

`죽음'의 거리여!

 

썩은 진흙골에서

그래도 샘 찾는 몸이 될까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마음의 조각 3

 

고독을 밤새도록 잔질하고 난 밤,

새 아침이 눈물 속에 밝았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마음의 조각 4

 

달빛은

처녀의 규방으로 들거라.

내 넋은

암흑과 짝진 지도 오래거니―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마음의 조각 5

 

향수(鄕愁)조차 잊은 너를

또야 부르랴?

오늘부턴

혼자 가련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마음의 조각 6

 

오고 가고

나그네 일이오

 

그대완 잠시

동행이 되고.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마음의 조각 7

 

사랑은 완전(完全)을 기원(祈願)하는 맘으로

결함(缺陷)을 연민(憐憫)하는 향기(香氣)입니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마음의 조각 8

 

생(生)의 `길이'와 폭(幅)과 `무게' 녹아,

한낱 구슬이 된다면

붉은 `도가니'에 던지리다.

 

심장(心臟)의 피로 이루어진

한 구(句)의 시(詩)가 있나니―

 

`물'과 `하늘'과 `님'이 버리면

외로운 다람쥐처럼

이 보금자리에 쉬리로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물고기 하나

 

웅뎅이에 헤엄치는 물고기 하나

그는 호젓한 내 심사(心思)에 길렸다.

 

돌새, 너겁 밑을 갸웃거린들

지난밤 저 버린 달빛이

허무(虛無)로이 여직 비칠 리야 있겠니?

 

지금 너는 또 다른 웅뎅이로 길을 떠나노니

나그네 될 운명(運命)이

영원(永遠) 끝날 수 없는 까닭이냐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반딧불

 

너는 정밀(靜謐)의 등촉(燈燭)

신부(新婦) 없는 동방(洞房)에 잠그리라

 

부러워하는 이도 없을 너를

상징(象徵)해 왜 내 맘을 빚었던지

 

헛고대의 밤이 가면

설운 새 아침

가만히 네 불꽃은 꺼진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새벽 별을 잊고

 

새벽 별을 잊고

산국(山菊)의 `맑음'이 불러도

겨를 없이

길만을 가노라.

 

길!

아―먼 진흙 길

 

머리를 드니

가을 석양(夕陽)에

하늘은 저러히 멀다.

 

높은 가지의

하나 남은 잎새!

 

오래만에 본

그리운 본향(本鄕)아.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서글픈 꿈

 

뒤로 산(山)

숲이 둘리고

돌새에 샘 솟아 적은 내 되오.

 

들도 쉬고

잿빛 메뿌리의

꿈이 그대로 깊소.

 

폭포(瀑布)는 다음 골[谷]에 두어

안개냥 `정적(靜寂)'이 잠기고……

나와 다람쥐 인(印)친 산길을

넝쿨이 아셨으니

나귀 끈 장꾼이

찾을 리 없소.

 

`적막(寂寞)' 함께 끝내

낡은 거문고의

줄이나 고르랴오.

 

긴 세월(歲月)에게

추억(追憶)마저 빼앗기면

 

풀잎 우는 아침

혼자 가겠소.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어미소

 

산성(山城)을 넘어 새벽 들이 온 길에

자욱자욱 새끼가 그리워

슬픈 또 하루의 네 날이

내[煙] 끼인 거리에 그므는도다.

 

바람 한숨 짓는 어느 뒷골목

네 수고는 서 푼에 팔리나니

눈물도 잊은 네 침묵(沈黙)의 인고(忍苦) 앞에

교만(驕慢)한 마음의 머리를 숙인다.

 

푸른 초원(草原)에 방만(放漫)하던 네 조상(祖上)

맘 놓고 마른 목 축이든 시절(時節)엔

굴레 없는 씩씩한 얼굴이

태초청류(太初淸流)에 비쵠 일도 있었거니……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추억(追憶)

 

걷는 수음(樹陰) 밖에

달빛이 흐르고,

 

물에 씻긴 수정(水晶)같이

내 애상(哀傷)이 호젓하다.

 

아―한 조각 구름처럼

무심(無心)하던들

그 저녁의 도성(濤聲)이 그리워

이 한밤을 걸어 새기야 했으랴?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태풍(颱風)

 

`죽음'의 밤을 어질르고

문(門)을 두드려 너는 나를 깨웠다.

 

어지러운 병마(兵馬)의 구치(驅馳)

창검(槍劍)의 맞부딪침,

폭발(爆發), 돌격(突擊)!

아―저 포효(咆哮)와 섬광(閃光)!

 

교란(攪亂)과 혼돈(混沌)의 주재(主宰)여

꺾이고 부서지고,

날리고 몰려와

안일(安逸)을 향락(享樂)하는 질서(秩序)는 깨진다.

 

새싹 자라날 터를 앗어

보수(保守)와 조애(阻碍)의 추명(醜名) 자취(自取)하든

어느 뫼의 썩은 등걸을

꺾고 온 길이냐.

 

풀뿌리, 나무잎, 뭇 오예(汚穢)로 덮인

어느 항만(港灣)을 비질하여

질식(窒息)에 숨지려든 물결을

일깨우고 온 길이냐.

 

어느 진흙 쌓인 구렁에

소낙비 쏟아 부어

중압(重壓)에 울든 단 샘을

웃겨 주고 온 길이냐.

 

파괴(破壞)의 폭군(暴君)!

그러나 세척(洗滌)과 갱신(更新)의 역군(役軍)아,

세차게 팔을 둘러

허접쓰레기의 퇴적(堆積)을 쓸어 가라.

 

상인(霜刃)으로 심장(心臟)을 헤쳐

사특, 오만(傲慢), 미온(微溫), 순준(巡逡) 에어 버리면

순진(純眞)과 결백(潔白)에 빛나는 넋이

구슬처럼 새 아침에 빛나기도 하려니……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포구(浦口)

 

슬픔이 영원(永遠)해

사주(砂洲)에 물결은 깨어지고

묘막(杳漠)한 하늘 아래

고(告)할 곳 없는 여정(旅情)이 고달퍼라.

 

눈을 감으니

시각(視覺)이 끊이는 곳에

추억(追憶)이 더욱 가엾고……

 

깜박이는 두셋 등잔 아래엔

무슨 단란(團欒)의 실마리가 풀리는지……

 

별이 없어 더 서러운

포구(浦口)의 밤이 샌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한잔 물

 

목마름 채우려든 한잔 물을

땅 우에 엎질렀다.

 

너른 바다 수많은 파두(波頭)를 버리고

하필(何必) 내 잔에 담겼든 물.

 

어느 절벽 밑 깨어진 굽일런지―

어느 산모루 어렸던 구름의 조각인지―

어느 나무잎 우에

또 어느 꽃송이 우에

나려졌던 구슬인지―

이름 모를 골을 나리고

적고 큰 돌 사이를 지난 나머지

내 그릇을 거쳐

물은 제 길을 갔거니와……

 

허젓한 마음

그릇의 비임만을 남긴

아― 애달픈 추억(追憶)아!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향수(鄕愁)

 

인적(人跡) 끊긴 산(山) 속

돌을 베고

하늘을 보오.

 

구름이 가고,

있지도 않은 고향(故鄕)이 그립소.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황혼(黃昏)의 한강(漢江)

 

`고요함'을 자리인 양 편 `흐름' 위에

식은 심장(心臟) 같이 배 한 조각이 떴다.

 

아―긴 세월(歲月), 슬픔과 기쁨은 씻겨가고

예도 이젠 듯 하늘이 저기에 그믄다.

 

망향, 문장사,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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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흐르듯 살아가세요 ♣-



"왜 사느냐?"고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굳이 따지지 마시게

사람 사는 길에~~

무슨 법칙(法則)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삶의 무슨 공식(公式)

이라도 있다던가?



"왜 사느냐? 물으면,

그냥 웃지요."하는

김상용의 시(詩)

생각나지 않는가?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한 조각 흰구름

바람 부는 대로 떠밀려

가면서도 그 얼마나

여유롭고 아름답던가?


남의 것 빼앗고 싶어

탐내는 짓 아니 하고

남의 마음 아프게 아니하고

남의 눈에 슬픈 눈물

흐르게 하지 아니하며,


물 흐르듯,서로의 가슴에

정(情) 흐르게 하며

그냥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듯이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네~~



부자(富者) 부러워하지 말게

알고 보니,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나 보다 더 많은

고민(苦悶)이 있고 근심 걱정

나 보다 열배 백배 더 많더군.



높은 자리 탐내지 말게~~

먹어서는 아니 되는

그놈의 ‘돈’ 받아 먹고

쇠고랑 차는 꼴, 한 두 사람

본 것 아니지 않은가?



부자도 높은 자리도

알고 보니 가시 방석이요,

뜨거운 불구덩이 속(內)이요,

그 곳을 박차고 벗어나지

못하는 그네들이 오히려,

측은하고 가련한 사람들이더군.



가진 것 별로 없는 사람들이나

휘황찬란(輝煌燦爛)한

불 빛 아래 값비싼 술과 멋진

음악에 취해 흥청거리며

가진 것 많이 내세우는,

있는 사람들이나



하루 세끼~~

먹고 자고 깨고 투덜거리고...

아웅다웅 다투며 살다가

늙고 병(病)들어 북망산(北邙山)

가는 것은 다 같더군...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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