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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언어에 옷을 입히는 행위
2016년 01월 09일 05시 14분  조회:4093  추천:0  작성자: 죽림

나호열 

시인들은 쉬운 시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독자들 또한 어려운 시를 선호하 

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名詩라 일컬어지는 많은 시들, 베스트 셀러가 

되는 시집들의 대부분은 낭송하기에 알맞은 가락과 누구나 쉽게 해독할 

수 있는 언어로 짜여져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시 

인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쉬운 시"의 매력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기 

가 힘듭니다. 그러나 이 " 쉬운 시"의 명제는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생각거리를 파생시키고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인구에 회자되는 소월의 "진달래 꽃"이나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천상병 

의 "귀천"이나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우선 독자들의 일차적인 정서를 

충족시켜 줍니다. 일차적인 정서라고 함은 우선 시에 나타난 의미가 독자 

들의 감성 내용과 일치된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恨"이라든지 "사 

랑"이라든지 하는 단순한 관념이 시에 표상되므로서 문학 예술의 두 기능 

인 "배설"과 "정화" 또는 "교훈의 전달"이라는 목표에 부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위에 열거된 시들은 결코 그러한 일차적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의미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는 중층 구조를 내포하고 있음을 이해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말은 발화자인 시인의 의도와 독자가 체험한 

내용이 일치되거나 독자가 직접 체험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이와 유사 

한 추체험의 형식으로 전이되는 것 이상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입니다. 

우리는 "님의 침묵"에서의 "님"이 한 개인의 사랑의 대상이면서 그 이상 

의 존재 의미로 확대할 수 있으며 확대된 상태에서의 시의 구조 또한 그 

논리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시는 분명히 로고스 

의 세계가 아닌 파토스의 세계에서 진행되므로 시인의 상상력은 비논리적 

인 직관에 연유함은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언술과 달리 시라 

는 틀에 얹힌 언술은 질서정연한 상상력의 통로를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내용과 형식의 조화라는 큰 틀에 자리잡게 되는 것입니다. " 님의 침 

묵"은 하나의 연시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으며 불교적 세계관의 인식 배경 

을 놓고 읽어도 그 다양한 의미는 결코 훼손되지 않습니다. 

시는 일반적인 진술과는 달리 언어에 옷을 입히는 행위입니다. 시인이 겪 

어낸 삶에서 우러나는 시의 향기는 어떤 경우에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쉬운 시"는 그러므로 삶을 벼려내는 시인의 정신이 현실과 부딪치면서 

일으키는 섬광과도 같은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 편의 시에는 고스란 

히 시인이 가지고 있는 삶의 태도가 담겨져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외면상으로 평이한 구조와 평범한 진술의 형식을 갖추고 있 

으면서 시가 함의하는 의미의 내포가 큰 시야말로 진정한 "쉬운 시"의 반 

열에 오른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시 한 편을 읽어보도록 합시다. 

꿈꾸듯 편지를 쓴다① 

이민 간 친구에게 
짝사랑했던 그에게 
가슴 저리도록 그리운 어머니에게② 

요란한 자명종 소리에 아침은 깨고③ 

남편의 성으로 바뀌어버린 그녀에게 
가을의 전설이 되어버린 브래드 피트에게 
인명구조견이 되어서라도 찾아낼 것만 같았던 어머니에게④ 

세 통의 편지를 
한 통만 부친 채⑤ 


이 시는 습작기에 있는 분의 <아침을 맞으며>라는 시입니다. 이 시는 매 

우 잘 짜여진 구조와 명료한 메시지가 도드라지면서 쉽게 읽혀지는 시입 

니다. ①과③, ②와④처럼 대구법을 사용하여 그리움의 대상을 점층적으 

로 묘사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는 기법은 예사로워 보이지 않습니 

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하루 중에 밤은 안식 뿐만 아니라 꿈 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며, 시간인 셈이지요, 그러나 그리움의 대상에게로 향하는 

날갯짓은 인위적인 자명종 소리에 깨이는 아침과도 같이 무엇엔가 끌려가 

는 현대인의 고독한 심상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⑤에서 

와 같이 마음 속에 써 내려간 편지는 부치지 못하는 무위의 행위로 그쳐 

버리고만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 보기로 합시다. ②에서의 친구, 그. 어머니는 현 

실적으로 나에게서 떠나버린 존재들입니다. ②는 내게 인식된 대상들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는데 ④에서는 부재의 상태를 명료하게 하는 구체적 

인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이민 간 친구"는 이민을 감으로 해 

서 "남편의 성으로 이름이 바뀐" 상태이며, 짝사랑의 대상인 그는 영 

화 "가을의 전설" 에 나오는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처럼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존재이며 "그리운 어머니"는 내가 인명구조견이 되어서라도 찾아 

야할 대상으로 변화된 듯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②의 진술에 

서 ④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서 본다면 ②에서 ④로진행 

되는 필연적 구조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②와④ 

는 "A는 B이다"로 지칭되는 은유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A와 B의 의 

미망이 유사한 관념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을의 전설" 

같은 막연한, 즉 가을이라는 심상과 전설, 이라는 심상의 결합에 있어서 

의 적합하지 않은 유추가 시의 멋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 

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이 시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맹점은,- 이 점은 많은 시인 지망생 

여러분이 시적 진실과 사실의 관계를 혼돈하는데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시에 있어서의 순수성을 시의 내용과 사실과의 일치에서 찾는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 시의 작자는 실제로 세 통의 편지를 쓰고 그 중 한 통의 편 

지를 실제로 부쳤는지 모릅니다. 부쳐진 한 통의 편지는 누구에게 보낸 

것일까 하고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시의 트릭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 통의 편지를 부쳤다는 사실 

로 인하여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일상의 고립감이나 허무감은 반감되어 버 

리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결국 한 통의편지도 부치지 못했다든가, 부치 

긴 했는데 그 편지들이 수신인 불명으로 되돌아 왔다든가 하는 결말을 보 

여주었다면 더욱 큰 감동을 전달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요. 

이 시는 한 편의 시가 결코 많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작품일 수 있으나 누구나 일상적으로 느끼는 것 이 

상의 의미를 모색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인의 현실인식의 한계를 드러내 

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창호지에 우러나는 저 복숭아 꽃빛같이 
아무 생각없이 
창호지에 우러나는 저 복숭아 꽃빛만 같이 

사랑은 꼭 그만큼에서 
그 빛깔만 같이 

- 장석남의 <뻐꾸기 소리> 

이 시는 아주 평이한 어휘와 단순한 어조로 아주 쉽게 읽혀질 것 같이 보 

이는 시이지만 이 시의 올바른 감상을 위해서는 몇 단계의 유추의 단계 

를 지나가야 하는 시입니다. 현대시의 조류에 있어서 시에서의 주제와 소 

재의 분류 같은 의도적인 시 해석의 도구를 배제하는 경향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주제와 소재를 찾아보기로 합시 

다. 이 시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그렇다면 소재는 무엇일까요? 복숭아 

꽃? 뻐꾸기 소리? 그렇습니다. 이 시의 모티브는 뻐꾸기 소리입니다. 시 

인은 뻐꾸기 소리를 듣습니다. 어느 산에서 우는 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 

는 뻐꾸기 소리는 사랑의 실체이기도 하면서 사라의 메시지이기도 합니 

다. 뻐꾸기 소리는 어느덧 창호지에 복숭아 꽃빛으로 물듭니다. 시인은 

창호지 문 안쪽에서 차단된 저 쪽 세계의 메시지를 분홍 복숭아 꽃빛으 

로, 그림자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뻐꾸기 소리 - 창호지 안에서 듣는 나 - 나에게서 발화되는 뻐꾸기 소리 

의 관념 - 복숭아 꽃빛 - 그림자로 어리는 창호지를 바라보는 나와 같은 

의식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뻐구기 소리로 뻐구기 

소리는 복숭아 꽃빛으로 변화시키는 상상의 질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인은 "사랑"이라는 관념을 소리로 빛깔로 치환시키면서 자신이 생각하 

는 사랑의 관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상식 

으로부터 빗겨 서 있는 시인의 태도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강요 

하지 않으면서 사유의 깊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감상 방식은 이 시를 읽어내는 많은 통로 중에 하나에 불 

과할 것입니다. 만일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다른 방식의 시 읽기를 주장 

하신다면 바로 그 순간에 이 시는 좋은 시로 평가될 수 있는 덕목 하나 

를 갖추고 있는 셈이 될 것입니다. 

茶道는 보통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즐기기에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니 

다. 한 잔의 녹차를 마시는 방법 중에 하나는 인스턴트 녹차를 마시면 될 

것입니다. 끓는 물에 봉지 하나만 넣으면 쉽게 우리는 차를 즐길 수 있 

습니다. 차를 마신다는 행위에 있어서는 다도를 배우고 절차를 따르고, 

다기를 준비하는 등의 번거로움은 불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기를 씻 

고 배열하고, 물을 적당한 온도로 끓이고 우려내는 행위를 거듭하면서 마 

시는 차에는 형언할 수 없는 향기가 베어있게 마련입니다. 


"쉬운 시" 는 눈으로 쉽게 읽히고 가슴에 금방 와 닿는 시가 아닙니다. 

시의 내용이 독자에게 쉽게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려낼수록 깊은 향을 풍기는 차 처럼 오래 가슴에 담아두고 되 

내이면서 새로운 의미를 재생산시키는 시를 많은 시인들은쓰고 싶어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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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꽃 / 김준태

 

 

 

 

 

 

 

 

감꽃

 

                           김 준 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 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김준태 시집 <참깨를 털면서> 중에서

 

   

<시감상 / 최윤희>

 

 

 

김준태 시인의 감꽃은 4줄로된 짧은 시로 시인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시적 진술은 '세다'라는 동사의 시간 흐름을(과거-현재-미래) 통하여 묘사되어 있다.

1~2행은 과거(셌지-대과거, 세고-과거), 3행은 현재(세지), 4행은 미래(셀까)의 상황이다.

1행의 셌지와 2행의 세고는 어법에는 어색한 문장으로 산문적인 표현은 아래와 같다.

    어릴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었고(대과거)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셌지(과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적 호흡을 감안한다면 시인의 시적 표현이

한층 더 리듬이 살아 있고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1행은 감꽃으로 대표되는 서정 어린 순박한 동심의 세계를,

2행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극한 전쟁(사회생활)이라는 상황을,

3행은 현실적 삶에 묶여서 돈을 세고 있는 시인의 삶의 모습을,

4행은 미래의 내 모습을 걱정하는 근심스러운 마음으로 고백한다.

한줄에 수십년을 뛰어넘는 시인의 깊이와 내공이 느껴지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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