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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찾아서...
2016년 01월 10일 02시 56분  조회:4630  추천:0  작성자: 죽림

이사 [전문]

 

                               원동우

 

아이의 장난감을 꾸리면서

아내가 운다

반지하의 네 평 방을 방을 모두 치우고

문턱에 새겨진 아이의 키 눈금을 만질 때 풀썩

습기 찬 천장벽지가 떨어졌다

 

아직 떼지 않은 아이의 그림 속에

우주복을 입은 아내와 나

잠잘 때는 무중력이 되었으면

아버님은 아랫목에서 주무시고

이쪽 벽에서는 당신과 나 그리고

천장은 동생들 차지

지난번처럼 연탄가스가 새면

아랫목은 안 되잖아, 아, 아버지,

 

생활의 빈 서랍들을 싣고 짐차는

어두워지는 한강을 건넌다 (닻을 올리기엔

주인집 아들의 제대가 너무 빠르다) 갑자기

중력을 벗어난 새 떼처럼 눈이 날린다

아내가 울음을 그치고 아이가 웃음을 그치면

중력을 잃고 휘청거리는 많은 날들 위에

덜컹거리는 사람들이 떠다니고 있다

 

눈발에 흐려지는 다리를 건널 때 아내가

고개를 돌렸다, 아참

장판 밑에 장판 밑에

복권 두 장이 있음을 안다

강을 건너 마악 변두리로

우리가 또 다른 피안으로 들어서는 것임을

눈물 뽀드득 닦아주는 손바닥처럼

쉽게 살아지는 것임을

 

성냥불을 그으며 아내의

작은 손이 바람을 막으러 온다

손바닥만큼 환한 불빛

 

 

 

▣ 요즈음에는 한국도 포장이사를 하기 때문에 가재도구를 잔뜩 싣고 이사하는 광경은 궁벽한 시골이 아닌 다음에야 보기 어렵습니다.

 

 ◦ 셋방살이를 하던 가난한 일가가 주인집 아들의 이른 제대로 말미암아 황급히 방을 비워주게 됩니다.

  - 눈발이 날리니 초겨울인가요, 서울 변두리에서 더 변두리로 이사를 하는 풍경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 습기 찬 천장 벽지가 떨어지는 반지하의 네 평 방, 그나마 연탄가스가 새던 방을 비워주게 되었으니 일가의 마음이 참담할 수밖에요.

  - 장판 밑에 두고 온 복권에 연연할 정도로 이들 가족의 경제적 상황은 절박합니다.

 

 ◦ 그런데 이 시의 매력은 이런 비극적 상황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고 진한 감동을 주는 한 장면에 있습니다.

  - 남편이 담배를 피우려고 성냥불을 키자 바람이 방해를 합니다.

  - 차창이 조금 열려 있었던 것이지요.

  - 그때 아내의 작은 손이 다가와 성냥불을 꺼트리려고 하는 바람을 막습니다.

  - 가족간의 끈끈한 정이 을씨년스런 이사 풍경을 따뜻하게 밝히고, 독자는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 아무리 세상살이가 험해도 가족 상호간에 사랑과 정이 변치 않는다면 극복 불가능한 어려움이란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 이 시는 마지막 연이 백미입니다.

 

 

▣ 그런데 이 시로 등단한 원동우 시인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은행에 입사하여 10년 정도 근무하였고, 퇴사한 뒤에는 벤처기업을 꾸려갔습니다.

 ◦ 벤처기업이 잘 안 되어 한동안 방황하다가 지금은 어떤 회사에 들어가 잘 다니고 있습니다.

  - 시 속의 상황 중에 본인이 직접적으로 체험한 부분은 1%나 될까요? 이 작품은 시인의 완벽한 허구와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 퇴근길에 차를 몰고 가면서 무심코 본 광경이 바로 이삿짐을 싣고 달리는 소형 트럭 한 대였던 것입니다.

  - 사람들이 무심코 보며 지나쳤던 이삿짐 실은 트럭을 원동우는 유심히 보았던 것이고, 곰곰이 생각했던 것이며, 상상력을 발휘하여 시로 써보았던 것입니다.

 

 ◦ 시는 이렇게도 탄생할 수 있습니다.

  - 실체험보다 간접체험이 더욱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례를 [이사]라는 신춘문예 당선작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등단작이 아닙니다.

  - 함민복 시인이 시골에 계신 귀가 어두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대화가 좀체 이뤄지지 않습니다.

  - 이 시는 앞의 시처럼 비장하거나([영산포]) 을씨년스럽지([이사]) 않고 구수한 사투리와 유머 감각을 보여주어 아주 은근하게 감동을 줍니다.

  - '쇠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도 적절히 사용되어 재미를 배가시키지요.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전문]

 

                                함민복

 

여보시오―누구시유―

예, 저예요―

누구시유, 누구시유―

아들, 막내아들―

잘 안 들려유―잘.

저라구요, 민보기―

예, 잘 안 들려유―

몸은 좀 괜찮으세요―

당최 안 들려서―

어머니―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

두 내우 다 그러니까 이따 다시 걸어유―

예, 죄송합니다. 안 들려서 털컥.

 

어머니 저예요―

전화 끊지 마세요―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

두 내우 다 예, 저라니까요! 그러니까

이따 다시 걸어유 어머니. 예,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안어들머려니서 털컥.

 

달포 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네

어머니가 자동응답기처럼 전화를 받았네

전화를 받으시며

쇠귀에 경을 읽어주시네

내 슬픔이 맑게 깨어나네

 

 

▣ 달포 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그만 끝끝내 대화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아니, 모자가 일종의 동문서답을 했지요.

 ◦ 시인은 아무튼 어머니의 목소리는 들었던 것이고, 소처럼 무심한(미련한?) 나에게 귀 어두운 어머니가 경을 읽어주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 가슴 찡한 감동은 아닐지라도 이 시를 읽으면 '아, 어머니!' 하고 마음속으로 한번쯤 외쳐보게 됩니다.

  - 충격도 주지 않고,

  - 이런 작은 감동도 주지 않는 시는 좋은 시가 되기 어렵습니다.

  -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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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시를 찾아서 / 정희성

 

 

 

 

 

45. 세상이 달라졌다 / 정희성

 

 

 

 

 

 

 

 

 

 

 

거울 / 이상

 

 

   

 

 

 

 

 

 

 

김해경(金海卿)이 이상(李箱)을 필명으로 정한 유래

김해경(金海卿)과 화가 구본웅(具本雄) 은 신명학교(新明學校) 동기동창이자 학창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다. 구본웅은 몸이 불편하여 정상적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에 김해경보다 4살이나 많았지만, 같은 학년 같은 반에 편성되었다. 구본웅은 몸도 불편하고 4살이나 나이가 많아서 같은 반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려 하지 않았지만 해경은 구본웅에게 4년 선배로서의 예우를 갖추고 특별한 관심을 보이자 그 둘은 특별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동광학교 이후 1927년 3월에 보성고보를 졸업한 김해경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 진학했다. 구본웅은 김해경의 졸업과 대학입학을 축하하는 선물로 사생상(寫生箱 = 스케치박스)을 선물했다. 어릴적부터 유난히 그림을 좋아했던 해경은 사생상을 선물 받고 날아갈 듯 기뻐했다.

 

그때 그는 구본웅에게 고마운 나머지 자신의 필명에 사생상의 '상자'를 의미하는 상(箱)자를 넣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해경은 아호와 필명을 함께 쓸 수 있게 호의 첫 자는 흔한 성씨(姓氏)를 따오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고 구본웅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김해경)는 사생상이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니 나무 목(木)자가 들어간 성씨 중에서 하나를 택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권(權), 박(朴), 송(宋), 양(楊), 양(梁), 유(柳), 이(李), 임(林), 주(朱) 등을 검토하다가, 김해경은 그 중에서 다양성과 함축성을 지닌 것이 이씨와 상자를 합친 '李箱'이라 생각했고 구본웅도 그 절묘한 배합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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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꽃나무 / 이상

 

            

 

 

 

 

 

 

 

<소설가 구보 박태원의 결혼식에서 남긴 이상의 친필 방명록>

 

 

 

이상의 작품 목록

        < 소설 >

  • 《십이월 십이일》1930.02~12 조선
  • 《지도의 암실》1932.03 조선
  • 《휴업과 사정》1932.04 조선
  • 《지팽이 역사 : 희문》1934.08 월간매신
  • 《지주회시》1936.06 중앙
  • 《날개》1936.09 조광
  • 《봉별기》 1936.12 여성
  • 《동해》1937.02 조광
  • 《황소와 도깨비 : 동화》1937.03 매일신보
  • 《공포의 기록》1937.04~05 매일신보
  • 《종생기》1937.05 조광
  • 《환시기》1938.06 청색지
  • 《실화》1939.03 문장
  • 《단발》1939.04 조선문학
  • 《김유정 : 소설체로 쓴 김유정론》1939.05 청색지
  • 《불행한 계승》1976.07 문학사상

        < 수필 > : 《권태》

        < 시 >

  • 오감도
  • 건축무한육면각체
  • 《거울》
  • 《꽃나무》
  • 《실화》
  • 《개미》
  • 《백화(白畵)》
  • 《역단 (易斷)]》
  • 《[위독 (危篤)]》
  • 《[이상한 가역반응 (異常한 可逆反應)]》
  • 《[삼차각설계도 (三次角設計圖) ]》
  • 《이런 시 (이런 詩)》
  • 《1933, 6, 1 (一九三三, 六, 一)》
  • 《보통기념 (普通記念)》
  • 《소영위제 (素榮爲題)》
  • 《정식 (正式)》
  • 《지비 (紙碑)》
  • 《I WED A TOY BRIDE》
  • 《파첩 (破帖)》
  • 《청령》
  • 《한개의 밤 (한個의 밤)》
  • 《척각 (隻脚)》
  • 《거리 (距離)》
  • 《수인이만들은소정원 (囚人이만들은小庭園)》
  • 《육친의장 (肉親의章)》
  • 《내과 (內科)》
  • 《골편에관한무제 (骨片에關한無題)》
  • 《가구의추위 (街衢의추위)》
  • 《아침》
  • 《최후 (最後)》
  • 《유고 (遺稿)》
  • 《1931년 (一九三一年)》
  • 《습작쇼오윈도우수점 (習作쇼오윈도우數點)》
  • 《회한의 장 (悔恨의 章)》
  • 《여전준일 (與田準一)》
  • 《월원등일랑 (月原橙一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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