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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지 않는 시인들이 문제는 문제로다...
2016년 01월 10일 04시 34분  조회:3671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6년 01월 11일 08시 32분 ]

 

 

 

 

창작의 기본 태도 

백현국 (시인. 비평가)


 

 


 


많은 작품들이 인터넷상에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그 습작의 수준은 놀라운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습작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창작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과 독단적인 태도일 것이다.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문학의 각종 이론과 원론에 대한 견해의 충돌과정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각 시대나 사조, 철학이나 이데올로기의 변화에 따라 문학이 어떠한 노선을 어떻게 걸어왔는가를 배우게 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과거의 문학적 환경 이해와 문학자들의 행태에 대하여 배우게 되고 나아가 현실에 처한 시인들은 철저한 자기만의 독특한 인식을 작품에 반영하게 된다. 그 인식이란 바로 자신이 처한 현실과 시스템, 그리고 세계관을 새롭게 해석해 내는 힘을 말한다. 각 사이트를 돌아보면서 느끼는 것은 일부 습작들과 일부 기성 시인들의 작품 속에는 다음과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는 내용이 너무 단순성이다내용이 창의적이지 못할 경우에는 아무리 시를 잘 썼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반감된다고 볼 수 있다. 꽃을 아름답다고 한 시는 시라기 보다 서술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물을 보고 누구나 같은 감성으로 쓰는 것, 그리고 문학적 언어의 측면이 무시된 시어의 구사 등으로 쓴 작품은 내용의 있어 참신성이 없는 글이 되는 만큼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는 내용에 있어 창의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자신만의 문학세계로 발전시키지 못하면 아류가 되기 쉽다. 비록 글은 세련되지 못하여도 내용은 아주 감동적일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을 말함이다. 깊이를 주지 못하면 가장 유혹 받기 쉬운 것이 바로 형식의 난해다. 

둘째는 개인의 총체적인 사유가 뒷받침 되지 않은 작품이다깊은 사유의 틀에서 출발 되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말비틀기 즉 언어의 유희적인 측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시 자체가 가볍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어의 효과음이나 언어의 모사 이미지의 변용은 심각한 오류를 낳게 된다. 깊은 사유란 곧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관이고 보면 그 세계관이 어느 날 문득 깨달아지는 선禪적인 깨달음과는 다른 것이다. 방대한 독서량과 깊은 천착으로 나타날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시인들은 자신이 처한 세계관을 해석해 낼만한 사유의 틀이 없어서 오히려 왜곡된 사상寫像과 일탈된 시스템에 역이용 당하기도 한다는 사실은 식민지를 겪고 독재를 겪은 우리 문학계에 그리고 자본의 논리에 함몰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는 구체성이나 정확성이 결여된 나머지 관념적인 시를 쓰는 경우이다관념이란 개별 시인의 독특한 세계관을 드러내는 아주 요긴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념이란 적절한 시어와 효과적인 비유나 상징에 장애요소이다. 자신의 관념을 시로 옮겨 쓰다보면 각 이미지간 연결이나 시작 속에 나타나야 하는 종결의 거리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념을 시로 옮기면 알 수 없는 시어들이 혼란스럽게 배치되는 데, 이는 무질서한 시어의 남발이나 무의미를 조장하게 된다. 자신은 자신의 시를 알 수 있으나 독자는 그 시를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형이상학적인 말만 늘어놓고 아주 수준이 높다는 것을 스스로 강요하는 것이 된다. 이것이 모호한 표현의 문제요 적절치 않은 시어의 사용이다. 시어를 사용함에 있어 이 시어의 사용이 적절한지, 정확한지는 반드시 따져보고 써야 한다. 

넷째는 자기만 감동시키는 시는 독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다는 문제이다습작이 시인의 주관적인 정서에 그치고 말면 독자가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글을 쓴다는 것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습작을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토로는 자신의 감정을 순화시킬지는 모르나 독자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억지로 끌고 가 마침내 독자의 감성을 박탈시키는 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작을 하는 이들은 대체로 보여주고 싶은 시가 주류가 된다. 보여주고 싶은 시란 결국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시 쪽으로 가게 되는데 결국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시로 가게 된다. 심지어는 자신의 컴플렉스를 습작을 통해 폭력적으로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는 분명 글의 폭력이다. 남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습작을 할 필요가 없다. 

다섯째 공부하지 않는 습작 시인의 문제이다습작은 글의 기교적 측면을 배운다는 것이 아니다. 습작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보고, 그들의 작품성에 대한 배경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글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이상 절대 훌륭한 시를 쓸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시 창작에 관한 공부와 사조 그리고 문학의 개론서 정도는 독파를 하고서야 습작을 하라는 얘기다. 인간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세상에서 시를 쓰지 않는 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작의 문제보다 모작을 방지하는 문제로 먼저 인식해야 한다. 일부 시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쓰고 싶은 글은 모두 작품이다” 라는 얼토당토 않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이러한 글은 비평조차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여섯째 작품은 구조성이 중요하다흔히 문학 작품의 내용구조를 건축물에 비유한다. 건축물에는 그 건물을 지탱하는 철골구조가 대단히 중요하듯 작품에도 구조의 중요성은 중요하다. 작품은 일종의 구조를 갖는다. 일자시가 아닌 이상 반드시 처음/중간/끝이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구조가 부실하면 시로써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작품의 전개상 기승전결이나 서/본/결이 단단하지 못할 때, 작품의 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발전적으로 전개하던지, 하강하던지, 아니면 처음과 끝이 연결되도록 장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각 내용과 각 연들의 내용이 서로 관련성이 없을수록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습작을 하는 분들의 가장 큰 문제가 이러한 연결 구조를 잘 정리하지 못하는 문제를 자주 본다. 

끝으로 습작은 습작이다습작이란 수정을 요하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계속적인 습작에 대한 수정과 보완을 통하여 발표되어야 한다. 발표란 세상에 내놓는 것이고 보면 자신의 작품이 영원히 세상에 남는다는 뜻도 된다. 이는 독자들은 물론 평자들의 평가를 영원히 피할 수 없다는 뜻도 된다. 한 때 이미 작고한 시인들의 미발표 시작을 공개하고 책으로 낸 경우가 있었다. 이것은 그 시인을 욕보인 뜻이기도 하다. 피치 못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완성작으로 내놓지 않는 이상 미발표작을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그 시인의 평가에 악영향을 끼쳤는가는 한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창작이란 늘 자신의 부끄러운 속살을 보이는 아픈 작업이어야 한다는 말은 결코 심한 말은 아니라고 본다.

 

백현국 詩人 평론가

 


경북 영천 출생
계간 현대시문학 평론 당선

東國大 國文, 嶺南大 大學院 
제 1회 랭보 문학상(작가상)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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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허공에 매달려보다 / 김완하

 

 

 

 

 

 

 

 

 

 

허공에 매달려보다

 

                                                 김완하

 

곶감 먹다가 허공을 생각한다

우리 일생의 한 자락도

이렇게 달콤한 육질로 남을 수 있을까

얼었다 풀리는 시간만큼 몸은 달고

기다려온 만큼 빛깔 이리 고운 것인가

 

맨몸으로 빈 가지에 낭창거리더니,

단단하고 떫은 시간의 비탈 벗어나

누군가의 손길에 이끌려

또다시 허공에 몸을 다는 시간

 

너를 향한 나의 기다림도

이와 같이 익어갈 수 없는 것일까

내가 너에게 건네는 말들도

이처럼 고운 빛깔일 수 없는 것일까

 

곶감 먹다가 허공을 바라본다

공중에 나를 매달아본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감싸는 빈 손

내 몸 말랑말랑 달콤해진다

 

 

김완하 시집 '허공이 키우는 나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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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물 / 김완하

 

 

 

 

 

 

 

                                            김완하

 

길 따라 흐르며 그 길 가득 채우는

또 하나의 길

시간과 하나 되는 물이여

절대 뒤돌아서지 않는, 길이여

길 위로 흐르면서 이미 길이 아닌

하나의 길을 비워 내

다시 길을 여는 저 물의 길

 

 

김완하 시집 '허공이 키우는 나무'중에서

 

 

 

 

 

 

 

시를 잘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

이승하 (시인, 교수)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여러분!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문학을 좋아하는 많은 애독자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의 모국 대한민국의 많은 시인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시인입니다. 이 자리에는 저처럼 시를 쓰면서 이 이승에서의 삶을 꾸려가는 분들이 많이 와 계신 것으로 압니다. 지금 여러분의 소망은 무엇입니까? 저의 가장 큰 소망은 지금까지 썼던 그 어떤 시보다 더 좋은 시를 쓰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습니까? 단 한 편이라도 길이 남을 명시를 쓰고 싶은 소망 때문에 낮에는 전전긍긍하고 밤에는 전전반측하지 않습니까. 
이 자리에 와서 여러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드리는 것이 시를 쓰고 계신 여러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여러 날 고민을 했습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좋은 시를 쓰기 위한 방법 10가지 전수입니다. 제가 1984년에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7권의 시집을 내면서, 또 1992년부터 대학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시작법을 가르치면서 익힌 노하우를 전해 드리는 것으로 강연을 대신할까 합니다. 거창한 강연이 아니라 아주 소박한 내용이어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과 함께 시를 감상하면서, 좋은 시를 쓰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인용하는 시는 졸저 {백 년 후에 읽고 싶은 백 편의 시}(시와시학사)에서 다루었던 것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즉, 그 책을 통해 했던 말을 중심으로 강연을 해볼까 합니다. 


1. 시는 우리말의 보물창고이다

여러분과 함께 감상해 볼 첫 번째의 시는 김진완이란 젊은 시인의 등단작인 [기찬 딸]입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증기기관차가 달리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꽤나 옛날 일이겠지요. 시적 화자의 외할머니가 딸을, 즉 자신의 어머니를 분만하는데, 바로 그 장소가 달리는 기차 속이었습니다. 

다혜자는 엄마 이름. 귀가 얼어 톡 건들면 쨍그랑 깨져버릴 듯 그 추운 겨울 어데로 왜 갔던고는 담 기회에 하고, 엄마를 가져 싸아한 진통이 시작된 엄마의 엄마가 꼬옥 배를 감싸쥔 곳은 기차 안. 놀란 외할아버지 뚤레뚤레 돌아보니 졸음 겨운 눈, 붉은 코, 갈라터진 입술들뿐이었는데 글쎄 그게, 엄마 뱃속에서 물구나무를 한번 서자,

으왁!

눈 휘둥그런 아낙들이 서둘러 겉치마를 벗어 막을 치자 남정네들 기차 배창시 안에서 기차보다도 빨리 '뜨신 물 뜨신 물' 달리기 시작하고 기적소린지 엄마의 엄마 힘쓰는 소린지 딱 기가 막힌 외할아버지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인데요, 아낙들 생침을 연신 바르는 입술로 '조금만, 조금만 더어' 애가 말라 쥐어트는 목소리의 막간으로 남정네들도 끙차, 생똥을 싸는데 남사시럽고 아프고 춥고 떨리는 거기서 엄마 에라 나도 몰라 으왕! 터지는 울음일 수밖에요.

박수 박수 "욕 봤데이." 외할아버지가 태우신 담배꽁초 수북한 통로에 벙거지가 천정을 향해 입 딱 벌리고 다믄 얼마라도 보태 미역 한 줄거리 해 먹이자, 엄마를 받은 두꺼비상 예편네가 피도 덜 닦은 손으로 치마를 걷자 너도나도 산모보다 더 경황없고 어찌할 바 모르고 고개만 연신 주억였던 건 객지라고 주눅든 외할아버지 짠한 마음이었음에랴 두말하면 숨가쁘겠구요. 암튼 그리하야 엄마의 이름 석 자는 여러 사람들의 은혜를 입어 태어났다고 즉석에서 지어진 것이라.

多惠子.

성원에 보답코자 
하는 마음은 맘에만 가득할 뿐

빌린 돈 이자에 치여
만성두통에 시달리는
나의 엄마 다혜자씨는요,

칙칙폭폭 칙칙폭폭 끓어오르는 부아를 소주 한잔으로 다스릴 줄도 알아 "암만 그렇다 캐도 문디, 베라묵을 것. 몸만 건강하모 희망은 있다." 

여장부지요
기찬,
기―차― 안 딸이거든요.

―김진완, [기찬 딸] 전문 (창작과비평. 1993년 여름호 신인당선작)

승객이라고는 "졸음 겨운 눈, 붉은 코, 갈라터진 입술"을 가진 농투성이들뿐이지만 이들은 낯선 아주머니의 차내 분만에 한마음으로 동참합니다. 아낙들은 겉치마를 벗어 막을 치고, 남정네들은 뜨신 물을 구해오고, "벙거지"는 미역 살 돈을 내놓고, 두꺼비상 여편네는 산파 노릇을 해 무사히 한 생명은 "으왕!" 울음을 터뜨리며 탄생합니다. 이런 여러 사람의 은혜로 태어났다 하여 엄마 이름이 다혜자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마지막 3연이 보여주는 여성적, 혹은 모성적인 건강함은 가슴 훈훈한 감동을 전하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또한 꽤 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1연과 3연 사이에 위치한 "으왁!"이란 의성어가 환기하는 생명 탄생의 고통과 경이로움, "기찬"과 "기―차― 안"이라는 비슷한 음을 이용한 유머 센스 등은 이 시를 명작의 반열에 올리는 데 합심하여 공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시의 가장 큰 매력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오신 어머니가 소주 한잔 마시고 내뱉는 말, "암만 그렇다 캐도 문디, 베라묵을 것. 몸만 건강하모 희망은 있다."에 있습니다. 참 한국적인 말이라고 할까요, 서민적인 말이라고 할까요. 어머니의 힘, 아니 한국 아줌마의 힘을 나타내는 그 말이 사투리가 아니라 표준말도 되어 있다면 이 시의 맛은 반 이상 줄어들 것입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면 시야말로 사투리와 순우리말의 보물창고라는 생각을 합니다. 소월과 영랑이, 백석과 정지용이 왜 위대한 시인인가 하면 한국적인 정서를 한국적인 어투와 어조, 사투리와 순우리말로 표현해내는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질료인 언어를 구사할 때, 사투리와 순우리말이 지금은 쓰지도 않는 낡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잘 찾아내어 시에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역만리에서 모국어를 구사하는 문화의 파수꾼이며 창고지기입니다. 언어 학대가 시인의 특권인 양 언어를 못살게 구는 시인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왜 미국에서 살면서 모국어로 시를 쓰고 있습니까? 몸은 비록 미국에 있지만 시인인 이상 모국어를 잘 갈고 닦는 언어의 세공사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2. 시는 특이한 체험의 산물이다

김광림이란 시인이 있지요. 1929년생이시니 올해 연세가 일흔여섯입니다. 함경남도 원상 출생이신 시인은 이른바 이산가족의 일원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가운데 남북분단의 아픔을 남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계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시가 전개되는데, 시인이 겪었던 일이 어떤 영감이나 상상력, 혹은 비유와 상징의 도움 없이 그야말로 곧이곧대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혈압 때문에 술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한 중학 동창은
마지막 대작을 위해 일부러 나를 찾았단다
반세기가 넘어도 상기 '야' '자'로 통하는 사이가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한때는 혀가 굳어져 제대로 말도 못했다며
다시 굳어지기 전에 꼭 해야겠다고
느닷없이 들고 나온 한마디
----야, 너 집 떠날 때 아버지한테 얘기했니?
국회 청문회인들 이보다 더 가슴에 맺힐까
간신히 기어드는 목소리로
----아니
라고 대꾸하긴 했지만
금방 가슴속의 응어리가 터질 것만 같다.
----이 자슥아! 너 아버지가 누이동생을 앞세워 우리 집에 찾아오셨단 말야
너 어디 갔느냐고 물으시길래 나도 놀랐지 무슨 말씀이냐고 되물었지만……
……'제 에미도 동생들도 다 모른다니 이놈이 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야'
걱정이 태산 같으시더라.
하긴 그래
어머니는 자식이 잘 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인들 말렸을까
남행열차를 탄 내게 마냥 손을 흔들어쌌던
누이의 모습이 지금도 삼삼한데
아버지의 노여움에
모두가 모른다고 잡아뗀 모양이다.
----야 이 자슥아 정신차려
올해 부모님 춘추 어떻게 되시니
기세가 등등해진 녀석은 
취기까지 가세하여 사뭇 심문조다.
----그래 아버지가 나를 스물하나에 어머니가 열아홉에 두셨으니까 여든여덟에 여든여섯이 되셨을 거야.
그만 울먹이는 소리가 돼버렸는지
'야' '자' 하던 친구가
----내가 괜한 소리 했나보다
----아냐 잘했어
내 따귀 실컷 갈겨주지 않을래
이승에선 다시 못 뵈올 부모님 생각에
기어이 울음보를 터뜨리고 싶어
상기된 얼굴을 들이대자
이번엔 '야' '자'가
잘못 눈물단지 건드렸나 싶었던지
시무룩한 목소리로
----아무래도 내가 괜한 소리 했나보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는 것을
어쩌랴.


―김광림, [괜한 소리] 전문 <열린시 1996. 4 >

제목 '괜한 소리'는 혈압 때문에 술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마지막 대작을 위해 찾아온 중학 동창의 입에서 나온 두 가지 질문인 동시에, 시인 스스로 자신의 대답을 '괜한 소리'로 규정한 자탄의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동창생 노인은 마지막 대작이겠다, 술을 마신 김에 평소에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어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자 늙은 시인 친구는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하고, 급기야 울음보를 터뜨릴 듯 상기된 얼굴이 됩니다. 그러자 노인은 "아무래도 내가 괜한 소리 했나보다"라고 시무룩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려 시의 제목이 '괜한 소리'가 된 것이겠지요. 
두 가지 질문은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을 치고, 쓰리게 하고, 결국은 뜨겁게 달아오르게 해 눈시울까지 뜨거워집니다. 수백만 이산가족의 아픔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물음은 "야, 너 집 떠날 때 아버지한테 얘기했니?"입니다. 청년 김광림은 아버지한테 탈향(脫鄕)의 이유를, 이향(離鄕)의 전말을 말씀드리지 않고서 남행 열차에 몸을 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종적을 감춘 아들의 소식을 알아보고자 딸을 앞세워 아들 친구의 집을 찾아 나섭니다. 시인인들 그리 멀지 않은 어느 날 귀향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말씀드리지 않았지, 그것이 영원한 생이별의 순간임을 알았더라면 작별의 인사도 고하지 않고 떠나왔겠습니까. "걱정이 태산 같으시더라." 이 한 행 속에는 아버지의 정이 소복이 담겨 있는 정도가 아니라 흘러 넘치고 있습니다. 흘러 넘치는 그 부정(父情)이 독자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야 이 자슥아 정신차려/올해 부모님 춘추 어떻게 되시니"입니다. 마지막 대작을 위해 찾아온 친구는 일신의 안전을 위해, 혹은 시를 쓰겠다고 아버지한테 말씀도 안 드리고 고향을 떠난 시인 친구를 공박하며, 살아 계시면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고 묻습니다. 시인은 "그래 아버지가 나를 스물하나에 어머니가 열아홉에 두셨으니까 여든여덟에 여든여섯이 되셨을 거야"라고 대답합니다. 이 대답 속에는 살아 계실 확률보다는 돌아가셨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암시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앞쪽에서 "국회 청문회인들 이보다 더 가슴에 맺힐까"라고 자탄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뒤에 가서는 "내 따귀 실컷 갈겨주지 않을래"라고 자학하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시는 별다른 시적 기교를 동원하지 않고서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것을 솔직히 털어놓아 깊은 감동을 준 경우입니다. 여러분들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 가운데 가슴아픈 경험이 있으면 솔직하게 고백해보십시오. 수치심을 동반한 기억도 좋습니다. 그 체험이 소소한 것이건 대단한 것이건 체험은 여러분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학적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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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산정묘지 1 / 조정권

   

 

 

 

 

 

 

 

 

 

 

 

산정묘지 1 山頂墓地 1

 

                                조정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山頂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天上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天上의 一角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움직이는 것들도 이제부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침묵의 노래가 되어 침묵의 同列에 서는 것.

그러나 한 번 잠든 정신은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하나의 형상 역시

누군가 막대기로 후려치지 않는 한

다른 형상을 취하지 못하리.

육신이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헛된 휴식과 잠 속에서의 방황의 나날들.

나의 영혼이

이 침묵 속에서

손뼉 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면

어느 형상도 다시 꿈꾸지 않으리.

지금은 결빙하는 계절, 밤이 되면

뭍과 물이 서로 끌어당기며

결빙의 노래를 내 발밑에서 들려주리.

 

여름 내내

제 스스로의 힘에 도취하여

계곡을 울리며 폭포를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들은 얼어붙어 있다.

계곡과 계곡 사이 잔뜩 엎드려 있는

얼음덩어리들은

제 스스로의 힘에 도취해 있다.

결빙의 바람이여,

내 핏줄 속으로

회오리치라.

나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나의 전신을

관통하라.

점령하라.

도취하게 하라.

山頂의 새들은

마른 나무 꼭대기 위에서

날개를 접은 채 도취의 시간을 꿈꾸고

열매들은 마른 씨앗 몇 개로 남아

껍데기 속에서 도취하고 있다.

여름 내내 빗방울과 입 맞추던

뿌리는 얼어붙은 바위 옆에서

흙을 물어뜯으며 제 이빨에 도취하고

바위는 우둔스런 제 무게에 도취하여

스스로 기쁨에 떨고 있다.

 

보라, 바위는 스스로의 무거운 등짐에

스스로 도취하고 있다.

허나 하늘은 허공에 바쳐진 무수한 가슴

무수한 가슴들이 소거(消去)된 허공으로,

무수한 손목들이 촛불을 바치면서

빛의 축복이 쌓인 裸木의 계단을 오르지 않았는가.

정결한 씨앗을 품은 불꽃을

天上의 계단마다 하나씩 바치면서

나의 눈은 도취의 시간을 꿈꾸지 않았는가.

나의 시간은 오히려 눈부신 성숙의 무게로

침잠하며 하강하지 않았는가.

밤이여, 이제 출동명령을 내리라.

좀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나의 핏줄을 나의 뼈를

점령하라, 압도하라, 관통하라.

한때는 눈비의 형상으로 내게 오던 나날의 어둠,

한때는 바람의 형상으로 내게 오던 나날의 어둠,

그리고 다시 한때는 물과 불의 형상으로 오던 나날의 어둠.

그 어둠 속에서 헛된 휴식과 오랜 기다림

지치고 지친 자의 불면의 밤을

내 나날의 인력으로 맞이하지 않았던가.

어둠은 존재의 處所에 뿌려진 生木의 향기

나의 영혼은 그 향기 속에 얼마나 적셔 두길 갈망해 왔던가.

내 영혼이 나 자신에게 축복을 주는 휘황한 白夜를

내 얼마나 꿈꾸어 왔던가.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 누더기,

영혼이 그 위를 지긋이 내려 누르지 않는다면.

 

 

조정권 시집 < 산정묘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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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근성 / 조정권

 

     

 

 

 

 

 

 

 

 

근성

 

                                조정권

 

배추를 뽑아 보면서 안쓰럽게 버티다가

뽑혀져 나온 뿌리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뿌리들이 여지껏 흙 속에서 악착스럽게 힘을 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뿌리는 결국 제 몸통을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배추를 뽑아 보면서 이렇게 많은 몸뚱이들이 제각기 제 뿌리를 데리고 나옴을 볼 때

뿌리들이 모두 떠난 흙의 숙연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배추는 뽑히더라도 뿌리는 악착스러우리만큼 흙의 혈을 물고 나온다

부러지거나 끊어진 뿌리에 묻어 있는 피

이놈들은 어둠 속에서 흙의 육을 물어뜯고 있었나 보다

이놈들은 흙 속에서 버티다가 버티다가

제 하반신을 독하게 스스로 잘라 버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뽑혀지는 것은 절대로 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뽑혀지더라도 흙 속에는 아직도 뽑혀지지 않은 그 무엇이 악착스럽게 붙어있다

흙의 육을 이빨로 물어뜯은 채

 

 

조정권 시집 < 산정묘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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