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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만만세 2
2016년 02월 06일 23시 37분  조회:5086  추천:0  작성자: 죽림
   
 
 
  상희구 시인.
 
 
  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장.
 
 
 

◆토박이말 발굴·조명에 힘쓰는 대구경북 사람들

토박이말 발굴 및 조명에 힘쓰고 있는 대구경북 사람들이 있다. 경상도 사투리를 발굴해 시를 쓰며 대구의 인문지리도 집대성하고 있는 상희구 시인과, 약 40년간 현장 중심 방언 연구에 매진하며 경상도 방언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장을 만나봤다.

대구풍물-상희구

용두방천에는 돌삐이가 많고

무태에는 몰개가 많고

쌍디이못에는 물이 많고

깡통골목에는 깡통이 많고

달성공원 앞에는 가짜 약장사가 많고

진골목에는 묵은디 부잣집이 많고

지집아들 짱배기마 씨가리랑

깔방이가 억시기 많고

칠성시장에는 장화가 많고

자갈마당에 자갈은 하나도 안 보인다

*돌삐이: 돌멩이

*몰개: 모래

*쌍디이못: 쌍둥이 못, 신천교에서 동대구역 방향으로 가다가 왼쪽 편에 있었다.

*깡통골목: 6`25 전란 후 인교동에는 깡통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드는 소공장이 많았다.

*진골목: 묵은 부자가 많이 살았던 역사가 있는 골목으로 골목이 길다고 진골목으로 부른다.

*짱배기마중: 머리통마다

*씨가리: 이의 알

*깔방이: 아주 작은 새끼 이

*억시기: 매우

*칠성시장에는 장화가 많고: 옛날 칠성시장에는 비만 오면 여간 진창길이 아니어서 장화가 없이는 도저히 다닐 수가 없었다.

*자갈마당: 대구의 이름난 유곽촌

◇"경상도방언 시 500편 언어+서사+생태+정서 대구 인문지리 집대성" …'大邱詩誌' 출간 상희구 시인

 

"경상도 방언으로 시를 쓰다 보면 뭔가 긴가민가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돌아가신 어머니를 머릿속에 불러 여쭤봅니다. 언어 감각이 뛰어나셨던 어머니는 고향인 청도의 방언을 생활 속에 구성지게 풀어내셨습니다."

10집 완간을 목표로 모어로 읽는 연작 장시 '대구' 시리즈를 쓰고 있는 대구 출신 상희구 시인. 그에게 모어(母語)란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고리다. 단순히 어머니가 구사했던 어휘이기도 하지만, 당신이 살았던 시대의 풍속을 담고 있고, 당신이 교감했던 민초들의 희로애락도 묻어난다. 결국 상희구 시인의 방언 시 쓰기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경상도 방언의 복원이면서, 대구의 언어`서사`생태`정서 등 무형유산을 집대성하는 작업인 셈이다.

◆방언학계가 주목하는 경상도 방언 시

상희구 시인은 2012년 시리즈 1집을 펴냈고 2015년 5집까지 발간했다. 모두 500여 편의 방언 시를 수록했다. 이들을 묶은 합본집인 대구시지(大邱詩誌) 상권도 2015년에 출간됐다.

상희구 시인의 작업은 두 가지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하나는 사라진 경상도 방언 복원 측면이다. 국내 방언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경상도 방언 연구 권위자인 이상규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전 국립국어원장)가 상희구 시인에게 가칭 '상희구 경상도 방언 시어 사전' 집필을 제안하고 있을 정도다. 시리즈 10집까지 나오면 그동안 상희구 시인이 새롭게 발굴한 경상도 방언 어휘는 1만여 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방대한 분야를 다루는 대구 인문지리 집대성 측면이다. 상희구 시인은 각 작품마다 풍부한 해설 및 각주를 곁들인다.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방대한 양의 자료 조사 및 현지답사를 한다. 그러다 보니 시 작품만큼 귀중한 부연 설명이 곁들여지는 것. 여기서 부연은 더는 부연이 아니게 된다. 시에 쓰인 방언의 뜻, 소재로 다룬 당시 인물에 대한 평, 시에는 등장하지만 이제는 사라진 장소의 구체적인 위치 등에 대한 설명은 자료 제공의 의미와 시집을 읽는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대구의 뿌리 다룰 6~10집

상희구 시인은 앞으로 출간할 시리즈 6~10집에서도 두 가지 측면을 완성도 높게 구현할 계획이다. 이들을 묶어 대구시지 하권도 발간할 계획인데, 제목을 '대구달성시지'로 바꾸기로 했다. 시의 소재가 대구 달성군 지역에 많이 산재해 있어서다.

상희구 시인이 밝힌 시리즈 6~10집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3, 4월 중 발간할 6집은 대구의 사찰, 재실, 서원을 다룬다. 역시 달성군에 소재가 참 많다. 그래서 제목을 '비슬산 유가사'로 정했다. 사찰, 재실, 서원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펼친 사회에 대한 기여,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의미도 강조할 계획이다. 7집은 대구의 전설, 설화, 옛 지명에 대해 얘기한다. 8집에는 '신대구 10경'을 선정해 시로 써서 수록한다.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1420~1488)이 대구의 명소 10곳을 정해 대구 10경을 읊은 지 500여 년 만이다. 상희구 시인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 및 역사성을 모두 갖춘 대구의 새 풍경을 고르고, 대구에서 활동하는 시인들과 함께 시를 집필할 계획이다. 9`10집은 대구의 산과 강을 담아낸다. 1집에서 장시 '금호강'을 선보였다면, 10집에는 대작 '팔공산'을 수록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계획이다.

"2017년 12월 10집 출간을 목표로 시 쓰기, 자료 조사, 현지답사를 부지런히 병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오만가지 감회를 '시'라는 흔적으로 남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의성군 18개 읍·면 싹∼ 방언 샅샅이 뒤졌니더" 40년 연구 '사투리 박사' 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장

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장이 방언 연구에 본격적으로 빠져든 시기는 1970년대 말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시절이다. 국내 방언 연구의 선구자인 최명옥 교수(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당시 영남대에 와 있었다. "최 교수님과 2박 3일 동안 경산 용성면에 가서 함께 먹고 자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언을 조사했습니다. 그때 최 교수님의 열정을 보고 저도 방언 연구의 길로 들어섰어요." 이어 대학 졸업 후 국어 교사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방언 연구를 위해 뛰어다닌 기간이 약 40년이다. 2015년 8월에는 대구 혜화여고에서 퇴직하고 연구소를 차렸다. "먹고살 만하면 함께 방언 연구하자"던 은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평생 열정 바친 고향 방언 연구

그동안 전국 곳곳의 방언을 찾아 누빈 신승원 소장이 특히 파고든 방언이 있다. 고향인 경북 의성의 방언이다. 고향에 가서 방언을 수집하라며 최명옥 교수가 시킨 여름방학 숙제를 시작으로, 학`석`박사 학위 모두 의성 방언을 연구해 받았다. '의성지역어의 지리방언학적 고찰' 등 저서도 여러 권이다. 방언 연구는 흔히 시`군 단위로 진행되는데, 가령 한 개 군의 몇 개 읍`면만 골라 조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신승원 소장은 오랫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의성군 18개 읍`면을 여러 차례에 걸쳐 전수 조사했다.

"의성 방언은 경상도 방언의 축소판입니다. 지리적으로 경북의 중심에 있고요. 사방으로 인접한 지역과 방언을 공유하며 곳곳의 방언이 서로 다른 색깔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로 갑니까?/ ~에 갑니다."라는 말만 봐도, 의성 북쪽 지역은 인접한 안동의 '가니껴?/ 가니더.', 남쪽 지역은 붙어 있는 군위의 '가능게?/ 가누마', 서쪽 지역은 이웃한 상주의 '감니까?/ 가여.'로 나뉜다.

 

◆방언 쓰는 노인은 거대한 도서관

방언 연구는 참 힘들다. 현장을 누비며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조사 과정 자체도 힘들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점점 방언을 구사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신승원 소장만의 방언 조사 노하우는 이렇다. "시골은 날씨가 좋으면 다들 들에 나가 일을 하시죠. 그러니 날씨가 좋지 않을 때 가면 좋습니다. 인간관계를 잘 맺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서 농사일도 거들어주면서 친해져야 합니다. 또한 기다려야 합니다. 꼬치꼬치 캐묻기만 하면 상대방은 지치기 마련이니 긴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갖고 조사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피조사자는 타지가 아닌 같은 고향에서 자라 결혼하고 함께 살아온 노인 부부다. 방언을 꽤 온전히 구사할 뿐 아니라, 부부끼리 서로 거들어 주며 조사에 참여한다고. 이런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며 사라지고 있다. TV 방송과 스마트폰 SNS 등의 영향으로 시골도 표준어가 방언을 점차 잠식하고 있다. 그 지역 방언을 제대로 구사하는 피조사자는 이제 1개 읍`면에서 1명도 만나기 어려울 정도란다.

"방언을 구사하는 동네 어르신 한 분은 거대한 도서관입니다." 신승원 소장은 방언은 향토 정신문화의 보고라고 주장한다. 방언은 그 지역 고유의 풍습, 농기구 명칭, 건축 용어 등을 빠짐없이 가리키는데, 이게 표준어로는 대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어는 한국 방언의 총화입니다. 서울말도 중부지역 방언일 뿐입니다. 풍부한 언어생활과 각 지역의 정신문화 보존을 위해 표준어와 방언은 공존해야 합니다. 함께 국어사전에 수록돼야 합니다."

 

황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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