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한겨레]
‘으엉∼으엉∼’
짙은 황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유난히 선명한 한국호랑이 ‘두만’이는 옆 우리의 암컷 ‘한청’에게 연신 소리를 질렀다. `한청'도 비슷한 소리를 내며 창살 사이로 `두만'에 코를 들이댔다. `한청'을 가운데 두고 `두만'과 맞은편에 자리 잡은 ‘우리’는 누워 딴청을 피웠지만 귀는 ‘쫑긋’ 둘을 향해 있었다.
23일 경북 봉화군 춘양면 국립 백두대간수목원 안에 있는 ‘호랑이 숲’에서 방사를 앞두고 적응 훈련이 한창인 한국호랑이(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백두산호랑이라고도 불린다) 세 마리를 둘러봤다. 호랑이 숲은 축구장 7개 면적인 4만8000㎡ 터에 소나무 등 자생 수종과 바위, 언덕, 시냇물이 있어 관람객이 비좁은 우리에 갇히지 않고 자연과 비슷한 상태에서 사는 한국호랑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호랑이 방사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호랑이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맹수이기 때문에 섣불리 함께 풀어놓을 수 없다. 각 호랑이의 개인사와 상태가 중요한 이유다.
‘두만’이는 국립수목원에서 지난해 1월 옮겨온 잘생긴 한국호랑이 수컷이다. 나이가 17살로 평균 수명 20살에 견줘 사람으로 치면 70대의 늙은 호랑이다. 2005년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 기념으로 기증한 두 마리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호랑이 보호·증식 시설인 호림원 출신인데, 함께 온 암컷 ‘압록’은 1년 만에 숨졌다. 호랑이 사육 담당자인 민경록 산림동물관리팀 주임은 “오래 홀로 생활해서인지 암컷을 보자 반갑게 구애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한청’과 ‘우리’는 서울동물원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이곳에 왔다. ‘한청’은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였던 호돌이·호순이의 3세대 손녀로 13살이다. 출산 경험이 없고 사람 나이로 50∼60대여서 2세 생산 가능성은 없다고 수목원 쪽은 본다. 민씨는 “한청이 사람이나 새로운 시설에 대한 경계심은 많지만 호랑이끼리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밝은 성격”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7살로 세 마리 호랑이 가운데 가장 젊고 덩치도 크다. 체중은 ‘두만’이 200㎏이고 ‘우리’는 220∼230㎏일 것으로 본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호랑이 이미지와 가장 가깝다”라고 민 씨는 말한다. 줄무늬가 선명하고 얼굴이 크고 카리스마 있게 생겼다. 그러나 식탐이 심해 “사료통만 봐도 뛰어온다”.
세 마리 가운데 호랑이 숲에 방사될 첫 후보는 ‘한청’과 ‘우리’의 짝으로 일찌감치 정해졌다. ‘두만’과 ‘우리’를 이웃해 배치했더니 심하게 다퉈 함께 풀어놓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덩치 큰 ‘우리’가 공격적이어서 위험이 크다고 봤다. 이미 ‘한청’과 ‘우리’는 호랑이 숲의 일단계 방사장 외출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느긋했지만 ‘두만’은 ‘한청’을 바라보며 애가 탄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밤중엔 온돌이 놓인 내실에 머물고 간이방사장을 오가며 쉬다가, 호랑이 숲의 방사장 일부 구역에 나가 적응 훈련을 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축구장 1개 면적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전기 울타리를 설치했다. 수목원 쪽은 호랑이들의 이동공간을 차츰 늘려 3월 말에는 호랑이 숲 전체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호 수목원 주제원관리실장은 “호랑이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보기엔 답답할 정도로 더디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방사될 호랑이 3마리를 돌보는 인력은 전담 수의사를 포함해 5명이다. 호랑이는 매일 닭 4∼5㎏과 소고기 1.5∼1.7㎏을 아침과 저녁에 먹는다. 1주일에 하루는 “위장을 비우고 사료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먹이를 주지 않는다.
관람객은 숲 안이 아니라 높은 울타리가 쳐진 숲 밖의 전망대에서 호랑이를 관찰하게 된다. 호랑이 숲의 일반 공개는 백두대간수목원이 정식 개원하는 오는 4∼5월께 이뤄질 예정이다.
///봉화/조홍섭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