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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만만세 6
2016년 02월 07일 00시 03분  조회:5061  추천:0  작성자: 죽림
 
  7개 지역 사투리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 연극 '별어곡'. 극단 한울림 제공
 
 
   
 
 
 

사투리는 글로 적고 읽는 것에 앞서 말로 발음하고 듣는 것이다. 지난주 '[사투리 만세]서울말만 국어라꼬예?⑤-문학과 사투리'에서 사투리를 사용함으로써 그 지역의 정서와 환경과 생활상을 더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는 문학 작품들에 대해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역시 같은 맥락으로 사투리를 도구로 쓰는 공연에 대해 알아봤다.

◆새로운 공연 언어로 주목받고 있는 사투리

지난해 2월 대구 연극계에서 흥미로운 시도가 펼쳐졌다. 대구를 비롯해 구미, 광주, 부산, 대전, 전주, 춘천 등 전국 7개 지역 극단 소속 배우들이 한 무대에 서는 연극 '별어곡'이 대구 남구 대명동 한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된 것이다. 대구의 극단 한울림을 포함해 전국 7개 지역 극단이 그저 교류 차원에서 합작한 것은 아니었다. 7개 지역 배우들이 저마다 살고 있는 지역 고유의 사투리를 대사로 구사했다.

배우로 출연한 것은 물론 연출도 맡은 오성완 푸른연극마을 대표는 "사투리와 사투리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연극 언어의 창출을 시도했다"며 "연극이 펼쳐지는 공간은 간이역 대합실이다. 만남과 떠남의 공간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일부러 배우들이 사는 지역 고유의 사투리를 대사로 구현했다. 전국의 사투리가 뒤섞인 독특하고 오묘한 무대가 만들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대구 남구 대명동 우전 소극장 무대에 오른 '삼도봉 미스터리'도 별어곡의 기차역 대합실과 닮은 공간을 극중 배경으로 썼다. 우리나라 지도를 살펴보면, '삼도봉'은 충청도와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실제 지명이다. 극 중 주요 인물들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여기에 강원도에서 누군가 삼도봉을 찾는다는 설정으로 강원도 사투리를, 또 요즘 농촌에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의 말까지 가미했다. 이 작품은 점점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농민들의 현실을 다뤘다. 삼도봉에서 그들은 경상도나 전라도나 충청도나 강원도나 그 어디나 현실은 서로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사투리는 서로 다르지만 또한 동일한 삶의 언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음악 사투리 '토리'를 아시나요?

우리 국악에는 '음악 사투리'가 있다. 그 개념이 꽤 체계적으로 잡혀 있다. 바로 '토리'다.

토리는 민요에서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음악적 특징, 독특하게 구별되는 노래 투'를 말한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음악적 특징, 예를 들면 민요를 구성하는 음, 그 음들의 기능, 음이 움직이는 방식, 발성법, 장식음 사용법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너무 전문적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분위기나 느낌이라고 뭉뚱그려 인식해도 되겠다. 사투리가 단어나 어휘의 뜻 외에도 어조와 억양 등을 통해 특유의 분위기나 느낌을 전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토리는 노랫말 말고도 노래의 분위기나 느낌을 전하는 음악적 요소들을 통칭하는 셈이다.

경기`충청 지역 민요에서는 경토리가 발견된다. 민요 '창부타령' '늴리리야' '경복궁타령'이 대표적인데, 보통 빠르기의 장단을 사용해 맑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서쪽 지역의 서도 민요는 수심가토리가 기반이다. 말 그대로 수심에 찬 애수를 느낄 수 있다. 그 표현 방법은 콧소리를 섞어 가만히 또는 얇게 떠는 것이다. 대표 민요로 '자진염불' '자진난봉가' '몽금포타령' 등이 있다. 반대쪽 동부민요의 특징은 메나리토리다. 이게 경상도 지역에서는 쾌활하고 활동적이며 강한 억양으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 강원도와 함경도에서는 탄식하거나 애원하는 듯한 슬픈 어조로 표현된다. 경상도 민요 '밀양아리랑'과 '옹헤야', 강원도 민요 '한오백년' 등이 유명하다. 경상도 민요의 상대 개념으로 쓰이며 '서편제'로 유명한 전라도 중심 남도민요는 육자배기토리를 쓴다. 격렬하게 떠는 음과 애절하게 꺾는 음이 특징이다. '진도아리랑'과 '강강술래'가 그렇다. 이런 토리의 특징을 참고하면 앞으로 민요를 레퍼토리로 구성한 국악 공연을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말, 표준화 벗어나 다원화로 가자

생활 언어나 언어학에서 서울 중심 표준어와 서울 이외 지역의 사투리가 나뉘는 것과 달리, 민요에는 저마다의 토리가 있을 뿐이다. 음악가들의 인식만 봐도 그렇다. 음악동인 '고물'은 2007년 '풍류-서울 사투리'라는 제목으로 경토리를 주제로 한 8차례의 국악 공연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참고로 경기민요라는 명칭은 있지만 서울(한양)민요라고는 따로 없다.

이 같은 인식은 다시 방언학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성우 인하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방언, 이 땅의 모든 말'에서 "서울말은 표준어의 모태가 되었지만 서울말이 곧 표준어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표준어는 '쌀로 밥을 하고'이지만 서울 토박이들은 '쌀루 밥을 허구'라고, 경기도의 동쪽 사람들은 '쌀로 밥을 해고'라고 표현한다. 결국 서울말은 표준말과 아주 가깝지만 사투리의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한국인 모두가 방언을 쓴다. 그 모든 방언을 아우를 때 비로소 그것이 한국어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상규 경북대 교수도 책 '방언의 미학'에서 "언어학자들이 모호하게 혹은 그릇 규정했던 방언을 식민지배자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모호한 말'로 그 가치를 폄하하고 훼손시켜 왔다. 표준어는 잘 분화되고 규범화된 형태인 반면 방언은 가치가 떨어지는 하위 변이형을 지닌 것으로 잘못 이해해 왔다"고 지적하며 "표준화에서 다원화의 관점으로, 자본 중심에서 변두리로 우리의 눈길을 되돌려야 한다. 소수의 언어인 변두리 방언의 미학이 우리의 일상 속에 소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 대표 사투리 브랜드 '단디'

대구은행 'DANDI' 카드·대구FC 이벤트 '단디타임'

사투리가 촌스럽다는 인식은 사투리 브랜드를 통해 바뀌고 있다. 뜻은 그대로 살리면서 한자어가 아닌 우리 고유어가 주는 특유의 재기발랄한 발음을 재조명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가 '확실히, 제대로, 똑바로' 등의 뜻을 지닌 사투리 '단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구은행이 2008년 발매한 금융카드 브랜드, 단디(DANDI)가 있다. 멋스러운 스타일을 가리키는 댄디(dandy)의 의미도 함께 넣은 브랜드다. 우리 지역 프로축구팀 대구FC는 2014년부터 조광래 단장이 경기장 입구에서 입장 관중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사인도 해주는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 명칭을 '단디타임'이라고 붙였다.

젊은이들도 두루 쓰고 있다. 계명문화대 식품영양조리학부 학생들은 2011년부터 제과제빵 동아리 '파티스리 단디'를 만들어 교육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티스리는 프랑스어로 제과사를 뜻한다. 한자어보다는 고유어인 사투리가 외국어와 잘 어울린다. 또 대구경북대학생 영상연합동아리 '단디'도 있다. 2013년 '귀요미송'을 작곡해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히트시킨 계명대 실용음악과 출신 힙합 프로듀서 겸 래퍼도 단디(DanDi`본명 안준민)다. 부모님께서 말씀하신 "단디 해라"는 말이 함께 살 때는 잔소리로 들렸지만, 객지 생활을 하면서 가슴에 와 닿아 짓게 된 예명이란다.

 

황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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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예? 맞지예!를
맞지藝? 맞지藝!로...

각기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지인들을 만나 대화를 하는 가운데 서울에 살고 있는 이가 “대구 사람들이 쓰는 ‘~ 예’라는 말이 정말 정겹게 들린다”고 말했다. 내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맞지예? 그렇지예!”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최근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그분이 눈치 챈 것일까?

막내로 자란 나는 어릴 적 나이 차 많은 언니와 오빠와 대화를 할 때 ‘맞제? 맞제!’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맞제? 맞제!’는 막내로서 결정권이 없던 내가 언니와 오빠에게 동의를 구함으로써 나의 행동에 확신과 용기를 가지기 위한 사전 의사결정 과정이었으며, 차후 꾸지람을 듣지 않기 위한 사전 포섭의 수단이었다. 어느 날 대학생이었던 언니는 “제발 ‘맞제? 맞제!’ 좀 쓰지 마라”라며 짜증을 냈다. 너무 촌스러운 동생의 사투리가 거슬리고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 부끄러웠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대답하기가 귀찮아서였을 것이다. 언니에게 지적을 당한 이후로 나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말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쓰게 된 ‘맞지예, 그렇지예’는 경상도의 많은 사투리 중에 가장 긍정적인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 콜센터의 표준말을 친절하게 사용하는 상담사와 전화를 할 때면 뭔가 2%의 부족함이 있다. 때로는 고객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도와주려는 상담사의 노고와 만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영혼 없는’ 친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관련 업무를 하고 문화예술 잡지를 만들면서 문화예술의 향유에 대한 욕구를 가진 많은 시민들을 만나게 되고 문의 전화도 많이 받게 된다. 그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받게 되면 “맞지예? 그렇지예!”를 섞어가며 맞장구칠 때가 많다. 대구 사람의 거센 억양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구 시민에게 문화예술이 가까이 있고 어렵지 않은 친근한 분야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나의 작은 노력이기도 하다. 또 상담기법의 1단계인 ‘공감’도 숨어 있다.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친근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은 상대의 경계심을 풀고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된다.

대구에는 많은 예술인들이 자신과 자기분야 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며 대구의 문화예술을 지키고 있다. 2016년에도 그들의 활발한 활동이 대구 문화예술의 꽃을 활짝 피웠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다른 분야, 다른 예술인들의 예술 활동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맞장구를 치며 활동을 격려할 수 있는 “맞지藝? 그렇지藝!” 행보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문화예술의 도시, 공연중심 문화도시 대구의 원동력은 많은 예술인들의 노력이 일구어낸 예술의 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맞지藝? 그렇지藝!”로 모든 예술인과 대구 시민들께 통했으면 한다.

 

남지민 대구예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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