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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가 개봉 되다...
2016년 02월 18일 23시 32분  조회:4729  추천:0  작성자: 죽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2월 16일,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가 옥사한 날이다. 이를 즈음하여 18일 71년 전 후쿠오카 감옥에서 29세 나이에 죽어간 그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 <동주>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윤동주(강하늘 분)와 그와 평생을 함께 한 또 다른 젊은이 송몽규 열사(박정민 분),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낸 각 군상의 모습을 담았다. 담담한 흑백화면 위로 순수하고 열정적이어서 아름다운 청춘이 녹아있다.

 

▲ 시인 윤동주(강하늘 분)와 청년 열사 송몽규(박정민 분)의 삶과 죽음이 담긴 영화 '동주'포스터(사진=배급사 딜라이트 제공)

 

북간도 룡정 명동촌, 같은 집에서 이종사촌 동갑내기로 태어난 윤동주와 송몽규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서로를 아끼면서도 성격은 서로 달랐다. 몽규는 활달하고 항상 자신의 뜻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신념대로 행동했다. 반면 동주는 소심한 듯 수줍고 조국의 현실을 아파하는 젊은이였다. 신춘문예 당선, 일본 교토제국대학 입학, 조선 학생모임 조직 등 항상 앞서가는 몽규의 행동력을 부러워하며 뒤를 따르는 윤동주.

 

▲ 영화 '동주'에서 행동파 송몽규 "너는 시를 써라. 총은 내가 든다" (사진=배급사 딜라이트 제공)

 

그러나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면 글을 써서 무엇 하겠느냐”며 “시는 세상을 바꾸는 데 약하다”는 몽규의 발언에 시에 대한 신념을 쏟아내는 동주의 모습은 결코 유약하지 않았다. 동주는 앞에 나서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조국의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이 문학의 뒤에 숨는 것이 아닌지 끊임없이 묻는다. 그것은 숨고 싶지 않다는 젊은 열사의 절규였다. 동주의 우상이자 동주의 시를 알아본 시인 정지용(문성근)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동주를 격려한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 전반을 ‘부끄러움’이란 단어가 관통하고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윤동주의 육필 시집에 담긴 시들에도 부끄러움이란 단어가 계속 눈에 띈다. 동주가 부끄러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영화에는 이들이 존경했던 세 명의 기성세대가 나타난다. 먼저 이름만 등장한 춘원 이광수는 한때 몽규의 우상이었다. 천재적인 문학가로 존경받았으나 일제에 편승해 한국청년의 징용을 찬양한 춘원 이광수. 몽규는 단호하게 그 이름조차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시대의 지성인으로 자신이 일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부끄러워했던 정지용. 일본인으로 태어났으나 군국주의의 망령을 비판하며 한국 젊은이의 신념을 사랑한 다카마스 교수. 부끄러움을 잊은 춘원과 부끄러움을 아닌 정지용과 다카마스 교수.

시대를 탓하지 않고, 정신을 잃거나 눈 감지 않고 뜨겁게 살아 낸 청춘, 동주와 몽규

 

▲ 영화'동주'에서 수줍은 문학청년으로 나온 윤동주(강하늘 분)

 

마지막 취조 받는 장면에서 교차 편집된 두 젊은이의 모습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등계 형사는 “전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할 때다. 아시아의 해방을 너희가 방해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있다.”며 군국주의를 정당화하려는 괴논리를 펼친다. 그러나 고등계 형사가 정당화하려는 군국주의의 모순과 부도덕함을 꾸짖으며 절규하는 두 젊은이.

몽규는 조선학생들을 선동하고 강제징용에 맞서 독립을 꾀하려 저항조직을 만들었다는 조서에 대해 “여기 적혀 있는 죄목들을 내가 해 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것이 한탄스럽다.”며 서명을 했다.

동주는 “이런 세상에 태어나서 시인이 되겠다고 그림자처럼 살았던 것이 부끄럽다. 그래서 여기 적힌 일들을 내가 했다고 할 수 없다.”며 서명을 거절했다. 행동은 달랐으나 그 가슴에 품은 신념은 같았다.

친일행위를 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대가 그랬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시대에 태어난 것이 원망스럽다. 당신도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나와 같이 행동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이들은 시대를 원망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냈다. 시대에 휩쓸려 정신을 잃거나 눈 감지 않았다. 정면으로 시대를 바라보며 세상을 사랑하고 마음껏 숨 쉬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주어진 시대를 탓하지 않고 뜨거운 가슴과 날카로운 이성으로 신념을 지킨 젊은 열정이 후세에 부끄럽지 않게 전해진다.

 

▲ 북간도 용정 명동촌에서 이종사촌간으로 태어난 윤동주와 송몽규가 급우들과 함께 '새명동'잡지를 등사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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