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동주, 흑백영화의 마력...
2016년 02월 21일 03시 40분  조회:3983  추천:0  작성자: 죽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흑백 저예산 영화라 깔보지 말라. 대한암흑기(일제강점기)의 상징으로 딱 맞는 기법이 아닌가. 자신의 속내를 숨겨야 하는 세상은 흑백의 세상이다. 화려한 칼라는 시선의 산만함을 가져온다. 흑백은 오직 인물의 표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몰입도를 높여 주는 장점도 있다.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에서 그 내면까지도 들여다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준익 감독은 '꿩 먹고 알 먹고'로 비유한 그 우스갯소리에도 뼈가 있는 말이다. 윤동주만 내세우기엔 영화적 서사가 부족할 것 같아서 다른 기둥으로 송몽규를 함께 대입했다고 한다. <왕의 남자>, <사도> 등을 만든 그 내공으로 <동주>를 110분 동안 몰입도 높게 끌고 갔다.

 

 

어둔 시대에 청춘을 구겨 넣고 떠난 윤동주는 지금까지 국민시인으로 많은 혜택을 보고 있지만 송몽규는 상대적으로 별로 평가되지 못한 인물이라 이의 발굴에도 힘을 보탠 것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산문부분 당선자인 송몽규는 결국 주권 잃은 현실임을 실감하고 독립단체에 참여하는 행동인이 된다. 그러면서 동주에게는 '너는 시를 써라 총은 내가 든다'고 하는 몽규의 말이 가슴에 아련히 남는다. 내성적이고 수줍은 많은 동주는 '시인이 되길 원했던 내가 부끄럽다'고 응수한다.

 

 

주권을 잃은 그 암흑의 시대에 지식인인 동주가 할 수 있는 것은 시 쓰는 일뿐이었다. 오랜 친구이자 외사촌 송몽규의 행동에 자극을 받아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암울한 시대 조국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도 그는 시를 썼다. 하지만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윤동주가 먼저 죽고 한 달 뒤 송몽규도 죽는다. 미완의 청춘 29살의 나이에 그들 둘은 광복 5개월을 남겨두고 대한 암흑기를 처절하게 살다 갔다.

 

 

'20대에 청춘을 마감한 아름다운 청년 그 청년이 남긴 시가 7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마음 한구석 깊이 숨어 있으며 때로는 그 것이 나를 울렁이게 한다'고 이준익 감독은 토한다. 그 시대적 아픔과 부끄러움을 묻어둘 때도 됐는데 왜 또 들춰내느냐고 책망하고 싶은데 그는 대변한다. '두 사람이 어떻게 어둔 시대를 이겨냈고 그 시가 어떻게 이 땅에 남았는지 그 과정을 영화로 담고 싶었다. 그리고 비명에 간 그들의 청춘과 그 시대를 위로하고 싶었다'는 게 이준익 감독의 의도이니 내가 어쩌랴.

 

 

영화엔 13편의 시가 나온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이란? 우리 천손민족에겐 별이란 하나의 초월 의지이며 온 곳으로 돌아갈 곳이다.

'별 헤는 밤'과 '서시' 가 인상적이다. 적진의 형무소 창에서 내다보는 밤하늘엔 초롱초롱한 별들만 가득하다.

 

 

형무소에서 알 수없는 약물주사를 맞고 각혈하면서 죽어갈 때 읊는 시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서시'는 그렇게 감정선을 절정으로 밀어 올린다. 이 영화의 전편을 흐르는 기조는 '부끄러움'이다. 어느 시대이건 부끄러움을 알고 사는 이는 덜 부끄러운 것인 만큼 지금 기득권 세대들에겐 부끄러움을, 젊은 세대들에겐 전쟁이나 식민의 상황을 그저 관념적으로만 여길 뿐 구체적 감각을 인지하는 지를 거듭 묻고 있는 듯하다.

 

 

영화를 본 후 내 삶의 의미가 겹쳐진다. 주권 없는 대한 암흑기를 당시 지식인들이 빠져 나가야 하는 어둠이듯이 나는 이 자본의 어두운 터널을 어떻게 빠져 나가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좌절감만 엄습해서 나를 당혹하게 하고 아릿한 뒷맛을 만든다.

 

 

시의 정서만이 나를 후려치는 게 아니라 시대상의 아픔이 사정없이 나를 후려치는 채찍이다. 요즘 말하는 참여문학의 개념이 아닌 문학의 본질이자 시대적 아픔을 녹여낸 문학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그것이 문학의 역할이 아닐까? 문학은 대중들 앞에서 큰소리로 선동하는 것이 아니고 대중들의 밑가슴에서부터 공감을 갖게 해서 스스로 뒤에서 밀고가는 저력이 아닐까 한다. 소위말해서 '정서적 공감'이랄까.

 

 

당시 몽규에게는 일제라는 구체적인 싸워야 할 적이 있었고 동주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거대한 힘과 자기 정체성의 괴리에서 오는 인간적인 부끄러움을 대중들의 정서로 확대하고 있다.

 

 

이 시대 알수 없는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현재 나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하는 나의 정체성마저 놓쳐버린 이 시대의 정신적인 고아가 되어 버렸다는 자각이다. 무엇과 싸워야 하고 어떤 정체성을 갖고 대항해야 하는지?… 현재 이 어려운 세상과 싸우는 나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이는 진정 없는가? 한마디로 '방황'이란 대응으로 투정질을 부려볼 뿐이다.

 

 

 

 

글/정노천(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163 볼세비키/ 정세봉(제목 클릭하기... 訪問文章 클릭해 보기...) 2024-07-13 0 640
2162 프랑스 시인 - 기욤 아폴리네르 2021-01-27 0 3996
2161 미국 시인 -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2021-01-26 0 2700
2160 미국 시인 - 월러스 스티븐스 2021-01-26 0 2608
2159 미국 시인 - 로버트 프로스트 2021-01-26 0 2598
2158 미국 시인 - 엘리엇 2021-01-26 0 2959
2157 미국 시인 - 에즈라 파운드 2021-01-26 0 2848
2156 미국 시인 - 엘리자베스 비숍, 에이드리언 리치 2021-01-26 0 2861
2155 미국 시인 - 제임스 디키 2021-01-26 0 2621
2154 미국 시인 - 필립 레빈 2021-01-26 0 2747
2153 미국 시인 - 리처드 휴고 2021-01-26 0 2497
2152 미국 시인 - 시어도어 레트키 2021-01-26 0 2668
2151 미국 시인 - 존 베리먼 2021-01-26 0 2768
2150 미국 시인 - 앤 섹스턴 2021-01-26 0 2801
2149 미국 시인 - 실비아 플라스 2021-01-26 0 2458
2148 미국 시인 - 칼 샌드버그 2021-01-26 0 2866
2147 시적 개성 목소리의 적임자 - 글릭; 노벨문학상 문턱 넘다... 2020-10-09 0 2903
2146 고대 음유시인 - 호메로스 2020-03-09 0 4163
2145 프랑스 시인 - 폴 엘뤼아르 2020-03-01 0 4110
2144 한국 시인, 생명운동가 - 김지하 2020-01-23 0 3928
2143 한국 최초 시집... 2019-12-16 0 4173
2142 조선 후기 시인 - 김택영 2019-12-06 0 3995
2141 토속적, 향토적, 민족적 시인 - 백석 2019-11-18 0 6131
2140 한국 최초의 서사시 시인 - 김동환 2019-10-30 0 3862
2139 한국 순수시 시인 - 김영랑 2019-09-29 0 5800
2138 [시인과 시대] - 문둥이 시인 2019-08-07 0 4378
2137 일본 시인 - 미야자와겐지 2018-12-18 0 4602
2136 "쓰레기 아저씨" = "환경미화원 시인" 2018-11-15 0 4179
2135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고추밭 2018-08-20 0 4657
2134 동시의 생명선은 어디에 있는가... 2018-07-09 2 3756
2133 인도 시인 - 나이두(윤동주 흠모한 시인) 2018-07-09 0 4586
2132 저항시인, 민족시인, "제2의 윤동주" - 심련수 2018-05-28 0 5404
2131 페르시아 시인 - 잘랄 앗 딘 알 루미 2018-05-04 0 5753
2130 이탈리아 시인 - 에우제니오 몬탈레 2018-04-26 0 5732
2129 프랑스 시인 - 보들레르 2018-04-19 0 7120
2128 윤동주가 숭배했던 시인 백석 2018-04-05 0 5466
2127 일본 동요시인 巨星 - 가네코 미스즈 2018-03-31 0 5568
2126 영국 시인 - 월리엄 블레이크 2018-03-22 0 3610
2125 오스트리아 시인 - 잉게보르크 바하만 2018-03-06 0 4809
2124 미국 시인 - 아치볼드 매클리시 2018-02-22 0 5437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