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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위대한 문자다.
그러나 한국말은 매우 어려운 언어로 꼽힌다. 한국말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한자 외래어의 범람이다. 한자어로 된 동음이의어가 많다 보니 한글로는 같은 글자인데 된소리로 구분해 발음해야 의미가 전달되는 단어들이 허다하다.
한글로는 ‘대가’라고 표기되는 ‘大家’와 ‘代價’의 경우 각각 ‘대가’ ‘대까’로 구분해야 상대가 알아듣는다. 방송 아나운서들은 대중들이 대부분 ‘효꽈’라고 발음하는 ‘效果’를 ‘효과’라고 부드럽게 읽으며 그게 맞다고 한다. 그래놓고 ‘成果’는 ‘성꽈’로 발음한다. 동일한 ‘과’(果)자인데 왜 발음이 다를까. 그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은 없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한자어가 많다는 점도 한국말 난이도 상승의 원인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보자. 영어에서는 ‘death’면 족하고, ‘죽다’도 ‘die’나 ‘is dead’ ‘is gone’ 정도면 통용된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윗분에게 ‘죽었다’라고 하면 왠지 불경스러운 것 같아 죽음을 뜻하는 각종 한자어가 동원된다.
사망, 별세, 작고, 운명, 영면, 하직, 소천, 열반, 입적, 선종, 서거, 승하, 붕어. 이게 다가 아니다.
서거, 영서, 장서, 둔세, 서세, 기세, 잠매….
대상의 지위와 신분에 따라 각기 다른 한자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집단적 강박증이 이 사회를 감싸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대통령 ‘존영’(尊影) 반납 논란이 그랬다. ‘대통령 액자 사진’이라고 쉽게 표현할 수 있었는데 공당이 ‘존영’이라는 생경하고 낯뜨거운 용어를 써 논란을 더 키웠다.
... 뉴스에서 등장한 ‘옥새 투쟁’이라는 표현도 시대착오적이다. 적합한 단어로 ‘당대표 직인’이 있는데도 ‘임금의 도장’을 뜻하는 왕조시대적 단어가 언론에 무비판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언론 종사자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영화 ‘내부자’에 보면 전율스러운 대사가 나온다. 배후 실력자로 묘사된 조국일보 논설위원 이강식이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나는 존영`옥새라는 단어가 불편하다. 그 말에서 국민을 장기판 졸(卒)이라고 보는 위정자들의 속내를 본 것 같아서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는 변했건만 그들의 마음은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 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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