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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창작에 있어서 선행되어야 할 조건은 작품의 핵심이자 정신이 되는 시상(詩想)과
주체이다. 이것은 시인이 사물을 바라보았을 때 일어나는 감정의 반응, 그리고 강렬한 감수
성의 순화를 거쳐서 얻어지는 것이며 그렇게 되자면 대상의 본질을 파헤쳐 그 내면에 잠재
된 새로운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시창작의 기본이 된다.
# 남의 작품을 많이 읽어라.
시인은 온갖 체험을 맛보아야 한다. 그러자면 남의 체험도 자기 체험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남의 체험을 자기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의 기초가 바로 독서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남의 체험을 자기 체험으로 축적시키고 나아가 자기의 직접체험을 시도할 수 있는 기
본이 되며 자기의 생각을 깊고 넓게 하는 작업이다.
특히 시창작을 위한 독서는 남의 시를 많이 읽으므로서 그 작품이 노래하고 있는 시인의 마
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더불어 사물이 시인의 심성에서 어떻게 용해되어 시적 형상화로
표출된 것인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무심코 바라보면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그저 그런대로 아무 감흥을 느끼게 하지 못할 것
이다. 그러나 들에 피어 있는 보잘 것 없는 작은 풀꽃 한 줄기나, 하늘을 무심코 떠 다니는
그름 한 점에 내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실어보면, 거기에서 남다른 감흥과 느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때를 놓치지말고 그 생각을 메모해 보라. 그 기록들이 모이고 쌓이면 남다른 생
각과 느낌으로 나타나는 한 편의 작품으로 형상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때로 미치광이처럼 혼자 흥얼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감흥에 심취되어 덩실덩
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춤을 추기도 한다. 그 것이 바로 자기 창조를 기뻐하는 시인의 마음
이요. 시에 몰두하는 시인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 많이 써 보라.
시창작의 기초는 모방에서 시작된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창작의 전제
조건은 선행된 결과에서 재창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 번쯤 다음과 같은 의아심
을 가지게 된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수많은 시인들이 사물을 시적으로 형상화 시켜서 표출해낸 그 많은 작
품들이 있는데 내가 새삼스럽게 지금 무엇을 쓰자는 것일까? 하고--그런데 그러한 생각은
극히 어리석은 생각으로 일축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도 달라지고, 또한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도 새로워지기 마련이다. 마
치 이세상 사람들은 각기 자기 얼굴 모습이 다르듯이 또한 생각하는 바도 제각각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어리석은 질문은 해소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위에서 시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하였다. 그러면 그 실제의 예를 박목월의 <산사
山寺>라는 작품을 기본으로 정해 놓고 예시해 보기로 하자.
*원작 산사(山寺)
목어(木魚)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아이는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삼 만리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모방작 산사(山寺)
목탁을 똑딱똑딱 치다가
마음이 치쳐
늙은 스님네는
산을 응시했다.
어린 동승은 청산처럼
침묵속에 앉았는데
마음 깊은 억겁의 길
타는 단풍불 속에
가을이 탄다.
위의 예시에서 원작과 모방작을 비교해 보면 시창작의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모방에서 시
작된다는 생각은 이해될 줄로 안다. 이와 같이 계속 수련을 통해서 작품을 쓰다가 보면 저
절로 자기가 착상해서 짓게되는 자기다운 작품을 얻게 될 것이다.
첫 술에 배가 불러질 수 없듯이 작품의 모양새를 갖추지 않았더라도 모래 속에서 자금을
얻어내듯이 꾸준한 수련의 과정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흙 속에서 옥을 찾듯 내 안
에서 보배스러운 내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요. 옥은 갈고 닦는 수련을 거칠 때 그것은
값진 보석으로 남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작의 진가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습작으로 인해 쌓인 원고지가 자기 키만큼은 쌓
여져야 한다는 말은 또한 다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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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다짐 / 홍해리
다짐
홍 해 리
적당히 게으르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오면
그게 아니고.
조금은 무심하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서면
그게 아니고.
홍해리 시집 <애란> 중에서
홍해리(洪海里) 연보
충북 청원 출생.
1964년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
1969년 시집 <투망도> 출간.
1975년 시집 <화사기> 출간.
1976년 시집 <무교동> 출간.
1977년 시집 <우리들의 말> 출간.
1980년 시집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출간.
1983년 시선집 <洪海里 詩選> 출간.
1987년 시집 <대추꽃 초록빛> 출간.
1989년 시집 <청별> 출간.
1992년 시집 <은자의 북> 출간.
1994년 시집 <난초밭 일권 놓고> 출간.
1996년 시집 <투명한 슬픔> 출간.
1998년 시집 <애란> 출간.
2006년 시집 <봄, 벼락치다> , <푸른 느낌표!> 출간.
2008년 시집 <황금감옥>, 시선집 <비타민 詩> 출간.
2010년 시집 <비밀> 출간.
현재: 월간『우리詩』대표 및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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