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노천명 - 사슴
2016년 05월 01일 18시 51분  조회:3774  추천:0  작성자: 죽림

 

사슴

 

노 천 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1938년>
▲ 일러스트=잠산

노천명(1911~1957) 시인은 어릴 때 홍역을 앓아 사경을 헤매다 다시 소생했는데 이 때문에 이름을 '천명(天命)'으로 바꾸었다. 하늘로부터 다시 받은 목숨으로 천수(天壽)를 누리라는 뜻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나 평생 독신으로 살다 1957년 타계했다. 노천명 시인은 고독의 차가운 차일을 친 시인이었다. 실제로도 고독벽이 있었다. 시 '자화상'에서 자신의 풍모를 "몹시 차 보여서 좀체로 가까이 하기 어려워한다"라고 썼고, "꼭 다문 입은 괴로움을 내뿜기보다 흔히는 혼자 삼켜버리는 서글픈 버릇이 있다"라고 썼다.

이 시는 한 마리의 사슴을 등장시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시인은 사슴의 몸통과 다리를 배제한 채,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처럼 사슴의 목 윗부분을 그려낸다. 관(뿔)을 쓴 '높은 족속'으로 스스로를 도도하고도 고고하게 표현하지만, 2연에서는 물리칠 수 없는 마음의 통증을 보여준다. 마음의 통증은 어디에서 연유할까. 노천명은 많은 시편에서 어릴 때의 평온했던 시간으로 귀소하려는 욕구를 드러낸다. "절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우에 돋고", "삼밭 울바주엔 호박꽃이 화안한 마을"로 시인의 마음은 자주 이끌린다. 그 시간들은 화해와 무(無)갈등과 동화적인 세계이다. 그런 세계를 동경하는 화자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마음의 결손을 유발한다. 그 괴리의 거리와 슬픔의 크기를 시인은 가냘프고 긴 사슴의 목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삶은 고독과 갈등의 경전이다. 우리는 이 세상의 몸을 받을 때부터 고독의 의복을 입고 태어났다. 그러나 우리는 고독의 정면(正面)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고독의 시간이라야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를 만날 수 있고, 그때 참회와 기도가 생겨나게 되지만. 해서 모든 종교적인 시간은 고독의 시간이지만. 릴케의 표현처럼 "고독은 비와도 같은 것"이며, "(고독은)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같은 잠자리에서 함께 잠을 이루어야 할 때"처럼 흔하게 찾아오는 것. 너무나 마음 쓸 데가 많아서 도무지 고독할 시간조차 없다고 말하지 말자. 이 시를 애송하는 시간에라도 우리는 우리의 근원적인 고독의 시간을 살자. 나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자. 고립감이 자기애로 나아가더라도. 설혹 자기애에 빠져 나르키소스처럼 한 송이의 수선화로 피어나더라도.

남빛 치마와 흰 저고리를 즐겨 입었다는 노천명 시인은 한국시사에서 시적 대상을 시적 화자와 겹쳐 놓음으로써 현대 서정시의 동일성 시학을 선보인 최초의 여성 시인이었다.[문태준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82 詩란 삶이 이승사자를 찾아가는 과정속의 울음이다... 2016-10-20 0 3448
1681 "말똥가리" 스웨덴 시인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2016-10-20 0 4137
1680 폴란드 녀류시인 - 비수아바 심보르스카 2016-10-20 0 4175
1679 고대 그리스 녀류시인 ㅡ 사포 2016-10-20 0 4200
1678 고대 그리스 맹인 음유시인 - 호메로스 2016-10-20 0 4817
1677 神들은 문학과 취미의 부문에 속하다... 2016-10-20 0 4302
1676 최초로 음악가가 "노벨문학상"을 걸머쥐다... 2016-10-19 0 4728
1675 <밥> 시모음 2016-10-19 0 3314
1674 詩를 쓸 때 꼭 지켜야 할것들아... 2016-10-19 0 3604
1673 詩란 백지위에서 나를 찾아가는 려행이다... 2016-10-18 0 3463
1672 락서도 문학적 가치를 획득할 때... 2016-10-17 0 4011
1671 詩란 낡아가는 돌문을 천만년 들부쉬는 작업이다... 2016-10-17 0 3725
1670 모든 문학예술은 련속성안에 있다... 2016-10-17 0 3672
1669 죽음은 려행이며 려행은 곧 죽음인것이다... 2016-10-17 0 3485
1668 시인으로서 살것인가 아니면 살인자로서 살것인가... 2016-10-16 0 4099
1667 한춘시인이여!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2016-10-16 0 3458
1666 마지막 단어라는것은 없다... 2016-10-16 0 3412
1665 무질서는 세계를 만들어낸다... 2016-10-16 0 3388
1664 동시 창작론 / 유경환 2016-10-16 0 3477
1663 동시 창작론 / 신현득 2016-10-16 0 3703
1662 미국 최후의 음유시인 - 월트 휘트먼 2016-10-16 0 5159
1661 모더니즘 대표적 영국 시인 - T.S.엘리엇 2016-10-16 0 6346
1660 詩란 언어비틀기가 오로지 아니다... 2016-10-16 0 4338
1659 詩는 태초부터 노래말, "활자감옥"속에 갇힌 문학 도망치기 2016-10-16 0 3287
1658 솔솔 동시향기 흩날리는 동시인 ㅡ 강려 2016-10-14 0 3034
1657 중국조선족 제2세대 대표적 시인 - 리상각 2016-10-14 0 3674
1656 詩에게 말을 걸어보다... 2016-10-14 0 3456
1655 음유시인 전통의 뛰여난 후계자 ㅡ 노벨문학상 주인 되다... 2016-10-14 0 4323
1654 詩란 막다른 골목에서의 정신과의 싸움이다... 2016-10-14 0 3226
1653 詩란 꽃씨앗을 도둑질하는것이다... 2016-10-14 0 3240
1652 난해한 말장난의 詩가 "최고의 현대시"인가?!... 2016-10-14 0 3246
1651 숟가락 시모음 2016-10-12 0 3550
1650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詩모음 2016-10-12 0 3753
1649 명태 시모음 2016-10-12 0 5542
1648 어머니 시모음 2016-10-12 1 4855
1647 명태여, 이 시만 남았다... 2016-10-12 0 3777
1646 영남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은 많아도 詩를 쓰는 놈은 딱 하나 영남 뿐! 2016-10-12 0 3184
1645 중국 조선족 시단의 기화이석 - 한춘시론 2016-10-12 0 3092
1644 詩의 독해(讀解)는 천파장 만파장이다... 2016-10-12 0 3291
1643 아버지를 좀 안아 드려야 할것같은 가을이다... 2016-10-12 0 3158
‹처음  이전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