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책> 시모음
2016년 05월 25일 07시 58분  조회:3525  추천:0  작성자: 죽림
<책 시모음>

+ 책

우리를 저 먼 땅으로 데려다주는 데
책만한 순양함은 없어요.
춤추는 시의 페이지만한
정기선도 없지요.
아주 가난한 사람도 여비 없는
이 여행을 즐길 수 있어요.
인간의 영혼을 담은 수레는
얼마나 검소한지요.
(에밀리 디킨슨·미국 여류 시인, 1830-1886)


+ 헌 책방

그래, 맞구나
어릴 적에 그리도 소원이었던 게
이다음 내가 어른이 되면
책방 주인이 되는 거였어.

소학교에서 돌아오는 한낮의 거리
두 평은 됨직한 긴 책방은
서대문 전찻길 옆에 기댄 채
늘 졸리운 듯 고즈넉했고
돋보기 안경 말고는
주인 모습조차 기억에 없지만
이 책 저 책 들치며
그 속에 주인공 되어 매일 즐겁던
그때, 그냥 책 속에 묻혀
얼른 크고만 싶었어.

그리도 즐겁던 날들은
어데로 사라지고
세월은 빈 껍데기만 내게 남겨 놓아
비좁은 방안에 키가 넘게 쌓아 올린
책은 읽을 엄두도 못 내니
끝내 묶은 다발로 내버리듯 비워내는
그런 허무(虛無)의 날들이여
이젠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
그날의 헌 책방
오늘은 안개꽃으로 둔갑되어
그 앞에 가슴을 앓고 있구나.
(장윤우·공예가 시인, 1937-)


+ 내 해묵은 책들이여

내 사윈
모습만큼이나
빛 바랜

속으로 지닌
높은 뜻으로 하여
깊은 밤
잠 아니 오는 시각엔
인생을 채색하는
나를 위해
무시로 불 밝혀 주었는데
나는
언제나
너의 깊음 속으로
스미지 못하나
그 숱한 세월
남한 땅 구석구석
찾아 헤매면서도
용케도 널
보듬고
가까이 하여
오늘에
이르렀음은
세간살이도
그 속에 찬 것도
세간살이가 놓인 곳도
보잘것없지만
언제나
널 뉘일 공터는
있었으니
너로하여
그것만으로도
자위하고픈
내 해묵은 인생이여!
(박귀훈·시인, 경북 영일 출생)


+ 잃어버린 추억

읽었던 책을
세월 지나 다시 읽는다.
그때 읽을 적
울었던 페이지에서
허허로이 웃음이 난다.
그때 울음이 그립다.

주-욱 읽다가
접혀 있는 페이지
이 한 장을 왜 접어두었는지
그때 내 마음 잃어버렸다.
(이재봉·시인, 1956-)


+ 네가 찾는 것

여름날 오후
헌 책방에서
네가 찾은 건
책이 아니다
땀을 흘리며
네가 찾는 건 너의
마음인지 모른다
여름날 오후
모자를 쓰고
먼지 속에서
네가 부지런히 찾는 건
시간인지 모른다
흘러간 시간
헌 잡지를 뒤지며
헌 잡지에 문득
코를 박는 건
너의 가슴을
박는 건지 모른다
길모퉁이 허름한
책방에서 오늘도
헌 책을 뒤지는
너의 손과 가슴과
부르튼 입술은
달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뛰어내려
헌 책방으로 달려가
헌 책을 뒤지는
너의 얼굴은
문득 흐려진다
(이승훈·시인, 1942-)


+ 책 찾기

분명히 어딘가 잘 두었는데
찾을 수가 없다
세 시간이 넘도록 구석구석 뒤져보았으나
헛수고였다
누구에게 빌려주지도 않았는데
가뭇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겨우 잃어버린 책을 찾는 데
이렇게 바쳐야 하다니……
지쳐서
의지등판에 기댄 채 졸다가
눈을 떠보니
바로 눈앞의 책상서가에
그 책이 비스듬히 꽂혀 있지 않은가
책 속의 진리처럼
(김광규·시인, 1941-)


+ 책 한 권이라도

지하철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아가씨
참 예쁘다

호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걷고 있는 모습보다
책 한 권 손에 들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아름답다

핸드백에
몸치장 용품만 가득한 것보다
마음 가꿀 수 있는
책 한 권 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꼭 詩集이 아니어도
가벼운 월간지라도

한가한 시간
책을 보는 여유
마음을 가꾸는 모습
참 아름다웁지 않은가!
(이문조·시인)


+ 책과 나

예쁜 여자 훔쳐 오듯 데려와 살았다

어느새 방 하나를 요구한다
저의 방 하나 마련하려 살아가는 나날이다

한때는 요행히 방을 준 적도 있었다
정중히 헤어질 것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남의 집에 저를 맡겨두고
먼데로 떠돌거나 가끔씩 들러 눈을 맞춰보기도 했다

뗄래야 뗄 수 없는 정 깊어진 여자

허기사 깊이 사랑하고 자식을 낳기도 하였다
드디어 늙어서는 먼지만 쌓인 네 몸뚱어리를
끝내 버리지 못하고 챙긴다

다시 욕구가 생길 때는
새 여자보다 헌 네 몸을 탐하게 될까
자식을 얻겠다는 생각은 웬만큼 사라지는 나이.
(고운기·시인, 1961-)


+ 점자책

우체통에 매달 배달되어오는 점자책을
집어들 때마다
압핀을 밟은 듯
마음을 밴다.

동공이 손끝에 있어
요철의 점자들을 더듬어 읽을 적마다
손 끝 눈에도 모래알이 써걱거릴 아픔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이 침묵의 문자는  
목마름의 작은 등불로
기다림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나는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불록 점들을
조심스럽게 더듬으며
내 속에 차오르는 슬픔의 언어로
한 장의 편지를 쓴다.
(김상현·시인, 1947-)


+ 산수유라는 책  

산수유에게도 말하고 싶은 입이 있는지
그 노란 언저리에
이야기가 두 권이다
읽어도 읽어도 끝나지 않는
봄나물 같은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한 가득이다
햇살 올 때까지만
그늘을 빌려줘도
귓속에는 이야기가 한 밭뙈기다

저고리 고름 떨어질라
너무 당기지는 말아라
그 샛노란 저고리 반나절만 빌려 입었으면
닷새장에라도 남보란 듯 다녀오겠다
나보다 먼저 온 병아리도
제 먼저 빌려 입겠다고 종종이는 대낮
오늘은 작파하고
한 솥 가득 속이 노란  
고구마나 삶고 싶은 봄날이다
(이기철·시인, 1943-)


+ 갓 태어난 책을 받아들고

제본소에서 막 나와
내 손에 올려진 너는 티없는 처녀다
꼬부라진 글자 하나도 담지 않고
아름다운 생각들로 가득 찬 손이
훤히 비친다
찌들은 시장바닥과 뒷골목의 삶 대신
깔끔한 카페의 식탁보가
펼쳐져 있는 게 잘 보인다
하지만 웬일이냐
너를 옥동자처럼 받아들고도
애비 모르는 아이를 안은 때처럼 불안한 것은 웬일이냐
무너지는 탄광촌에서 월급 한 푼 못 받고
쫓겨나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버려진 탄더미에 핀 꽃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했고
시장바닥에서 푸성귀 몇 날을 만지는
아주머니의 글은 무대접으로 안중에 두지 않았다
매끄럽게 한답시고
꾸부러진 것들 죄다 펴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책 깨나 읽은 나의 눈으로 다 뜯어 고쳐
정작 그들의 뜨거운 가슴은 다 도려내고
낯선 심장을 들어앉혔다
내 작은 손안에서 심장을 파닥이다가
저 낯설고 험한 세상으로 갈
너를 보며 미안하다
네가 다시 태어난다면
아니 네 동생을 만들 때에는
내 칼을 거두고
네 심장으로 고동으로
네 꾸밈없는 그리움으로 생을 노래하게 하리라
(박몽구·시인, 1956-)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2 ]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82 詩란 삶이 이승사자를 찾아가는 과정속의 울음이다... 2016-10-20 0 3448
1681 "말똥가리" 스웨덴 시인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2016-10-20 0 4137
1680 폴란드 녀류시인 - 비수아바 심보르스카 2016-10-20 0 4175
1679 고대 그리스 녀류시인 ㅡ 사포 2016-10-20 0 4200
1678 고대 그리스 맹인 음유시인 - 호메로스 2016-10-20 0 4817
1677 神들은 문학과 취미의 부문에 속하다... 2016-10-20 0 4302
1676 최초로 음악가가 "노벨문학상"을 걸머쥐다... 2016-10-19 0 4728
1675 <밥> 시모음 2016-10-19 0 3314
1674 詩를 쓸 때 꼭 지켜야 할것들아... 2016-10-19 0 3604
1673 詩란 백지위에서 나를 찾아가는 려행이다... 2016-10-18 0 3463
1672 락서도 문학적 가치를 획득할 때... 2016-10-17 0 4011
1671 詩란 낡아가는 돌문을 천만년 들부쉬는 작업이다... 2016-10-17 0 3725
1670 모든 문학예술은 련속성안에 있다... 2016-10-17 0 3672
1669 죽음은 려행이며 려행은 곧 죽음인것이다... 2016-10-17 0 3485
1668 시인으로서 살것인가 아니면 살인자로서 살것인가... 2016-10-16 0 4099
1667 한춘시인이여!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2016-10-16 0 3458
1666 마지막 단어라는것은 없다... 2016-10-16 0 3412
1665 무질서는 세계를 만들어낸다... 2016-10-16 0 3387
1664 동시 창작론 / 유경환 2016-10-16 0 3477
1663 동시 창작론 / 신현득 2016-10-16 0 3703
1662 미국 최후의 음유시인 - 월트 휘트먼 2016-10-16 0 5159
1661 모더니즘 대표적 영국 시인 - T.S.엘리엇 2016-10-16 0 6346
1660 詩란 언어비틀기가 오로지 아니다... 2016-10-16 0 4337
1659 詩는 태초부터 노래말, "활자감옥"속에 갇힌 문학 도망치기 2016-10-16 0 3287
1658 솔솔 동시향기 흩날리는 동시인 ㅡ 강려 2016-10-14 0 3034
1657 중국조선족 제2세대 대표적 시인 - 리상각 2016-10-14 0 3674
1656 詩에게 말을 걸어보다... 2016-10-14 0 3454
1655 음유시인 전통의 뛰여난 후계자 ㅡ 노벨문학상 주인 되다... 2016-10-14 0 4323
1654 詩란 막다른 골목에서의 정신과의 싸움이다... 2016-10-14 0 3226
1653 詩란 꽃씨앗을 도둑질하는것이다... 2016-10-14 0 3239
1652 난해한 말장난의 詩가 "최고의 현대시"인가?!... 2016-10-14 0 3246
1651 숟가락 시모음 2016-10-12 0 3550
1650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詩모음 2016-10-12 0 3753
1649 명태 시모음 2016-10-12 0 5542
1648 어머니 시모음 2016-10-12 1 4853
1647 명태여, 이 시만 남았다... 2016-10-12 0 3777
1646 영남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은 많아도 詩를 쓰는 놈은 딱 하나 영남 뿐! 2016-10-12 0 3181
1645 중국 조선족 시단의 기화이석 - 한춘시론 2016-10-12 0 3092
1644 詩의 독해(讀解)는 천파장 만파장이다... 2016-10-12 0 3291
1643 아버지를 좀 안아 드려야 할것같은 가을이다... 2016-10-12 0 3158
‹처음  이전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