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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시모음
2016년 05월 25일 07시 58분  조회:3941  추천:0  작성자: 죽림
<책 시모음>

+ 책

우리를 저 먼 땅으로 데려다주는 데
책만한 순양함은 없어요.
춤추는 시의 페이지만한
정기선도 없지요.
아주 가난한 사람도 여비 없는
이 여행을 즐길 수 있어요.
인간의 영혼을 담은 수레는
얼마나 검소한지요.
(에밀리 디킨슨·미국 여류 시인, 1830-1886)


+ 헌 책방

그래, 맞구나
어릴 적에 그리도 소원이었던 게
이다음 내가 어른이 되면
책방 주인이 되는 거였어.

소학교에서 돌아오는 한낮의 거리
두 평은 됨직한 긴 책방은
서대문 전찻길 옆에 기댄 채
늘 졸리운 듯 고즈넉했고
돋보기 안경 말고는
주인 모습조차 기억에 없지만
이 책 저 책 들치며
그 속에 주인공 되어 매일 즐겁던
그때, 그냥 책 속에 묻혀
얼른 크고만 싶었어.

그리도 즐겁던 날들은
어데로 사라지고
세월은 빈 껍데기만 내게 남겨 놓아
비좁은 방안에 키가 넘게 쌓아 올린
책은 읽을 엄두도 못 내니
끝내 묶은 다발로 내버리듯 비워내는
그런 허무(虛無)의 날들이여
이젠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
그날의 헌 책방
오늘은 안개꽃으로 둔갑되어
그 앞에 가슴을 앓고 있구나.
(장윤우·공예가 시인, 1937-)


+ 내 해묵은 책들이여

내 사윈
모습만큼이나
빛 바랜

속으로 지닌
높은 뜻으로 하여
깊은 밤
잠 아니 오는 시각엔
인생을 채색하는
나를 위해
무시로 불 밝혀 주었는데
나는
언제나
너의 깊음 속으로
스미지 못하나
그 숱한 세월
남한 땅 구석구석
찾아 헤매면서도
용케도 널
보듬고
가까이 하여
오늘에
이르렀음은
세간살이도
그 속에 찬 것도
세간살이가 놓인 곳도
보잘것없지만
언제나
널 뉘일 공터는
있었으니
너로하여
그것만으로도
자위하고픈
내 해묵은 인생이여!
(박귀훈·시인, 경북 영일 출생)


+ 잃어버린 추억

읽었던 책을
세월 지나 다시 읽는다.
그때 읽을 적
울었던 페이지에서
허허로이 웃음이 난다.
그때 울음이 그립다.

주-욱 읽다가
접혀 있는 페이지
이 한 장을 왜 접어두었는지
그때 내 마음 잃어버렸다.
(이재봉·시인, 1956-)


+ 네가 찾는 것

여름날 오후
헌 책방에서
네가 찾은 건
책이 아니다
땀을 흘리며
네가 찾는 건 너의
마음인지 모른다
여름날 오후
모자를 쓰고
먼지 속에서
네가 부지런히 찾는 건
시간인지 모른다
흘러간 시간
헌 잡지를 뒤지며
헌 잡지에 문득
코를 박는 건
너의 가슴을
박는 건지 모른다
길모퉁이 허름한
책방에서 오늘도
헌 책을 뒤지는
너의 손과 가슴과
부르튼 입술은
달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뛰어내려
헌 책방으로 달려가
헌 책을 뒤지는
너의 얼굴은
문득 흐려진다
(이승훈·시인, 1942-)


+ 책 찾기

분명히 어딘가 잘 두었는데
찾을 수가 없다
세 시간이 넘도록 구석구석 뒤져보았으나
헛수고였다
누구에게 빌려주지도 않았는데
가뭇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겨우 잃어버린 책을 찾는 데
이렇게 바쳐야 하다니……
지쳐서
의지등판에 기댄 채 졸다가
눈을 떠보니
바로 눈앞의 책상서가에
그 책이 비스듬히 꽂혀 있지 않은가
책 속의 진리처럼
(김광규·시인, 1941-)


+ 책 한 권이라도

지하철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아가씨
참 예쁘다

호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걷고 있는 모습보다
책 한 권 손에 들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아름답다

핸드백에
몸치장 용품만 가득한 것보다
마음 가꿀 수 있는
책 한 권 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꼭 詩集이 아니어도
가벼운 월간지라도

한가한 시간
책을 보는 여유
마음을 가꾸는 모습
참 아름다웁지 않은가!
(이문조·시인)


+ 책과 나

예쁜 여자 훔쳐 오듯 데려와 살았다

어느새 방 하나를 요구한다
저의 방 하나 마련하려 살아가는 나날이다

한때는 요행히 방을 준 적도 있었다
정중히 헤어질 것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남의 집에 저를 맡겨두고
먼데로 떠돌거나 가끔씩 들러 눈을 맞춰보기도 했다

뗄래야 뗄 수 없는 정 깊어진 여자

허기사 깊이 사랑하고 자식을 낳기도 하였다
드디어 늙어서는 먼지만 쌓인 네 몸뚱어리를
끝내 버리지 못하고 챙긴다

다시 욕구가 생길 때는
새 여자보다 헌 네 몸을 탐하게 될까
자식을 얻겠다는 생각은 웬만큼 사라지는 나이.
(고운기·시인, 1961-)


+ 점자책

우체통에 매달 배달되어오는 점자책을
집어들 때마다
압핀을 밟은 듯
마음을 밴다.

동공이 손끝에 있어
요철의 점자들을 더듬어 읽을 적마다
손 끝 눈에도 모래알이 써걱거릴 아픔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이 침묵의 문자는  
목마름의 작은 등불로
기다림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나는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불록 점들을
조심스럽게 더듬으며
내 속에 차오르는 슬픔의 언어로
한 장의 편지를 쓴다.
(김상현·시인, 1947-)


+ 산수유라는 책  

산수유에게도 말하고 싶은 입이 있는지
그 노란 언저리에
이야기가 두 권이다
읽어도 읽어도 끝나지 않는
봄나물 같은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한 가득이다
햇살 올 때까지만
그늘을 빌려줘도
귓속에는 이야기가 한 밭뙈기다

저고리 고름 떨어질라
너무 당기지는 말아라
그 샛노란 저고리 반나절만 빌려 입었으면
닷새장에라도 남보란 듯 다녀오겠다
나보다 먼저 온 병아리도
제 먼저 빌려 입겠다고 종종이는 대낮
오늘은 작파하고
한 솥 가득 속이 노란  
고구마나 삶고 싶은 봄날이다
(이기철·시인, 1943-)


+ 갓 태어난 책을 받아들고

제본소에서 막 나와
내 손에 올려진 너는 티없는 처녀다
꼬부라진 글자 하나도 담지 않고
아름다운 생각들로 가득 찬 손이
훤히 비친다
찌들은 시장바닥과 뒷골목의 삶 대신
깔끔한 카페의 식탁보가
펼쳐져 있는 게 잘 보인다
하지만 웬일이냐
너를 옥동자처럼 받아들고도
애비 모르는 아이를 안은 때처럼 불안한 것은 웬일이냐
무너지는 탄광촌에서 월급 한 푼 못 받고
쫓겨나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버려진 탄더미에 핀 꽃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했고
시장바닥에서 푸성귀 몇 날을 만지는
아주머니의 글은 무대접으로 안중에 두지 않았다
매끄럽게 한답시고
꾸부러진 것들 죄다 펴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책 깨나 읽은 나의 눈으로 다 뜯어 고쳐
정작 그들의 뜨거운 가슴은 다 도려내고
낯선 심장을 들어앉혔다
내 작은 손안에서 심장을 파닥이다가
저 낯설고 험한 세상으로 갈
너를 보며 미안하다
네가 다시 태어난다면
아니 네 동생을 만들 때에는
내 칼을 거두고
네 심장으로 고동으로
네 꾸밈없는 그리움으로 생을 노래하게 하리라
(박몽구·시인,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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