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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문학의 정점, 곧 시작과 끝...
2016년 07월 04일 23시 00분  조회:3904  추천:0  작성자: 죽림

가슴과 머리의 시/하영 



문학은 모든 예술의 정점에 있고 시는 문학의 정점에 있다. 정점은 시작이며 끝이다. 
정점에 서면 시야가 확 트인다. 가슴이 후련해지고 앞이 잘 보인다. 곳곳에 서로 다른 많은 것들이 옹기종기 얼굴을 맞대고 가슴을 부비며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미워하며 행간을 오르내린다. 
시의 나무들이 여러 가지 입성을 지닐수록 더 따뜻하고 더 뜨겁고 더 차고 시리고,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을 품어내는 시가 된다. 
나는 ‘시의 정점은 서정이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를 쓸 때마다 서정을 먼저 생각한다. 서정은 가슴으로만 완성되지는 않는다. 가슴 일변도의 감상과 혼돈되어서는 안 된다. 가슴에만 의존하다보면 감정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다. 가슴과 머리가 합해져야만 큰 울림으로 독자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 생략과 함축을 생명으로 한 시정신만이 상상력의 날개를 멋지게 달 수 있고 빛나는 시를 완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런 생각들 때문에 많은 시간을 좌절의 고통에 빠지기도 한다. 
시다운 시만 쓰자. 

시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말자. 이성적인 자세로 시를 쓰자. 이미지나 상상력은 현대시의 모든 것이다. 다의성이 많은 언어와 언어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자.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지 말자. 어미 처리는 깔끔하게, 직유와 은유는 적절하게, 조사 하나라도 소홀하지 말자. 항상 눈을 닦고 마음을 닦고 귀를 열어놓고 깨어 있자. 최소의 언어로 최대의 효과를 얻도록 하자. ‘언어의 경제성’이란 무언의 법칙이 있음을 명심하자. 퍼스나는 가능한 하나로 통일하자. 백 사람이 한 번씩 읽는 시보다 한 사람이 백 번씩 읽는 시를 쓰자. 보이는 정과 보이지 않는 정 사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균형을 이룬 시를 쓰자. 그리하여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자. 감사할 줄 알게 하자. 
이런 생각들이 나를 압박한다. 압박에서 벗어나는 일은 곧 버리는 일이다. 백지로 돌아가자. 어린아이의 눈`,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자. 

어느 날 저녁 빙벽 등반을 TV 뉴스로 보았다. 몇몇의 등반 대원이 너무나 깨끗한 빙벽을 콩 콩 콩 아이젠을 찍으면서 밧줄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천지를 열어제치는 듯한 청정한 발원의 순간이 골짜기마다 꿈과 노래의 길이 되어, 빙벽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그 빛남의 끝에 천길 고요가 잠들어 있었다. 쾅쾅쾅 아이젠 소리가 겨울산을 울렸다. 고통을 한아름 안고 있는 겨울산. 고통이란 얼음덩이를 가슴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화면이 바뀌었다. 생활오수·공장폐수로 썩어가는 낙동강·금호강의 처참한 모습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온갖 폐수로 찌들어버린 검은 강줄기는 이제 자정의 능력조차 잃어버린 채 곳곳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만신창이가 되어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지구의 탕아였다. 

눈부신 빙벽 등반, 시꺼멓게 썩은 강이 오버랩 되면서 갑자기 여러 말들이 떠올랐다. 꿈틀댄다, 비장하다, 상처투성이, 상처는 검다, 어둡다. 빙벽, 물, 불, 화엄. 물은 불을 죽일 수 있다. 불도 물을 죽일 수 있다. ‘꿈틀댄다’ ‘비장하다’ ‘상처투성이’ 등이 시어로 적당치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자. 있는 것은 없는 것이다. 진실도 아니고 허망함도 아니며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고…… 큰 것도 없고 작은 것도 없고 생도 없고 멸도 없고……. 
사랑의 눈, 용서의 눈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고통도 절망도 아름답다. 

빙벽 혹은 화엄 

산 그늘에 숨어 살던 쑥부쟁이의 웃음소리 
빙벽에 달라 붙어 있다 

눈을 크게 뜬다 
눈이 활짝 열린다 
하반신이 썩어 시꺼멓게 흐르던 물줄기들 
은빛으로 아름다이 갇혀 있다 
상처 투성이의 위벽들도 비장하게 꿈틀댄다 
흰 빛은 모든 빛의 죄를 다 용서한다① 

산비탈 저쪽에서 쫓겨온 바람들이 
꽝꽝 꽝 못을 친다② 
못을 밟고 올라선다 
새 숨소리 손 끝에 묻어난다 

물이면서 불, 불이면서 물인 
이 우주의 먼지 사이로 
빙벽에 달라붙는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내 물소리③ 

위의 시는 4연 17행의 비교적 어려운 시라 할 수 있다. 
①은(8행) 이 시의 눈이다. 그런데 눈이 맑지 않고 초점이 흐려 보였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첫행부터 다시 읽어보았다. 
빨리 읽어보고 천천히 읽어보고 눈으로 읽어보고 소리내어 읽으며 꼼꼼히 살펴보다가, 어미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흰 빛은 모든 빛의 죄를 다 용서한다’라고 다른 행과 같이 어미를 ‘다’로 고쳤다. 그랬더니 영 아니었다. 내가 느낀 바를 다른 사람도 함께 느껴주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용서한다’를 다시 ‘용서하는구나’로 원상 복귀시켜 놓고 괄호로 묶었다. 그제서야 조금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②에서(10행) 거슬렸다. 반복해서 다시 읽어보니 긴장감·긴박감이 없었다. 8행에서 느슨하게 풀었던 호흡을 흐름이 빠르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꽝꽝 꽝’하고 띄어쓴 것을 ‘꽝꽝꽝’으로 붙여 쓴 다음 첫행부터 다시 읽어 보았다. 
3연과 4연이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로 치면 둥치에 비해 잔가지와 나뭇잎이 너무 없었다. 어디에다 가지를 세워줄까, 어떤 잎을 달아줄까, 어떤 꽃을 피워줄까,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여 극적인 효과를 거둬 보자고 마음 먹었다. 쉽지 않았다. 
3연에다 치장을 하면 긴박감이 떨어질 것 같아 마지막 연에다 치장을 하기로 하였다. 
③은 마지막 행으로 ‘내 물소리’ 앞에다 ‘미세한 가루가 된’을 더하기로 하였다. 드디어 조금은 맘에 드는, 단단한 시가 탄생되었다. 내 시의 전환점이 온 것이다. 

빙벽 혹은 화엄 

산 그늘에 숨어 살던 쑥부쟁이의 웃음소리 
빙벽에 달라 붙어 있다 

눈을 크게 뜬다 
눈이 활짝 열린다 
하반신이 썩어 시꺼멓게 흐르던 물줄기들 
은빛으로 아름다이 갇혀 있다 
상처 투성이의 위벽들도 비장하게 꿈틀댄다 
(흰 빛은 모든 빛의 죄를 다 용서하는구나) 

산비탈 저쪽에서 쫓겨온 바람들이 
꽝꽝꽝 못을 친다 
못을 밟고 올라선다 
새 숨소리 손끝에 묻어난다 

물이면서 불, 불이면서 물인 
이 우주의 먼지 사이로 
빙벽에 달라붙는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미세한 가루가 된 내 물소리 

이때까지의 나는 대부분 가슴으로 시를 썼다(첫시집 『너 있는 별』은 가슴이 승한 시의 표본이다.) 그러나 어떻게 가슴으로만, 마음으로만 시를 쓰는가. 손도 있고 발도 있고 머리도 있는데, 머리로 쓰는 시도 따뜻함이 있고 울림이 있는데…. (하 영) 


쭑89년 『문학과 의식』 신인상 등단. 남명문학상 수상. 시집 『너 있는 별』 『빙벽 혹은 화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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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황병승(1970∼)

골방의 늙은이들은 우물쭈물하지

죽음이 마치 올가미라도 되는 양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가들

인생이 마치 가시밭길이라도 되는 양

 

 

알약을 나눠먹고 밤거리를 배회하는 소녀들

환각이 마치 지도라도 되는 양

편지를 받아든 군인들은 소총을 갈겨대지

이별이 마치 영원이라도 되는 양

술에 취해 뒹굴며 자해하는 노숙자들

육체가 마치 실패의 원인이라도 되는 양

각별하고 깊은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침묵이 마치 그 해답이라도 되는 양

놀람 속에서 바라보는 시인들

순간이 마치 보석이라도 되는 양


산뜻하고 명쾌하게 읽힌다. 과연 황병승은 재기 넘치는 시인!
 

 

각 연이 두 행씩인데, 늙은이와 죽음, 아가와 가시밭길, 배회하는 소녀들과 환각, 노숙자와 실패, 깊은 감정과 침묵 등등으로 위 행과 아래 행이 앙상블을 이룬다. 위 행 시구들은 실제 삶의 면모들이고 아래 행 시구들은 시인의 혜안으로 꿰뚫어 본 그 이면이다. 참, 이러고들 산다. 실상 그렇지 않아? 아닌가? 죽음 앞에서 벌벌 떨고 이별 앞에서 상욕을 하고, 좀체 감정의 올가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연 넘치는 인생이여! 시인은 울적한 풍경들을 ‘쇼트컷’으로 전개하는데, 그 시각과 필치가 예리한 만큼이나 어딘지 조롱기가 느껴진다. (시인, 당신은 이렇게 인생을 잘 아는군요. 그래서 ‘쿨하게’ 사시나요?) 그 조롱기는 문장을 둥글게 매듭지으며 후렴구처럼 되풀이돼 음악성을 높이는 ‘되는 양’이란 시어에서도 오는 것 같다.

‘놀람 속에서 바라보는 시인들/순간이 마치 보석이라도 되는 양’, 이 구절을 얻고 시인은 보석이라도 되는 양 미소 지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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