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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유고시 세 편, 53년만에 햇살...
제비야너도 고향(故鄕)이 있느냐
그래도 강남(江南)을 간다니
저노픈 재 우에 힌 구름 한 쪼각
제깃에 무드면
두날개가 촉촉히 젓겠구나
가다가 푸른숲우를 지나거든
홧홧한 네 가슴을 식혀나가렴
불행(不幸)이 사막(沙漠)에 떠러져 타죽어도
아이서려야 않겠지
그야한떼 나라도 홀로 높고 빨라
어느때나 외로운 넋이였거니
그곳에 푸른하늘이 열리면
엇저면 네새고장도 될범하이
('잃어진 고향' 모두)
일제 강점기 시절, 이른바 '장진홍 의거'사건으로 혹독한 고문을 받으며 억울하게 옥고를 치렀던 저항시인 이육사(李陸史·1904-44)의 미발표 유고시 3편이 새롭게 발굴됐다.
21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방 이후 48년부터 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서울신문사에서 간행한 주간지 <주간 서울> 33호(49년 4월 4일자)의 문화면 '작고 시인들의 미발표 유고집'이란 별도의 코너에서 이육사의 친필 일부가 담긴 '山(산)' '畵題(화제)' '잃어진 故鄕(고향)' 등의 시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 롭게 햇살을 본 이육사의 시 3편은 이육사 유고 후 1946년에 처음으로 펴낸 이육사의 시집은 물론 그 이후 여러 차례 펴낸 이육사의 시 전집에도 실려 있지 않은 새로운 시들이다.
"제비야/너 도 고향이 있느냐/그래도 강남을 간다니"로 이어지는 '잃어진 고향'은 늦봄이면 우리 나라를 찾아왔다가 가을이면 우리나라를 떠나가는 제비, "제비야/너도 고향이 있느냐"를 통해 조국을 잃은 서글픈 심정을, "그래도 강남을 간다니"에서는 일제에게 빼앗긴 조국을 되찾는다는 새로운 희망을 담고 있다.
또 "불행히 사막에 떠러져 타죽어도/아이서려야 않겠지"라며 베이징 감옥에서 40세의 나이로 숨지는 자신의 암울한 미래를 엿보기도 하지만 "그곳에 푸른하늘이 열리면/엇저면 네새고장도 될범하이"라며 빼앗긴 조국에 새로운 희망을 심으며, 새롭게 다가올 조국의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산' 역시 '잃어진 고향'처럼 고향을 등진 사람들의 심정, 다시 말해 빼앗긴 조국을 어쩔 수 없이 등지고, 끝없이 유랑민으로 떠돌며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망향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시 '산'에서는 산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시를 쓰는 이육사 자신이 바로 산이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에서의 산은 바다와 제법 떨어져 있는 산이기도 하고, 항구 가까이 있는 산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의 산은 조국이기도 하고, 우리 민족이기도 하고 이육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또 바다는 조국의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 민족의 미래이기도 하고, 이방인의 땅이기도 하다.
도회(都會)의 검은 능각(稜角)을 담은
수면(水面)은 이랑이랑 떨여
하반기(下半期)의 새벽 같이 서럽고
화강석(花崗石)에 어리는 엽아(葉兒)의 찬꿈
물풀을 나근나근 빠는
담수어(淡水魚)의 입맛보다 애닳어라
丁丑(1937)00夜
('화제(畵題)' 모두)
시 '화제'는 마치 시화를 보듯이 그림 곁에 깃들여진 짧은 시다. 이 시는 이육사의 시 가운데서도 제법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다. 도시를 바라보는 시인 이육사, 이육사가 바라보는 도시는 "하반기의 새벽 같이 서럽"다. 즉, 이른 새벽에 조기가 걸린 것처럼 서러운 곳이 이육사가 바라본 도회다. 또 도시는 "엽아의 찬 꿈", 다시 말하자면 버려진 아이들의 차가운 꿈뿐이다.
아마 이육사는 이 시에서 대자연을 파괴하고 들어선 도시를, 조국을 강점한 일제로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도시 곳곳에는 이른 새벽부터 조기가 걸린 것처럼 절망만이 나부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 교과서에 실린 '광야'와 '청포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인 이육사 선생은 지금까지 모두 29편의 시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발굴로 인해 32편으로 늘어난 셈.
또 이육사의 이름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도 있다. 이육사의 어린 시절 이름은 이활(李活)이었다. 하지만 24살 때인 1927년, 이육사는 이른 바 '장진홍 의거' 사건에 휘말려 장진홍 대신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다. 그때 이활의 수인번호가 264(이육사)번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활이란 이름을 버리고 '뭍의 역사'(陸史)라는 한자를 붙여 지금의 이육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바다가 수건을 날여 부르고
난 단숨에 뛰여 달여서 왔겠죠
천금(千金)같이 무거운 엄마의 사랑을
헛된 항도(航圖)에 역겨 보낸 날
그래도 어진 태양(太陽)과 밤이면 뭇별들이
발아래 깃들여 오오
그나마 나라나라를 흘러 다니는
뱃사람들 부르는 망향가(望鄕歌)
그야 창자를 끊으면 무얼하겠오
('산' 모두)
-이종찬-
저항시인 이육사 미발표 시 발굴 일제 강점기 저항시인 이육사(1904~44)의 미발표 유고시 세 편이 발굴되었다. <서울신문>(현 <대한매일>)이 발행한 주간지 <주가 서울> 1949년 4월 4일 치에 실린 <잃어진 故鄕(고향)> <山(산)> <畵題(화제)>가 그것으로, 이 시들은 이육사 전집에 묶인 시 32편(한시 3편 포함)에도 들어 있지 않은 작품들이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이 작품들이 서울신문사(현 대한매일)에서 발행한 주간지 <주간 서울> 33호(1949년 4월 4일 치)의 문화면 `작고 시인들의 미발표 유고집’ 코너에 육사의 친필 일부와 함께 실렸다고 밝혔다. “제비야/너도 故鄕이 있느냐//그래도 江南(강남)을 간다니/저노픈 재우에 힌 구름 한쪼각”으로 시작해 “그곳에 푸른하늘이 열리면/엇저면 네새고장도 될범하이”로 끝나는 시 <잃어진 故鄕>은 그의 명시 <청포도>와 같은 계열의 작품으로 보인다. 시 <山> 역시 떠돌아 다니는 뱃사람의 처지에 빗대어 고향 잃은 자신의 처지를 노래하고 있다. “그나마 나라나라를 흘러 다니는/뱃사람들 부르는 望鄕歌(망향가)//그야 창자를 끊으면 무얼하겠오”에서 실향과 망향의 정조는 극적인 표현을 얻는다. <畵題>는 이육사의 시 치고는 독특한 작품이다. “都會의 검은 稜角(능각)을담은/水面(수면)은 이랑이랑 떨여/下半旗(하반기: 조기)의 새벽같이 서럽고/花崗石(화강석)에 어리는 棄兒(기아)의 찬꿈/물풀을 나근나근 빠는/淡水魚(담수어)의 입맛보다 애어라丁丑(정축: 1937년)00夜(야)”가 전문인 이 시는 도회의 풍경을 조기와 버려진 아이의 이미지와 연결시키는 문명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최재봉 기자 |
[출처] 이육사 詩 3편 찾았다|작성자 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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