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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매혹시킨『어쩐지?』의 美學
발표자 : 윤 수 아 (2014년 5월 23일 독서토론)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이승하, 문학사상)을 접해 읽으면서 시인으로 시를 공부한다는 내 자신이 2006년 초판을 발행한 이 책을 너무 늦게 읽었음을 알게 되었다. 평소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몇몇 세계적인 시인들이 반갑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을 펼치자마자 우리나라 시인들을 찾았지만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선 그동안 문학사에서 고찰되었던 25분 시성들의 삶과 시에 대하여 이승하교수가 기술한 해설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詩作에 임하는 나의 태도가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최초의 시인이며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귀양 가서 썼다는 <이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했으며, 한평생 불운하게 살면서도 하층민인 민중의 삶과 당시대의 곤궁한 시대상을 대변한 두보의 영혼이 실린 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일차적으로 큰 수확이었다. 아울러 선시풍의 시를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도 썼다고 알려진 윌리엄 블레이크와 현대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하는 샤를 보들레르의 시세계를 접하게 된 것도 큰 기쁨이었다. 또한 전 세계 대중의 사랑을 받은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 시적 탐험이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는 파블로 네루다 등 그야말로 접해보고 싶은 시인들을 엄선하여 소개한 정보를 접하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수많은 책을 접하면서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알기만 했던 시인들을 인연이 되게 하여 다시 몰입하게 해준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의 저자 이승하교수와 이 책을 독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우리 書로書로 독서회에 감사드리고 싶다.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은 무릇 시를 쓰고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서가 가까운 곳에 두고 자주 읽어야 할 필독서다. 이 책에 소개한 동서양의 시인 25명은 우리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시인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 소개한 시인들 외에도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인들도 많다. 하지만 저자가 서두에서 여기에 소개한 시인과 시들은 “내 시가 난파할 때마다 희미한 등댓불로 떠올라 밤을 새며 시집을 읽으면서 다시 기운을 차려 시를 썼다”고 고백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을 연이어 읽어나가며 저자의 말에 충분히 긍정할 수 있었다.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의 구체적인 내용은 사실 그 내용을 세세하게 쓰기가 쉽지 않다. 25명의 시인들을 소개만 해도 그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축약만 해도 그 양이 엄청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인들을 감히 내가 언급한다는 자체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두 분의 시인을 나름 선정해서 언급하고 내가 느낀 소회를 간략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윌리엄 블레이크(영국)-“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예언자의 목소리”는 시인이 생존했던 당시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였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그는 시대를 앞서간 시인이다. 최근 선(禪)에 대한 연구가 두드러지면서 서양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가 동양적 시각으로 선시로 재평가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시대에 앞선 시인임이 분명하다. 블레이크의 시 <순수의 전조>에 나오는 “한 알의 모래 속에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이 대목이 특히 그러하다. “한 알의 모래 속에 세계를” 본다는 구절은 마치 불교 화엄경에 나오는 “작은 겨자씨 안에 수미산이 들어 있다”는 구절의 내용과 흡사한 구절이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분명 불교를 공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교의 심오한 성찰과 원융한 세계를 노래했다는 것은 그의 사유의 진폭이 크고 인간의 실존에 대해 근본적으로 탐구하며 시대를 앞서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신실한 교인이면서도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법제화된 종교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블레이크는 악을 하나님의 분노로 여기며 그런 악을 타파하기 위한 건강한 에너지의 분출로 <호랑이>를 노래하기도 하였다. 인간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함께 인간의 실존적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블레이크의 시집 제목 ‘천국과 지옥의 결혼’ 역시 그러한 선과 악을 대비한 시로 보인다. 저자의 표현대로 윌리엄 블레이크는 시대에 앞서 세계의 이치를 설파한 예언자적 시인이다. 블레이크의 시를 기회가 닿으면 더욱 심도 있게 연구하며 그의 시세계에 접근해 보고 싶다.
샤를 보들레르(프랑스)-“고통의 극한에서 추구한 추의 미”는 평생 한 여인을 구애하듯 따라다녔다. 그 여자는 흑백 혼혈 여성인 잔느 뒤발이다. 어쩌면 그 여자 때문에 그가 평생 시혼을 불태우며 역설을 지향하는 시를 많이 쓸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모두 한 시절이다. 아름다운 육체도 시간이 지나면 썩을 수 있다는 상상, 그러니까 시체와 같은 추악한 대상도 추하게 보지 말라는 시각, 그런 관점에서 보들레르의 명저『악의 꽃』이 탄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시는 보들레르의『악의 꽃』이전과 이후로 구분한다. 1857년, 시집『악의 꽃』이전에는 시적 대상에 대해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낭만주의와 자연주의 시가 주를 이루었다. 보들레르는 그 시대에 시인들의 상상을 뛰어넘어 그로테스크한 시어를 시 속에 녹여내었다. 더러움과 추함이 역설적으로 아름답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추의 미’가 성립되는 것이다. 당시 그때까지 시의 대상을 단번에 전환시킨 새로운 시의 출발이었다. 『악의 꽃』이후에 비로소 현대시가 형성되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이론이다. 그런 위대한 보들레르도 잔느 뒤발이라는 밤거리 여자에게 평생 애정의 노예가 되었다. 보들레르의 헌신적인 사랑을 이용해 뒤발은 끊임없이 돈을 요구하였고 보들레르는 자신의 낭비벽과 함께 상당한 유산을 그 여자에게 갖다 바쳤다. 그때 나이 23살, 금치산자가 된 그는 죽는 날까지 가난에 허덕이며 살게 된다. 보들레르는 사바티라는 여인과 순정적 사랑을 하기도 하지만 다시 뒤발에게 운명적으로 빠져들었다.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잔느 뒤발이라는 악의 화신 같은 여자에게 한없이 함몰되어가는 보들레르, 하지만 그 여자는 보들레르에게 있어서 시를 쓰게 만드는 동기를 끊임없이 제공하였다. 시의 원천이었다. 잔느 뒤발이 죽고 나자 시의 영감이 끊겨 전혀 시를 쓰지 못했다고 하니 아마도 뒤발이라는 여자는 위대한 보들레르를 위해 잠시 존재한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아마도 잔느 뒤발이 ‘악의 꽃’, 바로 그 화신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생전에 보들레르의 시집『악의 꽃』은 혹평을 받았다. 책 출간 9개월이 지나서야 최초의 서평을 받았고 평론가의 지지도 받지 못했으며 악평은 어마어마했다. 동시대인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보들레르는 악과 추를 찬양한 퇴폐적인 시인으로 내몰렸고 그의 시집『악의 꽃』은 외설과 신성모독죄 선고를 받았고 출판사 사장은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그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보들레르는 당시의 타락하고 부패하고 거짓된 세상을 올바르게 그려냈던 진정한 시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참으로 아름답고 추악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음을『악의 꽃』을 통해 보들레르는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보여주었다. 그의 삶의 과정에서 잔느 뒤발을 만난 인연으로 끊없는 시심을 불러 일으켰으니 그녀는 어쩌면 그의 위대한 시집『악의 꽃』을 위해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악의 꽃』은 그만큼 시대를 앞서간 참으로 위대한 시인의 시집이다.
그 외 사랑과 저항, 순수를 노래하며 ‘자유’를 상징하는 폴 엘뤼아르와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한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 수없는 여성편력과 시적 모험을 진행하며 잠시도 시적 영감을 잃지 않았다는 칠레의 국가적 영웅으로 대접받는 파블로 네루다 등, 저자가 소개한 서구의 많은 시인에 대해 접해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저자의 밝힌 말 그대로 외국 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며 시심을 가다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은 내 부족한 외국 시인들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나마 보충해줄 튼튼한 지원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다지 많지 않은 책이 놓인 내 책장이지만 세계를 말하기에 앞서서 나 자신을 매혹시킨 필독서로 오래 책장에 자리할 것이라고 예견해 본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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