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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시한 물건짝이 옳다?... 아니다!...
2017년 01월 18일 20시 25분  조회:2639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창작 강의-2 (많이 읽기와 모든 것들에 대한 사유) / 김송배

1-2. 詩를 많이 읽어 보자

시를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독자로서의 시읽기가 아니라 시에의 올바른 접근을 위한 정독(精讀)을 말합니다. 하루에 몇 권의 시집을 독파하는 것이 아니라, 시 속에 무르녹은 의미와 시어에 유의하면서 음미해보는 것이 시와의 만남을 더욱 가깝게 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 읽기에서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유의하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① 시를 정독하라
시는 의미의 전덜이 아니라, 시 속에 함축된 의미의 암시나 상징. 그리고 의미의 변용을 통해서 정서적, 감각적인 미적 감동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 시인의 시를 통해서 시인의 미적 감동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어떤 독서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책을 읽고 간접적인 체험으로 지식과 인격을 느끼면서 배워야 합니다. 그리하여 자기의 의식으로 지식을 넓혀나가는데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정독은 시를 이해하는데는 가장 효과적이며 적절한 방법입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미 속에 감춰진 함축적 의미의 발견이나,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는 무엇인가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감명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② 감명을 받았거나 감동을 준 부분은 다시 읽고 재해석을 해보라
  시집 한 권을 읽다보면(시집 한 권에는 60~70편의 시가 수록됨) 그 중에 유독 몇 편은 친근감이 가고 감동을 받는 시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일은 내가 직접 쓴 것 같은 것이거나 내가 간직한 시적 상상력, 또는 체험 속에 곰삭은 어떤 의지가 유사하게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이 유사성은 시와의 친숙한 정감을 불러 일으켜서 시인이 그런 체험을 어떤 방법으로 해서 시창작을 성공시키고 있느냐하는 관심입니다. 이러한 관심은 시가 마치 스스로 쓴 듯이 뜯어보고 분석해보며 음미하는 일이 계속되면 스스로 자신이 시작과정을 재구성해 본 것과 같이 느껴지게 될 것입니다.
  이때 자신의 상상력이나 사물을 보는 시각, 그리고 표현하는 방법 등이 부족함을 절감하면서도 이렇게 쓰는 것이 감동을 주는 시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바로 나도 시를 쓸 수 있겠구나하는 잠재력이 이미 발산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입니다.

③ 마음에 새겨지는 시의 행(行)이나 연(聯)은 그냥 음미로 그칠 것이 아니라, 노트에 옮겨 써보는 일도 중요하다.
  물론 외워버리면 더욱 좋겠지만 이때 옮겨 적는 과정에서 문득 새로운 무엇을 발견할 수도 있게 됩니다. 이렇게 옮겨 적는 일이 많아지면 자신이 생각했던 시어(詩語)들을 동원하여 바꾸어 본다든지, 몇 마디를 생략해 본다든지, 또는 새로운 이미지(image)를 첨가해주는 일 등은 시창작 연습의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한편 이런 것들이 모작(模作)이건, 창작(創作)이건 간에 시 쓰는 행위가 될 것이며 이 행위야말로 바로 시 쓰기의 경험으로 연결되는 시적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는 시편들도 그냥 던져버릴 것이 아니라, 이해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항상 필요합니다. 어떤 형태의 해석이든 자신의 의식으로 접근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인내가 따라야 합니다.

1-3. 모든 것들에 대한 많은 사유(思惟)가 필요하다.

시는 어쩌면 많은 사유에서 탄생되는지도 모릅니다. 많이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곧 사유하고 사색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다양한 상상력이 동반하게 됩니다. 조그마한 일상생활에서부터 차원 높은 우주관에 이르기까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은 사유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사유 속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하는 인생관이 있으며 일생동안 기필코 성취되어야 할 목표인 꿈과 희망도 있습니다. 시 쓰기에서 많은 사유가 필요한 점도 시인의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많이 사유한다는 것은 많은 상상력을 빚어낸다는 뜻입니다. 이 상상력도 진실된 인생의 고민이 담겨져야 합니다. 상상은 결국 나 자신의 정서와 밀접한 관계에 놓입니다. 정서는 모든 사상(事象)에 부딪혀을 때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말합니다.
  심리적으로는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강하게 일어나는 감정으로서 또는 신체적인 변화가 뚜렸한 것으로서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의 과정을 말합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희노애락(喜怒哀樂)과 애오욕(愛惡慾)의 칠정(七情)이 우리의 오관(五官-눈, 귀, 코, 혀, 피부. 우리 몸에서 감각을 일으키는 다섯 개의 기관)을 통하여 경험하는 정신적인 산물이 됩니다.
이러한 정서의 올바른 비축을 위한 사유는 창조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르테면 '겨울나무'를 응시하면서 시적인 사유로 발전하려면 그 추운 겨울을 인내하면서 새봄의 루르름을 꿈꾸는 희망으로 바꾸어보는 사유, 즉 인간이 처해 있는 현실과 미래의 유추로 연관짓는 사유가 필요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잠시 조병화 시인의 말을 들어 봅시다.

나는 지금까지 나의 내면의 고독과 싸워 왔다. 그 생(生), 애(愛), 사(死) 그 존재와 생존, 그 순수허무와 그 순수고독과 싸워 왔다. 항거와 순응, 그걸 살아오고 있는거다. 그게 나의 시이며 시론이며 존재 양상인 거다.
인간은 누구나 한정된 자기 수명을 살다 가는 거다. 그 한정된 시간을 견디고 살다간, 또 다른 세계로 이사를 가야하는 거다.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 죽음이 어떻게 사느냐하는 것이 나의 테마이며 나의 작업인 거다 때문에 나는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나를 철학하기 위해서 오로지 사색해 왔을 뿐이다. 나를 세우기 위한 철학, 그 발견과 창작의 철학 속에서 시를 배회했고 시의 이치를 찾았고 그것으로써 시를 써 왔다.

이와같이 어떤 사물이건 관념이건 간에 모든 것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하고 의미를 찾아보는 사유, 이러한 사유야말로 시를 쓰기 위한 사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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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哀歌) 제14 
―프랑시스 잠(1868∼1938)

“나의 사랑하는 이” 너는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이” 나는 말했다.

“눈이 오네.” 너는 말했다.
“눈이 오네.” 나는 말했다.

“좀더, 좀더” 너는 말했다.
“좀더, 좀더” 나는 말했다.

“이렇게, 이렇게” 너는 말했다.
“이렇게, 이렇게” 나는 말했다.

 

 

그런 뒤, 너는 말했다.
“난 네가 정말 좋아.”

그리고 나는 말했다.
“난 네가 더 정말 좋아.”

“여름은 갔어.” 너는 말했다.
“가을이 왔어.” 나는 답했다.

그 뒤 우리의 말은
처음처럼 비슷하지는 않았다.

마침내 너는 말했다.
“내 사랑아, 네가 참 좋아.”

매맑고 숭고한 가을날의
노을 눈부신 저녁빛을 받으며.

나는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해주렴.”



 

 

조흔파 선생의 한 명랑소설에 이 시의 첫 연이 실려 있었다. ‘이게 다야? 별 싱거운 시도 다 있네’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내 감상이었다. 그런데 그 시구가 오래도록 머리에 남았다. ‘나의 사랑하는 이, 너는 말했다./나의 사랑하는 이, 나는 말했다.’ 짧고 쉽기도 했지만 뭔가 새콤달콤한 맛이 감돌았기 때문이리라. 제목도 지은이도 몰랐던, 내 어린 날의 사랑의 시여라. 

사랑에 빠진 두 사람에게 ‘너를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해’ 이런 말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좀더, 좀더” “이렇게, 이렇게” 연인 둘이 동시에 같은 말을 웅얼거린다. 보는 이가 수줍어지도록 숨 가쁘게 펼쳐지는 사랑의 정경을 시인은 간결하게, 그러나 선명하게 처리한다. 그런데 제목이 왜 애가일까? 그러고 보니 둘째 연에서는 눈이 온단다. 시의 배경은 이제 막 여름이 지난 가을인데 눈이 오다니…. 베개라도 터진 걸까? 아니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횡설수설일까? 어떤 말도 맞장구치던 연인들이 제가끔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하는 건 사랑이 기우뚱거리는 조짐일지도. 그러다 할 말이 뚝 끊기겠지. 사랑의 조락(凋落)을 암시하듯 때는 가을날 저녁, 창밖 하늘에 진홍빛 노을이 가슴을 죄며 퍼져 나가네. 내 사랑아, 다시 한 번 사랑한다고 말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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