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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소사전] - "르네상스"란?...
2017년 02월 18일 18시 02분  조회:2368  추천:0  작성자: 죽림

‘부활’ 혹은 ‘재생’을 뜻하는 프랑스어 ‘르네트르(renaître)’에서 유래한 르네상스는 크게 두 의미를 지닌다.

첫째, 그것은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하여, 15세기 이후 알프스 이북의 유럽으로 확산된 일련의 문화적 변동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그리스 · 로마의 고전문화를 정신적 지주로 삼아 발생한 이 변화는, 그리스도교적 · 금욕적 중세문화를 배격하고 유럽인들의 삶 전반에 걸쳐 고대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부활시키려 했던 문화운동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한편, 르네상스는 이와 같은 문화적 변동이 발생했고 또 시대의 지배적 조류로 작용했던 역사상의 특정 시대를 일컫는 시기 구분론적 개념을 뜻하기도 한다. 르네상스 연구자들은 고전문화의 부활을 강조하던 14~16세기의 정신적 · 문화적 삶의 양태가 단지 학문과 예술의 영역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정치 · 경제 · 종교 · 사회 등 당시 유럽의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변화를 야기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넓은 의미의 르네상스는 단순한 문화운동을 넘어, 중세와 근대의 과도기로 간주되는 특정 시기를 지칭하는 시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의 부활이라는 르네상스의 본원적 개념은 르네상스 당대의 산물이었다. 14, 15세기의 이탈리아인들은 로마의 몰락과 함께 인류문명의 황금시대가 쇠퇴하고 중세의 암흑기가 지배하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그들은 자기 시대에 들어서 이러한 무지와 야만의 시대가 종식되고, 비로소 고대의 황금 문화가 소생하게 되었다고 자부했다. 최초의 르네상스인으로 알려진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를 시작으로 비온도(Flavio Biondo)와 브루니(Leonardo Bruni)를 거쳐 16세기 바사리(Giorgio Vasari)에게서 종합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역사 인식은, 이러한 문화의 부활이라는 관점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런데 고대의 부활이라는 관념은 필연적으로 재생의 대상이 되는 고대 세계와 재생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시대 사이의 역사적 거리, 그리고 양자 사이에 가로놓인 제3의 시대를 상정한다. 이 점에서 르네상스라는 개념은 중세 개념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역사 개념으로서의 르네상스가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 것은 계몽주의의 세례를 받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프랑스의 문화사가인 미슐레(Jules Michelet)는 르네상스와 함께 중세와 날카롭게 대비되는 근대정신이 발현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세계와 인간의 발견이라는 그의 테제를 수용하여 전형적인 르네상스의 상을 제시한 사람이 스위스의 역사가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였다. 그는 ‘근대 유럽의 첫 아이’라는 말로 르네상스 이탈리아인들을 개념화하면서, 근대성과 개인주의라는 명제를 통해 르네상스를 규정했다. 그러나 미슐레가 제시하고 부르크하르트가 정형화한 이러한 전통적 해석은, 20세기 초반 이른바 ‘중세주의자들의 반동’에 직면하여 르네상스의 비근대성과 중세와의 시간적 연속성이 부각되면서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특히 이들은 부르크하르트 이래 르네상스의 특징적 현상으로 간주되던 지적 · 문화적 발전 및 세속주의적 경향이나 고전문화의 부활이 이미 수세기 이전 중세시대부터 발원하고 성장했다고 주장하며, 르네상스의 기원을 중세로 소급했다.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 이후 불모의 상태가 된 유럽의 문화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 각지에서 학자나 문인 등을 초빙하여 고전 학문 및 교육을 부활시키려 했던 카롤루스 시대의 ‘카롤링거 르네상스’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헤스킨스(Charls Haskins)는 도시와 대학의 성장, 그와 함께 발전한 라틴 문학과 로마법의 부활 및 속어 문학의 등장, 그리고 아라비아를 경유하여 계승된 그리스의 철학이나 과학 등이 부활하고 융성했던 12세기 유럽의 전반적인 발전이 15세기의 르네상스를 능가한다고 주장하며, 이른바 ‘12세기 르네상스’라는 테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중세주의자들의 도전을 거치면서 르네상스가 중세의 완전한 부정이라기보다 이에 대한 비판적 · 창조적 수용 혹은 전화라는 점이 설득력을 얻게 되면서, 오늘날에는 르네상스를 중세와 근대의 과도기로 파악하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역사 시기 구분론의 문제와 결부되어 20세기 후반에 힘을 얻고 있는 ‘근대 초(Early Modern)’라는 개념은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제기된 역사 구분의 과도기적 해석이 더 넓게 확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탈중세적 세속 문화가 제일 먼저 융성하고 이를 통해 고대 문화의 부활이라는 르네상스의 관념이 처음 제기된 지역이었다. 이것은 이탈리아 특유의 지리적 요인과 역사적 경험 때문이었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봉건제도를 경험하지 못한 중세의 이탈리아에서는 일찍이 상업이 부활하여 그에 기초한 도시문화가 융성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알프스 이북과 다른 정치적 분립 현상이 지속되었다. 도시의 융성과 정치적 분립주의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중세적 관념과 다른 새로운 세속적이고 유동적인 삶을 요구했다.

아울러 고대 로마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이탈리아는 르네상스와 본원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동서 문화가 만나는 접경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이 지역에서는 비잔티움 및 아라비아 세계와의 접촉 역시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르네상스의 이탈리아인들은 새로운 도시적 · 세속적 삶의 모범이나 그를 위한 지침을 고대의 문화 속에서 발견했던 것이다. 피렌체의 메디치(Medici) 가문이 예증하듯이, 르네상스 신흥 중산층이 학문과 예술을 후원하고 장려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였다.

‘휴머니즘(humanism)’은 르네상스와 분리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그것은 르네상스의 방향과 성격을 가늠하고 인도했던 지도 이념이었으며, 더 나아가 이 시대를 특징짓는 시대정신의 문화적 표출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휴머니스트(humanist)’들은 결코 어떤 주제에 관한 통일된 의견을 공유하지 않았으며, 일치된 관심사도 제시하지 않았다. 르네상스 휴머니즘을 유럽의 수사학적 전통에 입각한 교육 · 학문 운동으로 평가하는 크리스텔러(Paul Oskar Kristeller)의 해석은, 르네상스 시기 동안 출현했던 여러 형태의 휴머니즘을 관통하는 가장 일관되고 포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의 견해를 따른다면, 르네상스 휴머니즘은 이 용어를 통해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인간의 가치나 존엄성 혹은 인간애와 관련된 어떤 개념과 달리, 서양의 지적 전통에서 중요한 한 축을 형성했던 특정 형태의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사조의 내재적 발전을 강조하는 크리스텔러와 다르게 바론(Hans Baron)은 그것의 태동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 외재적 요인에 주목하여 르네상스 휴머니즘을 정의한다. 그는 15세기 초 밀라노의 전제주의적 팽창으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 상황으로 인해 르네상스의 지식인, 특히 피렌체인들에게 자유 수호를 위한 시민정신이 발현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점에서 그는 명상적 삶(vita contemplativa)을 예찬했던 이전 세대의 휴머니스트들과 달리, 15세기의 휴머니스트들이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적 · 정치적 삶(vita activa et politica)을 이상화했다고 주장하면서,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정치적 성격을 강조한다.

한편, 가린(Eugenio Garin)은 시민의 참여의식과 책임의식의 성장이 근대정신의 발현을 보여준다는 바론의 견해를 더욱 발전시켜, 단순한 학문운동을 넘어선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르네상스 휴머니즘을 규정한다. 그에 따르면, 르네상스 휴머니즘은 근대 세계로의 변화와 변혁을 이끌었던 일종의 비판적 시대정신이었다.

교육 · 문화 운동, 시민정신의 발현, 시대정신 등의 무엇으로 이해하든지 중요한 점은, 소위 휴머니스트들로 불리던 이들이 고전 고대의 작품 속에서 지적 교양이나 학문적 우수성의 모범 혹은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전거를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시기적 혹은 주제별로 르네상스의 휴머니즘이 다양한 면모를 보일지라도,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요인은 고전에 대한 숭모적 태도 혹은 적극적 수용이며, 이 점에서 휴머니스트들은 일종의 고전주의자나 고전 애호가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선행된 것이 고전의 발굴이었다. 페트라르카 시대부터 이어져온 고전의 발굴은 특히 15세기 초 피렌체의 유명한 책 사냥꾼(book-hunter) 포지오(Poggio Bracciolini) 덕택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휴머니스트들은 불완전한 형태의 번역이나 발췌가 아닌 원문 그대로 고전을 읽고 해석하며, 또 그것의 의미를 고대적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휴머니즘 본연의 이상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 점은 르네상스 당대인들에게 휴머니스트들이 다른 무엇보다 고전주의자로 평가되었던 것에서 잘 확인된다.

15세기 말엽 프랑스의 이탈리아 침공은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알프스 이북의 유럽에 전파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북방의 휴머니즘은 흔히 이탈리아 휴머니즘과 비교되어 ‘그리스도교적 휴머니즘’이나 ‘성서적 휴머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불린다. 이것은 주로 예술과 학문의 혁신과 부활을 가져온 이탈리아와 달리, 북방의 르네상스가 사회비판적이고 종교개혁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세속적인 그리스 · 로마의 정신을 소생시키려 했던 이탈리아 휴머니스트들과 달리, 북방의 휴머니스트들은 성서와 초기 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에라스뮈스(Desiderius Erasmus)나 모어(Thomas More) 같은 북방의 휴머니스트들이 고전의 영감과 전거를 바탕으로 교회 및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비판하려 했던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문화운동으로서의 르네상스는 서양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고전 자체를 생의 목적으로 삼았던 당시의 문화는, 고전을 고전 그대로 읽고 해석하려는 노력 속에서 이교적 고대의 미, 인간, 그리고 신에 대한 관념을 소생시켰으며, 이와 아울러 비판정신과 새로운 역사인식이라는 뜻하지 않은 부산물도 선물했다. 이를 통해 태어나는 것이라기보다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새로운 인간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의 작품 속에서 생생히 드러나는 자연주의적 예술관, 그리고 근대 과학의 태동에 영향을 준 사실주의적 세계관 등이 융성하게 되었다. 이 점에서 르네상스는 고대라는 과거에 시선을 두면서도 근대라는 미래로 발걸음을 내디딘 역설의 문화운동이자, 이를 토대로 독특하게 전개된 역사상의 시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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