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이런저런] - "이 판결이 불과 10년후에는 비웃음거리가..."
2017년 09월 10일 23시 16분  조회:3739  추천:0  작성자: 죽림
마광수 교수를 떠나보내며.. 20여 년에 걸친 시간도 치유하지 못한 상처

[오마이뉴스 글:조우인, 편집:최은경]

 
 
2017년 9월 5일, 마광수 교수가 세상을 등졌다. 향년 66세, 늙었다면 늙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요즘 시대에 떠나가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였다. 하지만 그 이른 나이보다 더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다.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그간 마광수 교수는 정신적 우울감과 신체적 고통에 경제적 사유까지 겹쳐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고 한다. 생전에 언론에서 보인 그의 존재감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쉬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별이다.

마광수라는 인물은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억되어 있는 존재일까. 그의 사망 소식은 보도 직후 각종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 이름 석자가 모든 웹사이트의 검색 순위 최상단을 점령했다. 그리고 그런 그와 함께 검색어 순위권에 오른 작품들은 <즐거운 사라>, <가자, 장미여관으로> 등이었다.

▲  마광수 교수 저 <즐거운 사라>
ⓒ 청하
이로부터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마광수라는 인물을 분명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 중 하나로서 인식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앞장서 사회의 엄숙주의에 저항하며 '성애문학'의 상징으로서 이해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대표작들은 과연 어떤 작품들일까. 언급한 대표작 <즐거운 사라>의 경우 '마광수'라는 이름 석자를 처음 전국적으로 알린 1992년 경의 '필화사건'의 주범이 된 책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유복한 집안의 딸로 태어난 '오사라'라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떠나게 되는 것을 계기로, 그녀는 '혼자만의 생활'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서 성인클럽에서 댄서로서 일하게 되는데, 이후 여러 경험을 거쳐 '성에 눈을 뜨고, 이를 즐기면서 몸을 파는 여학생'으로 변모해 간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그리고 당대에도 보수적인 한국사회 밖에서 이정도 수위나 소재의 문학은 상당히 흔하게 존재하고, 꽤나 널리 읽히는 장르이다. 물론 이런 줄거리에 더해 <즐거운 사라>에는 매우 노골적인 묘사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와 다를 바 없는 작품 형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와 같은 인물은 자신의 조국과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계의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당대 보수적인 한국의 학계와 사회 분위기는 명문 대학교의 교수라는 인물이 이 같은 글을 출판한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마광수는 연세대학교 문단에서 강연 도중 학생들 앞에서 체포되어 끌려나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음란문서 유포' 혐의로 법정 재판에 까지 다다른 것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법부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 판결을 내리며 마광수를 교수직에서 퇴출되게 만들었다. 이는 한국 문학사에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마광수라는 한 개인의 인생사에서는 더욱 큰 비극이었다. 그는 1998년 복직된 뒤로 다시금 교편을 잡아오던 연세대학교에서 은퇴할 당시, '내 인생이 너무 억울하고 한스럽다'고 회한에 잠긴 소감을 남겼다.

대학 동료들의 따돌림, 문단에서 왕따가 된 현실, 그리고 무조건 자신을 변태로 매도하는 대중들에 시달리며 자신의 몸과 마음이 갈수록 아파만 간다는 것이다. 근 20여 년에 걸친 세월의 흐름도 사회의 변화도 마 교수가 입은 상처를 없는 것으로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의 학문적, 교육자적 지위를 짙밟은 당시 판결문은 '이 판결이 불과 10년 후에는 비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판사로서 현재의 법 감정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다'라고 명시하였다. 이문열과 같은 문인들은 앞장서 <즐거운 사라> 등에 맹공을 가하며 적극 공격했다. 주류 언론들도 동참하여 마광수에 대한 비판적 여론 형성을 주도했다. 

항소심에서 중립감정인으로 선임된 안경환 당시 서울대 교수(불과 얼마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저서 내의 여성비하 표현, 당사자 동의 없는 혼인신고 등으로 논란이 돼 사퇴한 인물)는 '마광수 소설은 법적 폐기물'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 각계 기득권층의 위치에서 예술, 혹은 학문의 입을 막고 조롱하는 모습이 당시에는 만연했다. 그 앞에서 어디에도 소속되거나 굽히지 않고 자유로움을 즐기며 살던 개인 마광수는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우연히 교정에서 마 교수를 뵌 적이 있다. 당시 어린 나이에, 이름을 자주 들어본 몇 안 되는 유명한 교수님을 만났다는 마음에 반가워 달려가 인사를 청했다. 그렇게 처음보는 풋내기가 달려와 하는 인사에도 그분은 매우 정중히 함께 인사해 주셨고, 그 모습에 산뜻한 기쁨을 느꼈다. 그 후 얼마안가 그분은 은퇴하셨다.

당시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에, 마광수 교수님의 떠남과 그 삶에 짙고 길게 드리웠던 억압이 더욱 서글프게 느껴진다. 부디 떠나간 곳에서는 핍박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글을 쓰시고 사랑받기를 기도한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397 [이런저런] - 착시사진이야, 나와 놀쟈... 2017-10-03 0 3690
1396 [쉼터] - 착시현상 아닌 실상으로 보는 "투명산" 2017-10-03 0 3506
1395 [쉼터] - 착시, 착시, 또 착시... 2017-10-03 0 3701
1394 [쉼터] - 우연과 일치; 엄마 승객과 조종사 아들 2017-10-03 0 3633
1393 [고향자랑거리] - 중국 연변 룡정 "중국조선족농부절" 2017-10-03 0 3445
1392 [이런저런] - "마늘"이냐?... "무릇"이냐?... 2017-10-03 0 4518
1391 맥주는 곡물로 값을 치루어야 제맛일거야... 2017-10-03 0 3317
1390 "술 한잔 하고 오겠소" = "개를 산책시키고 오겠소" 2017-10-03 0 3655
1389 맥주 마시기 위해서 술집에 왼쪽 신발 맡겨야 한다?!... 2017-10-03 0 3212
1388 력사속에 영영 사라질번 했던 맥주 한 젊은이 땜에 살아났다... 2017-10-03 0 3533
1387 "책은 우리를 괴롭히게 하고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하나니..." 2017-10-03 0 3088
1386 [그것이 알고싶다] - 맥주가 만들어진 유래?... 2017-10-03 0 3656
1385 [그것이 알고싶다] - "와인은 神, 맥주는 인간을 위한것" 2017-10-03 0 3557
1384 [이런저런] - 맥주 200병 마셨다고... 진짜?... 가짜?... 2017-10-03 0 3181
1383 [그것이 알고싶다] - 최장거리 비행로선들... 2017-10-02 0 4787
1382 [그것이 알고싶다] - "노벨상"을 거부한다?!... 2017-10-02 0 3444
1381 [쉼터] -이름아, 이름아, 기나 긴 이름아, 모두모두 놀기 좋니?! 2017-10-02 0 3376
1380 [쉼터] - 한자에서 획수가 제일 많은 글자 2017-10-02 0 8103
1379 [쉼터] - "딱다그르르딱다그르르하다" 2017-10-02 0 3417
137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아빠"가 된 판다 2017-10-02 0 4846
1377 [그것이 알고싶다] - 전통 추석 차례상 차리기?... 2017-10-01 0 3746
1376 윤동주와 "순이"... 2017-10-01 0 6414
1375 [이모저모] - 중국 조선족 전통씨름 한몫 할터... 2017-09-30 0 3526
1374 [고향문단소식] - 중국 조선족아동문학 거듭날터... 2017-09-30 0 3989
137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동북범아, 표범아, 더더욱 활기차게... 2017-09-30 0 3293
1372 기억과 증언의 토대하에 "비허구 쟝르"로 탄생한 윤동주평전 2017-09-30 0 2960
1371 [쉼터] - 윤동주, 송몽규 묘소 찾아가기 2017-09-30 0 4944
1370 [이런저런] - 마광수님, "안 읽어도 뻔히 아는 작가"입니껴?!... 2017-09-29 0 4620
1369 [이런저런] - 마광수님, "비난과 비판은 관점의 차이"인가ㅠ... 2017-09-29 0 4231
1368 [이런저런] - "눈 먼 양치기 개" 2017-09-29 0 3483
1367 진주상인이 희귀한 진주를 찾아다니듯 헌책 사냥 즐겨해보기... 2017-09-29 0 3612
1366 [쉼터] - 인상파 화가 거장 반고흐 = 디자이너 스티브 2017-09-27 0 3159
1365 [이런저런] -마광수님, 그 언제나 소년같던 님은 그림과 함께... 2017-09-26 0 3208
1364 [이런저런]-마광수님, 안 팔린다던 님의 책들, 지금 "벼룩뜀질" 2017-09-26 0 4836
1363 [이런저런] -마광수님, "25년전 판결, 다시 도마위에 올라야..." 2017-09-26 0 3409
1362 [이런저런] - "군사식이불접기대회" 2017-09-26 0 4912
1361 [이런저런] - "5원짜리 식당" 2017-09-26 0 4702
1360 [이런저런] - 고양이가 벌어들인 돈, 로숙자 쉼터에로... 2017-09-26 0 3372
1359 [이런저런] + 1938 = 78 = 2800 2017-09-25 0 3225
1358 [이런저런] - 마광수님, "시대착오적인 퇴행"에 맞서다... 2017-09-25 0 3207
‹처음  이전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