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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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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마광수님, 안 팔린다던 님의 책들, 지금 "벼룩뜀질"
2017년 09월 26일 22시 30분  조회:4836  추천:0  작성자: 죽림

마광수'라는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에 올라온 걸 보고 바로 소름이 돋았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돌아가셨구나'


마광수 교수님의 댁을 뵈었던건 2011년 이었다.
출판예정인 2권의 책 표지 디자인을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조금 놀라웠던 기억은 소설을 자필로 쓴 원고를 봉투에 넣어서 회사로 보내줘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편집자가 아니라 그런 경험이 없어서 였나 손으로 쓴 원고를 직접 받아본 건 처음이였다.
'오래 전에 활동하셨던 분이라 아직 손으로 쓰시는 구나'
다행인 건 한글 파일도 존재했다. 제자가 타이핑 해줬다고한다.

마광수 교수님을 처음 뵈었던 날이 선명이 기억이 난다.
인상이 좀 많이 예민해 보였다.
그래서 작업하는 시간과 과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다행이 디자인의 컨펌은 쉽게 통과 되었다.

마광수 교수님은 2011년 당시에도 건강이 좀 안좋아 보였다.
얼굴은 통통하게 부어있었지만 바싹 마른 몸은 야위었다는 표현이 맞다.
일 얘기 외에 내 뱉으시는 말들은 상대의 호응이 없어도 쭉 이어나가셨다.



"나 감옥갔다 온거 알지? 난 아직도 정말 이해가 안되
그거 때매 명예교수도 못달고, 연금도 안나오고 참..."

"출판 시장이 왜 이리 엉망이야. 어렵네 어려워
사람들도 책을 참 안읽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책 안 읽어.
수업 받으러면 교재가 있어야지. 수업 교재도 사지도 않고 말이야."

"내 책 전자책으로 내준 출판사 있는데, 아마 잘 안팔리나봐.
그리고 나 전자책 싫어. 종이책이 좋지."

"나 원고 많은데, 책 출간해 줄 출판사 연결이 힘드네.
이번 책도 거기 대표가 어렵게 결심한 것 같은데."



마광수 교수님과 작업하면서 현재 책 얘기 보다 통탄의 세월 얘기를 더 많이 들었다. 

책이 나오면 좀 웃으실 줄 알았다.
책 만드는 작업 하는 내내, 그리고 책이 나온 좋은 날에도 옅은 미소 조차 보이지 않으셨다.
평소 그림도 그리셔서 마광수 교수님 작품을 전시하고, 책 출판기념회도 함께 하는 행사를 가졌는데도 전혀 기뻐보이지 않으셨다.

그 때 마광수 교수님 그림전시 타이틀이 '소년광수'였다.
그림은 글과는 상반되게 굉장히 순수해 보였다.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을 즉흥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별빛속을 날다, 마광수



2권의 책이 출판 된 후 마광수 교수님을 뵐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이직을 하고 경향신문일을 하고 있을 때 자문할 것이 있어서 먼저 연락을 했었다. 
4년이 흐른 뒤 였지만 여전하셨다.


"경향신문에서 나 종이책 좀 내 달라 그래. 나 원고 써놓은 거 많아.
책 안되면 칼럼도 쓸 수 있는데."


결국 일로 연결이 되지는 않았다. 
그 후 로도 몇 번이고  부탁하는 느낌으로 물어보셨다.


"책 많이 냈는데 인세도 별로 안들어오고, 연금도 없고 생활이 어려워.
어려워 죽겠어."


씁쓸했다.
논란의 중심에서 감옥살이 까지 하게 되었지만 윤동주 시인의  세계를 대중한테 널리 알린 상당히 문학적 공로자임은 틀림없는데 '윤동주 박사 1호'라는 사실은 묻힌지 오래다.

1989년에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인해서 논란의 중심이자 스타 작가가 되었고, 
1992년에 <즐거운 사라>를 발표했다. 
<즐거운 사라> 이 책이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다.
강의 중 현장에서 구속되었고 결국 대법원에서는 최종적으로 유죄판정을 받았다.

교수라는 직책이 도덕적 기대감이 큰 위치인건 분명하다.
하지만 문학은 예술이고, 어느 분야 보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분야지만 세상이 그를 품지 못했다. 
그의 글은 그 당시 한국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법으로 제지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 때가 불과 20 여년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난 아직도 이해가 안되. 진짜 다들 답답해"

자신을 향한 비난에 맞서야 했고, 외로움과 싸워야 했고, 긴 공허함을 오롯이 느낀 탓이였을까
마광수 교수님의 초점을 잃은 눈빛은 쉽게 볼 수 없는 깊은 어두움이 드리워있었다.
축쳐진 어깨, 끊임 없는 기침, 생기 잃은 파리한 낯 빛을 하고 있었지만
표현 욕구와 글에 대한 열정은 살아있었다고 생각한다.

"나 20대 교수되고 학생들한테 인기 참 많았어"
어느 날 이렇게 말씀 하면서 피식, 
그게 마광수 교수님을 뵙고 본 처음이자 마지막 미소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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