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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 "와인은 神, 맥주는 인간을 위한것"
2017년 10월 03일 00시 48분  조회:3471  추천:0  작성자: 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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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제부터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을까요? 처음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사람들은 수메르인들이라고 해요. 수메르인은 지금부터 약 6000년전, 오늘날의 이라크 주변인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았던 사람들을 일컫지요.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맥주를 만들게 됐는지는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단지 물에 젖은 빵을 놓아 두었는데, 이것이 발효되면서 시금털털한 맛을 내는 액체가 생겨났고, 사람들이 이것을 마시면서 맥주라는 술을 알게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예요.
 
 
수메르 사람들의 맥주 제조법은 바빌로니아로 전해졌어요. 바빌로니아(BC 4000~BC 538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문화를 갖고 있던 문화 대국이었죠. 그 사람들은 여러 가지 곡물을 이용해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맥주를 만들었어요.
 
고대의 맥주는 요즘의 맥주와 많이 달랐다고 해요. 당시의 맥주는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서, 색깔이 탁했고 맛도 썼다는군요. 그래서 맥주를 마실 땐 씁쓸한 앙금이 입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가느다란 갈대를 잔에 꼽아서 쭉쭉 빨아 마셨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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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로니아 유적

그 시절의 맥주는 ‘평등한’ 먹거리가 아니었어요.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만든 함무라비 법전에 사람의 지위에 따라서 맥주를 차등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거든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법전인 이 법전에 따르면 일반 시민은 하루에 약 2리터, 관리들은 3리터, 성직자와 고위 관리들은 약 5리터의 맥주를 배급 받을 수 있었다고 해요.
 
신분 차별은 있지만, 누구든 하루 2~5리터의 맥주를 마셨으니, 그야말로 엄청나게 마셔댄 셈이죠.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맥주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술집 주인이 형편 없는 저질 맥주를 내놓으면 물에 빠뜨리고, 심지어 살해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무시무시한 세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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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맥주

맥주는 그리스에서도 사랑을 받았어요. 정치가 플리니우스(Plinius·63~113)는 (지중해 인근의 오리엔트 지역에서) 포도주가 유행하기 전에 맥주가 있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로마에선 달랐지요. 신의 음료 라고 불리던 와인에 밀려서 외면당했거든요. 로마 사람들에게 맥주는 포도가 제대로 재배되지 않는 외곽에서나 마시던 야만인의 음료였던 셈이죠.
 
 
로마인들은 맥주를 싫어했어요. 로마인 중에 맥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을 남긴 사람은 정치가 타키투스(Tacitus·55~117)로 알려져 있어요. 그는 게르만 사람들은 보리나 밀로 만든 끔찍한 음료를 마신다고 적어 놓았어요. 이 기록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게르만족은 맥주를 좋아했지요. 독일 쿨름바흐(Kulmbach) 지역에선 기원전에 사용되던 맥주 항아리가 발견돼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어요. 기원전부터 이 지역에서 맥주가 애용됐음을 보여주는 증거였죠. 맥주는 바이킹들도 즐겨 마시던 음료였어요. 에다(Edda)라는 북유럽 서사시에 와인은 신을 위한 것이고 맥주는 인간을 위한 것이란 내용이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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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룸바흐 맥주 파티

 
로마 사람들과 달리 유럽 사람들은 맥주를 좋아했어요. 그 덕에 맥주는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죠. 그런데 맥주 제조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은 일반 시민들이 아니었어요. 뜻밖에도 수도사들이었죠. 이유는 사순절(예수가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기간)을 맞아 단식을 하는 동안, 영양을 보충해줄 음료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어요. 당시엔 맥주를 술이 아니라 음료라고 여겼지요. 그리고 음료를 마시는 것은 단식의 계율을 어기는 것이 아니었어요.
 
 
중세는 종교적 색채가 무척 강했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맥주는 금지된 음식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수도원에선 엄청나게 맥주를 마셔댔어요. 수도사 한 사람당, 하루 5리터씩의 맥주가 허용됐거든요. 1리터 짜리 생수 5병 분량의 맥주를 매일 마셨다는 얘기니까, 당시의 수도사들이 맥주를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알 수 있겠죠?
 
 
맥주 제조에 관심을 가진 수도사들은 12세기에 들어, 맥주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어요. 맥주에 처음 호프(hop)를 넣어 맛을 변화시킨 거죠. 대표적인 곳이 벨기에의 브라반트(Brabant) 수도원이어요. 이 수도원에서는 호프 뿐만 아니라, 향을 좋게 하기 위해 다른 곡물, 과일, 꽃잎 등을 맥주에 첨가하는 여러가지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졌어요. 요즘도 유럽의 맥주 중엔 꽃 향기나 과일 향기가 나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이 맥주들은 대부분 14~15세기에 걸쳐 수도사들이 발전시킨 양조기술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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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반트 수도원

 
맥주를 뜻하는 영어 단어 비어(beer)는 마실 것을 뜻하는 라틴어 비베르(biber)에서 유래된 말이에요. 인도 인근에선 맥주를 알루(alu)라고 했는데, 이 말은 원래 마법 또는 마술을 뜻하는 단어였어요. 고대인들의 눈에는 곡식을 발효시켜 맥주를 만드는 것이 마법같이 신기한 일로 보였나 봐요. 고대 게르만 사람들은 맥주를 에알루(ealu)라고 불렀고, 바이킹들은 알루트(aluth)라고 불렀어요. 모두 맥주의 일종인 에일(ale)을 가리키는 말이었죠. 영국에서는 호프를 재배해 맥주에 이용하기 시작한 15세기 초기까지 비어와 에일을 동일한 단어로 사용했어요. 요즘도 영국에 가서 ‘에일을 달라고 하면 맥주를 주는 것은 그 시절의 영향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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