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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 웨딩드레스는 왜 흰색?...
2017년 09월 19일 23시 32분  조회:3307  추천:0  작성자: 죽림
1406년 영국 필리파 공주가 처음 입어
'신부 옷' 만든 공은 빅토리아 여왕
흰 드레스는 부의 상징이자 혁신의 이미지
평소 패션에 대해 ‘왜 그럴까’ 궁금한 것들이 있다. 오래 전부터 이유도 모른 채 일상적으로 즐기거나, 혹은 너무 사소해서 누구에게 물어보기 멋쩍은 그런 것들이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스타일 지식’은 쉽게 접하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패션 상식을 소개하는 코너다. 이번에는 ‘흰 웨딩드레스’다.
지난 7월 모델 미란다 커가 본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웨딩사진. 역시 정석대로 흰색 드레스를 입었다. [사진 미란다 커 인스타그램]
 
결혼식에서는 지켜야 할 게 참 많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닌데 신랑 신부를 포함해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까지 상식처럼 알고 따르는 많은 약속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애티켓은 드레스 코드다. 격식을 갖추는 차림일 것,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캐주얼하지도 않아야 할 것 등 결혼식에서 지켜야 할 많은 드레스코드들이 있지만, 그중 제1의 원칙은 ‘신부를 제외한 사람은 흰색 옷을 입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신부가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기 때문이다. 결혼식 주인공인 신부를 가장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신부가 입는 흰색 옷을 다른 사람이 입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몇 해전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사연이 있다.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한 시누이에 대한 얘기다. 하소연성 글이었는데 ‘시누이가 큰 잘못을 했다’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심지어 순식간에 '결혼식에서 흰색의 주인공은 신부 단 한 명이어야 한다'는 연대가 형성돼 일면식도 없는 시누이를 앞다퉈 공격하기까지 했다.
━ 흰 드레스 원조는 빅토리아 여왕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신부의 흰색 웨딩드레스. 과연 언제부터 입기 시작한 걸까. 웨딩드레스를 흰색으로 만드는 이유로 흰색이 순결을 상징하는 색이어서 신부와 잘 어울리기때문이라는 설이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옛날 유럽의 신부는 결혼식에서 다양한 색의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흰색을 입는 신부가 흔치 않았을 정도다. 그러니 신부의 색으로 흰색을 고른 이유가 순결을 상징해서라기보다는 흰 웨딩드레스를 대중적으로 입기 시작한 후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알버트 왕자의 결혼식 장면.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식에서 입은 후 흰 드레스는 신부의 상징이 됐다. [사진 아이비브라이들스튜디오 홈페이지]
 
역사적으로 알려진 인물 가운데 처음으로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영국의 필리파(Philippa) 공주였다. 미국 웨딩전문매체 아이비 브라이들 스튜디오는 “1406년 영국 필리파 공주가 자신의 결혼식에 흰색 실크로 된 튜닉과 망토를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이후 400년 넘도록 흰색은 별로 선택받지 못하다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입으면서 명실상부한 ‘신부의 옷’으로 자리 잡았다. 1840년 빅토리아 여왕은 알버트 왕자와의 결혼식에서 입은 흰 가운과 망토를 썼고, 이후 그의 스타일을 따르고 싶어하는 신부들이 따라 입으면서 대중에 확산됐다.
━ 부유한 신부만 입을 수 있는 옷 빅토리아 여왕이 흰 웨딩드레스를 선택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붙는다. 당대 다른 신부들이 입지 않는 흰색을 선택함으로서 젊은 여왕의 개혁과 혁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려 했다는 게 하나다. 또 다른 한편에선 영국 레이스 업자들을 배려해 레이스가 가장 돋보이는 색인 흰색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한다. 가령 패션 컬럼리스트 마들린 루켈은 패션잡지 보그에 “빅토리아 여왕은 평소 지원받던 레이스 업자를 도우려고 레이스를 강조하는 흰 드레스를 입었다”고 전했다. 흰 웨딩드레스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바로 ‘부의 상징’이다. 표백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19세기에는 흰색 옷감을 만들려면 일일이 손으로 물을 빼는 방법 외엔 없었다. 공이 많이 들다 보니 다른 색 옷감에 비해 값이 비쌌고 흰 웨딩드레스를 입는 신부는 곧 부유한 집안의 딸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파올로 세바스찬이 내놓은 빨간 웨딩드레스. [사진 파올로 세바스찬]
 
최근 순백의 신부의 틀을 깨고 컬러와 패턴이 입혀진 웨딩드레스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해외 유명 웨딩드레스 브랜드 컬렉션엔 살색이나 금빛 드레스로 우아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거나 연한 핑크와 하늘색을 써 사랑스러운 느낌을 낸 웨딩드레스가 부쩍 자주 등장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처럼 붉은 색 웨딩 드레스로 시선을 확 잡아 끄는 웨딩드레스도 있다.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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