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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님, "창조적 불복종"때문에 저세상 길 택했을가...
2017년 09월 21일 03시 07분  조회:2093  추천:0  작성자: 죽림
 

 

창조적 불복종 ............................................................ 마광수

나는 ‘창조적 불복종’이라는 말을 일종의 화두로 삼고서 지금까지 여러 장르의 글쓰기를 해왔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창조’란 반드시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한 반항과 불복종에 서 나온다는 뜻이다. 문화사적(文化史的)으로 보면 새로운 창조를 시도한 사람들은 기존 의 진리나 윤리 등에 대해 ‘삐딱한 눈길’을 보낸 사람들이다. 예수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 케 하리라”라고 말했지만, 나는 거꾸로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라고 말하고 싶다. 고정불변의 진리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유연성 있는 사고방식을 갖고서 모든 것들을 대할 수 있어야만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아니, 고정불변의 ‘진리’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가 과학발달의 역사를 주의깊게 관찰해 보 면 금세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권테는 변태를 낳고 변태는 창조를 낳는다”는 말도 내가 늘상 되뇌이는 말이다. 내 첫 번째 장편소설 제목이『권태』였을 만큼, 나는 권태가 모든 새로운 창조의 원동력이 된 다고 생각했다. ‘권태’를 단지 ‘게으름’에 따른 ‘심심함’ 정도의 뜻으로 이해하지 않고 ‘새 로운 창조의 원동력’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니까 기존의 패러다임에 ‘반항’하면서 ‘권태’ 를 느낄 수 있을 때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왔다는 얘기다. 역사상 많은 ‘반항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기존의 진리나 윤리, 또는 학설에 권태를 느낀 사람들이었다. 문학으로 보면 ‘사디즘’이란 말을 낳게 한 변태 작가 사드가 있었고, 과학 으로 보면 천동설에 반항하여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나, 신의 창조설에 반항하여 진 화론을 주장한 다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당대에 호된 비난과 비판을 받았고, 심지어 단죄되기도 했다. 노예제도에 반기를 든 스파르타쿠스도 ‘불복종’을 한 사람이었고, 고루한 성도덕에 반기 를 든 프르이트도 ‘불복종’을 한 사람이었다. 그들이 구체적 행동이나 학설로 반기를 든 것은 단지 심통맞은 ‘뗑깡’을 부린 게 아니라, 스스로의 확고한 결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 ‘창조적 불복종자’들이 있었기에 인류의 역사는 진보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석가모니도 힌두교에 반기를 든 반항인이었고 예수도 유대교에 반기를 든 반항인이었다. 그들의 새로운 ‘창조’가 있었기에 종교사 역시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 특히 예수의 반항 과 불복종은 그가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스럽게 죽어갈 정도의 심한 처벌을 받았다. 보통 용기 가지고서는 어림도 없는 반항이었다. 그런 확고한 불복종과 반항은 어떤 정신에서 가능했을까? 나는 그것이 ‘야한 정신’, 곧 ‘야인(野人)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내가 평생 지껄여댄 ‘야하다’라는 말은 바로 그런 ‘야인 정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나는 ‘야하다’의 어원이 ‘野하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 약명(?) 높은「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시를 발표한 게 28살 때인 1979년이 다. 발표한 문학잡지는 계간지 <문학과 지성>이었다. 나는 그때 그 제목 (또는 말)이 나 중에 가서 그토록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정말 몰랐었다. 그 시는 지금도 인터넷의 바다 속을 떠나니며 수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대가 바뀌어도 그 말은 항상 새로 운 패러다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 시 한 편만 갖고서 긴 평론을 쓴 비평가들도 많다. 발표되고 나서 한동안 잠자고 있던 그 작품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건 1989년 1월 에 낸 내 첫 에세이집『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때문이었다. 잡다한 에세이들을 주워 담 아 책 한 권을 묶고 나서, 제목을 붙이려고 이리저리 고심하다가 불쑥 생각이 나 에세이 집 제목으로 채택된 게 바로 그 시의 제목이었다. 그 수필집을 낸 뒤, 나는 내가 근무하고 있던 연세대학교에서 ‘교수들의 품위를 실추시켰다’는 죄목으로 징계까지 받았고, 『마 광수의 야한 여자론(論) 비판』이란 제목의 단행본까지 나왔다. 그 뒤로 내가 줄곧 주장해온 ‘야한 정신’이란, ‘과거보다 미래에, 도덕보다, 본능에, 질서 보다 자유에, 정신보다 육체에, 전체보다 개인에, 절제보다 쾌락에’ 가치를 매기는 정신 을 말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야한 여자 소동’ 이후로도 나는 많이 두들겨 맞았다. 1992년 10월에는 내가 써서 출간한 소설 『즐거운 사라』가 외설이라는 이유도 구속영장도 없이 ‘긴급 체포’를 당해 감옥소 로 갔고, 대법원까지 간 긴 재판을 통해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그날로 나는 연 세대 교수직에서 해임되어 실업자 백수가 되었다. 『즐거운 사라』는 한참 후에 또 한 번 두들겨 맞았는데, 2007년 4월에 그 소설을 어느 독자가 내 인터넷 홈페이지에 전부 올 리는 바람에, 불구속 기소가 되어 또 다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전과 2 범(犯)’이 되었고, 정년퇴임 이후에도 연금을 못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사라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또 나를 디립다 까는 책이 한 권 나왔는데, 책 제목은 『사 라는 결코 즐겁지 않았다』였다. 그 책에 대한 반박문을 쓰라는 원고청탁을 월간지 <신 동아>에서 해와, 나는 『그래도 사라는 즐겁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논문(?)을 쓰기도 하였다. 줄여 말해서 ‘야한’ ‘사라’가 나를 되게 골탕 먹인 셈이다. 세월이 지나고 나서 보니 꼭 한편의 코미디같이 느껴진다. 나는 내가 문학에서 새로운 ‘창조’를 해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겪은 일련 의 사건들은 오직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건들이었다. 유럽이나 일본 같으면 아 무런 화젯거리도 못 될 작품이 한국에서만은 그토록 큰 풍파를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내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억울해하고 있다. 내가 ‘한국적 상황’에서 새롭 게 창조해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성문학’에 대한 이론과 창작을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그리고 장편소설 『권태』가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는데, 그 이후로 20 여 년이 지나도록 ‘젊은 마광수’, 다시 말해서 ‘제2의 마광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내가 새로 소설이나 시집을 내면 거의 모두가 <19금(禁)>이 된다. 그러니 출판사 들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 문단에서 ‘왕따’이기 때문에 빽줄도 없다. 학계에서도 마찬가 지다. 2000년도에는 1998년에 어렵게 복권이 되어 연세대에 복직한 지 2년 만에 학과 동 료 교수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해 ‘재임용 탈락’이 될 뻔 했고 (다행이 학교 본부에서 나를 봐주는 바람에 살아났다), 그 여파로 격심한 배신감에 의한 지독한 우울증에 걸려 2년 반이나 휴직해야 했다. 별 볼일 없는 ‘창조’를 한 것 때문에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 으니 그건 참 억울한 일이다. 지금(2011) 내 나이 60. 인생의 종반기. 아닌 종반기의 문턱에 접어들었다. 더 비약적이 고 기발한 ‘변태’를 ‘창조’해내고 나서 죽어야만 여한이 없을 터인데, 한국이라는 사회 여 건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니 억울하고 안타까워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문학은 국가 별 언어라는 장벽이 있어 쉽게 국제화가 될 수 없다. 미술이나 음악은 세계가 공통 언어 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여건을 조금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40살 때 첫 미 술전시회를 가진 이후로 지금까지 8번의 개인전을 열었는데, 역시 아마추어 대접밖에 못 받고 있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때 국문과가 아니라 미술대학에 진학했더라면 어땠을 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해보게 된다. 쓰다 보니까 내 신세타령을 너무 많이 늘어놔 가지고 ‘창조’라는 거창한 제목과는 좀 동 떨어진 글이 되고 만 것 같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 다. 내가 나이를 더 먹더라도 절대로 ‘나이값’만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마음만은 언제까지나 ‘야한 정신’을 유지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일단 ‘나이값’을 하게 되면 새로운 모색과 실험과 창조와는 담을 쌓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글쟁이들은 특히나 더 빨리 늙는다. 쉽게 변절하고 쉽게 타협한다. 오죽하면 내 가 “한국에서는 요절하지 않으면 변절한다”라는 말을 자주 떠들어댔겠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배 시인인 윤동주조차도, 그가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추하게 변절하지 않았 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니까 말이다. (2011) (마광수 지음 <나의 이력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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