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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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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독일 시인 중 한 사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17년 10월 21일 01시 46분  조회:4040  추천:0  작성자: 죽림

두이노의 비가/ 릴케

 

제 1비가

 

내가 소리쳐 부른들천사들 중 그 누가 내 소리를 들어 주겠는가?

설혹 어느 천사 하나 있어 나를 불현 듯 안아 준다 하여도

나는 그의 강력한 존재의 힘을 못 이기고 소멸하리라,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아직 견뎌 내는 두려움의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우리가 그처럼 찬탄하는 것도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킨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두렵다그리하여 나는 암울한 흐느낌이 섞인 유혹의 소리를 억누르고 삼켜 버린다.

우리는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천사도 아니다인간도 아니다.

명석한 짐승들은 우리가 이 해석된 세계에서 마음 편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란 아마도 날마다 바라보는 언덕의 한 그루 나무,

어제 거닐던 길 또는 한사코 우리 곁을 떠날 줄 모르는 어떤 관습으로의 맹종이리라.

그리고 밤이 있다세계 공간을 가득 메운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파고드는 밤,

그리움으로 기다려지고가벼운 실망을 안기며모두의 가슴으로 고통스레 다가서는 밤.

그런 밤은 누구에게나 있으리라연인들이라면 그러한 밤도 조금은 견디기 쉬울까?

그들은 다만 서로의 운명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너는 아직도 그것을 모르는가?

두 팔로 움켜 안고 있는 그 공허를.

공허는 우리가 숨 쉬는 공간 속으로 내던져라.

그러면 새들은 아마 더 넓어진 그 대기를 한결 정답게 날갯짓하며 느끼리라.

그렇다해마다 봄은 너를 필요로 했으리라많은 별들은 네가 소망하기를 갈망했으리라.

지난날은 큰 물결로 밀려오고네가 열려 있는 창 옆을 지날 때

바이올린 소리도 다가와 네 속으로 깊이 젖어 들었으리라그것은 모두 위탁이었다.

그러나 너는 그 본분을 다해냈는가너는 끊임없이 기대하는 마음에 산만하지 않았던가?

마치 모든 것이 너에게 새 연인과 설레임을 전달해 주기라도 하는 듯이.

(크나 큰 낯선 생각들이 마음속을 드나들고밤이면 가끔은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한데너는 어디다 연인을 숨겨 두려는가.)

그래도 그리움에 견디기 어려우면사랑에 살다 간 여인들을 노래하여라.

그녀들의 자랑스러운 그 감정도 불멸의 것이 되기엔 아직 부족하다.

네가 부러워하기까지 하는 저 버림받은 여인들,

그들은 그 사랑에 만족했던 자들보다더 사랑을 할 줄 안 사람들이었다.

다함이 없는 찬미를 거듭하여라생각하라영웅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법,

몰락조차도 그에겐 존재를 위한 구실최후의 탄생에 불과했나니.

그러나 지쳐버린 자연은두 번 다시 그러한 사랑을 생산할 힘이 없는 듯,

사랑으로 살다 간 여인들을 자신의 안으로 다시 거두어들인다.

너는 가스파라 스탐파를 마음 속 깊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느 소녀가 이 사랑하는 여인의 고결한 모범을 본받아

자기도 그녀처럼 되리라는 생각을 간직하게 하리만큼.

이제는 이 오래된 아픔이 우리로 하여금 더욱 풍요한 결실을 맺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연인을 사랑하기도 연인으로부터 벗어나기도떨면서 참아 내기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마치 화살이 시위에 당겨져 날아가 자기 이상의 존재가 되기 위하여 떨면서 견뎌 내듯이.

참된 머무름이란 어디에도 없다.

목소리목소리가 들린다들어라마음아그 옛날 오직 성자만이 고요히 들었던 그런 자세로,

거대한 소리는 성자들을 땅에서 일으키려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성자들을 경청했다너도 신의 음성을 참고 견디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바람처럼 불어오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적막 속에서 들려오는 끊임없는 소식은 저 죽어간 젊은이들로부터 나오는 너를 향한 부름이다.

지난날 네가 로마나 나폴리에서 교회에 들어설 때마다 그들의 운명이 조용히 말을 건네 오지 않았던가?

혹은 얼마 전 산타 마리아 포모사에서도 그러했듯 하나의 묘비명이 너를 숙연하게 하지 않았던가?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비운의 이름을 조용히 거두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 그들의 고양된 정신을 조금은 흩트리기 때문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이 지상세계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관습에 얽매임 없이장미꽃그리고 그 밖의 묘한 희망을 약속하던 사물에게인간 삶의 미래를 상정하지 않는 다는 것은.

끝없이 불안한 손안에 들어 있는 존재가 더 이상 아니고이상한 일이다,

스스로의 이름마저도 부서진 장난감처럼 내버린다는 것은.

세상의 소망을 더는 갈망하지 않고 서로 얽혀 있던 모든 것들이 나뭇잎처럼 흩날리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그리고 죽음의 세계에 들어가서도 수고롭고못 다한 일들을 만회하기에 분주하다.

죽은 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간신히 한 조각의 영원을 느끼게 될 뿐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들은 지나치게 분별하는 과오를 범하고 만다.

천사들은 살아 있는 자들 사이에 있는지 혹은 죽은 자들 속에 있는지를 모른다.

영원한 흐름이 삶과 죽음의 두 영역에 걸쳐 온 세대를 휩쓸어서는 모두를 굉음과 함께 삼켜버린다.

마침내 요절한 그들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언젠가 어머니 가슴을 떠나 성장하듯이 죽은 이들도 조용히 지상을 떠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들그 비밀을 필요로 하는 우리들,

가끔은 슬픔으로부터 지극한 행복의 진전을 얻는 우리들.. 우리는 과연 그 죽은 자들 없이 살아낼 수 있을까?

내려오던 전설을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던가?

언젠가 리노스의 죽음을 슬퍼하는 통곡이 최초의 음악이 되어 메마른 대지를 이슬로 적시었다는 것은.

신에 가까운 그 젊은이가 홀연히도 영원한 발걸음을 떼는 순간 경악의 공간속에도 그 공허함의 울림이 퍼져나갔다고 한다.지금도 그 울림은 우리를 황홀케 하고위로하고그리고 힘을 갖게 한다


출처: http://blackbart.tistory.com/49

  

 

두이노의 비가 6 / 릴케

무화과나무여, 너는 벌써 오래 전부터 내게 많은 의미를 주었다.
너는 개화의 단계를 거의 완전히 건너뛰고,
내세움 없이 너의 순수한 비밀을
때맞추어 결심한 열매 안으로 밀어넣는다.
너의 굽은 나뭇가지는 분수의 수관처럼 위아래로
수액을 나른다 : 그러면 수액은 잠에서 벌떡 일어나,
거의 깨지 않은 채, 가장 달콤한 성취의 행복 속으로 뛰어든다.
보라 : 신이 백조의 몸 속으로 뛰어들었듯이.
                            ······그러나 우리는 머뭇거린다, 슬
프다. 우리가 내세울 것은 우리의 꽃피어남이니, 우리는 우리의 궁
극적인 열매의 뒤늦은 핵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탄로나버린다.
몇몇 사람에게만 행동에의 충동이 강력하게 솟구치니,
이들은 벌써 그들 마음의 충만함 속에서 머물면서 작렬한다,
꽃피움의 유혹이, 위안을 주는 밤공기처럼
그들의 젊은 입과 눈꺼풀을 스칠 때면 :
이들은 영웅들이거나 일찍 세상을 뜰 운명을 가진 자들이다,
이들의 혈관을 정원사 죽음의 신은 각각 다르게 비틀어놓았다.
이들은 돌진해간다 : 자신들의 미소보다 앞서간다, 마치
카르나크 신전에 부드럽게 새겨진 움푹한 부조에서
마차를 끄는 말들이 승리에 취한 왕을 앞서가듯이.
영웅은 놀랍게도 어려서 죽은 자들과 아주 가까이 있다. 영웅은
영속성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에겐 상승이 현존재이다 ;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덜어내면서 계속되는 위험의 바뀐 별자리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를 발견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해줄 말이 없는 검은 운명은 갑작스레 열광하면서
그를 향해 그의 떠들썩한 세계의 폭풍 속으로 들어가라고 노래한다.
하지만 나는 그의 목소리와 같은 소리는 듣지 못한다. 느닷없이.
밀려오는 공기에 실려 어두운 그의 음성이 나를 뚫고 지나간다.

그러면, 나는 이 큰 그리움으로부터 숨고 싶구나 : 오 내가 만일,
내가 만일 소년이라면, 내가 아직 소년이 될 수 있다면, 그리하여
미래의 팔을 괴고 앉아 삼손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면, 그의 어머니가
처음엔 아무것도 낳지 못하다가 나중엔 모든 걸 낳게 되었는지.

그는 이미 당신의 몸 속에서부터 영웅이 아니었던가, 어머니,
그의 영웅다운 선택은 이미 그곳, 당신 안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무수한 것들이 자궁 속에서 들끓으면서 그가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보라 : 붙잡고 분별하고 선택하고 성취한 것은 그였다.
그리고 그는 기둥들을 부쉈다. 그것은 그가 당신 몸의 세계로부터
더욱 비좁은 세계로 갑자기 빠져나왔을 때였다. 이곳에서도 그는
계속해서 선택하고 성취했다. 오 영웅들의 어머니들이여, 오
쏟아지는 강줄기의 원천이여! 너희 골짜기들이여, 처녀들은 벌써
너희들을 향해 마음의 높은 벼랑에서 울면서 뛰어내렸다,
그들은 앞으로 태어날 아들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었던 것이다.
영웅이 사랑의 정거장을 폭풍처럼 헤치며 지나갈 때마다,
그를 위해 뛰는 모든 심장이 그를 높이 들어올리는가 했더니,
어느새 몸을 돌려, 그는 미소의 끝에 서 있었다, 다른 모습으로.

 

두이노의 비가 7 / 릴케

더 이상 구애하지 마라, 저절로 터져나온 목소리여, 네 외침이
구애의 외침이 되지 않게 하라 ; 너 비록 새처럼 순수하게 외칠지 모르지만,
계절이, 상승하는 계절이 새를 들어올릴 때면, 이것은 거의 잊고 하는 일,
새 역시 한 마리 근심하는 짐승에 지나지 않으며, 맑은 행복을 향해,
친근한 하늘을 향해 계절이 던져 올리는 유일한 마음이 아님을.
새처럼 바로 그렇게 너도
구애하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아직은 보이지 않는, 조용한 여자친구에게
구애를 하여, 네 목소리를 듣고서 그녀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대답이 서서히 눈을 뜨고 몸이 뜨거워지게 하고 싶은 것이다,
너의 대담한 감정에 어울리는 불타오르는 감정의 짝이 되도록.

오, 봄은 이해하리라- , 어느 조그만 틈새 하나라도
예고의 음조를 울리지 않는 곳이 없으니. 제일 먼저,
높아져가는 고요와 말없는 순수한 긍정의 날로 둘러싸여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저 첫 작은, 묻은 듯한 피리 소리를,
그 다음엔 계단들을, 꿈속에서 본 미래의 사원을 향한
외침을 계단들을, 그 다음엔 종달새의 지저귐을,
약속된 놀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치솟는 물줄기로 잡아 올리는
분수들을 이해하리라···· 그러면 봄 앞엔 여름이 서 있으리라.

그 모든 여름 아침들뿐만 아니라, 이 아치들이
낮으로 바뀌어가며 해돋이로 빛을 뿌리는 모습뿐만 아니라,
꽃들 사이에선 점잖지만, 위쪽, 나무들 모습 사이에선
힘차고 거대한 날들뿐만 아니라,
이렇게 펼쳐진 힘들의 경건함뿐만 아니라,
길들뿐만 아니라, 저녁 무렵의 초원뿐만 아니라,
늦은 뇌우가 지나간 뒤에 느끼는 숨결의 청명함뿐만 아니라,
그 밤들! 드높은, 여름날의 밤들,
그리고 별들, 대지의 별들.
오 언젠가는 죽는 것, 그들의 무한함을 아는 것,
그 모든 별들을 : 그들을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잊겠는가!

보라, 그때 나는 애인을 향해 외쳤다. 그러나 그녀만이
오는 것이 아니니라··· 무른 무덤들을 헤치고 나와
소녀들도 내 곁에 서리라··· 내 어찌 한 번의 외침을
제한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땅에 묻힌 소녀들은
언제나 이 세상을 찾고 있다. -너희 어린아이들아, 이곳에서
제대로 한 번 손에 잡은 것은 많은 이들에게도 소용되리라.
운명이 어린 시절의 밀도보다 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
얼마나 자주 너희들은 사랑받는 남자를 추월했던가, 무를 향한, 열린
세계를 향한 그 놀라운 달리기 끝에 숨을 내쉬며, 내쉬며.

이승에 있다는 것은 멋진 일. 너희들은 그것을 알았다, 소녀들이여,
너희들도. 너희들은 그것을 빼앗긴 것 같다, 너희들은 도회지의
가장 비참한 골목과 곪아터진 상처 속으로, 또는 쓰레기
구덩이 속으로 빠졌다. 모두 한 시간만을 가졌으니, 아니,
온전히 한 시간도 아닌, 시간의 척도로 거의 잴 수 없는
두 순간 사이의 시간을-, 모두 이 세상에 존재했을 때,
모두 모든 것을 가졌을 때. 현존재로 가득 찬 혈관들을.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 인정해주거나
시기하지 않는 것은 너무 쉽게 잊는다는 것. 우리는 남에게
행복을 눈에 띄게 보여주려 한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복은
우리가 그것을 마음 속에서 변용시켰을 때 드러나는 법인데.

세계는, 사랑하는 이여, 우리의 마음속 말고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인생은 변용 속에 흘러간다. 그리고 외부 세계는 점점 더
적게 사라진다. 한때 옹골찬 집이 서 있던 곳에
가공의 이미지가 끼어든다, 비스듬히, 상상의 세계에
완전히 예속되어, 그 모든 게 아직도 머릿속에 들어 잇는 듯.
시대정신은 힘의 거대한 창고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모든 것에서 취해온 긴장된 충동처럼 형체도 없다.
시대정신은 사원을 더 이상 모른다. 우리는 이 같은 마음의
낭비를 은밀하게 아끼려 한다. 그렇다, 아직 하나의 사물이
지난날 숭배하던 것, 무릎 꿇고 모시던 것이 아직 남아 있어도,
그것은 있는 모습 그대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벌써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것을 마음 속에
다시 지을 기회를 놓치고 있다, 기둥과 조각상으로 더 위대하게~

이 세상이 묵직하게 방향을 틀 때마다 패적자들이 생기는 법,
이들은 과거의 것도 그리고 미래의 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미래의 것 역시 사람들에겐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 이것은 아직은 우리가 인식하는 형상을
보존하는 것을 강화시켜주리라. 이것은 한때 사라들 속에 있었고,
운명 속에, 파괴적인 운명의 한복판에 서 있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름 속에 서 있었다,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것은 확정된 하늘에서 별들을 제 쪽으로 휘어놓았다.
천사여, 나는 그것을 그대에게 보여준다, 자 여기! 그대의 눈길 속에
그것이 구원을 받게 해다오, 마침내 똑바로 서도록.
기둥들, 탑문들, 스핑크스, 사라져가는 또는 낯선
도시 위로 우뚝 솟아 버티는 대성당의 잿빛 지주들.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던가? 오 천사여, 경탄하라, 바로 우리다.
우리다, 오 그대 위대한 존재여, 우리가 그 일을 해냈다고 말해 다오,
나의 호흡은 그렇게 찬미하기에도 벅차다. 그러니 우리는
결국 공간들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의 풍요로운 몫을,
이들 우리의 공간들을, (우리들의 느낌의 수천 년으로도 이들이
넘쳐나지 않았으니, 이들은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광대한 것일까)
그러나 탑은 거대했다, 그렇지 않은가? 오 천사여, 탑은 거대했다.
그대 옆에 놓아도 거대했다. 샤르트르 성당을 거대했다, 그리고
음악은 훨씬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 우리를 넘어섰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여인도, 오, 밤의 창가에서 혼자서···
그녀도 그대의 무릎까지 다다르지 않았던가?
내가 실제 그대에게 구애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천사여, 내가 구애를 한다고 해도! 그대는 오지 않는다.
나의 부름은
언제라 사라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토록 강렬한
흐름을 거슬러서는 그대는 올 수 없다. 나의 외침은
쭉 뻗은 팔과 같다. 그리고 무언가 잡으려고
하늘을 향해 내민 나의 빈손은 그대 앞에
공허하다. 방어하고 경고하는,
잡을 수 없는 그대, 까마득히.

 

 

   

두이노의 비가 8 / 릴케

생물들은 온 눈으로 열린 세계를 바라본다.
우리들의 눈만이 거꾸로 된 듯하며
생물들 주변에 빙 둘러 덫처럼 놓여
생물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막는다.
외부에 존재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동물의
표정에서 알 뿐이다 ; 우리는 갓난아이조차도 이미
등을 돌려놓고 사물들의 모습을 뒤로 보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얼굴에 그토록 깊이 새겨져 있는
열린 세계를 보지 못하게. 죽음에서 해방되어.
죽음을 보는 것은 우리뿐이다 ; 자유로운 동물들은
몰락을 언제나 뒤로하고
앞에는 신을 두고 있다, 일단 걷기 시작하면, 동물은
영원히 앞으로 걷는다, 마치 샘물이 흘러가듯이.
우리를 결코 하루도
꽃들이 끊임없이 들어갈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을 앞에 두지 못한다. 항상 세계만 있을 뿐,
‘아니오’가 없는 ‘아무 데도 아닌 곳’은 결코 없다 : 순수한 것,
돌봄을 받지 않는 것. 우리가 숨쉬고
무한히 알지만 탐내지 않는 것. 어릴 적에
때때로 골몰하는 것, 조용히 키우다가 털어버려야 하는 것.
또는 죽어서 도달할 수 있는 것.
죽음과 가까이 있으면 죽음을 보지 못하니까,
그러면 바깥을 응시하게 된다, 어쩌면 짐승의 커다란 눈길로
시선을 가로막는 상대가 없다면,
사랑에 빠진 자들은 여기에 가까워져 놀라움을 금치 못하리라····
마치 실수에 의한 것처럼 그들은 서로
상대방의 뒤쪽으로 열려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상대방을 지나칠 수 없으니, 그들에겐 다시 세계가 돌아온다.
언제나 피조물을 마주하고 있는 까닭에, 우리는
거기에 비친 바깥세상의 영상만을 볼 뿐이다,
우리가 침침하게 만든 영상을. 또는 어느 짐승이,
묵묵한 짐승이 머리를 들어 태연히 우리를 꿰뚫어볼지도 모른다.
이것이 운명이다 : 마주 서 있는 것
그리고 오직 이뿐이다, 언제나 마주 서 있는 것.

만약에 다른 방향에서 우리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는
짐승이 우리와 같은 의식을 갖고 있다면
우리를 그의 걸음걸이 속으로
잡아끌고 다닐 텐데. 하지만 그의 존재는
그에게 무한하고 이해되지 않고 그의 상태를
살핌도 없이, 순수하다, 밖을 보는 그의 눈길처럼.
그리고 우리가 미래를 보는 곳에서 그는 모든 것에서
모든 것과 자신을 보며 영원히 치유된 사애에 있다.
하지만 따뜻하고 경계심 많은 짐승의 내면에도
커다란 슬픔의 무게와 근심이 들어 있다.
자주 우리를 사로잡는 것이 그에게도
들러붙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회상이다,
우리가 지금 잡으려 하는 것이 옛날엔 훨씬 가깝고,
진실했고, 그것과의 관계도 한없이 다정했다는
회상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거리이지만,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호흡이었다. 첫 고향 뒤로
두 번째 고향은 잡종에다 바람만 드세다.
오 작은 생물들의 행복함이여,
저희를 잉태했던 자궁 속에 언제나 머물러 있으니 ;
오 모기의 행복이여, 안에서 아직도 뛰어노는구나,
교미를 할 때조차도 : 그들에겐 자궁이 모든 것이니까.
그런데 보라, 새의 불완전한 안전을,
새는 태어날 때부터 이 두 상태를 알고 있는 것 같다,
에트루리아인의 영혼이라도 되는 것처럼,
뚜껑에 그 자신의 쉬는 모습을 새긴
관 속에 집어넣어진 주검에서 빠져나온.
그리고 자궁에서 태어난 것으로 날아야만 할 때
그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마치 저 자신한테
놀란 듯, 새는 번개처럼 허공을 가른다, 마치
찻잔에 쩌억 금이 가듯이. 그렇게 박쥐의
자취가 저녁의 도자기를 가르며 지나간다.

그리고 우리는 : 구경꾼들, 언제 어디서나
그 모든 것을 보며 결코 그것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것들로 우리는 넘쳐난다. 아무리 정리해도 무너지고 만다.
우리는 그것들을 다시 정리하다가 따라서 무너진다.

누가 우리의 방향을 이렇게 돌려놓았기에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우리는 언제나 떠나는 사람의 자세인가?
자기가 살던 계곡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마지막 언덕에
이르러 다시 한 번 몸을 돌려 서서 서성이는 그처럼,
우리는 그렇게 살면서 언제나 이별을 하는 것이다.
 

 

 

두이노의 비가 9 / 릴케

왜, 우리 현존재의 짧은 순간을 월계수처럼
다른 모든 초록빛보다 좀더 짙은 빛깔로ㅡ
나뭇잎 가장자리마다 (바람의 미소처럼)
작은 물결들을 지니고서 보낼 수 있다면,
왜 아직도 인간이기를 고집하는가, 운명을
피하면서 또다시 운명을 그리워하면서?

오, 행복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행복이란 다가오는 상실에 한 발 앞선 한시적인 누림일 뿐.
호기심 때문도 아니고, 또한 마음을 쓰기 위함 때문도 아니다,
월계수에도 그런 마음이 있다면 좋으련만······

사실은 이곳에 있음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든 것, 사라지는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고,
나름대로 우리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더 덧없는 존재인 우리들.
모든 존재는 한 번뿐, 단 한 번뿐, 한 번뿐, 더 이상은 없다. 우리도
한 번뿐. 다시는 없다. 그러나 이
한 번 있었다는 사실, 비록 단 한 번뿐이지만 :
지상에 있었다는 사실은 취소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달려들어 그것을 수행하려 하며,
그것을 우리의 두 손 안에, 넘치는 눈길 속에,
말문이 막힌 가슴속에 간직하려 한다.
그것이 되고자 한다. -누구에게 주려고? 아니다,
그 모든 걸 영원히 간직하고만 싶다······ 아, 슬프다, 우리는
다른 관계 쪽으로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 우리가 여기서
더디게 익힌 바라보기도, 여기서 일어난 일도 아니다. 아무것도.
우리는 고통을 가져간다. 무엇보다 존재의 무거움을 가져간다.
사랑의 긴 경험을 가져간다, -그래,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가져간다. 그러나 훗날,
별들 아래서, 왜 근심할까 : 이들이 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걸.
결국 방랑자 역시 산비탈에서 계곡으로 가지고 돌아오는 것은
누구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 줌의 흙이 아니라,
어렵게 익힌 말, 순수한 말, 노랗고 파란 용담꽃이 아니던가.
어쩌면 우리는 말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다 : 집,
다리, 우물, 성문, 항아리, 과일나무, 창문 그리고
잘해야 : 기둥, 탑이라고···· 그러나, 그대는 알겠는가, 이것들을
말하기 위해, 사물들 스스로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으리라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방식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재촉하여
서로 감정을 나누는 가운데 모든 것이 황홀해지도록 한다면,
이것은 말없는 대지의 은밀한 책략이 아닌가?
문턱 : 사랑하는 두 사람에겐 무엇을 뜻할까,
오래된 그들의 문턱을 조금 더 닳게 만든다는 것은,
그들보다 앞서간 많은 사람들 뒤에 그리고
앞으로 올 많은 사람들에 앞서서······, 가볍게.
여기는 말할 수 있는 것을 위한 시간, 여기는 그것의 고향이다.
말하고 고백하라. 예전보다 더 많이
사물들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사물들은 우리에게서 멀어져간다,
모습이 없는 행동이 그것들을 밀어내며 대체하기 때문이다.
껍데기들로 덮여 있는 행동이다, 안쪽에서 행동이 너무 커져
다른 경계를 요하게 되면 금방 깨져버리고 마는 껍데기들로.
우리의 마음은 두 개의 망치질 사이에
존재한다, 우리의 혀가
이爾 사이에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찬양을 그치지 않듯이.

천사를 향해 이 세상을 찬미하라, 말로 할 수 없는 세상은 말고,
호화로운 감정으로는 너는 천사를 감동시킬 수 없다 ; 천사가
모든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우주공간에서 너는 초심자일 뿐이다.
그러니 천사에게 소박한 것을 보여주어라, 몇 세대에 걸쳐 만들어져 
우리 것이 되어 우리 손 옆에 그리고 눈길 속에 살아 있는 것을.
그에게 사물들에 대해 말하라. 그는 놀라워하며 서 있으리라 ; 네가 
로마의 밧줄 제조공 옆에, 나일강의 도공 옆에 서 있었듯이.
사물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얼마나 순수한지 그리고 얼마나 우리 편인지,
구슬픈 고통조차 어떻게 순수하게 제 모습을 갖추어, 사물로서 봉사하거나
죽어서 사물 속으로 들어가는지, 바이올린조차 다시 불러들일 수 없는
공간으로 넘어가는지 천사에게 보여주어라. -그리고 이들 무상함을
먹고 사는 사물들은 알고 있다, 네가 그들을 칭송한다는 것을 : 죽어가면서,
이들은 가장 덧없는 존재인 우리에게서 구원을 기대한다.
이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우리의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 오 끊임없이-
완전히 우리 자신으로 변용시켜주기를 바란다! 우리들이 누구이든지 상관없이.

대지여, 그대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닌가? 우리의 마음에서
보이지 않게 다시 한 번 살아나는 것. - 언젠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그것이 그대의 꿈이 아니던가? -대지여! 보이지 않음이여!
변용이 아니라면, 무엇이 너의 절박한 사명이랴?
대지여, 내 사랑이여, 나는 그것을 해낼 것이다. 오 내 말을 믿어라,
나를 얻기 위하여 더 이상의 그대의 봄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한 번의 봄, 단 한 번의 봄도 나의 피에게는 너무 많은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나는 그대에게 가기로 결심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항상 그대의 말이 옳았다, 그대 자신이 해낸 성스러운 생각이란
친근한 죽음이다.

보라, 나는 살고 있다. 무엇으로? 나의 어린 시절도 나의 미래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넘치는 현존재가
내 마음속에서 솟아나기 때문이다.

 

 

   
두이노의 비가 10 / 릴케

언젠가 이 무서운 인식의 끝마당에 서서
화답하는 천사들을 향해 환호와 찬양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 심장의 망치들 중 어느 것 하나 부드러운 현이나,
의심하거나 격하게 물어뜯는 현에 닿는다 해도
맑은 소리 그치는 법 없으리라. 넘쳐흐르는 나의 얼굴이
나를 더욱 빛나게 하리라 ; 이 수수한 울음도 꽃 피어나리라.
오 너희 밤들이여, 나, 비탄에 젖어들던 밤들이여, 그러면
너희는 내게 얼마나 소중하랴. 너희 슬픔의 자매들이여,
왜 나는 너희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더욱 세차고 무릎 꿇고
너희들의 풀어헤친 머리카락 속에 나를 풀어 바치지 않았던가?
우리는 고통의 낭비자. 우리가 어떻게 슬픔을 넘어 응시할 수 있을까.
슬픔의 지속을, 언젠가 이것이 끝나지 않을까 바라보면서. 그러나
고통은 우리의 겨울 나뭇잎, 우리의 짙은 상록수,
우리의 은밀한 한 해의 계절 중의 한 계절, 그런 시간일 뿐 아니라,
고통은 장소요 주거지요 잠자리요 흙이요 집이다.

정말로 괴롭다, 고통의 도시의 뒷골목은 낯설기만 하구나,
그곳엔 넘쳐나는 소음으로 만들어진 거짓 고요 속을
공허의 거푸집에서 나온 주물들이 마구 활보하며 걷는다 :
금으로 도금한 소음, 파열하는 기념비.
오, 천사가 있다면 얼마나 흔적도 없이 짓밟아버리겠는가,
그들이 완제품으로 사들인 교회가 경계를 긋고 있는 위안의 시장을 :
깨끗하게, 문을 닫아버릴까, 실망이 크도록, 일요일의 우체국처럼,
그러나 밖에는 언제나 대목장의 변두리들이 넘실대고 있다.
자유의 그네요! 열정의 잠수부여, 곡예사들이여!
그리고 여러 모양들로 예쁘게 꾸민 행운의 사격장에서는
양철 과녁이 넘어지며 덜커덩 소리를 낸다,
어느 솜씨 좋은 사람이 명중시킬 때마다. 그 사람은 갈채에서
우연으로 비틀대며 간다 ; 온갖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게들이
외치며 북을 치고 물건을 사라고 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을 위한 특별한 볼거리도 있다. 돈이 어떻게 새끼를 치는가,
해부학적으로도 타당한 것. 재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 돈의 생식기,
남김없이 행하는 것, 행위 그 자체. 교육적이고
성적 능력 향상에도 좋은 것······
······ 오 그러나 그곳을 벗어나자 곧,
마지막 판자 뒤편에 “영생불사” 라는 광고문이 붙어 있다,
저 쓴 맥주 광고, 마시는 사람들은 달콤하게 느낄 것 같다,
거기다가 늘 신선한 심심풀이를 곁들여서 씹는다면······
바로 그 판자 뒤쪽을 보니, 그 뒤쪽은 현실적이다.
아이들은 놀고 있고, 연인들은 서로 끌어안는다, -한쪽에서,
진지하게, 듬성듬성한 풀밭에서. 그리고 개는 마냥 개다.
젊은이는 자기도 모르게 좀더 걸어간다. 그는 어느 젊은 비탄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 뒤를 따라 초원으로 들어선다. 
그녀가 말한다 :
-좀 멀어요. 우리는 저기 바깥쪽에 살고 있어요······
어디요? 그러면서 젊은이는
따라간다. 그녀의 자태에 그의 마음이 끌렸다. 어깨와 목덜미-,
그녀는 귀한 가문 출신인가봐. 그러나 그는 그녀를 그냥 두고서
돌아가다가 돌아서서 손짓을 한다······ 부질없는 짓. 그녀는 비탄인걸.

다만 어려서 죽은 자들만이 처음으로 맞는, 시간을 넘어선
평온함의 상태에서, 모든 습관을 버린 상태에서
사랑으로 그녀의 뒤를 따른다. 그녀는 소녀들을
기다렸다가 그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에게 살며시
몸에 지닌 것을 보여준다. 고통의 진주알들과 인내의 
고운 면사포. -그녀는 소년들과 함께 걸어간다,
말 없이.

그러나 그들이 사는 계곡에 이르자, 어느 노파가, 비탄의
노파 하나가 소년의 물음에 대답한다 : 우리는
위대한 종족이었지. 그녀가 말한다. 옛날에 우리 비탄들은.
우리 조상들은
저기 큰 산에서 광산일을 했어. 사람들에게서 가끔
매끄럽게 연마된 태곳적 고통 덩어리나,
오래된 화산에서 캐낸, 화석이 된 분노 찌꺼기를 볼 거야.
그래, 그게 다 저기서 나온 거지. 옛날에 우린 부자였어.-
그리고 그를 드넓은 비탄의 풍경 속으로 가볍게 이끌어,
그에게 사원들의 기둥이나 허물어진 성들을 보여준다,
그곳에선 한때 비탄의 영주들이 백성들에게 어진 정치를
베풀었다. 그녀는 그에게 우람한 눈물의 나무들과
꽃 피어나는 슬픔의 밭들을 보여준다,
(산 자들은 이것을 부드러운 나뭇잎으로만 알고 있다)
그녀는 그에게 풀을 뜯고 있는 슬픔의 짐승들을 보여준다.
그때 가끔 새 한 마리가 놀라서 그들의 시야 안으로
낮게 날아가면서 곳곳에 제 고독한 울음의 그림을 그녀놓는다.
저녁이 되자 그녀는 그를 비탄 가문의 노인들의 무덤으로
안내한다. 그들은 여자 무당들과 예언자들이다.
그러나 밤이 다가오자, 그들은 더 천천히 거닌다. 이윽고
달이 떠오르고, 달빛 속에서 모든 것을 감시하는 묘비.
나일 강변에 있는 것과 쌍둥이 같다 :
엄숙한 모습의 스핑크스,
말 없는 묘혈의 얼굴.
그리고 그들은 왕관을 쓴 머리를 보고 놀란다,
그 머리는 무게를 재려고 사람의 얼굴을
별들의 저울에 올려놓고 있었다, 조용히 그리고 영원히.

그의 시선은 그의 이른 죽음으로 아직 어지러워
그 광경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왕관의  테두리 뒤에서 나와, 부엉이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러자
부엉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숙하게 둥근
뺨을 따라 아래로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죽음에 이어 생긴 새로운 청각 위에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윤곽을 부드럽게 그려넣는다.
양쪽으로 펼쳐진 책 속에다 써넣듯이.
그리고 더 높은 곳에는 별들. 새로운 별들, 고통의 나라의 별들.
비탄은 별들의 이름을 천천히 불러본다 : 이쪽을 봐,
기수, 지팡이가 있지. 그리고 아주 밀집해 있는 저 별자리를
이곳에서는 열매의 화환이라고 불러. 다음엔, 계속, 극 쪽을 봐 :
요람 ; 길 ; 타오르는 책 ; 인형 ; 창문이 있지.
그렇지만 남쪽 하늘에는 성스러운 손바닥의
안쪽처럼 순수하게 밝게 빛나는 “M”이 있어.
이건 어머니들을 뜻하지······

그러나 죽은 젊은이는 떠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이 든 비탄은
말 없이 그를 깊은 골짜기로 데리고 간다,
거기 달빛 속에 은은히 빛나는 것,
기쁨의 샘물이다. 비탄은 깊은 경외심에서
그 이름을 부르면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 세계에서는
이것은 생명을 잉태하는 물결이지. -

그들은 산 발치에 이른다.
그때 비탄은 그를 포옹한다, 울면서,

홀로 그는 올라간다, 태곳적 고통의 산을.
그의 발걸음에는 소리 없는 운명의 소리 한 번 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 영원히 죽은 자들이 우리에게 하나의 비유를 일깨워 주었다면,
보라, 그들은 손가락으로 텅 빈 개암나무에 매달린
겨울 눈을 가리켰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비를 생각했을까, 봄날 어두운 대지 위로 떨어지는. -

그리고 솟아오르는 행복만을
생각하는 우리는
행복이 떨어질 때면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리라.

 

 

 

두이노의 비가 1 

했지요 너무 길어서 망설였는데 이제 이사도 끝났고 해서 올 여름 주말엔 두이노의 비가 연작을 올려봅니다. 이웃님 전기수리공님께서 안문영님 번역본으로 올려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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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연금술사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출생 1875년 12월 04일
사망 1926년 12월 29일
대표작 《말테의 수기》, 《두이노의 비가》 등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활동하였다. 우울한 낭만주의와 모더니즘 중간에 위치한 시인으로 섬세한 감성과 세련된 표현으로 신비주의적 주제를 다루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실존주의 시인으로, 20세기 최고의 독일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섬세하고 세련된 시어와 감수성으로 언어의 거장, 시인 중의 시인으로 불린다. 근대 사회의 모순, 번뇌, 고독, 불안, 죽음, 사랑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토대로 명상적, 신비적 시를 많이 썼다. 또한 유일한 장편소설인 《말테의 수기》는 현대 모더니즘 소설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20세기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1875년 12월 4일 오스트리아 제국령이던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정식 세례명은 르네 카를 빌헬름 요한 요제프 마리아 릴케이다. 아버지 요제프 릴케는 군인 출신의 지방 철도 공무원이었고, 어머니 피아 엔츠-킨젤베르거는 오스트리아 참의회 의원을 지낸 아버지를 둔 프라하의 명망 높은 가문 출신이었다. 릴케가 태어나기 전해에 태어난 딸이 얼마 못 살고 죽자 피아는 릴케가 여자아이이길 바랐다. 때문에 릴케에게 여자아이의 옷을 입혀 키우다가 일곱 살 때에야 처음으로 남자아이의 옷을 입혔다고 한다. 그녀는 전형적인 귀족 부인으로 허영심이 강했고, 따라서 남편이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생활이 부유하지도 않은 데 불만족스러워했다. 또한 광신적일 정도의 가톨릭 신앙을 가지고 있었는데, 릴케가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시간인 한밤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릴케를 '마리아의 아이'로 부를 정도였다. 9세 때 두 사람이 이혼하면서 릴케는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는데, 이런 어머니의 태도 때문에 고독하고도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

릴케의 부모 요제프와 피아
릴케의 부모 요제프와 피아

7세 때 프라하 가톨릭 재단의 피아리스트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독일인 초등학교를 다녔으며, 11세 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장크트푈텐 육군유년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감수성이 예민했던 어린 소년에게 육군학교 생활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때 느낀 불안감과 좌절, 고통은 이후 릴케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유년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고등실업학교에 진학했으며, 이후 린츠의 상업학교에 들어갔으나 1년 반 만에 그만두었다.

18세 때 릴케는 법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 입학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사촌누나의 소개로 만난 발레리 폰 다피트-론펠트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졌는데, 릴케가 발레리에게 시와 편지로 사랑 고백을 하면서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은 매우 유명한 이야기이다. 발레리의 외삼촌은 체코에 유럽 상징주의를 소개한 신낭만주의 시인 율리우스 제이에르였으며, 발레리 역시 문학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도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릴케는 여러 문학잡지에 시를 써서 보냈으며, 이듬해에는 발레리의 후원으로 첫 번째 시집 《삶과 노래》를 자비 출판했다.

20세 때 프라하 대학에 입학해 문학사, 예술사, 철학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뮌헨 대학으로 옮겨 예술사, 미학, 진화론 등을 공부하다가 베를린 대학에 들어가 수학했다. 릴케는 프라하 대학에 입학한 해부터 본격적으로 시 활동을 했으며, 그해 보헤미아의 민간 설화를 모티프로 한 두 번째 시집 《가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펴내고, 정기 간행물 〈치커리-민중에게 바치는 노래〉를 약 1년간 펴냈다.

뮌헨 대학 시절에 릴케는 인생과 작품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여인을 만난다. 14세 연상의 유부녀였던 러시아 여인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이다. 루 살로메는 저명한 에세이스트로, 릴케는 그녀를 알기 전부터 그녀의 에세이에 감명을 받고 익명으로 수 통의 편지를 쓴 바 있었다. 그녀와 젊은 시인은 곧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며, 점차 루는 릴케에게 연인이자 어머니이며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평생 소울 메이트의 관계를 유지했다. 릴케는 그녀의 권유에 따라 '라이너'라는 독일식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우아하고 유려한 루의 필체를 따라 그때까지 흘려 쓰던 필체를 고쳤다. 그녀와의 관계 덕분에 릴케의 시 세계는 더욱 완숙해졌다. 1898년에는 베를린, 이탈리아, 피렌체 등지를 여행하면서 예술 일반론 격인 《피렌체 일기》와 많은 시를 썼다. 이는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한 시도였다. 또한 1899년과 1900년 두 차례 루와 함께 러시아 여행을 다녀오면서 러시아의 예술과 역사, 언어를 공부하고 러시아를 영혼의 고향으로 삼게 된다. 이때 톨스토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루와의 만남과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초기 대표작 《기도 시집》, 《형상 시집》 등이 탄생했고, 릴케 문학의 본격적인 궤적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릴케의 정신적 지주였던 루 살로메
릴케의 정신적 지주였던 루 살로메

두 번째 러시아 여행을 다녀온 후 릴케는 친구 하인리히 포겔러를 찾아 독일 북부의 화가촌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여류 조각가 클라라 베스트호프를 알게 된다. 이듬해 릴케는 클라라와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서는 외동딸 루트 릴케가 태어났다. 릴케는 클라라와의 결혼으로 그때까지의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던 듯하다.

그러나 릴케의 노력은 얼마 가지 않았다. 1902년, 릴케는 로댕의 전기 《로댕론》을 쓰고자 파리로 갔고, 이후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다가 이따금씩 함께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한다. 릴케는 약 4년간 로댕의 집에서 기거하면서 그의 비서를 했는데, 이때 로댕, 세잔 등의 조형미술 작품의 영향을 받아 그때까지의 명상적이고 낭만적이던 시 쓰기에서 탈피해 '사물시'라는 새로운 창작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물시란 주관적인 감정을 읊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사물을 관찰하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해석하여 언어를 통해 조형화하는 창작 기법인데, 이를 통해 존재하는 대상에 내재된 궁극적인 형태를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 기법으로 쓰인 시들은 후일 《신시집》으로 출간된다.

또한 장편소설 《말테의 수기》도 이 시기에 구상하였다. 탐미주의적 성향을 지닌 덴마크의 젊은 귀족 시인 말테가 파리의 고독한 생활을 쓴 수기 형식의 소설로, 몽타주 기법, 수기, 소설 기법 등 다양한 산문 기법이 혼합되어 있다. 단선적 줄거리에 기반을 둔 리얼리즘 소설에서 탈피해 다수의 주제를 평행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어 줄거리와 주제가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는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다.

1906년, 릴케는 로댕과 갈등을 겪고 로댕의 집에서 나왔다. 그는 주로 파리에 체류하면서 독일, 이탈리아, 북아프리카 등지를 여행하고 글을 썼다. 로마 체류 중에는 요절한 시인 볼프 그라프 폰 칼크로이트를 위한 〈진혼곡〉과 여류화가 파울라 모더존-베커를 위한 〈진혼곡〉을 썼으며, 1912년에는 두이노에 머물면서 《두이노의 비가》를 썼다. 1913년에는 루와 함께 뮌헨에서 프로이트를 만나고, 정신분석학회에 참여했다(루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실험 사진에 등장하기도 한다).

1921년, 베르너 라인하르트가 스위스 론 계곡의 뮈조트 성을 제공하여 그곳에 정착하고 작업실을 꾸며 여생을 보냈다. 이 무렵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으며, 1923년경부터는 백혈병 증세가 나타나 요양소와 뮈조트 성을 오가며 지냈다. 그러면서도 시 쓰기를 계속하여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 《과수원》 등을 썼는데, 특히 《과수원》은 프랑스어로 쓴 시라는 데서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발레리의 시와 산문들을 번역하기도 했다. 1926년 12월 29일, 백혈병으로 스위스의 발몽 요양소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었으며, 유언에 따라 라롱의 교회 묘지에 안장되었다(정원에서 장미를 꺾다가 장미 가시에 찔리는 바람에 패혈증에 걸려 죽었다는 시적인 일화가 있으나 이것이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묘비에는 그가 직접 쓴 시가 새겨졌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리도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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