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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하루가 멀다 하고 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문학상이 400개 넘는다고 한다. 매일 한 사람 이상의 수상자가 나올 수 있는 얘기다. 여행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문학관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전국에 200곳이 넘는다. 시·군·구가 220여개라는 걸 고려하면 기초단체 별로 하나씩 둘 수 있는 수치다. 문학상과 문학관이 왜 이렇게 많을까.
A. 전남 고흥군은 다음 달 말쯤 두원면에 조정래가족문학관을 개관한다. 이미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주제로 한 문학관이 전남 보성과 전북 김제에 각각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대표작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있는 상황에서 그의 이름이 붙은 문학관을 또 짓는 게 과하다는 것이다.
고흥군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조 작가의 부친이 고흥에서 태어난 유명 시조시인 조종현인데 그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논의가 시작됐다”며 “추진 과정에서 잘 알려진 아들과 며느리 김초혜 시인을 모두 기리는 게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가족문학관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문학관은 문인의 생가나 연고지, 작품의 배경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 ‘소나기’의 배경이 된 경기도 양평의 황순원문학관, ‘메밀 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생가가 있는 강원도 평창의 이효석문학관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 달 중순 개관하는 기형도문학관도 시인이 20년 넘게 살았던 경기도 광명에 생긴다.
각 지역 문학관은 문인의 자취와 그 작품을 기억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문화적 자산이 된다. 또 지자체 입장에서는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다. 하지만 각 지자체들이 치적을 위한 문학관 유치에 급급하면서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기도 한다. 안도현(56) 시인은 지난달 고향인 경북 예천군이 추진한 본인 명의 문학관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학상도 마찬가지다. 문인들을 격려하고 문학에 대한 관심 일깨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무분별한 설립과 제정은 문학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기존 문학상은 해당 기관의 이름을 알리거나 지자체 성과로 홍보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제정된 문학상의 높은 상금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설가 윤후명(71)은 지난달 말 한 강연에서 “한국 문학상은 큰 상금이 있어 작가들이 ‘한탕주의’ 심리에 기대면서 문학이 실종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사 과정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한 중견시인은 “지자체 등이 제정한 상은 상을 주는 것 자체에 치중하다 보니 선정 과정이 베일에 가려진 경우가 많다”며 “예심부터 본심까지 심사위원을 공개하는 등 문학상 운용에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존경하는 이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문학정신을 기리는 차원에서 생가를 보존하고 문학상을 제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내처럼 충분한 논의 없이 관(官) 주도로 문학관을 세우고 문학상을 제정하는 것은 자칫 문학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신동엽문학관 사무국장인 김형수 작가는 “문학관이 기억할 만한 문학세계를 보존하고 문학상이 문학의 진로를 환기시키는 장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지자체의 문학상 제정과 문학관 건립 의지는 중요하지만 무분별하게 접근할 경우 약의 오남용이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문학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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