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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 올림픽과 이상기후와의 "전쟁"은 진행형...
2018년 02월 20일 00시 33분  조회:4900  추천:0  작성자: 죽림

이상기후와의 전쟁...
다된 축제 망칠라... 
        소금 뿌리는 평창

김기범 기자 2018.01.28. 
 
 

[경향신문]

평창 올림픽 스키장 제설작업

2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키, 스노보드 등 설상경기를 앞두고 이상고온 현상이 일어나거나 비가 내릴 경우에 대책은 무엇일까. 애써 다져놓은 경기장 표면의 눈이 녹아내리는 아찔한 상황에 대처하는 주인공은 바로 ‘소금’과 미리 비축해둔 ‘저장눈’이다.

■ 설상경기장 비상상황에 소금이 특효약

28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가장 극단적인 기상상황에서 활약하는 것은 소금이다. 경기장의 눈은 얼음처럼 단단한 상태가 유지돼야 하는데 기온이 높아지거나 비가 내리면서 눈이 물러질 경우 경기 시작 직전 소금을 뿌린다. 소금이 습기를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인데 소금을 뿌린 뒤 다시 중장비로 표면을 걷어내면 경기를 치르는 몇 시간 동안은 단단한 설질이 유지된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 경기장 설질 유지 대책으로 마련해 놓은 소금.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경사가 가파른 곳은 인력이 동원돼서 눈을 다지게 된다. 기상청에서 동계올림픽조직위에 파견나간 임장호 기상기후팀장은 “소금을 뿌리는 방법은 유효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경기 직전에 사용하며 경기 중간에 다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온이 올라가는 3월의 패럴림픽 기간에는 굵기가 각각 다른 소금이 곳곳에서 쓰일 가능성이 높다. 눈이 녹아내린 정도에 따라 소금 굵기도 다르게 적용한다.

또 조직위는 현재 1m가 넘는 눈을 저장눈으로 비축하고 있다. 일반적인 스키장의 슬로프는 30㎝ 정도만 쌓여도 영업이 가능하지만 국제대회는 이보다 더 많은 눈을 필요로 하며 특히 엄격한 동계올림픽 때는 설상경기장에 1.2m 이상 눈이 쌓여야 한다. 기온이 높아져서 눈이 녹아내리면 윗부분 눈을 걷어내면서 저장눈을 사용한다. 임 팀장은 “경기장 주변의 유휴지들에도 눈축제할 때 인공눈을 쌓는 것처럼 최대한 많은 눈을 쌓고 있다”며 “경기장의 눈 상태가 안 좋아지면 여분의 눈을 신속하게 가져다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5가지 이상기후 중 ‘이상고온이 최악’

기상청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상기후로 꼽는 상황은 이상고온과 많은 비, 폭설, 강풍, 짙은 안개, 혹한 등 5가지이다. 기상청의 분석에 따르면 평창 일대 산악지역 기온은 점점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고기온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추세이며 기온 변화폭이 매우 큰 것도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올림픽 기간인 2월9일에서 25일 사이 평창의 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09년으로 2월13일 10.5도까지 올라갔다. 기온이 이 정도로 오르면 눈이 녹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눈을 단단하게 다져놔야 하는 경기장의 경우 비상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평창의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게 치솟았던 해는 2004년이다. 이해 2월20일 낮 최고기온은 16.5도로 봄날씨를 방불케 했다. 단단한 눈이 필수적인 경기들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온도다.

만약 이렇게 기온이 높아졌을 때 비까지 내린다면 애써 다져놓은 눈이 녹아내리는 것은 물론 소금이나 저장눈 같은 비상대책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비가 내리기 전 미리 경기장 시설물들에 보호덮개를 씌우는 등의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기온이 크게 올라가면 인공강설기도 사용이 어려워진다. 인공강설기는 영하 2도 안팎부터 눈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림픽기상값

예를 들어 2009년 2월 평창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세계선수권대회의 경우 개막 하루 전인 13일 평균 기온이 10.5도까지 올라가고 18.5㎜ 비까지 내린 탓에 경기장이 물바다가 된 적 있다. 2013년에 열린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때는 대회 4일째였던 2월1일 18.5㎜ 비가 내린 탓에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스키, 알파인스키 경기 등 설상경기가 무더기로 연기됐다.

패럴림픽 기간 평창의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이 올라갔던 해 역시 2009년이다. 이해 3월18일 평균 기온은 13.8도까지 올라갔다. 최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는 5년 전인 2013년으로 3월9일 온도가 18.0도까지 올라갔다. 동계올림픽조직위가 걱정하는 부분도 패럴림픽 기간에 이런 포근한 날씨가 나타나는 것이다.

다음달 9일 개방형 건물인 평창 대관령면 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리는 개회식은 오히려 강추위가 변수다. 평창의 최저기온이 가장 낮아진 날은 1978년 2월15일로 평균 최저기온인 영하 9.8도보다 17.8도 낮은 영하 27.6도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는 한파경보 발령 기준보다도 훨씬 낮은 기온이다. 한파경보는 영하 15도 이하 날씨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강풍까지 불 경우 체감온도가 영하 30도 미만으로 내려갈 수도 있는데 이럴 때 장시간 야외활동을 할 경우 동상, 저체온증 등에 걸릴 우려가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콘서트 때도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했다.

개회식은 저녁 8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영하의 기온이 확실시되며 이상저온 현상이 아니더라도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풍속이 초속 1m 증가할 때 체감기온은 2도 정도 내려간다. 현재 올림픽조직위는 개·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에 대형 방풍막을 설치하고, 곳곳에 난방용 히터를 세웠다. 또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는 관람객들에게는 개인 방한대책으로 판초 우의와 무릎 담요, 핫팩 방석, 손발 핫팩, 방한모자 등 6종의 방한용품을 나눠줄 예정이다.

■ 눈은 많아도 걱정, 적어도 걱정

눈은 너무 많이 와도 곤란하고, 너무 적게 와도 문제다. 동계올림픽 기간 평창의 평균 적설량은 41.3㎝로 동계올림픽을 치르기에 적절한 수준이지만 폭설이 내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창의 하루 적설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89년으로 무려 87㎝ 눈이 내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폭설이 내리면 승객 수송에 차질을 빚고,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높아지면서 대회 운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회식의 경우 폭설이 내리면 강릉으로 변경해 개최하는 플랜B도 마련돼 있다.

야외경기는 경기 당일에 눈이 오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미 다져놓은 눈 위에 새로 눈이 내리면 경기 기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눈이 다져진 상태에서 새로 눈이 오면 코스 상태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최상의 설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동원해서 제설작업을 하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첫 주자와 마지막 주자 사이 설질의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눈이 녹는다거나 파이는 등의 현상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이 관계자는 “경기 당일에 비가 오면 소금을 뿌려서 물을 빨아들이는 대책도 세워놓고 있다”며 “경기장 주변에 소금을 쌓아두는 창고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눈이 내리지 않아 부족해지는 현상은 동계올림픽마다 조직위원회가 노심초사하는 부분이다. 2006년 열린 이탈리아 토리노대회는 경기 전달인 1월 강설량이 적었던 경우다. 인공강설기를 하루 20시간씩 가동시키는 등 조직위가 노심초사했지만 같은 달 하순 적지 않은 눈이 내리면서 눈 부족이 해소된 바 있다. 2010년 열린 캐나다 밴쿠버대회에서는 높은 기온이 문제가 됐다. 관측 사상 최고치인 13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면서 다른 지역의 눈을 헬기와 트럭으로 옮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설질 문제로 알파인스키 경기는 며칠씩 연기되기도 했다. 2014년 열린 러시아 소치에서도 인공강설기가 장시간 가동됐고, 전년부터 단열재로 덮어 보관하고 있던 45만t가량의 눈을 사용하기도 했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기는 강풍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평창 지역에서는 1990년 초속 22.7m 풍속이 기록된 바 있다. 특히 산악지역에서는 지형효과가 더해지면서 국지적인 돌풍이 부는 경우가 많은데 대관령에서는 1991년 초속 34.2m 강풍도 불었다. 바람의 영향을 막기 위해 조직위는 설상경기장의 점프장들에 방풍막을 설치해뒀다. 짙은 안개가 끼는 것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산악지역에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안개는 매우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평년 기준으로 동계올림픽 기간 대관령에는 평균 3.8일 정도 안개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 동계올림픽 치를 도시가 사라진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상고온이나 폭우 등의 이상기후만 아니면 대회를 무난히 마칠 가능성이 높지만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는 앞으로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도시 자체를 줄여놓고 있다. 최근 학계는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쯤에는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9곳은 다시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올림픽기상값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 워털루대학 연구진은 2041~2070년 2월의 하루 평균 기온이 0도 이하일 확률을 분석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전체 개최지 및 개최 예정지 21곳 중 러시아 소치,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캐나다 밴쿠버 등 3곳은 0도 이하일 확률이 65% 미만, 노르웨이 오슬로, 프랑스 샤모니,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등 6곳은 85% 미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치와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미국 스쿼밸리 등 3곳은 인공눈을 만들더라도 눈이 크게 부족해 동계올림픽 개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나머지 12곳은 0도 이하 확률이 90% 이상이어서 재개최가 가능한 것으로 예상됐다. 평창은 2050년쯤에도 동계올림픽 개최가 가능한 곳으로 분류됐다.

2022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 베이징의 경우 거의 눈이 내리지 않아 인공눈을 대량으로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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