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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는 생살을 찢고 열달 은총의 문 나서다"...
2018년 03월 22일 23시 25분
조회:2531
추천:0
작성자: 죽림
<임신·출산·첫돌에 관한 시 모음>
+ 작은 기도 - 산모의 기도
언젠가 무심결에 땄던
꽃잎 하나에게도 미안해하며
온 생명의 소중함에
새롭게 눈뜨기 원하오니
당신이 지으시고 돌보시는
나의 작은 몸
그 안에서 꿈틀대는
더욱 작은 생명과 더불어
나의 생명도
태초의 순수로 거듭나게 하소서
생명의 참 주인이신
당신의 따습고 다정한 손길로
나를 어루만지소서
고운 아가 하나 빚으소서
+ 아가
엄마 뱃속에
이렇게 예쁜 아가 있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엄마 아빠의
진실한 사랑을 아시는
크신 그분이
온 정성으로 빚어 주셨을까.
하늘 별빛 담은 너의 눈동자
가만히 들여다보면
엄마 아빠는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네.
사랑의 행복을 전하는
천사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온
아가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아가야.
+ 생명의 꽃
사랑이 생명으로
꽃을 피운다는 것은
얼마나 신비한 일입니까
작은 알처럼 꼼지락대던
그 여리디여린 생명에
초승달 같은 눈썹
앵두 같은 입술
새근새근 뛰는 심장....
온갖 오묘한 생명의 징후들이
깃들어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나의 가냘픈 몸이
그토록 신비한 생명 잉태의
통로가 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은혜로운 일입니까
나의 열 달 동안의
말없는 인내와 수고가
생명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하늘이 베푸신 고귀한 선물
아가야, 나의 아가야!
너의 탄생으로 이 엄마의 삶은
한 뺨은 더 깊어질 것 같구나
산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아! 그것은
얼마나 깊고 깊은 것입니까
+ 아가
엄마의 생살을 찢고 나오는
아가는 얼마나 힘겨운가
엄마 품에 폭 안긴
아가는 얼마나 평온한가
스물 몇 해 동안
보고 또 보았어도
지금도 늘 맨 처음처럼
가슴 떨리고 신기한 것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것
세상에서 가장
여린 것
그 작은 것 앞에서
나의 존재는 한없이 낮아진다
나이가 들면서
뭔가 정말 소중한 것들이
하나 둘 내 삶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다가도
아가를 바라보며 문득
신성한 세계에 접한다
아가는 나의 영원한 스승
은총의 문(門)이다
+ 푸르게 푸르게
며칠을 두고
보슬보슬 봄비 내리시더니
눈부시게 맑은 날
오늘은 소은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만 일년이 되는
기쁘고 복된 날
하늘도 밝은 햇살로
우리 소은이의 첫돌을
마음껏 축복해 주시는구나
아가야,
어여쁜 우리 아가야
활짝 꽃 미소를 지어 보렴
아장아장 걸음마도 해 보렴
달덩이 같은 네 얼굴에
고운 햇살이 와 닿으면
별빛 담은 너의 눈동자에
행복의 무지개가 핀다
라일락 내음 향긋하고
나무들도 마냥 푸른
이 아름다운 봄날
아가야,
지금의 환한 미소 그대로
푸르게 푸르게 자라거라
+ 아가 천사
오늘은 우리 집에
아가 천사 내려온 지
만 한 돌 되는 날
너와 함께 살아온
삼백 예순 다섯 날은
행복한 은총의 시간이었네
포동포동 살이 오르는
너의 팔다리
하늘 호수 폭 담은
너의 맑은 눈망울
앵둣입술 사이로 흐르는
너의 옹알이
햇살 닿아 미끄러질 듯
너의 고운 뺨
목련꽃 그늘 아래
너의 아장아장 걸음마
이렇게 튼튼하게
이렇게 어여쁘게 자라나서
너는 앞으로 무엇이 될까
이 땅의 사랑 천사 될까
지금은 한밤중
아가 천사는 쌔근쌔근 잠자는데
엄마 아빠는
하늘 향해 두 손을 모으네
+ 사랑 장군님께
우리 아가
우렁찬 울음으로
이 세상에 온 지
만 한 돌 되는 오늘
그분의 숨결인 듯
따순 햇살 내려앉은
푸른 잎새들마다
종달새도 까치도
목청껏 축가를 불러 주네
하루가 다르게 네가 자라듯
엄마 아빠의 사랑의 기쁨도
쑥쑥 키가 자랐지
아기 예수 닮았을까
초생달 눈썹
초롱초롱 별빛 눈동자
수밀도(水蜜桃)처럼 탐스런 볼
토실토실 살이 오르는 팔다리
너의 이런 모습만 바라보아도
엄마 아빠 얼굴에
행복한 웃음꽃 피어나네
아가야, 우리 아가야
무럭무럭 어서 자라
이 땅의 사랑장군 되렴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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