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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소파 방정환(1899∼1931)은 1923년 5월1일 첫 번째 어린이날 행사 때 발표한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방정환의 어린이 사랑은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한 데 있다. 월간 '어린이'를 창간해 아동문학의 길을 열고 "어린이를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라는 유언을 남긴 방정환의 어린이 사랑 정신을 요즘 동시는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을까.
아동문학가인 이준관(68) 시인은 월간문학 5월호(통권 579호)에 실은 '어린이를 위한 동시문학의 길 찾기'에서 최근 동시가 어린이들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가 화자로 나오긴 하지만 정작 초점은 '엄마'나 '할머니'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인은 "어린이들의 진정한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소망과 마음은 이렇거니 하고 동시인들이 머릿속으로 상정해서 쓴 까닭에 진정성이 부족하고 감동을 주지도 못한다"며 "어린이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지만 실상은 어른의 목소리일 따름"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동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동시집을 내서 서로 나눠 읽고 즐기는 어른들의 문학이 된 느낌도 든다"고도 했다.
시인은 어린이들 생각과 느낌을 잘 살린 동시로 임길택(1952∼1997)의 '흔들리는 마음'과 윤동주(1917∼1945)의 '귀뚜라미와 나와'를 들었다.
"공부를 않고/ 놀기만 한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워서/ 말도 안 할려고 했는데/ 맘이 자꾸만 흔들렸다" (임길택 '흔들리는 마음')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윤동주 '귀뚜라미와 나와')
임길택은 강원도 산골마을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동시를 썼다. 시인은 "대부분 동시인들은 어린이들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어린이들의 생각과 마음과 생활을 잘 모른다"며 "의도적으로라도 어린이들을 알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생활과 심리를 눈여겨 세심하게 관찰하고 어린이들이 쓴 운문이나 산문도 관심 있게 읽어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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