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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한개비(외4수)
김승종
음력설 지나 정월대보름 날,
이명주, 명이주, 총이주 - “귀밝이술 마시는 날”,
색동저고리 앵두입가에도
수저로 약주 살짝쿵 묻혀 이슬방울 빨게 하던 날,
말 잘 듣기 원하며 권커니 작커니 덕담 나누던 날,
고래등 팔간 집 인정미 찰복찰복 넘쳐 흘러 흘렸었다...
세월아,
네월아,
미풍세속 “귀밝이술 마시는 날”,
후유,- 박물관에 가서 찾아보소 잉...
추억 두개비
음력설 지나 정월대보름 날,
“량표糧票”와 “부표布票”와 “생선표生鮮票”들이
어깨를 너너없이 들쑹 들썩거리던 세월,
시골에서 어쩌다 비릿비릿 사온 동태로
무우 듬뿍 썰어 넣고 보름달과 함께 끓렸지...
아홉 식솔 단란히 모여앉아
일년 딱 한번 “명태국 먹는 날”,
봄기운 감도는 “잔치날” 아닌 잔치날이였었지...
할배, 할매, 아부제, 삼촌, 아들...
명태국 사발엔 명태 살덩어리 소복소복...
단,
어마이 명태국 사발엔
무쪼박과 명태 대가리만 듬성...
어마이 왈;-
“엇, 거 명태국물 시원하다카이,
그리고 명태 대가리가 더 구수하다카이...”
...
요즘, 없는게 없는 “4989시장” 세월,-
명태국 한 솥 듬뿍 끓려놓고
어마이를 몸소 모신 "명태국 먹는 날”,
“복”자가 새겨진 왕사발에
명태 살덩어리만 소복히 덧돌이로 떠드리련만,-
아희야,-
어마이의 텅 빈 자리 속에서
“명태국 먹는 날”
오늘따라 명태 잔뼈가시가
이 내 목구멍에 자주 걸림은 또...
언감자
버들방천 버들개지 꼬도꼬도 손짓하는 속에
죽림강은 흐느적 흐느적 몸 풀어
개구리 겨울잠 와지깡 깨우며 흘러 흐르고...
언 감자 이삭 줏이로 골연을 헤쳐 내리던
흰 무리 검은 무리들의 두 어깨와 등곬은
늘 꺼무칙칙한 농말로 줄레줄레 멍들고
송골송골 골수로 얼기설기 삭혀지고...
동지섣달 무렵,
내 고향 죽림동 팔간 집에서는
언 감자 삶는 구수한 향기와 살내음으로
아홉 식솔의 구곡간장 진동하고...
새벽 녘,
어디에선가 얼었던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새빨갛게 아릿아릿 녹는 소리가
박달나무 티는 소리와 함께
서릿서릿 서려 갈기갈기 짓들려오고지고...
죽림동 아낙들
울 할매에게도 “3.8”절은 있었어도
국수원밥숭이마저도 없었다
울 어마이에게도 “3.8”절은 역시 있었어도
되내기 되풀이는 더더욱 없었다
울 죽림동 모든 아낙들
“3.8”절 날, 굿거리장단 까막나라 몰랐었다
그저,-
이 날도
굳건히
굳건히
소똥두엄 광주리
망짝같이
“절반 하늘”과
함께
“떠
이
고”
강 건너 앞 다락떼기로
마파람 일구며 줄달음쳐 톺아 올랐었다...
오호라,-
저기 저 살가우니 강냉이 소꿉에
총총이 알알이 피땀 무늬 들어박힌,
잊혀져가는 죽림동 아낙들이여,-
한 송이 두 송이 불러 불러
죽림동 일자배기 하늘가에
청청백백 새겨둘 절세의 이름들이여,-
고향의 신토불이
냉이야, 참 미안스럽다카이
고향에 있을 때 그것이 그렇게도 구미 당기여준 줄을...
달래야, 참 죄송스럽다카이
고향에 있을 때 그것이 그렇게도 별미 돋구어준 줄을...
두릅아, 참 송구스럽다카이
고향에 있을 때 그것이 그렇게도 입맛 돌리여준 줄을...
송이야, 참 문안도 못했다카이
고향에 있을 때 그것이 그렇게도 진귀한 특산인 줄을...
아희야,-
고향 죽림동 본디 “토통님”들과 “신토불이님”들,
핫,-
반가우니 반가운 이웃 사촌이였던 줄을,
씹어도 씹어도 곱씹어도 구수했던 줄을 몰랐던,
철부지 햇궁둥이를
한 열 둴 방망이 피멍 얼얼히 쳐대소 잉!!!...
ㅡ2021년 5호 "연변문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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