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거짓말
반백이 넘어서도
남자는 세어가는 머리칼만큼
하얀 거짓말을 한다
텔레비전 켜놓고
소파에 누워
드렁드렁 코 골고도
기어코 자지 않았다며
용사가 총칼 지키듯
리모컨을 수호한다
금주선포하고
훔쳐 마시는 맥주거품같은
주방배연기 틀어놓고
태우는 담배연기만큼
하얀 거짓말을
중년의 남자는
수없이 한다
분명 녹초 되어
계단을 기어 오르고도
집 문 떼는 순간만은
벽잡고 꿋꿋한척한다
울 곳도 재롱 피울 데도 없는
중년의 남자는
부모와 마누라
마누라와 자식 사이서
안개처럼 사라지는
하얀 거짓말로도
용하게 가족 이끄는
끈끈한 줄을 엮는다
안스럽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하얀 거짓말은
중년 남자의
마법같은 무기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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