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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폐숙경(弊宿經) 래생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변론
2007년 10월 24일 16시 10분  조회:1161  추천:68  작성자: 명상클럽
폐숙경(弊宿經)

그 때 동녀(童女) 가섭(迦葉)은 五백 비구와 구살라국(拘薩羅國)에 노닐어 사파혜(斯波醯) 바라문 촌에 갔다. 때에 동녀 가섭은 사파혜촌의 북쪽에 있는 시사바숲[尸舍婆林]에서 머물렀다. 때에 폐숙(弊宿)이라는 바라문이 있어 사파혜촌에 머물렀다. 이 마을은 풍성하고 즐거워 사람은 많이 살며 수목은 무성했다. 바사익왕은 따로이 이 마을을 떼어 바라문 폐숙에게 주어 범분(梵分)으로 만들었다. 폐숙 바라문은 항상 이견(異見)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다른 세상도 없어 또 다시 남도 없으며 선악의 갚음도 없다’고 말했다. ‘이 동녀 가섭은 큰 병상이 있고 이미 아라한이 되었다. 나이도 많고 덕이 높으며 많이 듣고 널리 알며 총명하고 지혜롭다. 그리고 그 변재는 상대를 따라 잘 연설한다. 이제 만나 보는 것도 또한 좋지 않을까’ 하고 서로 말했다. 때에 마을 사람들은 날마다 계속해 가섭을 찾아보았다. 그 때 폐속은 늙은 다락 위에서 그 마을 사람들이 떼를 지어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가는 곳은 알 수가 없었다. 곧 좌우에서 일산을 듣고 있는 시자(侍者)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떼를 지어 가는가.”
시자는 대답했다.
“저는 들었습니다. 동녀 가섭이 五백 비구를 거느리고 구살라국을 둘러 시사바숲으로 왔다는 것과 또 그는 큰 이름이 있고 이미 아라한이 되어 나이도 많고 덕이 높으며 많이 듣고 널리 알며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그 변재는 상대를 따라 잘 설명한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떼를 지어 가는 것은 그 가섭을 만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때에 폐숙 바라문은 곧 시자에게 분부했다.
너는 빨리 저 사람들에게 가서, ‘잠깐 기다려 같이 가서 만나자고 말하라. 무슨 까닭인가. 저 가섭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세상 사람을 속이고 있다. 곧 다른 세상이 있고 다시 남이 있으며 선악의 갚음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른 세상도 없고 다시 남도 없으며 선악의 갚음도 없다.”
시자는 곧 사파혜촌 사람들에게 가서 말했다.
“우리 바라문의 말이 너희들은 좀 기다렸다가 같이 가서 만나자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대답했다. “좋다 좋아. 만일 올 수 있다면 같이 가리라.”

시자는 돌아와 “저 사람들은 멈추고 있습니다. 가시려면 가소서.”라고 사뢰었다.
때에 바라문은 곧 높은 다락에서 내려와 시자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준비시켰다. 그는 저 마을 사람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시사바촌으로 가서 차에서 내렸다. 걸어서 가섭에게로 나아가 인사를 나눈 뒤 한 쪽에 앉았다. 저 마을 사람의 바라문이나 거사(居士)들은 가섭을 예배한 뒤에 앉는 자도 있고 인사를 나눈 뒤에 앉는 자도 있으며 자기 이름만 댄 뒤에 앉는 자도 있고 손 깍지만 끼고 앉는 자도 있으며 잠자코 앉는 자도 있었다.
때에 폐숙 바라문은 동녀 가섭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혹 틈을 내어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가섭은 대답했다.
“그대의 묻는 바를 따라 들을 것이니 그리 알라.”
바라문은 말했다.
이제 내 주장은 다른 세상도 없고, 다시 남도 없으며 죄와 복의 갚음도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주장은 어떠합니까.”
가섭은 대답해 말했다.
나는 이제 그대에게 물을 것이니 그대는 생각대로 대답하라. 지금 위에 있는 해와 달은 이 세상인가 다른 세상인가 사람인가, 하늘인가.”
바라문은 대답했다.
“해와 달은 다른 세상이요 이 세상은 아닙니다. 그것은 하늘이요 사람이 아닙니다.”
가섭은 대답했다.
“이것으로써 알 수 있다. 반드시 다른 세상이 있다. 또 다시 남도 있고 선악의 갚음도 있다.”
바라문은 말했다.
“당신은 다른 세상이 있고 다시 남도 있으며 선악의 갚음이 있다고 말하지마는 내 생각 같아서는 모두 없는 것입니다.”
가섭은 물었다.
사뭇 어떤 까닭이 있어서 다른 세상도 없고 다시 남도 없으며 선악의 갚음도 없는 줄을 아는가.”
바라문은 대답했다.
“까닭이 있습니다.”
가섭은 물었다.
“어떤 까닭으로 다른 세상이 없다고 하는가.”
바라문은 말했다.
가섭이여, 내 친족이 병을 앓아 매우 고생하는 자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모든 사문 바라문들은 각각 다른 소견을 가지고 말한다. 모든 살생, 절도, 사음, 두말, 욕설, 거짓말, 꾸밈말, 탐취, 질투, 사견을 가진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다 지옥에 들어간다고.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왜냐 하면 아직 죽은 사람으로서 다시 돌아와 그가 태어난 곳을 말해 주는 것을 전연 보지 못했다. 만일에 죽은 사람이 와서 태어난 곳을 말한다면 나는 반드시 믿어 받을 것이다. 이제 너는 나와 친하고 또 十악도 갖추고 있다. 만일 저 사문의 말과 같다면 너는 죽어 반드시 큰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이제 나는 너를 믿고 너의 말을 따라 결정할 것이다. 분명히 지옥이 있거든 너는 마땅히 돌아와 내게 말해 알려라. 그런 뒤에야 믿을 것이다’라고. 가섭이여, 그는 죽었지마는 지금까지 내게 오지 않습니다. 그는 제 친족으로서 아마 나를 속이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반드시 뒷세상은 없는 것입니다.”
가섭은 대답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나도 이제 그대를 위해 비유를 끌어와 그것을 깨닫게 하리라. 비유하면 도적은 항상 간사한 꾀를 가지고 금하는 법을 범했다. 경관에게 잡혀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이 사람은 도적입니다. 원컨대 왕은 다스리소서.’ 왕은 곧 좌우에 명령했다. ‘그 사람을 결박지어 거리에 두루 포고한 뒤 그를 싣고 성을 나가 사형을 집행하는 자에게 맡겨라.’ 때에 좌우의 사람들은 곧 그 도적을 끌어다 사형 집행자에게 맡겼다. 그 도적은 부드러운 말로 수위(守衛)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놓아주시오. 고향의 모든 친족들을 만나 작별의 인사를 마친 뒤에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고. 어떨까 바라문이여, 저 수위는 즐거이 그를 놓아주겠는가.”
바라문은 말했다.
“안됩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그는 다 같은 인류요 또 현세에 함께 살고 있지마는 오히려 놓아주지 않는다. 하물며 너의 친족은 十악을 갖추어 있는 자, 몸이 죽고 명이 끝나면 반드시 지옥에 들것이다. 지옥의 귀신은 사랑도 없고 또 인류도 아니며 죽음과 삶이 세상을 달리하고 있다. 그대가 만일 부드러운 말로 지옥의 귀신에게 요구하기를 ‘너는 잠깐 나를 놓아 다오. 나는 세간에 돌아가 친족들을 만나 작별 인사를 한 뒤에 반드시 돌아오리라’고 한다면 놓여질 수 있겠는가.”
바라문을 대답했다.
“안됩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이것으로 서로 비교해 보면 넉넉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미(迷)를 지켜 스스로 사견(邪見)을 내는가.”
바라문은 말했다.
“당신은 비유로써 다른 세상이 있다고 하지마는 나는 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섭은 다시 말했다.
“그대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는 줄 아는가.”
바라문은 대답했다.
“내게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는 줄 압니다.”
가섭은 물었다.
“어떤 이유로 아는가.”
그는 대답했다.
가섭이여, 내 친족으로서 병을 만나 위독한 자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모든 사문 바라문은 각각 다른 소견을 가지고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한다.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사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고 두말과 욕설과 거짓말과 꾸밈말과 탐취와 질투와 사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다 천상에 난다고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것을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 죽은 사람이 돌아와 태어난 곳을 말하는 것을 전연 보지 못했다. 만일 죽은 사람이 와서 태어난 곳을 말한다면 나는 그것을 반드시 믿으리라. 이제 너는 나와 친하고 또 十선(善)을 갖추고 있다. 만일 사문의 말과 같다면 너는 이제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천상에 나리라. 이제 나는 너를 믿고 네 말을 따라 결정할 것이다. 만일 분명히 하늘의 갚음이 있거든 너는 마땅히 와서 내게 말해 알려라. 그런 뒤에 나는 믿으리라.’ 가섭이여,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지금까지 오지 않습니다. 그는 내 친족이라 나를 속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반드시 다른 세상이 없는 것입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이제 또 그대를 위해 비유를 말하리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깊은 뒷간에 떨어져 머리까지 빠졌다. 왕은 좌우에 명령하여 그 사람을 끌어내어 대나무로 죽비를 만들어 세 번 그 몸을 긁고 조두와 정회(淨恢)로 여러 번 씻는다. 다음에는 향탕(香湯)에 목욕시켜 여러 가지 고운 가루 향으로 그 몸에 뿌리고 이발사를 시켜 그 수염과 머리를 깨끗이 깎인다. 또 좌우에 명령하여 거듭 씻긴다. 이렇게 세 번을 되풀이하고 향탕에 목욕하고 향가루를 몸에 뿌리며 좋은 옷으로 그 몸을 꾸미고 온갖 맛나는 음식으로 그 입을 만족시키며 다시 높은 집에 올라가 五욕(欲)으로써 향락시킨다. 그 사람이 뒷날에 다시 그 뒷간에 들어가려고 하겠는가.”
그는 대답했다.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곳은 냄새나고 악한 곳인데 어떻게 도로 들어가려 하겠습니까.”
가섭은 말했다.
“모든 하늘도 또한 그렇다. 이 염부리지(閻浮利地)는 냄새나고 더러워 깨끗하지 못하다. 모든 하늘은 위에 있어 여기서 백 유순(由旬)이나 되지마는 멀리서 사람의 냄새를 맡으면 뒤간 냄새보다 심한 것이다. 바라문이여, 그대의 친족과 친구들은 十선을 갖추었으므로 반드시 하늘에 났을 것이다. 五욕으로 스스로 즐기며 쾌락이 끝이 없는데 어떻게 다시 즐거이 이 염부리지로 돌아오려고 하겠는가.”
“그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이로써 서로 비교해 보면 넉넉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미(迷)를 지켜 스스로 사견(邪見)을 내는가.”
바라문은 말했다.
당신은 비유를 끌어와 다른 세상이 있다고 하지마는 나는 그래도 없다고 말합니다.”
가섭은 다시 말했다.
“그대는 또 어떤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는 줄 아는가.”
바라문은 대답했다.
“내게는 다시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는 줄 압니다.”
가섭은 물었다.
“무슨 비유로 아는가.”
그는 대답했다.
가섭이여, 내 친족으로서 병에 걸려 매우 위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는 가서 그에게 말했습니다. ‘사문 바라문들은 각각 다른 소견을 가지고 뒷세상이 있다고 말한다.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사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도리천에 난다고 하나 나는 또한 믿지 않는다. 왜냐 하면 아직 죽은 사람이 돌아와 태어난 곳을 말하는 것을 전연 보지 못했다. 만일 죽은 사람이 와서 태어난 곳을 말한다면 나는 꼭 믿을 것이다. 이제 너는 나와 친하고 또 五계(戒)도 구족했으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도리천에 날 것이다. 나는 너를 믿고 네 말을 따라 결정하리라. 만일 분명히 하늘의 복이 있거든 너는 마땅히 돌아와 내게 말해 알려라. 그런 뒤에 나는 마땅히 믿으리라’고 말했습니다. 가섭이여, 그는 이미 죽었지마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 친족이라 나를 속이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반드시 다른 세상은 없는 것입니다.”
가섭은 대답했다.
“이 인간 세상의 백 세는 바로 도리천의 하루 낮 하루 밤에 해당한다. 이렇게 하여 또한 三十일을 一개월로 하고 十二개월을 一년으로 한다. 이렇게 하여 저 하늘의 수명은 천 세다. 어떤가 바라문이여, 네 친족으로 五계를 구족한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반드시 도리천에 났을 것이다. 그는 하늘에 나자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처음으로 여기 났다. 마땅히 二 三일 동안 여기서 즐거이 놀다가 그 다음에 내려가 그대에게 알리리라’한다면 그대를 볼 수 있겠는가.”
그는 대답했다.
“안됩니다. 나는 이미 죽은 지 오래일 것입니다. 어떻게 나를 보겠습니까.”
바라문은 말했다.
“나는 믿을 수 없습니다. 누가 와서 당신에게 도리천이 있고 그 수명은 그렇다고 말했습니까.”
가섭은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이제 다시 그대를 위하여 비유를 끌어오리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나면서부터 장님이 되어 五백의 파랑, 노랑, 빨강, 하양과 굵고 가는 것과 길고 짧은 것을 모르며 또 해와 달과 별과 구름과 골짝을 보지 못했는데 어떤 사람이 장님에게 물었다. ‘파랑, 노랑, 빨강, 하양의 五색이 어떤가.’ 장님은 대답했다. ‘五색은 없다. 그와 같이 굵고 가는 것과 길고 짧은 것과 해와 달과 별과 산언덕과 골짝도 다 없다’고. 어떤가. 바라문이여, 저 장님의 말은 바른 대답인가.”
그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왜냐 하면 세간에는 현재 五색의 파랑, 노랑, 빨강, 하양과 굵고 가는 것과 길고 짧은 것과 해와 달과 별과 산언덕과 골짝들이 있는데 그는 없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바라문이여, 그대도 또한 그와 같다. 도리천의 수명은 실로 있어 빈 것 아니다. 그대는 스스로 보지 못하고 곧 없다고 하는 것이다.”
바라문은 말했다.
당신은 있다고 하지마는 나는 그래도 믿지 않습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그대는 또 어떤 다른 이유로 그것이 없는 줄 아는가.”
그는 대답했다.
“가섭이여, 내가 봉(封)함을 받은 촌에 도둑질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경관이 붙잡아 와서 내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도적입니다. 원컨대 다스리십시오.’ 나는 대답했습니다. ‘이 사람을 묶어 큰 가마솥에 넣고, 가죽으로 동이고 진흙으로 덮어 굳게 봉해 새지 말게 하라. 그리고 사람을 시켜 둘러싸고 솥에 불을 때어 다려라. 나는 그 때에 그 사람의 정신이 나가는 곳을 보아 알고자 하여 모든 시종(侍從)을 데리고 솥을 둘러싸고 보았지마는 그 정신의 오가는 곳은 보지 못했습니다. 또 그 솥을 열고 보았지마는 또한 정신의 오고가는 곳의 흔적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이유로써 다른 세상이 없는 것을 압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나는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라. 만일 답할 수 있거든 마음대로 대답하라. 바라문이여, 너는 높은 다락에 누워 잠잘 때 일찍 꿈에 산림과 강하와 동산과 욕지(浴池)와 나라와 고을과 거리를 보았는가.”
그는 대답했다.
“꿈에 보았습니다.”
또 물었다.
“바라문이여, 그대가 꿈꾸고 있을 때 그대 집의 권속들은 그대를 모시고 있었던가.”
그는 대답했다.
“모시고 있었습니다.
또 물었다.
“바라문이여, 너의 모든 권속들은 너의 식신(識神)이 드나드는 것을 보았던가.”
그는 대답했다.
“보지 못했습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그대는 이제 살아 있는 사람이라도 식신의 드나드는 것을 보지 못하거늘 하물며 죽은 사람에게 있어서이겠는가. 그대는 눈앞의 현재의 일로써만 중생을 관찰해서는 안 된다. 바라문이여, 어떤 비구가 있어 밤새도록 잠자지 않고 정근하고 게으르지 않아 오로지 도품(道品)을 생각하고 삼매의 힘으로써 하늘눈[天眼]을 깨끗이 닦고 하늘 눈의 힘으로써 중생을 관찰한다. 그 때 그는 중생들이 여기서 죽어 저기 가서 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서 나며 수명의 길고 짧음과 안색의 좋고 더러움과 행을 따라 갚음을 받아 좋고 나쁜 세계에 가는 것을 다 보아 안다. 그대는 더럽고 흐린 육안(肉眼)으로써 중생의 가는 것을 보아 안다. 그대는 더럽고 흐린 육안(肉眼)으로써 중생의 가는 곳을 환히 보지 못하고 덮어놓고 없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바라문이여, 이로써 반드시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라문은 말했다.
당신은 비유를 끌어와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마는 내 소견 같아서는 그래도 없습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그대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는 줄을 아는가.”
바라문은 말했다.
“있습니다.”
가섭은 말했다.
“어떤 이유로 아는가.”
바라문은 말했다.
내가 봉(封)함을 받은 촌에 도둑질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경관이 붙잡아 내게 와서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도적입니다. 오직 원컨대 다스리십시오.’
나는 좌우에 명령하여 그 사람을 묶고 그 가죽을 산채로 벗겨 그 식신(識神)을 찾았으나 도무지 보지 못했습니다. 또 좌우에 명령하여 그 살을 베어 식신을 찾았으나 또 보지 못했습니다. 또 좌우에 명령하여 그 힘줄을 끊고 뼈 속에서 식신을 찾았으나 또 보지 못했습니다. 또 좌우에 명령하여 뼈를 쪼개고 수(髓)를 내어 수 속에서 식신을 찾았으나 또 보지 못했습니다. 가섭이여, 나는 이 이유로 다른 세상이 없는 줄을 압니다.”
가섭은 다시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이제 또 그대를 위하여 비유를 끌어오리라. 먼 옛날 과거에 어떤 나라가 있어 그것은 거칠고 허물어져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때에 어떤 상인이 五백대의 차로 그 땅을 지났다. 어떤 바라문은 화신(火神)을 섬기면서 항상 한 숲에 머무르고 있었다. 모든 상인들은 거기 가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하직하고 갔다. 그때 불을 섬기는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했다. ‘아까 여러 상인들은 이 숲 속에서 자고 이제 떠났다. 혹 무엇을 빠뜨리지나 않았는가. 시험삼아 가 보리라.’ 곧 거기 가 보았으나 아무 것도 없고 다만 한 살 난 어린애가 그 자리에 있었다. 바라문은 다시 생각했다. ‘내 이제 어찌 이 어린애를 차마 내 앞에서 죽게 하랴. 이제 차라리 이 아이를 내가 사는 곳에 데리고 가서 기르리라’고. 곧 어린애를 안고 사는 곳으로 돌아와 길렀다. 그 아이는 점점 자라 十여살이 되었다. 때에 이 바라문은 어떤 조그마한 일이 있어 속세에 가려고 아이에게 말했다. ‘나는 무슨 볼일이 있어 잠깐 떠나고자 한다. 너는 이 불을 잘 보호해 부디 꺼지지 않도록 하라. 만일 불이 꺼지거든 송곳으로 나무를 비비어 불을 일으켜 그것을 태우라.’ 이렇게 자세히 일러주고 숲을 나와 길을 떠났다. 바라문이 떠난 뒤 어린애는 장난에 빠져 자주 불을 돌보지 않아 불은 그만 곧 꺼져 버렸다. 어린애는 놀다가 돌아와 불이 꺼진 것을 보고 번민하면서 말했다. ‘내가 잘못했다. 우리 아버지는 떠나실 때 자세히 약속하면서 내게 분부하셨다. 이 불을 잘 지켜 부디 꺼지게 하지 말라고. 그런데 나는 장난에 빠져 그만 불을 꺼지게 했다. 이것을 어쩌면 좋을까.’
때에 그 어린애는 재를 불면서 불을 찾았으나 얻지 못했다. 다시 도끼로 나무를 쪼개어 불을 찾았으나 또 얻지 못했다. 다시 나무를 끊어 절구통에 넣고 찧으면서 불을 찾았으나 또 얻지 못했다. 그 때 바라문은 속세에서 돌아와 숲 속으로 가서 어린애에게 물었다.
‘내 먼저 너에게 당부하여 불을 잘 보살피라고 하였는데 불은 꺼지지 않았느냐.’
어린애는 대답했다.
‘저는 먼저 나가 노는 바람에 자주 보살피지 않아 불은 이제 이미 꺼졌습니다.’
다시 어린애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방편으로 다시 불을 찾으려 하였느냐.’
어린애는 대답했다.
‘불은 나무에서 나는 것입니다. 저는 도끼로 나무를 쪼개어 불을 찾았으나 얻지 못했습니다. 다시 그것을 끊어 부수어 절구통에 넣고 찧으면서 불을 구했으나 불은 다시 얻지 못했습니다.’
때에 그 바라문은 송곳으로 나무를 비비어 불을 내어 섶을 쌓아 태우면서 어린애에게 말했다.
‘대개 불을 구하는 법은 이런 것이다. 그저 나무를 쪼개고 절구로 찧고 해서 구할 것이 아니다.’
바라문이여, 그대도 또한 이러한 방편도 없이 죽은 사람의 가죽을 벗기어 식신을 구했다. 그대는 눈앞에 나타난 일만으로 중생을 관찰해서는 안 된다. 바라문이여, 어떤 비구가 있어 밤새도록 잠자지 않고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오로지 도품(道品)을 생각하여 삼매의 힘으로써 하늘 눈을 깨끗이 닦고 하늘 눈의 힘으로써 중생을 관찰하여 여기서 죽어 저기서 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서 나며 수명의 길고 짧음과 안색의 좋고 추함과 행을 따라 갚음을 받아 선악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다 보아 안다. 그대는 더럽고 흐린 육안으로써 중생의 가는 세계를 환히 보지 못하고 그저 없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바라문이여, 이로써 반드시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라문은 말했다.
당신은 비유를 끌어와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마는 내 소견 같아서는 아직 그것은 없는 것입니다.”
가섭은 다시 말했다.
“그대는 다시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는 줄 아는가.”
바라문은 말했다.
“있습니다.”
가섭은 말했다.
“어떤 이유로 아는가.”
바라문은 말했다.
“내가 봉함을 받은 촌에 도둑질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경관이 붙잡아 내게 와서 ‘이 사람은 도적입니다. 오직 원컨대 이것을 다스리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좌우에 명령했습니다. ‘이 사람을 데려다 저울로써 달아 보라.’ 시자들은 명령을 받고 곧 저울로 달았습니다. 나는 또 시자에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을 데려다 편안히 두고 그것을 죽이되 가죽과 살은 해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시자들은 내 명령을 받고 곧 그를 죽이되 상처를 내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시 좌우에 명령하여 그것을 거듭 달았을 때 그것은 본래보다 무거웠습니다. 가섭이여, 그를 살려 두고 달았을 때에는 그는 식신이 아직 있어 안색은 아름답고 또 능히 말까지 했는데 그 몸은 가벼웠습니다. 그를 죽여 다시 달았을 때에는 식신은 이미 없어져 안색도 없고 또 말도 하지 못했는데 그 몸은 더 무거웠습니다. 나는 이런 이유로 다른 세상이 없는 줄 압니다.”
가섭은 바라문에게 말했다.
“내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라. 그대는 생각대로 내게 답하라. 사람이 쇠를 다는 것과 같다. 먼저 찰 때에 달고 다음에 뜨거울 때 달면 어떻게 광색(光色)이 있고 부드러운데 가벼우며 어떻게 광색이 없고 단단한데 무거운가.”
바라문은 말했다.
“뜨거운 쇠는 빛이 있고 부드러워 가볍고, 찬 쇠는 빛이 없고 단단하여 무겁습니다.”
가섭은 말했다.
“사람도 그와 같다. 살아서는 안색이 있고 부드러워 가볍고, 죽어서는 안색이 없고 단단하여 무겁다. 이로써 반드시 다른 세상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라문은 말했다.
“당신은 비유를 끌어와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마는 내 소견 같아서는 없습니다.”
가섭은 말했다.
“그대는 또 어떤 이유가 없어 다른 세상이 없는 줄 아는가.”
바라문은 대답했다.
내 친족의 어떤 사람은 병이 들어 위중했습니다. 때에 나는 거기 가서 그 병인을 부축해 오른쪽으로 눕히매 바라보는 것이나 굽히고 펴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 평상시와 같았습니다. 또 왼쪽으로 눕혀도 뒤엎기와 뒹굴기와 굽펴기와 바라보기와 말하는 것이 보통과 같았습니다. 그는 이미 죽었습니다. 내 다시 사람을 시켜 부축해 굴리고 하고 왼쪽으로 눕히고 오른쪽으로 눕히기를 되풀이하면서 자세히 보매 다시는 굽펴기도 바라보기도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로써 반드시 다른 세상이 없는 줄을 압니다.”
가섭은 다시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이제 마땅히 그대를 위해 비유를 끌어오리라. 옛날 어떤 나라는 고동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때에 고동을 잘 부는 어떤 사람이 그 나라에 갔다. 어느 마을에 들어가 고동을 들어 세 번 불고 땅에 놓아두었다. 그 마을 사람의 남녀들은 그 소리를 듣고 놀라 모두 가서 물었다. ‘이것은 무슨 소리기에 이처럼 슬프고 부드러우며 맑고 트이었습니까.’ 그 사람은 고동은 가르치면서 말했다. ‘이 물건의 소립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손을 고동에 대보면서 말했다.
‘너 소리를 내어라, 너 소리를 내어라.’
그러나 고동은 도무지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 주인은 곧 고동을 들고 세 번 불고 땅에 두었다. 때에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아까 그 아름다운 소리는 이 고동의 힘이 아니라 손이 있고 입이 있고 기운이 있어 분 뒤에 라야 비로소 고동은 운다’하였다. 사람도 또한 그와 같다. 목숨이 있고 식(識)이 있고 숨결의 출입이 있어야 곧 능히 굽히고 펴고 바라보고 말한다. 목숨이 없고 식이 없고 출입하는 숨결이 없으면 곧 굽히고 펴고 바라보고 말하지 못한다.”
또 바라문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제 마땅히 이 사악(邪惡)한 소견를 버리고 영원한 어둠 속에서 스스로 고뇌를 더하지 말게 하라.”
바라문은 말했다.
“나는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나는 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외우고 익히어 굳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버리겠습니까.”
가섭은 다시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이제 그대를 위하여 비유를 끌어오리라.
오랜 옛날에 어떤 나라가 있었다. 그 땅은 치우쳐 있고 백성들은 피폐하였다. 그 나라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지혜롭고 다른 한 사람은 어리석었다. 그들은 서로 말했다. ‘나는 네 친구다. 우리 함께 성을 나가 짝이 되어 재물을 구하자.’ 그들은 곧 짝해 나갔다. 길가의 어떤 빈터에 이르러 삼이 있는 것을 보고 지혜로운 자가 어리석은 자에게 말하기를, 이것을 가지고 함께 돌아가자고 하였다.
때에 그들은 각각 한 짐씩 메고 다시 앞마을을 지나다가 삼실을 보았다. 그 지자(智者)는 말했다. ‘삼실은 공이 다된 것이요 또 가볍다. 우리 가지자.’ 그 한 사람은 말했다. ‘나는 이미 삼을 가져 단단히 묶어 있다. 이것을 버릴 수 없다.’ 그래서 그 지자는 곧 삼실을 가지고 무거운 짐은 버렸다. 그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삼베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지자는 말했다. ‘이 삼베는 공이 다된 것이요 또 가볍다. 이것을 가지자’고 하였다. 그 한 사람은 말했다. ‘나는 이미 삼을 가져 단단히 묶었기 때문에 이제 버릴 수 없다’고 했다. 그 지자는 곧 삼실을 버리고 삼베를 가졌다. 그리고 스스로 소중히 여겼다.
그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솜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지자는 말했다. ‘솜은 값이 비싸고 또 가볍다. 저것을 가지자.’ 다른 한 사람은 말했다. ‘나는 이미 삼을 가져 단단히 묶었고 먼길을 가지고 왔다. 버릴 수 없다.’ 때에 그 지자는 곧 삼베를 버리고 솜을 가졌다. 이렇게 앞으로 가다가 솜실을 보고 다음에 흰 천을 보고 다음에는 백동(白銅)을 보고, 다음에는 백은(白銀)을 보고, 다음에는 황금을 보았다. 그 지자는 말했다. ‘만일 금이 없으면 백은을 가질 것이다. 만일 백은이 없으면 백동이나 내지(乃至) 삼실이라도 가질 것이요 만일 삼실이 없으면 삼이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마을에 황금이 많이 있으니 뭇 보배 중에 으뜸이다. 너는 마땅히 삼을 버려라. 나도 또한 백은을 버리리라. 그래서 우리 함께 황금을 가지고 스스로 소중히 여기며 돌아가자’고 했다. 그 한 사람은 말했다. ‘나는 이 삼을 가져 단단히 묶었고 또 가지고 오느라고 먼길을 걸었다. 버릴 수 없다. 너는 가지고 싶은 대로 가져라.’ 그 지자는 은을 버리고 황금을 취해 한 짐 잔뜩 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족은 멀리서 그 사람이 많은 황금을 얻은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맞이했다. 때에 황금을 얻은 지자는 친족이 맞이하는 것을 보고 다시 크게 기뻐했다. 저 무지한 사람은 삼을 지고 돌아왔다. 친족들은 그것을 보고 불쾌히 생각하고 또 일어나 맞이하지도 않았다. 그 삼을 지고 온 자는 더욱 더욱 부끄러워하고 번민했다.
바라문이여, 그대도 이제 그 악한 습관과 비뚤어진 소견을 버리어 영원한 어둠 속에서 스스로 고뇌를 더하도록 하지 말라. 그것은 마치 저 삼을 진 사람의 고집이 굳세어 금을 취하지 않고 삼을 지고 돌아왔다가 부질없이 스스로 피로하고 친족들이 기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빈궁하여 스스로 걱정과 고통을 더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바라문은 말했다.
나는 끝내 이 소견을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나는 이 소견으로써 남을 많이 가르쳤고 또 이익 되는 바가 많았습니다. 사방의 모든 왕들은 다 내 이름을 듣고 모두 내가 단멸(斷滅)을 주장하는 학자인 줄 알고 있습니다.”
가섭은 다시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이제 다시 그대를 위하여 비유를 끌어오리라. 오랜 옛날에 어떤 국토가 있었다. 그 국토는 치우쳐 있어 백성들은 피폐했었다. 때에 천대의 수레를 가진 한 떼 장사꾼이 그 땅을 지났다. 물과 곡식과 섶풀은 스스로 댈 수가 없었다. 때에 상인의 주인은 생각했다. ‘우리는 사람은 많고 물과 곡식과 섶풀은 스스로 댈 수가 없다. 이제는 차라리 두 패로 가르자.’ 그 한 떼는 먼저 출발했다. 그 먼저 출발한 떼 장수의 길잡이는 어떤 몸이 크고 눈이 붉고 얼굴은 검으며 그 몸에는 진흙을 바른 한 사람을 보았다. 그가 멀리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는가.’ 그는 대답했다. ‘나는 앞 마을에서 온다.’ 또 그에게 물었다. ‘네가 오는 곳에는 물과 곡식과 섶풀이 많던가.’ 그 사람은 대답했다. ‘내가 지난 곳에는 물과 곡식과 섶풀이 많이 있어 모자라지 않았다. 나는 도중에서 폭우를 만났는데 거기에는 물도 많고 또 섶풀도 풍부했다.’ 그리고 상인의 주인에게 말했다. ‘너희들의 수레에 만일 양식이나 물이 있거든 다 버려라. 저기는 그것들이 많이 있다. 구태여 수레를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고.
때에 그 상인들의 주인은 여러 상인들에게 말했다. 나는 아까 앞에 가는 어떤 사람을 보았다. 그는 눈이 붉고 얼굴은 검으며, 그 몸에는 진흙을 발랐었다. 나는 멀리서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느냐.’ 그는 곧 내게 말했다. ‘나는 앞 마을에서 온가.’ 나는 곧 물었다. ‘네가 오는 곳에는 물과 곡식과 섶풀이 많던가.’ 그는 내게 대답했다. ‘그곳에는 풍부히 있었다.’ 그리고 또 내게 말했다. ‘아까 도중에서 만났는데 거기에는 풀도 많고 또 섶풀도 풍부했다.’ 그는 다시 네게 말했다. ‘만일 그대들 수레에 곡식이나 풀이 있거든 그것을 다 버려라. 거기는 그것들이 풍부하여 구태여 수레를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각각 모든 곡식과 풀을 버리고 수레를 가볍게 하여 빨리 나아가자. 이렇게 하여 하루를 가도 물과 풀을 보지 못했다. 二일, 三일, 내지 七일을 가도 또 보지 못했다. 때에 상인들은 넓은 늪에서 헤매다가 귀신에게 잡아 먹혔다.
그 뒤에 다른 한 떼가 또 길을 떠났다. 상인들의 주인은 또 한 사람을 보았다. 눈은 붉고 얼굴은 검으며 그 몸은 진흙으로 발랐다. 멀리서 보고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느냐.’ 그 사람은 대답했다. ‘앞 마을에서 온다.’ 또 물었다. ‘네가 오는 곳에는 물과 곡식과 섶풀이 많던가.’ 그 사람은 대답했다. ‘매우 많았다.’ 그는 또 상인의 주인에게 말했다. ‘나는 도중에서 폭우를 만났다. 거기에는 물도 많고 섶풀도 많았다.’ 그리고 또 상인의 주인에게 말했다. ‘만일 그대들의 수레 위에 곡식이나 풀이 있거든 곧 모두 버려라. 저기는 그것들이 많이 있다. 구태여 수레를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때에 상인의 주인은 돌아와 모든 상인들에게 말했다. ‘나는 아까 앞에 가는 한 사람을 보았다.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만일 그대들의 수레 위에 곡식이나 풀이 있거든 다 버려라. 저기는 그것들이 풍부하게 있다. 구태여 수레를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상인의 주인은 말했다. ‘너희들은 부디 곡식이나 물을 버리지 말라. 모름지기 새것을 얻거든 마땅히 그것을 버려라. 왜냐 하면 새것과 묵은 것이 서로 계속되는 뒤에 라야 비로소 이 광야를 지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 상인들은 무거운 수레로 갔다. 이렇게 하루 동안을 가도 물과 풀을 보지 못했다. 二일, 三일 내지 七일을 가도 또 볼 수 없었다. 다만 귀신에게 먹힌 앞사람들의 해골이 흩어진 것만을 볼뿐이었다.
바라문이여, 저 눈이 붉고 얼굴이 검은자는 나찰귀(羅刹鬼)였다. 그대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사람은 영원한 어둠 속에서 고통을 받는 것도 또한 저들과 같을 것이다. 앞에 떠난 상인들은 지혜가 없었기 때문에 길잡이의 말을 따라 자지 자신을 멸망시킨 것이다. 바라문이여, 모든 사문 바라문들의 정신과 지혜로써 말한 바 있으니 그 가르침을 받들어 쓰면 곧 영원히 안락을 얻을 것이다. 저 뒤의 떼장수들은 지혜가 있었기 때문에 위험과 어려움을 면할 수 있었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이제 그 악한 소견은 버리어 영원히 스스로 고뇌를 더하게 하지 말라.”
바라문은 말했다.
나는 아무래도 내 소견을 버릴 수 없습니다. 비록 사람이 와서 억지로 나는 충고하더라도 나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 나는 끝내 내 소견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이제 다시 그대를 위하여 비유를 끌어오리라. 오랜 옛날에 한 국토가 있었다. 그 나라는 치우쳐 있었고 백성들은 피폐해 있었다. 때에 어떤 사람이 있어 그는 즐거이 돼지를 길렀다. 그는 어떤 빈 마을에 가서 마른 똥이 있는 것을 보고 혼자 생각했다. ‘여기 많은 똥이 있다. 우리 돼지는 굶주리고 있다. 나는 이제 이 마른 똥을 풀에 싸서 머리에 이고 가리라.’ 그는 곧 풀을 뜯어 똥을 싸서 머리에 이었다. 도중에서 큰비를 만나 똥물이 흘러내려 발꿈치에까지 이르렀다. 여러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다 미친 사람이라 했다. ‘그 구린내 나는 똥을 맑은 날에도 이지 못하겠거든 하물며 비오는 날에 그것을 이고 가다니.’ 그 사람은 화를 버럭 내어 도리어 꾸짖었다. ‘너희들은 미련하여 우리 집 돼지가 굶는 것을 모른다. 너희들이 만일 그런 줄을 안다면 나의 미련한 것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라 했다. 부질없이 미혹을 지켜 영원히 어둠 속에서 고통을 받는 일이 없게 하라. 그대는 저 어리석은 자가 똥을 이고 가는 것과 같다. 그는 여러 사람의 충고를 듣고 도리어 욕하고 꾸짖으면서 그들을 어리석다고 한다.”
바라문은 가섭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만일 선을 행하면 하늘에 나므로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면 당신들은 마땅히 칼로써 스스로 목을 찌르던지 독약을 마시고 죽던지 혹은 몸을 다섯 가지로 묶어 스스로 높은 벼랑에서 떨어지던지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삶을 탐하여 죽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곧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섭은 다시 말했다.
“보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이제 다시 그대를 위하여 비유를 끌어오리라. 옛날 이 사파혜촌에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늙어 나이는 백 二十세였다. 그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다. 하나는 먼저 아들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처음으로 아이를 배었다. 때에 그 바라문은 얼마 있지 않다가 목숨을 마쳤다. 그 큰어머니의 아들은 작은어머니에게 말하기를 우리가 가진 재보(財寶)는 마땅히 모두 내게 달라. 네가 가질 몫은 없다고 했다. 때에 작은어머니는 말했다. ‘너는 잠깐 내가 몸을 풀기를 기다려라. 만일 사내를 낳거든 마땅히 재물을 가르고, 만일 딸애를 낳거든 네가 장가들어 마땅히 그 재물을 가지라.’ 그 아들은 치근치근 재삼 재물을 요구했다. 작은어머니는 전과 같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 아들은 조르기를 그치지 않았다. 때에 그 작은어머니는 곧 날선 칼로 스스로 그 배를 갈라 사내인가 계집인가를 알려고 했다.”
다시 바라문에게 말했다.
그 어머니는 이제 자살함으로서 또 태아를 죽였다. 바라문이여, 그대도 또한 그와 같다. 이미 자신을 죽이고 또 남을 죽이려 한다. 만일 사문 바라문이 꾸준히 힘써 착함을 닦고 계덕(戒德)을 두루 갖추어 이 세상에 오래 살면 이익 됨이 많아 천상과 인간은 안락을 얻을 것이다.

 

나는 이제 최후로 그대를 위해 비유를 끌어와 마땅히 그대에게 악한 소견의 재앙 되는 것을 알게 하리라. 옛날 이 사파혜촌에 두 노름꾼이 있어 주사위 놀이를 잘했다. 그들은 재주를 다투어 한 사람이 이겼다. 때에 진 사람은 이긴 사람에게 말했다. ‘오늘은 우선 그만 두고 내일 다시 시합하자.’ 그 진 사람은 곧 집으로 돌아가 주사위에 독약을 발라 말렸다. 이튿날 그것을 가지고 이긴 사람에게 가서 말했다. ‘다시 시합하자.’ 곧 앞으로 나아가 함께 놀았다. 그는 먼저 독약을 바른 주사위를 이긴 자에게 주었다. 이긴 자는 곧 그것을 머금었다. 그 진 사람이 다시 독약의 주사위를 주자 그는 곧 머금었다. 그 독기는 온 몸에 돌아 몸이 떨렸다. 때에 진 사람은 게송으로 꾸짖었더란다.”

내 독약을 주사위에 발랐는데
너는 머금어 깨닫지 못하는구나
조그마한 재주로 너 머금었지만
오랜 뒤에는 마땅히 절로 아리
.

가섭은 바라문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제 빨리 그 악한 소견을 버리어 온전한 미혹으로 스스로 쓰거운 독을 더하게 하지 말라. 너는 저 노름꾼이 독을 머금고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
때에 바라문은 가섭에게 사뢰었다.
존자(尊者)여, 당신이 처음에 달 비유를 말씀하실 때 나는 그 때 이미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몇 번이나 되풀이하면서 당장 받아들이지 않은 까닭은 가섭의 변재와 지혜를 보고 굳건한 믿음을 얻고자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그것을 믿어 받자와 가섭에게 귀의합니다.”
가섭은 대답했다.
그대는 내게 귀의하지 말라. 내가 귀의하는 위없이 높은 어른에게 그대는 마땅히 귀의하라.”
바라문은 말했다.
“귀의해야 할 높은 어른은 지금 어디 계신지요.”
가섭은 대답했다.
이제 내 스승님 세존은 멸도(滅度)하신 지 오래지 않다.”
바라문은 말했다.
“세존이 만일 계신다면 멀고 가까움을 가리지 않고 마땅히 직접 뵈옵고 귀의 예배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가섭의 말씀을 들으면 ‘여래는 이미 멸도 하셨다’합니다. 그러면 나는 이제 곧 멸도 하신 여래와 법과 스님네에게 귀의합니다. 가섭이여, 내가 정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나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고 또 나는 마땅히 큰 보시를 행하겠습니다.”
가섭은 말했다.
만일 그대가 중생을 살해하고 하인들을 때린다면 아무리 모임[會]을 가진다 해도 그것은 깨끗한 복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자갈들 많은 메마른 땅에는 가시덩쿨이 많이 나서 거기에는 씨를 뿌려도 반드시 얻는 것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대가 만일 중생을 살해하고 하인들을 때리고 큰 모임을 열어 사견(邪見)을 가진 대중에게 보시하면 그것은 깨끗한 복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그대가 크게 보시를 행하고 중생을 해치지 않으며 회초리로 종들을 때리지 않고 즐거이 모임을 열어 청정한 대중에게 보시한다면 그것은 곧 큰복을 거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좋은 밭에는 언제나 종자를 뿌려도 그 열매를 얻는 것과 같다.”
“가섭이여, 지금부터 나는 항상 스님네들에게 깨끗한 보시를 행하여 끊지 않겠습니다.”
때에 한 젊은 바라문이 있어 이름을 마두(摩頭)라고 했다. 그는 폐숙의 뒤에 서 있었다. 폐숙은 돌아보고 말했다.
나는 지금 일체의 큰 보시를 행하고자 한다. 너는 마땅히 나를 위하여 경영하고 처리하라.”
때에 젊은 바라문은 폐숙의 말을 듣고 곧 그를 위하여 경영하여 크게 보시를 행해 마쳤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원컨대 폐숙은 금생 후생의 복의 갚음을 얻지 말아지이다’라고 했다.

때에 폐숙은 저 바라문이, 보시를 경영해 마치고 이런 말을 들었다. ‘원컨대 폐숙은 금생 후생의 복의 갚음을 얻지 말아 지이다’라고. 그는 바라문에게 명령해 말했다.
“너는 분명히 그런 말을 했는가.”
그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그런 말을 했습니다. 왜냐 하면 이제 베푼 음식은 모두 추하고 떫은 거친 음식인데 그것으로써 스님네들에게 보시했습니다. 만일 그것을 왕 폐숙에게 드린다면 왕은 오히려 잠깐이라도 손을 대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그것을 스스로 잡수시겠습니까. 현재에 보시한 것은 기쁘고 즐거운 것이 못되는데, 무엇으로 말미암아 뒷세상에 깨끗한 과보를 얻겠습니까. 왕은 스님에게 옷을 보시할 때 순 삼베로써 합니다. 만일 그것을 왕에게 드린다면 왕은 오히려 잠깐이라도 발을 대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그것을 스스로 입으시겠습니까. 현재에 보시한 것은 기쁘고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무엇으로 말미암아 뒷세상에 깨끗한 과보를 얻겠습니까.”
때에 바라문 폐숙은 또 젊은 바라문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너는 내가 먹는 음식, 내가 입는 옷으로 스님네들에게 보시하라.”
때에 젊은 바라문은 분부를 받고 곧 왕이 먹는 음식과 왕이 입는 옷으로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했다.

때에 바라문은 이 깨끗한 보시를 행한 뒤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一하열천(下劣天)에 태어났다.

그리고 그 모임을 경영한 젊은 바라문은 도리천에 났다.’
그 때 폐숙 바라문 젊은 바라문, 및 사파혜촌의 바라문과 거사들은 동녀 가섭의 말을 듣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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