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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례물
2022년 06월 10일 09시 00분  조회:1105  추천:0  작성자: 현용수

이탈리 유명배우 “안나 마니냐”가

노년에 사진을 찍으면서 한 말씀;

“여봐요! 사진사 양반,

절대 내 얼굴주름살을

없애지 말아 주세요.”

사진사가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안나 마니냐가 한 대답;

“그걸 얻는데 내 평생이 걸렸거든요.”

그렇습니다.

꿈을 이룬 사람은

자기 나이를 숨기지 않습니다.

주름살이든, 상처든, 흰 머리칼이든

이속에는 자신이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석양에도 노을 꿈이 있는 사람은

자기 나이를 특별히 사랑합니다.

육순이든 칠순이든 팔순이든

모두가 세월의 례물로 받아드리여

그들은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행복한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언제나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사랑합니다.

자기의 주름살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사랑의 극치가 아닐까요?

지우고 감추려고 애쓰는 주름살을

당연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은

참으로 고혹적인 내면 아름다움이요

깊이 자리 잡은 년륜의 가치관이죠.

오랜 세월 내가 쌓아온

모든 경력들은 소중합니다.

이마와 눈가의 얼기설기 주름살도

나의 지나온 나날들을 대변해 주고

거칠어진 손 또한 자식들을 위한

나의 노고를 대변해 줍니다.

내가 고통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들도

기실 나를 있게 한 하늘의 배려이거니

뭉클한 감사함에 눈앞이 흐려집니다,

부모님께서 나의 몸을 낳아 주셨지만

고통이 나를 성숙시켜 주었습니다.

이것은 꿈을 가진 사람만이

이해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나의 인생 이끌어 주는 “동사”입니다.

비가 오지 않는 곳엔

결코 무지개가 뜨지 않습니다.

나의 무지개는 왜 뜨지 않느냐?

너무 성급해 하지 마세요.

무지개 얻기 위해선 먼저

비를 흠씬 맞는 세례가 필요합니다.

주름은 자연스러운 세월 흔적입니다.

자연스러움은 신성한 것입니다.

자연스러움을 훼손하면

자연스럽지 못한 얼굴로 바뀝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는 삶이

진짜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의 내 모습과

나에게 남은 모든 것들에 감사합니다.

이후로 하나둘 계속 늘어날

나의 주름살과

나의 흰 머리칼까지.

현용수 일산중심병원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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