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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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파타*
2014년 01월 22일 15시 12분  조회:2389  추천:5  작성자: 허창렬
스타니파타*
 
어느 날 갑자기ㅡ
눈부시게 살찐 하늘아래
홀로 서서
여위디 여윈
키 큰 생각에
목이 또한 꽈악
메여
 
슬프도록 화려하고
낯설은 이 세상 풍경에
파르르ㅡ
파르르ㅡ
온몸에 톱날같은 전률이
찌르륵ㅡ
찌르륵ㅡ
흐를때
 
나는 한번 더 사정없이 무너지고
나는 한번 더 사정없이 부서지고
나는 한번 더 사정없이 망가지고
나는 한번 더 사정없이 자신을 낮춘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없이
한치의 거짓도 용납없이
오직 진실을 일깨워주는
저 거울보다 맑고 더욱 넓은
하늘아래
내가 크면 또한 얼마나 크랴
 
천년을
부처님께
손발이 다 다슬도록
엎드려 빌고 또 빌고
만년을ㅡ 하루와 같이
기나긴 수행끝에서야
비로소
두루 인격이며
형체를 갖춘 이 몸
 
허나
나는 이젠 잘 안다
날개 잃은 비행이란
곧바로 자살과도 같은것임을
그리고ㅡ
가장 힘이 들때가
가장 성스러운 고비이고
가장 절망스러울때가 또한
가장 희망스러울때임을
 
이제 나는 선뜻이 허리를 굽혀
이 세상 모든 중생들을
다시금 상전 모시듯이 해야하리
이제 나는 선뜻이 허리를 굽혀
누군가의 발바닥아래
파지처럼 나뒹구는
나의 존엄마저
껄껄껄 웃으며
조심스레 주어들어야 하리
 
이 세상 진리란 깨닫고나면 너무나도 헐망한것
이 세상 섭리란 느끼고나면 너무나도 허무한것
이 세상 정의란 겪고나면 결국 종이장같이 너무나도 가벼운것
온갖 배반과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이 세상
온갖 거짓과 살아가는 지혜가 란무하는 이 세상
관용과 관대보다 시기와 질투에
더욱 더 눈이 멀어가는 이 세상을
 
<<소리에 놀라지않는 사자와도 같이
그물에 걸리지않는 바람과도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않는 련꽃과도 같이
무소의 뿔처럼 나는 혼자서 가리>>
방울방울 소름이 돋는 하아얀 소금기둥
아픔이 벌떡벌떡 일어서는 년륜의 세찬 파도
심야의 푸른 종소리 령혼을 싣고
발걸음도 가볍게 저 하늘 저 끝으로  
쩌렁쩌렁 메아리쳐 가고있다      
 
2013년9월25일
 
 
주해; 팔만대장경중의 옛불경성서



나와
 
꽃을 심는다
꽃을 가꾼다
꽃을 느낀다
꽃을 배운다
산과 들에 활짝 핀 꽃을 마주서서
나는 하루종일
이 세상 온갖 근심 다 잊고
껄껄껄
웃고 또 웃는다
 
누군가의 오해를 받고서도
가볍게 웃어 넘길수 있는것은 수양*(修养)
크나 큰 억울함을 당하고서도
담담히 웃어 넘길수 있는것은 도량*(度量)
모해와 권모술수에 손실을 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껄껄껄
웃을수 있는것은 활달*(豁达)
 
모진 역경속에서도  
찬란히 웃을수 있는것은 지혜*(智慧)
허다한 무가내속에서도 달관적으로
웃을수 있는것은 일종의 경계*(境界)
위험천만속에서도 태연히 웃을수 있는것은 자신*(自信)
조소와 경멸에도 시무룩히 웃을수 있는것은 대기*(大气)
배신과 배반앞에 씨익
웃을수 있는것은 소탈*(洒脱)
 
이제 나는 이 세상의 이름없는 꽃이 되여
비바람속에 우뚝 선다
천리향
노루오줌
애기똥풀
들국화,  민들레와 함께
그윽한 향기로 이 세상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제
이름모를 꽃이 되여서야
비로소
꽃처럼
세상을 환하게
웃으면서 산다               

2013년9월28일


우담바라(优昙婆罗)
 
뻐스가 허름한 산굽이를 에돌아
초라한 간이역에
묵직한 과거 하나 털썩 내려놓고
바람결에 휑하니
아무도 알수 없는 미래로
다시금 맨발로 달려간다
아침마다 소스라치게 깨여나는
어떤 성스러운 명상
 
어떤 우울한 뜨락에서는
저승과 이승의 이상한
꽃향기 맡던 녀승 하나가
어리석은 중생들더러 더 멀리 큰 절로 가라하고
문안으로 뛰여 들어오는 바람
문밖으로 뛰쳐 나가는 바람은
오늘도 항간에는
아무런 기척조차 없다
 
한 세상 정 들이고 배부른 황소의
게으른 생각으로 살아가야 할
한가한 취객마저 아님을 불쑥 깨달은 어느날
수줍은 얼굴에 파라랗게 돋아나던
순후한 웃음은 어느 해 어느 가을호수
어느 련꽃잎우에 점잖게 올라 앉아
계속 가위바위보로
이 세상을 이야기하려하고
 
육체의 지독한 향연은
이젠 거룩한 참회에
세월의 빈터에 반성의 그물을 얼기설기 늘여놓고서
가는 세월 오는 세월을
낙지며 오징어처럼 부지런히 낚아내고 있다
량심이 살아서 톡톡 튀는
둔탁한 목탁소리에
 
수좌승은 언녕 홀가분히
개울물에 깨끗이 손발을 씻었고
낯설은 기다림에 더욱 초조해지는 나의 하루일과는
오늘도 차거운 계절의 입김속에서
차거운 바람을 잉태하고 있다
마음의 빗장을 하루에도 수없이
열고 닫으며
 
우담바라는 드디여
절안 스님의 
볼률이 굵직한 념불소리로
눈빛이 잔뜩 흐려있는
어지러운 달빛을
가벼운 손짓으로 조용히
법당에 끌어 들이고 있다…

2013년3월11일
 
 
 
어느 어두운 날의 꽃그림자
 
요란하게 어깨우에 쏟아져 내리는 해살
그 무게를 못이겨 마침내
땅이 꺼지도록 무너져 내리는 어떤 젊은날의 아침을
작살같이 꼿꼿한 인내의 작대기로 바로 세운다
 
훤칠했던 아버지의 굵직한 이마주름살
볼수록 유서 깊은 심성이 맑은 어떤 날 점심은
어느새 정성으로 다리미질이 깔끔히 끝났고
깊게 곬이 패인 어머니의 초라한 저녁한숨을
오늘도 조심스레 색깔이 노란 책갈피속에 끼워넣는다
 
이렇게 하루는 동에 번쩍
이렇게 하루는 서에 번쩍
이렇게 하루는 남에 번쩍
이렇게 하루는 북에 번쩍
 
아직 새파랗게 젊은 생각을 번개불에 후딱 굽고
점심에 잘 익은 생각을 빵과 와인으로 배포유하게 즐기고
저녁에 느긋한 새김질로 하루일과를 다시 소화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무수한 생각이 생각을 잇고
 
차츰 그늘이 짙어가는 꽃그림자속에서는
찌르륵ㅡ
찌르륵ㅡ
살찐 풀벌레 한마리 분주히게 호각을 불며
 
코 막고 답답한
나의 인생을
그렇게ㅡ
손가락질하며
키득키득
웃고 있다
 
2013년9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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