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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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와 <<왕씨>> 그리고 그 주변의 청맹과니들ㅡ
2014년 02월 09일 15시 24분  조회:1822  추천:3  작성자: 허창렬
수필     <<주씨>> <<왕씨>> 그리고 주변의 청맹과니들ㅡ
 
  <<주씨>>와 <<왕씨>>는 내가 자주 다니는 대중목욕탕에서 가끔 허물없이 알몸으로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무랍없이 나누는 그런 친구들이다. <<주씨>>는 어느 은행에서 과장까지 지낸적이 있는ㅡ 그의 말대로 하면 꽤 유식한 친구이고 <<왕씨>> 모 국영기업에서 기술자로 일하다가 퇴직을 한후 지금은 모 사영기업에서 밤마다 문지기로 일하는 조금 우직해 보이면서도 곧잘 바른 말을 잘하는 그런 친구이다.
 
  입을 열면 언제나 청산류수와 같이 불쑥불쑥 위인처럼 제법 팔까지 휘저어가면서 <<연설가>>인 주씨와 고장난 기계의 몹쓸 부품을 귀신같이 신통히 옥석 가려내듯이 가려낼줄도 아는 <<평론가>> 왕씨에겐 어쩌면 매일 다니는 목욕탕이 단순히 목욕만을 위주로 하는 그런 사소한 하루일과가 아니라 퇴직후의 그 허전함과 불안함을 다소 여러 사람과 말을 섞어서 해소해보려는 그런 의도가 다분한 친구들이였다. 십여년전 어느 조그마한 조선족신문사에서 편집 , 기자노릇을 해오다가 시집을 출판한적이 있는 나를 그 무슨 엘리트 대하듯이 대해주고 가끔 목욕탕에서 마주치면 너나없이 벌거벗고 마주앉아 담배를 권하고 무람없이 자신이 마시던 오차물까지 서슴없이 건네주는 년장자다운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가끔 따뜻한 온정을 느끼기도 하여 저도몰래 기분이 좋아질때도 한두번이 아니였다. 평상시 낯선 사람들과는 대화를 꺼려하고 성격이 조금 까다로운편인 내가 언제 어느때부터 그들의 둘도 없는 말동무가 되였는지ㅡ 될수록이면 말을 아끼려드는 나 자신이 지금 생각해봐도 스스로도 놀라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
 
  그날의 화제는 목욕탕집의 스물다섯살나는 대학생아들애와 어려서부터 죽마고우로 쭈욱 커왔고 또 최근 몇년간 사귀여온 이웃집 조선족처녀가 다년간의 노력끝에 국적이 한국으로 바뀐 아버지를 따라서 출국을 한후 인편에 단절신을 보내왔다면서 <<너희 조선족은 조국을 어디로 생각하냐>>가 문제였다 . 공연히 화제의 불똥이 나에게로 튀여서 기분이 잡치고 언짢은것은 둘째치고 너무나도 껄끄럽고 황당한 그 질문 , 내가 왜 너희들의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지 은근슬쩍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또한 뭔가 확실한 답변거리를 찾지못해 답답한 노릇이긴 하였지만 여러 사람의 눈길이 내 한몸에 집중되여 있어 뭐라고 말하지않으면 안될 그런 난처한 상황이였다 .
 
  <<나에게 있어 한국은 고국일뿐이다!>>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할련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에서 태여나 중국에서 자란 나는 중화인민공화국 공민이며 너희들이 흔히 알고있는 팔로군시절 림표의 그 <<평형관전역>>보다도 썩 전인 1921년 홍범도장군과 김좌진장군이 이끄는 조선독립군이 연변 화룡지역에서 일제에게 크나큰 타격을 준 <<청산리대첩>>을 먼저 이루어냈으며 또 홍군장정시절 대도하도강작전을 직접  진두 지휘하고 승리까지 이끌어낸후 장렬히 희생된 중앙홍군경위사 사장 양림장군이야기며 그외에도 태항산에서 무정장군이 이끄는 조선의용군의 활약과 중국인민해방군 군가는 정률성이 창작하였으며 원래는 의용군 군가였다는것, 그리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후 현재까지 200만도 채 안되는 조선족중에서 상장 한명, 중장 두명 도합 스물일곱명의 조선족장군이 배출되였는바 비례로 따지면 한족 장군들보다도 많다고 하자 그들은 그런 일도 있었냐면서 저마다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외에도 안중근의사가 할빈역에서 이등박문을 쏜 이야기며 중국인민해방군 제63군과 제66군의 대부분 장령이 조선족이였고 1979년 베트남자위반격전시절 유명한 로산전선을 십여년간 최전선에서 직접 진두지휘한 장군이 그 당시 138사 사장이였던 김인섭중장이였다는 사실도 계속해서 이야기히자 그들은 마침내 <<너희 조선족은 참으로 대단하다. >>면서 저마다 끌끌 혀를 찼다. 왠지 나의 일장연설을 마지막까지 끊지않고 조용히 들어주는 그들이 저도몰래 고맙기까지 하였다
 
  ㅡ더불어 사랑에는 민족구별이 없으며 국경도 없지 않겠느냐? 정말 그 처녀가 한국으로 출국한후 변심하였다손 쳐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녀자의 개인 사연일뿐 일개 젊은 녀자가 전반 조선민족을 대표할수는 없지 않겟느냐? 왜서 이처럼 아둔한 문제를 나에게 질문하느냐는 나의 항의 비슷한 반박에 <<연설가>> 주씨는 머쓱해하며 오늘 정말 여직까지 모르고 있었던 너무나도 많은것을 다시 알게 되였다면서 <<조선족은 예로부터 례의바르고 춤노래에 능하다.  40여년전 나의 전우중에도 몇몇 조선족이 있었는데 지금은 련계가 끊겨 안타깝다>>면서 깊은 추억에 잠겨 있는듯하였으며 <<평론가>>왕씨는 사람좋게 내 어깨까지 툭툭 쳐댔다.
 
  한 아파트, 지어는 한 층집에, 이처럼 가까운 이웃에 살고있는 그들이 왜서 우리들에게는 청맹과니일뿐일가? 공화국이 설립된후 모택동주석은 << 공화국의 기발에는 조선족동지들의 피도 물들어 있다>>고 말한바 있으며 썩 후에 양상곤국가주석도 똑같은 말을 반복한것으로 알고 있다 . 혹시 우리네 력사에 대해 우리 자신이 너무 등한하고 너무 무관심한것은 아닐가 ? 썩 훗날 나의 자식이 또다시 이런 질문을 당한다면 그때 그는 무엇이라고 답변할가 ? 왠지 어수선한 생각을 선뜻이 떨쳐낼수가 없었다.
 
  먼 옛날 고대 희랍인들은 델포이 아폴로신전의 흰 대리석에다 <<너 자신을 알라! ghthi-utoh>>는 글을 새겨넣고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았으며 또한 행동지표로 여겼다고 한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여러 사람 욕을 먹고 미꾸라지 한마리가 옹근 개울물을 다 흐리울수 있는듯한 그런 경박한 행동을 흰옷 입은 겨레라면 이제는 누구라도 좀  자신의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삼가했으면 하는 작고 소박한 바램을 조심스레 가져본다
 
2014년2월7일 심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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