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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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五体投地)
2014년 02월 13일 15시 10분  조회:1985  추천:6  작성자: 허창렬
오체투지(五体投地)
 
연수사 좁은 골목길에서
호각소리 떨어지자
한무리 인간벌레들이
행렬을 지어
너나없이 온몸을 구부렸다 펴며
해성(海城) 대비사(大悲寺)
려행을 떠난다
 
183키로메터의 험한 로정을
이마며 코며 온몸을 내던져
가슴을 땅에 납작 붙이고
지심에서 울려 퍼지는 부처님의
구령소리를
바람에 전해 듣는다
 
한때는 그래도 멋잇게 살았다는 기념으로
손가락엔 금반지 아직 그대로 끼여져 있고
가느다란 목을 곱게 묶은
쇠사슬같은 에미랄드목걸이들이
어서 가자 재촉하며 고삐를 조인다
아스팔트길이며
시골의 소박한 포장도로가
땀에 흥건히 젖는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수십마리 자벌레들이
엎치락 뒤치락
꼼지락 꿈지락
세상을 기여서 그렇게 가고 간다
풀잎에 손을 베고
돌뿌리에 량심이 갈갈이 찢겨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직 자식이 잘되고
남부렵지않게 살아보기 위하여
저마다 육탄이 되여 안깐힘을 쓴다
누군가가 눈앞에 부처님이 보인다고 호들갑을 떤다
달아 신기한듯이
호박꽃같이 누렇게  얼굴들이
오롯이 모여앉아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로
허기진 배를 살살 달랜다
 
이웃집 누렁이며
풀숲의 이름모를 새들이
경이로운듯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쳐다보고 쳐다본다
마침내 달리던 자동차며 시간이 모두 멈춰버리고
오직 크나 자벌레 한마리 세상 이끝에서
세상 저끝으로 열심히 기여서 간다
 
앞벌레가 헐떡이면
뒷벌레도 덩달아 헐떡이고
흙탕물이며
오물을 뒤집어 써도
저마다 영광으로
발씬 웃는다
 
ㅡ부처님이 정말 절안에 계실가??
 
오체투지는 살아있는
표본이 아니라
세상 모든 중생이 두눈에
또렷히 부처로 보일때
참회와 속죄의 뜻으로
스스로 자신을 향해 허리 굽히는것이라며
지나가는 로인이 혼자
중얼중얼거린다…
 
    2014년2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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