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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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가슴속의 별은 아직 손발이 따뜻하다(허창렬) 외 5 수
2014년 03월 23일 15시 00분  조회:3054  추천:12  작성자: 허창렬
 
[]내 가슴속의 별은 아직 손발이 따뜻하다(허창렬)
 
어느 하늘아래 서러운 별이였던지 이제는
기억에조차 아리숭하다
흔들리는 눈섭, 
흔들리는 가슴ㅡ
흔들리는 바람속에서
나의 손발은 항상 너무 차거웠다
캄캄한 밤하늘. 눈 내린 보리밭, 마음이 가난한 돌멩이
새벽이 휘파람 불며 끌고 오는 저 긴 기적소리에도
어김없이 풀 가위질해대던
여리고 아팠던 나의 잔등
똥별이 지핀 모닥불에 눈물로 꽁꽁 언 몸을 녹여가면서도
그렇게 나의 별은 항상
손발이 가슴보다 더욱 따뜻했다.
지킬수 없는 약속따윈 이제와서
진리조차 아니기에
용서라기보다는 때늦은 관용이나마
내 마지막 자존이라 굳게 믿고
그렇게 억새풀처럼 꿋꿋이 살아온 삶
오늘은 살아서 죽어가야 할 내 인생의 마지막
자서전을 다시 쓰면서
나는 다시 필을 씹는다 이제와서
찢어진 가슴 깁는다는건 녀와가 하늘을 깁기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이기에
사월은 마침내 손발이 아닌 가슴을 먼저 덥힌다
가슴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별 하나
허이ㅡ허이ㅡ 쾌나 칭칭 ㅡ어절씨구 ㅡ
장구치며 탈춤 추며 노래 부르며
아리랑고개를 혼자 넘어간다


 [] 1(허창렬

다 주기로 했다
아낌없이 내 모든것을 이제는 죄다 돌려주기로 했다
후회마저 없다
아무런 방황조차 없다
통통 젖살이 오른 풀잎들이
담장아래 입술을 오무르고 실실 웃는다
천만개의 해살을 쪼개여 금빛으로 만든
큼직한 나막신을 신고
옷자락 너풀거리며 바람이 다시 산에 오른다
벌판에서 깔깔대며 뛰여다닌다
페허의 뜰밖에는 냉큼 꽃씨도 쥐여 뿌린다
물주전자속의 안타까운 시간들이
지친 모습으로 긴 머리채 감으면서
창턱의 화분우에 두 마리의 가재미 되여 나란히 눕는다
갓 피여난 월계화의 향기를 개구리는
천서로 두 손에 언뜻 받아쥐고서도 아직 읽을줄조차 모른다
잘 여문 주름살이
글이 없는 세상을 바위우에 조심스레 쏟아붓는다
 
2014년3월20일
 
 
[] 2 (허창렬)
 
드디여 깨여난다
하나둘씩 기지개 켜며 살풋이 눈을 뜬다
잘 썪어 문드러진 아름다운 향기속에서
지렁이며 개구리며 제비들이 제각기
따로따로 손발을 움직여본다
너는 부처님이 고행(苦行)으로 흘리신 무수한 땀방울
너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묶여 흘리신 빨간 피방울
개나리가 베토벤의 제 3악장을 신나게 연주한다
봉성화가 아리랑에 박자맞춰 덩실덩실 탈춤을 춘다
오늘도 물은 풀잎에 손 베여도 상처가 없다
 
[] 갈대 (허창렬)
 
바람을 읽고 다시금 꿋꿋이 일어선다
하늘에 서슴없이 날리는 창백한 붓끝
웅덩이에 고인 한방울 물에도 곱게 또 인사를 한다
낫 놓고 기억자 , 아무것도 모르는 흰 노루와 놀란 사슴떼   
헐레벌떡 뛰여가는 내 숨결의 크나 큰 폭포소리여
추호의 망설임도 모르는 대자연의 거대한 장편서사시여
언제나 장님처럼 나만 믿고 따르는
잃어버린 옛사랑의 얼룩진 흰 손수건이여

 []물이 되려는 녀자(허창렬)
 
방울방울
불속에 떨어지는 물이
꼭마치 휘발유같다는 사실을
이제야 처음이라도 아는듯이
그녀는 시퍼런 가스불에서 잠깐 눈길을 떼고
칼도마우의 잘 익은 돼지고기를
썩뚝썩뚝 먹기좋게 썰고 있다
 
흰 비게덩이 살들이
저마다 요란스레 불룩한 배를 불쑥 내밀고
탐스럽게 푸들치며 몸을 흔들어 댄다
안타깝게 얼굴이 가무잡잡한 웬 아이가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훔쳐보다가
손가락을 입에 넣고
뽁 다시 빤다
 
주전자속의 물은
몹시 화가 난듯이 입투레질까지 해가면서
어둑스그레한 방안에 흰 김을 가득 채운다
궁색하게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빈 술병들이 어느새
줄레줄레 긴 기지개를 켠다
<<무ㅡ울 ㅡ 물 …>>
 
구들목에 꼬꾸라져있던 산 송장이
벌써 두번째로 앙상한 손을
공중에서 파리 쫓듯이 휘저어대고 있다
성가신듯이 녀자는 플라스틱 바가지에
건성으로 맑은 물을 푸욱 떠서
털썩 구들목에 올려놓는다
 
덩대에서 궁시렁 궁시렁
금방 목욕을 끝낸 사발들이
줄 지어 차례로 밥상우에 오르는 소리
어느새 저가락들이 서로 키 재는 소리
물속에 푸욱 손을 담그고 녀자는
그렇게 하루종일 아무런 말이 없다
 
먼 발치에서
강아지도
하루종일 아무런 말없이
기대에 찬 눈길로
그 녀인을
쳐다보고 있다…

 []천장(天葬)
 
이 세상 끝은 언제나
아무런 대사(台词)마저 없다
꺼부정한 허리
잘 벗겨진 좁은 이마
장작개비같이 바싹 마른
여윈 손이
바르르 바르르
허공에서 춤을 춘다
 
이제라도 죽은 엄마가
천국에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시기라도 할가?
이글거리는 불씨가
드디여 그의
두눈에 옮겨 붙는다
 
차마 입에 담을수조차
없는 그런 말은 아니지만
이제 마지막 남은 성한 몸뚱아리라도
원하는 이들에게
뿌듯이 다 주고
깨끗이 살아가야 할일
 
목구멍까지 골똑 찬
독수리의 배부른 모습을 보면서
저도몰래
쭈뼛ㅡ쭈뼛ㅡ
곤두서는
산 사람들의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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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허창렬
날자:2014-03-26 15:30:51
감사합니다. 보잘것없는 저의 작품 지켜봐주시고 늘쌍 격려의 말씀까지 해주셔서ㅡ그때 그때 쓴 글이다보니 수개를 많이 해야 할것 같습니다.옥체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조언 부탁 드리겠습니다.
심양에서 허창렬 올림
1   작성자 : 허창렬님!
날자:2014-03-23 18:57:18
허창렬님!감탄하네요! 어쩜 이리도 시를 사랑하시는지? 이리 많은 시를 얼마동안에 쓴건지요?
우선 하려는 말이 뚜렷하고 진지한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자는 의도가 환히 알려와서 좋습니다.
계속 노력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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