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모래밭에 이름석자 반듯하게 써놓고서
흰구름이 가ㅡ나ㅡ다ㅡ라ㅡ마ㅡ바ㅡ사…
랑랑한 목소리로 우리 글을 줄줄 내리 외우고
숨결이 파아란 뜰밖의 봉선화, 맨드라미를 마주서서
머리 허연 웬 로인이 페교의 모퉁이에서
저 혼자 두런두런
ㅡ얘야 래생에 다시 태여나더라도 꼭
뼈마디 굵직한 그런 놈이 되거라ㅡ
한마리 꽃사슴이 된 나는
신음의 벌판에서 허덕이다가
가난하게 손발이 부르튼 과거의 긴 턴넬을 껑충 뛰쳐나와
입술이 까맣게 숲을 이룬 어떤 산우에 불쑥 올라선다
시간이 배꼽잡고 뱅뱅 상모를 돌린다
할아버지 무덤에서 터벅터벅 걸어나와
장고채 슬쩍 잡으시고
덩실덩실 탈춤을 추시던 아버님이
다시 굵직하게 부적을 쓰신다
급히 오다 풀잎에 손을 벤 하현달이
퇴마루에 걸터앉아 꾸역꾸역 눈굽을 찍어대고
부처님 닮은 나의 시체 날마다 즐비하게 차곡차곡 쌓여간다
할머니의 긴 손사래에서는 지진이 벌떡벌떡 일어서고
솟을 뫼 굿자리가 때자국에 얼룩지고
서러운 흰옷이 차츰 각혈로
피빛이 더욱 랑자하다…
하루종일 이렇게 마음이 울적하고
생각이 착잡한 날이면 나는
무덤같은 나의 집에서 나와
무덤같은 나의 산우에 올라서서
무덤같은 나의 하늘아래
무덤같은 나의 해살 한쪼각을 두손에 받아쥐고
무덤같은 나의 퉁소소리에 박자 맞춰
무덤같은 나의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
시간이 배꼽을 잡고 뱅뱅 상모를 돌린다
지나간 세월이 껄껄껄 너털웃음 지으며 흔쾌히
잃어버린 모든것을 너그럽게 용서하려 한다
할아버지 터벅터벅 무덤에서
걸어나와 장고채를 잡으신다
아버님이 덩실덩실 탈춤을 추시고
우리 말 우리글로 어머님이 곱게곱게
부적을 다시 쓰신다
급히 오다 풀잎에 손을 벤 쪼각달이
퇴마루에 걸터앉아 눈굽을 꾹꾹 찍고
깃털같은 손가락을 쫘악 펼쳐 새벽이 둥기당기 가야금을 뜯는다
흰구름이 가ㅡ나ㅡ다ㅡ라ㅡ마ㅡ바ㅡ사…
랑랑한 목소리로 한글을 줄줄 내리 외우고
페교의 한 모퉁이에 맨드라미ㅡ 봉선화를 마주서서
머리 허연 웬 로인이 두런두런 슬픈 이야기 혼자 나눈다
ㅡ얘야 래생에 다시 태여나더라도 꼭 탈춤을 추고
퉁소 불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ㅡ
가슴에서 지진이 팔뚝을 내휘두른다
가슴에 쓰나미가 떼거리로 다시 몰려든다
가슴에서 총칼이 없는 육박전이 더욱 더 치렬해져 간다
가슴에 어느사이 구렁이 한마리 똬리를 틀고 점잖게 앉아있고
가슴에서 부처님 닮은 나의 시체가 날마다 즐비하게 쌓여져 간다
솟울 뫼 굿자리가 때자국에 얼룩지고
서러운 내 흰옷이 각혈로 차츰
피빛이 더욱 랑자하다…)
[시]물(허창렬)
우리 모두 수레가 되여
삐꺽이는 패러다임에 지친 몸이라도
잠시 내 흔들며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며
어서 여기를 떠나자
바늘로 창호지 귀구멍 살짝 뚫고
까맣게 하늘에 흔들어보던
자책의 흰 기발
자의의 풀밭에서
다시금 머리들고 슬며시
돌아눕는 민들레
짓밟히고 짓밟혀 이제 당장 끊어질
가녀린 허리가 아니라면
더 이상의 고통과 신음에 삐걱대지 말고
물이 더 큰 물을 만나듯이
커뮤니케이션에
우리 모두 숨 죽이고 조용히
여기를 떠나자.
몇십년동안 스스로 쌓아온것,
몇십년동안 스스로 지켜온것,
몇십년동안 스스로 가꾸어온것,
이제는 서슴없이
모두 버리고-
더 높은 곳에서
더 낮은 곳을 찾아
새처럼 세상을 날아서 가자
캄캄한 밤, 반디불과 부엉이의 울음속에서
둥그런 바퀴 달고
덜컹덜컹 산길을 따라서
물은 곬을 따라
출렁이는 물일 때일수록
스스로
미운줄도
고운줄도 모른다…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