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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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월의 무게(허창렬) 외 1 수
2014년 04월 22일 12시 39분  조회:2269  추천:5  작성자: 허창렬
[세월의 무게(허창렬) 1
 
1 도시의 색깔
 
도시의 색깔에는 유혹이 짙다
도시의 광란에는 거짓이 더욱 리얼하다
어젯날ㅡ 우리들의 순진함은
어지럽고 시큰둥한
저 시궁창 오염속에서
신나게 미역을 감고
겉과 속이 다르게 확연히
날로 화려하게 변해가는 도시의 꿈은 지금 
호스티스의 랩과도 같은
자지러진 류행속에서
입안의 사탕을 살살 녹여가며
차거운 입술에 새빨갛게
립스틱을 칠하고 있다
 
덧없이 잃어버린 세월
덧없이 잃어버린 이름
덧없이 잃어버린 꿈
덧없이 일어버린 명예
덧없이 잃어버린 추구
덧없이 잃어버린 신념
덧없이 잃어버린 삶
풍만한 도시는 지금
키브리해의 무서운 악마가 되여
카멜레온의 잔인한 미소로
그 큰눈을 뙤록뙤록이며
류행에 골병이 든
우리들의 령혼을
어느 잔치집 떡 주무르듯이
아주 제멋대로
유린하고 있다
 
2 도시의 언어
 
도시의 언어에는
거품이 너무 많다
도시의 파도에는
손발이 높다
무수한 현관등
무수한 네온싸인
무수한 씨나리오
무수한 시작
무수한 결말이
지금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호시탐탐 굶주린 야수가 되여
하이에나처럼 노려보고 있다
진실은 간음직전
순수는 언녕 통행금지ㅡ
 
말을 해도 우물쭈물
알면서도 모르는척
보고서도 못본척
들었어도 아예 못들은척
가장 진실한것과
가장 절실한것에는
언제나 벙어리 삼촌이 제격
시대는 지금 재치있고
총명한 자들보다
바보가 아닌 유치한 이데올리기식 천재들을
오늘도 손벽치며 선호하고 있다
거짓이 휘두르는 몽둥이에
진실은 언녕 혼비백산하여 멀리 도망간지 오래고
허영의 새하얀 탁상보에
량심이 오물로
얼룩진 시대
 
도시의 언어는
지금 갈곳조차 잃고
사람들이 미여질듯이 꽉 찼어도
마음이 텅텅 비여버린 비좁은 십자거리
소음으로 꽉 찬 어떤 공간에서
하루종일 귀청이 따갑도록
시끌벅적한 하루 또 하루를
가난한 랑만으로
장식해가고 있다
 
3 도시에 던지는  질문
 
그동안 나는
진정 너에게 무엇이였니?
먹다가 싫증나면 언제든지
버릴수 있는
개뼉다구였니?
아니면 ㅡ
끈적끈적한 시골의 순정처럼
아무나 아무곳에서 아무렇치도 않게
아무렇게 씹다가
서슴없이 내버릴수있는 껌이였니?
아니면 ㅡ
누군가 근심없이 태우다가
무심히 던져버리는
담배꽁초였니?
 
이웃에 사촌이 사는줄도 모르고
가슴 시린 안위에
꾸역꾸역 사설을 토해놓으며
오늘도 구질구질하게
야박한 도시인심ㅡ
서리발치는 친절속에
날카로운 비수 등뒤에 감추고
서로 그렇게 마주서서
틈만 나면 상대방의
팔 다리 가슴살을
서슴없이 베여가며
공존을 웨치는
이 시대의 구호이니?
 
4 도시의 풍경
 
아침거리에는
사람대신
강아지가 번듯이
양복을 차려입고
인행보도에서 주인을 끌고
점잖게 거닐고
 
공원의 정자에는
허리 잘록한 숱한 개미떼들이
나무잎으로 간신히
부끄러운데만
살짝 가리고서
 
인간에게서 배운
뜨거운 사랑을
시도 없이 때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열심히
열연하고 있다
 
어느 아파트단지
동네입구에는
머리가 허연 웬 늑대 한마리가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의 말을 하며
사람의 손짓,
사람의 발짓으로
뻔질나게 인정의 숲을 
드나들고 있고
 
고색이 찬연한
쇼핑거리에는 머리에ㅡ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물감을 들인
간이 큰 여우들이
아이러니하게
현대인의 온갖 흉내를 다 내며
커피숖이며
백화상점을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다
 
5 도시의 비애
 
언제부터인가
이 도시의 봄가을은 분별없이 무덥고
차는 갈수록 녹슬은 수도물처럼 자주 막히고
출근길은 너나없이 파김치가 되여야 하고
로임은 아메리카난민 국제지원금만큼 쥐꼬리만하고
물가는 뉴욕 맨하탄보다 더 높고
남새값은 기우절처럼 하늘이 높은줄도 모르고 매일 치솟고
술집아가씨가 시골소녀보다도 더욱 순진한 시대ㅡ
술은 물처럼 마셔야 하고
백화상점 물건은 부자처럼 사들여야 체면이 조금 서고
주머니의 신용카드는 마치 주어온것처럼 마구 긁어대고 있다
택시 부르려면 마치 할배에게 사정하듯 해야 하고
크고 작은 병원마다 환자는 시장바닥 난전꾼들보다도 더욱 많고
참한 의사 찾기란 또한
로또에 당선될 확률이나
다름이 없다
 
6 도시의 조건
 
이 세상엔 하느님의
특별초대받고 태여난 인간은 없다
이 세상엔 알수없는 미래를 부처님께
미리 예약받고 태여난 인간도 아직 없다
 
똑같은 피 똑같은 살
똑같은 뼈 똑같은 눈
똑같은 귀 똑같은 코
똑같은 발 똑같은 삶의 울타리ㅡ
 
이 세상엔 신의 특별한 입장권을 갖고
바위틈에서 태여난 인간은 없다
이 세상엔 보살님의 자비로운 허락을 받고
금궤 안고 태여난 인간도 하나도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알수 없는 미래에
조심스레 근심이 눈을 뜬다
 
 
도시의 꿈
 
과거는 생각하는 피ㅡ
아픔을 막기 위해 우리들은
벌써 래일을 앞당겨 쓰고있다
오늘은 그나마
뼈있는 말들이 좌우명으로
줄 지어 서있고
 
아직 살아서 팔딱팔딱 뛰고있는
부끄러운 심장
가난한 현실속에서
시나브로 꿈꾸는 엄청난 눈빛 하나가
갈증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정녕 다 가질수가 없기에
크나 큰 설움이여
정녕 다 버릴수가 없기에
또한 가꾸고 쌓고 다시금 허물어가는
삶의 크나 큰 비극이여
 
도시의 무게
 
이제 내 삶의 무게
저울로 달아보면
몇천근
몇만근이나 될가?
 
이제 내 삶의 리유
아픈 뼈와
아픈 살로 갈라
천평우에
올려놓으면
 
그 사연
또한
몇천가지
몇만가지나 될가?
 
도시의 사색
 
새소리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ㅡ
이 세상 벼라별 시시껄렁한
잡소리 다 듣다가
마침내 천주산 관음각에 조용히 올라
종성스님 경읊는소리에
조심스레 귀 기울린다
 
두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이 세상을 그 어디인가를 열심히 살펴봐도
삼천대천세계 그 어데에서도
나의 얼굴
나의 몸뚱이
나의 형체는
아예 찾아볼수조차 없고
 
참다운 언행(정情)
참다운 말씀(지知)
참다운 배려(정正)
참다운 너와(진真)
참다운 나만이 있을뿐
 
탑아래
천년 묵은 돌거부기
산아래 수만갈래 길을
넋없이 지켜보며
오늘도 어디론가 정처없이
분주하게 오고가는 사람들을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라는
이상한 렌즈속에
계속 담고 있다
 
10 도시의 욕망
 
우리 이제 이렇게 살자
아픈 날은 기억에서 빼고
좋은 날만 생각하면서
 
우리 이제 이렇게 살자
어둡고 침침했던 지난 날들은 깜빡 잊고
희열의 에네지로 젊음을 만끽해가면서
 
돌이켜보면 인생은 온통 수렁길, 가시밭길ㅡ
가장 절망스러울때가
가장 희망적일수도 있고
 
또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나날들이
가장 가슴 따뜻한
추억으로도 될수도 있기에
 
우리 이제 이렇게 살자
서러웁고 가슴아픈 날들은 아예 기억에서 빼고
산과 들에 씨앗뿌려 노래 심으며
 
청산에
높은 뜻을 키우면서
다시 살자
 
11 도시의 새 아침
 
세월의 무게에는 가슴이 있다
세월의 부름에는 추억이 있다
세월의 기억에는 아픔이 있다
세월의 상처에는 거울이 있다
 
도시의 푸른 종소리
마침내 저녁노을에
우뚝우뚝
일어서고 있다…


밤벌레 울음소리
 
밤마다
벌레들이 수음하는 소리
너는 나와 함께 살아 행복을 마끽하고
나는 너의 긴 몸뚱이에서
생의 진실한 언어를
건져 올린다
 
박자에 맞춰
너풀거리는
그리스도의 도포자락
가난한 부처님의
현란한 손짓ㅡ
 
내 무덤속의
등불은
꿈결에도 달빛이 새하얗게
밝다...
 
 
 
2014년4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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