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혼은 혼비백산하여
어느새 저 멀리 도망가고
썪은 나무토막 넘어지듯
여기 저기서
휘청ㅡ휘청ㅡ
쓰러져 가는 갈대…갈대…
칼 2
손을 벤다 불쑥
심장과는 너무 거리가 멀지만
아픔이 벌써 가슴에 골똑 모여든다
사정없이 머리를 자른다
후줄근히 마주서서
허리 굵은 나무들
그렇게 칼자루는
자신이 나무인것조차
모른다
칼 3
물새가 울지 않으면
바람이 외롭다
내가 없는 바다
하루종일 눈물로 곬을 이룬 깊은 파도
뭍에 올라서서야
번뜩이는 생각
아직 녹 슬은 심장
파랗게 칼을 가는 달빛 ㅡ
칼 4
옥좌에 올라 앉기까지 수박 짜개듯이
베여낸 수급이 얼마였으랴?
력사는 아무런 말이 없지만
산 사람은 기어이 말을 하려 한다
속죄하는 <<영웅>>들
몸둘바 모르고 어두운 구석 찾는 긴 칼
칼 5
약소민족이 칼춤을 춘다
항쟁의 기발아래
행주에 돌을 담았던 그 허름한 돌멩이들을
짤깍짤깍 가위질하며
너풀너풀 넋을 찾아 산으로 톺아 오른다
길게 종렬을 지어 함성을 지르다가
다시금 원을 지어 손발이 어울려 잘도 돌아간다
어느새 흥타령에 여깨춤이 덩실덩실 절로 난다
허나 칼자루는 의연히
남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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