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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호미 조선족문학상문학상 심사평] 조선민족의 긍지를 보여준 민족과 전통의 맥을 잇는 두드러진 작품들 전중국 조선족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선족문학상 심사가 지난 5월 15일 포항 영일호미예술제 사무실에서 있었다. 한국에서는 수필 <보리>로 유명한 한흑구선생의 문학의 얼을 기리는 흑구수필문학상을 해마다 시상해 오기에 전중국 조선족을 대상으로는 장르를 시부문으로 정했던 것이다. 추천 및 투고로 들어온 인원 및 작품수효는 총 53명의 작품 250여편이었다. 이는 대단한 열의로 여겨졌으며 그만큼 우리말(조선어)로 시를 쓰는 조선족시인들의 열정을 한눈에 보는 듯하여 기뻤다. 추천 및 투고된 작품은 1인 5편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주최측에서 이름과 약력 등 모두 배제한 채 작품만 5편씩을 한 묶음으로 해서 심사대상에 내놓았다. 위촉된 4명의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골고루 나누어 예심을 해 본 결과 기대밖에 눈에 끄는 작품들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4등분으로 해서 4명의 심사위원들이 나누어 좋은 작품을 고른다고 심사숙고히 해 돌아가며 탐독했는데 심사위원 한 사람마다 올린 작품이 두 명도 되지 않았다. 우선,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동그라미(○)로 표시하고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꼽표(×)로 하고 보통수준의 작품은 세모(△) 표시로 했는데 동그라미 표시한 시인은 3명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4인의 심사위원이 올린 동그라미 표시와 세모 표시가 된 시인도 1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최측에서는 총 53명의 시인들 작품 가운데 10명 정도를 최종심에서 거론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어 10명 정도로 맞추어 보려 했으나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최종심에 오른 무기명 시인은 7명 정도였는데 여기서 심사위원 4인이 함께 토의를 했다. 주최측에 의하면 수상자를 3명을 내어야 하니 3명으로 압축하는 일이었다. 2명의 작품을 두고는 심사위원 4인 전원의 일치로 무사통과 되었는데 나머지 5명의 작품 가운데 1명의 수상자를 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5명의 작품 5편씩은 차등을 매기기에 애매할 정도로 비슷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 명의 수상자를 더 뽑아야 하기에 5명의 작품 가운데 한 명을 뽑았던 것이다. 중국조선족문학상을 주관하시는 서상은회장님께서 10명 정도 최종심에 올려서 거론하자 하셨을 때, 문학상 공모기간에 제보해 온 전언에 의하면 조선족시인들이 말이 너무 많고 온갖 별별 해괴망측한 소리 많이 들어서 다시는 그들 상대하기가 너무나 피곤하다 하시며 순전히 작품을 가지고 수상자를 선정해 달라는 주문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끝까지 투고된 작품의 시인들 이름과 인적사항마저 전혀 배제된 채 본심에 오른 7명의 시인의 작품 가운데 3명을 선정하여 공모 기준대로 하면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으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여기서 한국에서도 예전과 달리 다른 이름으로 정해 시상을 하기에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대상, 작가상, 젊은시인상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최종심에서 대상, 작가상, 젊은시인상을 선정해 놓고 주최측이 가지고 온 명단의 번호를 대조했는데 대상은 남영전시인, 작가상은 리성비시인이었다. 남영전의 시 <신단수>, <국내성>, <봇나무>와 리성비 시 <해란강>, <두만강뻐꾹새>, <감자골 최씨>가 4인의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여기서 대단한 호평이란 한국 시인들이 잘 쓰지 않는 민족과 전통에 대한 애착과 맥을 지키며 보전해 나가고 있는 그게 우리 민족의 얼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남영전의 시 <신단수>, <곰>, <국내성>, <봇나무> 등은 우리 민족 시원의 혼과 역사의 얼을 잘 반영시킨 작품들이었다. 남영전시인의 작품들은 가장 서사적이었다. 그의 시는 신화시대와 역사시대를 아우르고 있는데, 특히 전자(<신단수>,<곰>)의 경우는 두만강 물줄기처럼 호흡이 유장할 뿐만 아니라, 그 목소리는 우리의 귀를 울릴 정도로 우렁우렁하다. 한 마디로 웅숭깊다. ‘바람과 눈보라의 채찍질에 살가죽 갈라 터져도’ 쓰러지지 않는 자작나무를 우리 겨레에 비유한 작품 <봇나무>조차도 그 기상이 하늘을 찌를 듯해, 이육사의 구절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절정>)가 연상될 정도이며 <국내성> 또한 한민족 역사의 현실 앞에서 숙연해짐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필자(이유경)와 서지월 박남일씨가 더욱 선호했음을 밝힌다. 리성비 시 <해란강>, <두만강 뻐꾹새>, <재회>. <감자골 최씨> 등은 만주땅에서 살아가는 조선족의 삶과 풍토를 서정적으로 잘 반영시킨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해란강>의 경우 ‘잦은 걸음에 하얀 옷고름 / 평강벌 세전벌 굽이굽이 적시며 / 어머님 손때 묻은 / 숙명의 가야금줄 더듬어 조이나이다 / 진달래꽃 연분홍유산으로 피는 산야 / 들국화 흰옷 입고 웃는 산야 / 안개너울 벗고 그 기슭 감도는 녀인 / 해달무리 쾌지나칭칭 나아나이다’에서 보듯 이주민족인 조선족들의 삶의 터전이 명징하게 와 닿았는가 하면, <두만강 뻐꾹새>에서는 ‘강 이쪽에서 강 저쪽에서 / 목 아프게 우는 사연 / 산 썰고 바위 썰며 넘어온 백년고개 / 해살도 눈에 아픈 새봄 맞아서 / 목메여 울며는 나도 서러워’ 등 누구나 읊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그 회한의 가락이 서정시의 백미를 이룬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던’(<감자골 최씨>)에서 보여준 가난의 삶 또한 조선민족의 삶이 그대로 배어있어 실감을 더했다. 필자(이유경), 서지월 진용숙시인이 더욱 선호했음을 밝힌다. 심사가 끝난 후 수상작품과 수상시인의 약력을 보게 되었는데 보아하니 만주땅을 포함한 전중국 산재구역에서 다들 열심히 살아오신 조선족시인들이라는 점에서 놀라기도 했지만 대단한 자긍심과 꺼지지 않는 조선민족의 시혼을 가진 시인들임이 입증되었다고 할까. 나머지, 우수상 즉 젊은시인상에 오른 작품이 있었는데 차등이라는 이유로 수상을 거부한 것으로 주최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심사위원 모두에게 이 사실이 통보되었는데 기분이 줗을 리 없었다. 문학은 정당한 평가를 받았을 때 수긍할 줄 아는 예의도 필요한 것이기에 해 두는 말이다. 자신이 최고라는 관념은 털어버려야 할 줄로 안다.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같은 과거의 관례를 깨고 대상 작가상, 젊은시인상으로 명칭을 바꾸었는데도 말이다. 서지월시인은 아깝다며 사장시키지 말고 최종심에 오른 다른 시인을 선정하자고 제의해 왔으나 주최측에서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서울 대구 포항 등지에 흩어져 있기에 젊은시인상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수상권에는 들지 못해 심사위원들도 아쉬웠지만 최종심에 거론되었던 시인들을 소개하면 리홍규 허창렬, 김정권, 김철호, 김기덕 이런 분들이었음을 밝힌다.. 그 결과, 첫번째로 중국 조선족문학상을 시행해 보니 우수한 작품이 별로 없는데 상을 대상, 작가상, 젊은시인상 이렇게 3개 부문으로까지 나누어 시상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최측의 제의가 있어 있어서 아예 상이름을 다시 중국조선족문학상 시인상, 작품상 2개 부문으로 확정했다. 처음 중국 조선족문학상을 제정할 때 3개 부문의 하나로 조선족 대학생문학상이 거론된 바 있었다고 하는데 내년에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제1회 조선족문학상인 만큼 수상하신 분들께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다른 분들께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국시단의 작품 수준에 오르기는 쉽지 않겠지만 더욱 분발하시어 우리말(조선어)을 더욱 잘 갈고닦아 한민족공동체의 정신문화를 한껏 높여주시길 바란다. **심사위원장:이유경(시인) 심사위원:박남일(문학평론가), 서지월(시인), 진용숙(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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