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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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16
2015년 08월 13일 22시 45분  조회:2000  추천:3  작성자: 허창렬
꽃 16


남자가 없는
녀자들의 옹근 하늘을
손으로 냉큼 들어
풀밭에 살며시 내려 놓는다
독기 잔뜩 오른 찬란한 분노를
왼발로 지긋이 밟고
오른손으로 꿈틀거리는 벌레들의
살찐 사상을 은근슬쩍 어루만가면서
바람이 전하는 부처님 소식을
향기 그윽한 얇은 봉투속에서
념불로 중얼중얼 톡톡톡 털어낸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머리카락 한 오리조차 흐트러짐이 없이
호랑나비나 꿀벌이 속살 깊숙히 살살 파고 들면
값싼 아우성보다 찰찰 넘치는 애교들을 
연분홍 치맛자락에 조용히 받아들고
눈섭이 쌔까만 노을속에서 맨땅을 짚고
퐁당퐁당 개구리 헤염을 친다
무수한 전률이 마침내 강물이 되여
뼈속 깊숙히 감동이 졸졸 흐르는
삶의 생생한 핏줄속에서는
새파랗게 새살들이 오도독 돋는 피리소리가
뭇새들이 즐거운 울음소리를
악보로 조심스레 호주머니에 꺼내든다
하얗게 마주서서 웃으면 빨갛게 목이 쉰
춤사위들이 팔이 아프게
들녁에서 오곡으로 말랑말랑 골격이 익어간다
아리랑을 부르면 혼줄 절반 정도는
언제나 그리움으로 모래밭에
질펀하게 풀어 헤쳐놓고
압록강기슭에서 두만강기슭에서
어느사이 북망산으로 훌쩍 떠나가신
아버지, 어머님 이름을 목이 메여 부르다가도
제풀에 눈굽이 퉁퉁 부어 오른다
내땅에 심어도 좋고 이제
네땅에 심어도 너무 좋고
가을바람에 입술이 초들초들 말라갈때면
오열을 오르가즘으로 왈칵왈칵
이 세상 어데라도
거침없이 쏟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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