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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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수(春愁)
2016년 01월 23일 15시 24분  조회:1989  추천:1  작성자: 허동식
봄이면 꽃들은 떨기떨기 이야기로 피여나
아가의 입술같은 웃음을 반짝이고
신령의 눈길같은 향기의 음악을 합주하고 있는데
나는 무어라고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그리운 사연만을 길게 질벅하게 제조하고 있는걸가
높은 산 넓은 들에서 마음의 려행을 활개치는 꽃들은
생명의 대화와 몸짓으로 나날이 미쳐가는데
창턱 분재를 배당받은 좁쌀꽃마저도
화자와 무자(舞者)의 미학을 연수하고 있는데
나는 무어라고 계절의 그림자를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는걸가
봄이면 꽃들은 꽃의 이야기로만 사라지면서
차마 떠나가는 눈물을 흩날리지 아니하고
시간을 작별하는 아픔을 전시도 아니하고
고운 말씀들만 생긋생긋 들려주는데
나는 무어라고 때묻은 시만 중얼거리고 있는걸가
흑용강신문 2015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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