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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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르침의 재미, 배움의 재미
2009년 02월 11일 15시 09분  조회:491  추천:12  작성자: 허무궁

 가르친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절실하게 느꼈다면 웬 싱거운 소리냐 하고 생각하실지 모르나 사실 오늘에 새삼스레 이런 생각이 드는것을 어찌할수 없다.

    가르치는것이 중요하기에 공자의 말씀을 인용할 때엔 공자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말도 하는것 같다. 그리고 누구나 꼭 한번 이상씩은 입에 담았던 말로는 그래도선생님의_ 가르침일_ 것이다. 가르침이 중요하게 되는것은 배움이 중요하기때문일것이요 또 그것은 아는것이 중요하다는 말로도 통하고 더 나아가서는, 아니, 되돌아와서는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말, 혹은 많다는 말과도 통한다.

    모르는것, 그것은 그 범위를 그려줄수 없는 무한의 공간이고 또 그러하기에 인간들은 그 무한의 공간을 메우려고 그냥 알려고 애를 딱 쓰는것이다. 원래 인간은 욕심꾸러기이니까. 아는것과 모르는것, 그것이 과학이나 학문일 땐 누구나 박식과 천박의 대비를 이루어도 크게 놀라지 아니 하나 그것이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로 나설 땐 문명과 문맹, 고품위와 저질인간, 고풍으로 말해보면 량반과 상놈의 차이처럼 그 무슨 계급차이와 같은 인간성에 련결이 되고만다.

    금년 8월초에 심양으로 와서 사업관계로 나는 건축로동자들과 자주 접촉하게 되였는데 그들과 만나는 첫날부터 나는 그들에게 성을 내지 않을수가 없었다.

    공장과 사무실 칸막이 일로 공지책임자를 불러다가 얘기를 하는데 그들은 나의 사무실에 아무데나 담배재를 털어놓고 침을 뱉군 했었다. 나의 사무실이라 해봐야 책상과 걸상만 달랑 놓은 썰렁한 방이지만 그래도 나에겐 새 사업을 스타트 시키는 보금자리와도 같은 곳이다. 거미줄을 털어내고 먼지라기보다는 아예 흙으로 깔린 바닥을 나는 얼마나 기를 쓰고 쓸어냈는지 모른다. 정전방지도료를 바른 바닥이 거울처럼 빛날 때까지 청소를 해놓은 곳이다. 나는 그들의 행위에 분노를 느끼여 처음엔 그냥 욕하고 성내고 했지만 도무지 그 버릇이 고쳐지지 않았다. 그들에겐 이 실내가 흙먼지가 안개처럼 날리는 저 창으로 내다보이는 밖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듯했던것이다. 하긴 자연에 몸 담구고 사는 우리이니 굳이 방을 만들어놓고 그속에 몸을 감추고있는 자체가 우스운 얘기긴 하지만 그래도 몇천년동안이나 습관이 돼온 인간의 실내의식 내지 실내문화를 나 혼자의 힘으로는 바꾸기가 너무나 힘들다는것을 이 로동자들이 알아주었으면 얼마나 고마울가 하는 생각까지 하였다. 요즈음엔 고양이나 강아지까지도 제집을 쓰고 사는 형편이니 인간이야 더 말할것있으랴.

    그후부터 나와 그들사이엔 남모르게 어떤 강좌가 시작이나 된듯 나는 공공위생의 중요성, 그것을 지키는 매너,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실제 행위방식 등에 대해 거론하게 되였고 그들도 흥미진진하게 들어주었다. 공공위생의 력사적, 현실적,정치적 의의까지는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인차 받아들였다. 이를테면 나의 일방적인 언론행위였지만 아는것에 대한 추구는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욕심이 있었던것인지 나의 얘기를 잘도 들어주었다. 날이 감에 따라 그들의 배움의 의욕이 강해져 그들은 이럴 때는 어찌하냐? 저럴 때는 어찌하냐 하며 매너에 대해서 자주 물어왔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러면 신사다울것 같고 저렇게 하면 사내다울것 같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사실은 자기도 대체 어느만큼이나 매너가 몸에 배여있는지 자신도 없으면서 그들앞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게 우스웠지만 이제는가르치는_ 일이_ 그 심도가 깊어져서 서로 어색함도 없어져버렸기에 나의 그런 우스운 생각도 한순간뿐이였다.

    나의 가르침이 효과를 봐서일가, 아니면 그들의 매너에 대한 추구심이 강해서일가, 이젠 그들도 나의 사무실에선 절대 침을 뱉는 일이 없게 되었다. 그것뿐만 아니다. 어젠 나의 사무실에서 나갈 때 머리 숙여 인사까지 하는것이다. 너무나 놀라서 나도 벌떡 일어나 머리 숙여 맞인사 했다.

    네_, 잘 다녀가세요.»

 

    우리에겐 커뮤니케이션이 이렇게 중요한것이다. 가르치는 재미요 배움의 재미이다.

    교통규칙 지키지 않는다고 나무람만 하지 말고, 공공위생 지키지 않는다고 나무람만 하지 말고,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목청높이 통화한다고 나무람만 하지 말고, 그리고 길 다니며 담배 피운다고 나무람만 하지 말고 우리 모두 그러는 사람들 에게 매너를 가르쳐주어야 할것이다. 한번, 두번 알 때까지 일깨워줘야 하는것인데 보아하니 텔레비나 라지오나 어디에서도 그런 교육은 하지 않고있는것이 오히려 더 한심하게 생각된다. 차라리 그런 선전과 교육을 해야 하는것부터 가르쳐주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가르침은 말로 할 때도 있거니와 행동으로 할 때도 있다.

    여기까지 얘기하고나니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지만 우리가 제일 무서워하는 에이즈의 예방도 그러하다. 그저께 방송된 봉황텔레비죤방송의 에이즈예방에 관한 토론 프로그램이 긴 시간동안 열렬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심양시 주택구입구마다에 매달아놓은 콘돔판매박스가 에이즈예방에선 훨씬 더 괜찮은 구실을 할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 콘돔이 원래 해야 할 구실은 제대로 하고있는지는 몰라도.

 

                                             2005년 8월 27일

                                   심양 삼룽중천 호텔 13층에서

                                         2006년 5월 30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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