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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이다. 기온 섭씨31도.
제2세대신분증이 부러워서 나도 오래간만에 장춘 푸양제 파출소로 갔다. 장춘시문화국의 집을 분배 받고 시정부숙소의 호구를 옮겨올 때 가본적이 있는 곳이였는데 그때는 내가 30살좌우였으니 그때로부터 벌써 십여년이 지난 셈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이 파출소는 옛집 그대로였다. 변한것이란 두눈을 부릅뜬 경관아저씨가 이제는 기분좋은 젊은 녀경관으로 자리바꿈하였다는것뿐이다.
줄 서지 않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꼭같은 장춘사람들. 그 역시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을 배반한 현상이였다. 붐비는 창구에 줄땀 날 정도로 밀고 다가갔다. 밖에서 밀든 닥치든 상관없이 바삐 돌아치던 녀경관이 해쭉 웃으며 반기는데 난 땀을 닦을새도 없이 낡은 신분증을 내밀었다.
새_ 신분증신청하러 왔습니다.»
신청서는요_? 사진 붙은 신청서를 안주던가요?»
네_? 누가요?»
아_, 요 옆에 가서 사진 찍으세요. 그러면 사진이 인쇄된 신청서를 줄겁니다.»
아_, 네 그래요. 알겠습니다.»
나는 이 붐비는 창까지 온갖 힘 다들이며 노력한것을 크게 후회하며 아쉬운 심정으로 밖을 나왔다. 옆의 사랑방 같은 집안에서 사진 찍는 작업이 진행되고있었는데 내가 들어가니 집안엔 모두 다섯사람. 경관 하나, 사진사 하나에 지금 사진 찍으려고 사진기앞에 앉은 녀성과 차례를 기다리는 처녀 한명과 그리고 땀투성인 나.
한주일전에 누님이 보내온 백가지꽃セ을 먹었더니 이렇게 조금만 움직여도, 아니 눈 껍적거려도 땀이 나군한다. 래일부터 절대 먹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하면서 나는 나의 차례를 기다렸다. 곱게 찍히려고 앞에 앉은 녀성은 몇번이고 빗질 하는데 나는 이러는 녀성들이 영 달통되지 않는다. 안해의 머리 빗는것도 무심히 건너보며 늘 생각했지만 아무리 빗어도 머리는 빗는켠으로 고정되지 않고 원모양대로 드리우는데 그래도 그냥 한곳을 같은 방향으로 빗고있으니 왜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남성들이야 그저 한곳을 한번씩 머리를 한바퀴 골고루 빗으면 끝인데 녀성들은 이 물리적현상에 대한 리해가 부족해서 그런지 언제 봐도 꼭같은 빗질이다.
나의 앞에 서서 순번을 기다리는 처녀는 그래도 다르다.준비가 있게 온듯, 이쁜 옷차림에 머리도 가쯘히 매고 왔다.그래서 그는 인상훈련을 하고있었다.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히쭉 해쭉, 방글 웃어보다가 입은 다문채 눈만 웃어보기도 했는데 원래 비좁은 방이라 꼭 그 거울속의 여러가지 얼굴표정이 그녀의 어깨너머로 보였다. 남의 녀자 쳐다보고있기가 쑥스러워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심양서 떠날 때 뻐스에서 보려고 넣었던 리상문학수상작품집을 꺼내들었다. 서울에서 출판된 이튿날로 사게된 기쁨을 읽을 때마다 향수하는 책이다. 두번째로 읽어보는 소설이지만 싫증이 나지 않는다.
나의 차례가 되여 사진기앞에 가서 앉았다.
머리_ 약간 숙이세요.»
오른쪽으로_ 조금 돌리세요.»
허리를_ 펴고.»
앞을_ 보세요.»
사진사의 명령에 따라 머리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는 사이에 사진 다 찍고 일어서니 컴퓨터에 나의 얼굴모양이 확대되여 나타났다.
이로부터 나의 미남경험이 시작이 된다.
사진사가 걸상에 앉더니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해서 얼마 안되여 나의 얼굴색이 희여지고 땀을 닦느라 문질러 놓아 벌겋게 된 번질번질한 얼굴도 희멀쑥하게 되였고 무슨 가죽같다며 딸애가 자꾸 골려주던 얼굴피부도 총각때처럼 반질반질해졌다. 대신 원래 너비가 너른 눈섭이 강조되여 작은 입이 섹시하고 벗어진 이마도 눈섭을 기준하여 생긴 공간으로 보이기에 비례적으론 퍼그나 작아진듯 했다.
참으로 신기하다. 내가 이렇게 멋진 남자였던가? 하며 속으로 좋아하고있는데 사진사녀성은 나의 오른쪽 이마우의 땀에 젖은채 내리드리운 머리카락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의 손놀림에 그 머리카락이 변해가는데 없어졌다가도 다시 나타난다. 원래 널직한 이마라 그녀는 아마도 그 머리카락 몇오리를 없애는것이 좋을지 그대로 두는것이 좋을지 망설이고있는듯 했다. 내가 볼바엔 그것도 정중한 얼굴인상에 자그마한 장난기 같은 미가 있어서 그대로 두면 좋을것 같지만 젊은 녀성앞에서 이렇게 해달라 말하기도 그렇고 하여 그저 참고 지켜보고있는데 그녀의 손은 자꾸만 그 머리카락의 존재를 가지고 시간을 끌었다.
커서의 움직임에 따라 나의 심정도 같이 움직여 (아, 그만 거기서 멈추라. 그렇지! 아니, 그럼 너무 하다. 이마가 두드러지지 않나? 그래 그렇게 다시. 그래 그대로 놔둬. 음, 아니아니. 아_ 아그대로_ 놔두면 좋을것 같은데, 씨.)
이렇게 정성들여 만들어진 얼굴이 한장의 종이에 프린트되여 나온걸 손에 쥐고 자못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파출소 창구로 갔다.어느새 사람들은 적어졌다. 이마우의 머리카락이 없어진것을 평생 한으로 간주하리라 굳게굳게 다짐하며 그 종이를 내밀었다.
가장_ 빠르게 해주세요.»
그러자면_ 성청(省廳-길림성공안청)에 가야 합니다.»
그래요_?»
네_. 이 신청표를 가지고 가서 사진값 물리고 거기 가서 다시 사진 찍으세요 .돈 백원 준비하시고.»
네_. 알겠습니다.»
아_, 호구부도 가지고 가세요.»
호구부_ 없는데_ »
그럼_ 인차 만들어드릴께요. 5원 내세요.»
네_.»
이렇게 효률이 높은데 대해 나는 정말 감격해하였다. 제일 시끄러운것이 중국에선 호구부인데 이렇게 간단하게 해준다니. 나의 옛 자료가 컴퓨터에 저장이 되여있어서 인차 새호구부를 가지게 되였다.나는 그걸 받아들고 부랴부랴 성청으로 향했다.
거기에 가서도 방금과 같은 사진 찍기 작업을 반복하였는데 나는 은근히 나의 이마에 다시 그 멋진 머리카락이 나타나주길 기대하면서, 그리고 좀더 이쁘고 멋있게 찍히려고 웃을가 말가 인상 조절하는데 찰칵 샤타가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익! 다 틀렸군.)
이번엔 아마 그닥잖을것 같아서 기분이 잡쳤는데 아니나 다를가 컴퓨터에 나타난 내 몰골은 방금보다 훨신 주눅이 들어있었다. 오로지 다행으로 생각되는것이란 나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이마엔 그 그리운 머리카락이 살며시 자리잡고있은것라 할가. 어찌됐든 이렇게 나는 미남도 되여보며 새 신분증을 가지게 되였다.
새 신분증을 받아들고 나는 정말 많은것을 생각했다.
신분증이란 그 사람모양 그대로 사진을 내야 하는데 사진사녀성의 손에서 얼굴에 박힌 까만 짐이 숨박곡질하듯 사라지고 늙은이의 동서로 깊이 패여있던 밭고랑주름이 서북동남방향으로 바뀌는가싶더니 사막의 바람이 불었는가 어디론지 아예 사라져버리고 나의 굵은 눈섭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춤추다 다시 가늘게 여위여 제자리에 정착해버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진을 박고 어떻게 신분을 증명할것인가? 요즈음엔 지문, 눈, 생물세포로 본인검증을 한다는데 이렇게 마구 만들어진 사진이 진정 자기의 신분을 보장해줄수가 있는것이지 어지간히 근심이 되는것이 아니다.
아무튼 제2세대신분증을 포켓에 넣으며 나는 흐뭇해하였는데 새로운 호구부를 다시 보는 순간 어처구니없어서 입 딱 벌이고말았다. 딸애의 민족이 한족(漢族)으로 되였던것이다.내가 제정신이 들었을 땐 나의 몸은 이미 택시에 실려있었고 입으론 푸양제파이추숴(푸양거리 파출소)하고 지시했다.
결국 장춘시민족사무위원회와 원 사업기관과 가도판사처의 도장을 찍어오면 고쳐주마 라는 허락을 받고 그 파출소를 나왔다. 난 이젠 더 노력할 생각을 포기하고 그대로 심양행 뻐스정류소로 향했다. 일본에 두고 온 호구부를 다시 쓰면 될것이고 거기에는 분명히 조선족이라 밝혀있기때문에 이제 시간이 있을 때 다시 와서 고쳐도 괜찮으리라 생각되였지만 한편 새 호구부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자세와 잘못된 글자 두자만 고치는 번거로움의 차이가 대체 어디에 있는가를 심사숙고하게 되는 과제를 강조하여 제기하지 않을수 없다고 심오하게 인식하게 되였다.
하루사이, 아니 꼭 네시간사이에 나는 이렇게 미남으로 되는 경험을 해보았고 또 하마트면 귀여운 딸애를 빼앗기는 체험까지도 해보고 혼줄이 났다. 한생을 더 산것 같은 기분이다.
아마도 미남이 아닌 놈은 미남꿈도 꾸지 않는게 좋을가 보다.
200년 6월 5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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