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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뿌연 밤하늘에 반달이 변두리가 선명하지 않게 걸려있다. 얼음속의 자그마한 불덩이처럼 이제 당금 녹아버릴듯한 얼굴을 하고있다. 달의 주위의 하늘은 뿌연 먼지를 들썼는지 회색으로 칠해있었다.
산동반도에선 봄엔 밀을 심고 여름엔 옥수수를 심고있는데 그 많은 옥수수대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정부의 금지령도 듣지 않고 이렇게 밭에서 태워버린다. 다른 곡식 같으면 그대로 땅을 갈아놓으면 다음해의 비료로 되지만 옥수수대는 그렇게 안되는 모양이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옥수수대를 땅밑에서 썩이려면 두해나 걸린다고 한다.
우리 고향에서는 소에게 먹였지만 이렇게 망망대해를 방불케하는 옥수수대를 정말 어찌할 방법이 없을듯도 했다. 즈붜하이텍크기술창업원지앞 봉화공원의 늪가에서 나는 희미하면서도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는 충분한 달을 올려다보며 사색에 잠겼다.
옥수수와 같은 식물을 인간이 마음대로 불에 태워 하늘로 올려보내듯 죽은 사람도 화장을 하여 하늘로 올려보낸다.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살아야 하는데 대체 이 살아있다는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것인가?
재래로 심장이 박동을 멈추면 죽었다고 했다. 그러나 선진국에선 지금 뇌사(腦死)를 죽음의 표징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내장이식에 필요한 내장을 맥박 움직임이 있을 때 뜯어내려는 인위적인 판단일것이다.
그럼 대체 인간이 살아있다는 그 증거는 어디에 있을가?심장이냐 대뇌냐?
사회학론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사상이 있기에 살아있는것이다. 다른 동물과의 구별이라면 사색할줄 알고 그것을 애증이 분명하게 표달할줄 아는 대뇌의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있기때문에 사회학적의미로서 살아있다고 하는것이다. 그것이 없으면 자연적인 삶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대뇌의 활동은 살아있다는 증거로 된다. 모든 동작, 생각의 총지휘부로서 움직임을 멈추면 곧 생이 끝나는것이다.
위대한 사상가 파스칼이 말한바와 같이 우주에서 인간은 한대의 나약한 갈대와도 같으나 사상으로 인하여 견강하고 확실하다. 그렇다. 인간은 사상이 있기에 신조가 있게 되고 신조가 있기에 삶에 박력이 있고 또한 보람이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것은 사상이나 리상 같은것은 삶의 보람을 부여할뿐 생 자체의 증거물로는 되지 않는다는것이다. 대뇌가 활동을 한다면 틀림없이 살아있는것이지만 대뇌가 활동을 멈추었다고 해서 죽은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 증거물을 심장이라고 주장한다.
대뇌는 론리적이다. 그러나 심장은 정감적이다. 심금을 울려준다는 말은 있어도 뇌를 울려준다는 말은 없듯이, 가슴이 찡 해난다는 말은 있어도 대뇌가 찡 해난다는 말은 없듯이, 가슴에서 뭔가 울컥 치밀어오른다는 말은 있어도 머리속에서 뭔가 울컥 치밀어오른다는 말은 없듯이, 가슴이 타들어간다는 말은 있어도 대뇌가 타들어간다는 말은 없듯이 등등 심장은 정감적이다. 심장이란 곧 가슴이다.
심장에서 만들어내고 몸의 구석구석까지 날라다주는 혈액때문에 인간은 살아있는것이다. 제아무리 활발한 사색을 할수 있는 대뇌일지라도, 제아무리 위대한 사상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그것은 이 가슴, 심장에서 공급하는 붉고 뜨거운 피가 있기에 존재하는것이다. 생의 동력은 심장인것이다.
실험생리학의 창시인이며 혈액순환리론의 창시자인 월리엄 하베이의 주장이 함멜톤의 위대한_ 사상이라는_ 책에 소개되였는데 거기엔 이런 글이 있다.
비교적_ 온화하고 비교적 완미한, 류동적이고 생기에 넘치고 풍부한 영양을 가진 혈액이 신체 각부분을 자양할 때 신체는 곧 활약하게 된다._1400년간의 전토일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혈관리론을 뒤집어엎어놓은 관점이였다고 한다. 우리의 몸을 지탱해나갈수 있는 원인이 피의 순환활동인데 이 순환활동을 시키는것이 심장이란다. 심장의 신축에 의해 피가 공급되는데 이는 또한 우리의 감정에도 련관이 된다. 크게 성 낼 때에는 머리에 피가 많이 가고 부끄러울 땐 얼굴에 많이 간다. 두렵거나 긴장할 땐 심장고동이 세진다.
그렇다, 바로 이 피가 인간의 정감을 키워주고있다. 피가 끓어넘친다는 말이랑, 심장이 두근두근한다는 말이랑 있는데 하여튼 심장이나 가슴에 대한 말은 다 느낌이다.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이게 다 느낌이다. 느끼는 일이 적어지면 이 사회는 차겁게 된다. 철리적인 추리를 심장은 하지 않는다. 수학도 모르고 물리도 모른다. 이런것은 다 대뇌가 하는 일이다. 그렇기때문에 대뇌는 론리적이다. 대뇌가 발달하면 똑똑하고 심장이 제구실 잘하면 정다워진다.
우에서 구구히 말을 꺼내서 대체 우리가 살아있는 근거란 뭣이더냐 하고 캐여물어봤지만 사실 나의 목적은 꼭 그것을 해명하고자 함은 아니다. 오로지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나 개인적으로는 심장으로 살아감이 더 좋지 않을가 하는 생각을 이렇게 복잡하게 털어놓았을뿐이다. 나 자체가 대뇌가 발달하지 못해서 이렇게 두서가 없어지는지는 몰라도 하여간 느끼는 삶,정다운 삶, 이웃을 사랑할수 있는 삶을 더 귀중히 여기고싶은 마음이다.
심장으로 가슴으로 살면 그렇게 될수 있다.
2006년 10월 2일 밤 12시 50분
광석이 하고 술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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