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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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반성하는 즐거움
2009년 02월 11일 15시 11분  조회:514  추천:6  작성자: 허무궁

 가끔씩은 걷던 길을 뒤로 돌아보는것도 재미다. 요즈음 똘스또이의 숭배자로서 농사일에 종사하면서 똘스또이의 작품을 번역하는데 일생을 바친 일본의 번역가 키다미카도 지로(北御門二郞)선생이 91세로 인생을 마쳤다. 생전에 그는 유명한 어록 한마디 남겼다.
   사람은_ 태여날 때 세상이 모두 자기것인것처럼 두손을  꼭 부르쥐고있지만 죽을 때에는 <이것 봐, 아무것도 갖고있지 않아.⟩라고 하듯이 두손을 활짝 편다.»
    불교학설 같은 얘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심사숙고할만한 명언이 아닐가 생각한다.
    요즈음엔 일본의 원 민주당대표였던 간 나오토(菅 直人)씨가 머리 깎고 삿갓 쓰고 나그네길을 떠나서 매스컴의 주목을 끌고있는데 이 몇달동안 년금미납부문제로 민주당대표를 사임한 그는 참의원선거가 끝나자마자 려행을 떠난것이다. 가던 걸음 잠시 멈추고 자기를 다시 반성해보고저 취한 행동이라고 한다. 35도의 더위를 무릅쓰고 혼자서 걷는 반성의 걸음인데 그 옷차림이 옛날 김삿갓을 방불케하니  존경이 가지 않을수 없다. 며칠전에 끝난 일본의 참의원선거에는 탐오죄로 법적처분을 기다리는 자들도 뻔뻔스럽게 당선되게 해달라며 나서서 울며불며 연설을 해댔는데 그런자들에 비하면 간 나오토씨는 얼마나 훌륭한 정치가인가! 정치가로서는 이렇게 자기를 반성할줄 알아야만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수 있는것 이 아닐가?
    반성이란 인간으로서는 꼭 필요한것인데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나도 최근에 반성할 일이 하나 생겼다.
    며칠전 나는 삿뽀로에서 걸어온 안해의 전화를 받았다. 혹까이도대학의 한 학생이 편지 한통을 번역해달라고 하는데 자기는 시간이 없어서 나더러 번역해주라는것이다. 요지음 로동기준법의 혜택으로 집에서 휴가를 쉬고있는 나를 질투하여セ밀어버린 일거리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기껏해야 한장이라 하니 그러마 하고 대답하고말았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 보내온다던 원고가 오지를 않는다.오후에야 본인한테서 소식이 왔는데 아직도 편지를 쓰고있는중이니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것이다. 그런데 저녁에도, 이튿날 오전에도 원고는 오지 않았다.
    오후에 또 전화가 왔다. 사실은 지금 편지를 거의 다 쓰고있으니 죄송하지만 오늘 저녁내로는 꼭 메일로 보내드리겠노라고 하였다. 나는 청을 들고 약속 어긴 이 놈을 버릇 한번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래일엔 내가 시간이 없으니 모레 오후면 시간을 짜낼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왜서 남의 편지를 번역해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혼자서 투덜대며 번역해주기로 대답한 일 몹시 후회하였다. 쬐꼬만 놈이 어디라고 함부로.
    결국엔 그 다음날 오전에야 편지원고를 받았는데 읽어보고나니 나는 그가 늦게 보내온 까닭을 알게 되였다.
    편지는 중국어가 가끔씩 섞인 련애편지였다. 아니다, 련애편지가 아니고 인생길의 십자로에서 택할 길을 찾고있는 한 청년의 웨침이였다. 망설임끝에 사랑하는 그녀를 설득하기 위하여 제일 설득력있는 방법과 언어를 구사하고있었던것이다.
   언녕_ 말했어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라고_ 서두를 뗀 편지는 론문처럼 1, 2, 3 번호를 달아서 써내려갔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중국에 있는 그녀가 일본 도꾜에 오고싶어하는데 혹까이도대학 의학부의 학생은 반대한다. 매일 붐비는 전차에서 밀치고 닥치고 하는 도꾜, 수림 같은 빌딩으로 비좁아진 도시는 인정도 없는 써늘한 곳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중국에서 살고싶으니 자기가 중국으로 가야 한다는것이였다. 그는 그로서의 꿈이 있었다. 중국에서 작은 병원을 꾸려놓고 병자를 치료해주며 사랑하는 그녀와 아기자기 살아가는것이였다. 언젠가 한번 중국에 갔다가 서로 눈이 맞아 련애하게 된 이 청춘남녀는 무정한 바다를 사이두고 편지거래로 련애를 하고있었던것이다.
    중국이 좋고 그녀가 그립다며, 일본에 오고싶어하는 그녀를 설복하여 자기가 중국에 가야한다고 말하고있는 청년은 이미 중국의 비자관계, 병원개업에 관한 일을 다 알아보고있었던것이다. 아르바이트로 조금씩 저금한 150만엔으로 중국에 작은 병원을 꾸리려고 한다며 그는 다음과 같이 편지를 끝매치고있었다.
   처음에는_ 힘들수도 있어. 그러나 언젠가 나는 당신앞에서 중국을 선택한것은 정확한 선택이였다고 말하고싶어!
    이그러지는 행복일지도 몰라. 솔직히 지금 나는 아주 불안해. 그러나 당신은 하느님께서 나한테 준 혜택이야. 하느님께서는 나한테<너의 사랑을 모두 그녀에게 바치거라⟩하고 말씀하셨어.
    멀리 떠나지 마. 난 보내주지 않을거야. 이렇게 움이 튼 사랑의 눈, 그리고 장래의 사랑의 결실 모두가 당신 하나만을 위해서야. 나에겐 당신 하나밖에 없어.»
    중국에 가보고 중국에서 살기로 결심한 일본학생의 꿈이였다. 사랑하는 그녀가 있어서 그런 결심을 내렸지만 사랑하는 그녀가 일본으로 오려고 하니 그는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 이 며칠간 전전긍긍 속을 태웠던것이다. 편지에서 그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줄수 있으나 그녀를 불행하게 할수는 없다고 말하고있다. 일본에 오려는 그녀의 말을 들어줘야 하는지 아니면 설득하여 중국에서 살아야 하는건지? 그는 정말 안타깝게 부르짖고있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녀에 대한 사랑이 다분히 담겨져 있었는데 사실은 그가 이렇게 근심하는데는 그럴만한 리유가 있었고 그것이 또한 내가 감동된 원인이기도 하다.
    혹까이도대학의 의학부 학생인 그가 그렇게 사랑하는 중국의 처녀는 말 못하는 신체 장애자였던것이다.
    번역을 해달라고 애걸하더니 쬐꼬만 놈 버릇없이 질질 끌며 원고를 보내오지 않는다고 나는 그를 얼마나 속으로 욕하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편지를 읽어보고나니 그를 도와주고싶어졌다. 련 며칠이나 허비하며 쓴 편지가 기껏 두장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청년은 한 녀성을 위한 인생을 설계하고있었던것이다.
 
    인간이란 자기의 일만을 생각하면 이렇게 훌륭한 남을 나무람하게 된다. 남의 흉 한가지면 제 흉 열가지라는 속담이 새삼스럽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그들의 사랑을 두고 내가 부끄러워진다. 뭔가 도움이라도 주고싶은 심정이 우러러나와 나는 즉시로 번역하여 보내주었다.
    누굴 도와줄수 있다는것은 즐거운 일이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7월 21일 아사히신붕セ에  필리핀대통령 아로요의 사진이 게재되였는데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이라크 무장세력에 피랍되였던 필리핀 로동자 안젤라데라크루즈를 구하고난 뒤의 모습이였이였는데 자기 나라 로동자의 생명을 무엇보다도 귀중히 여긴 대통령의 인간애의 어여쁨이 듬뿍 담긴  웃음이였다.

                                    2004년 7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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