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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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봄의 스케치
2009년 02월 11일 15시 12분  조회:504  추천:6  작성자: 허무궁

이럴 때는 집안보다 밖이 더 따뜻하다.
태양의 원적외선이 살속을 스며들어서, 이 몸속의 수분 모두를 덥혀주어서인지, 겨울내내 떵떵 얼어붙었던 몸뚱아리가 이제야 사르르 녹아버리는듯 온몸은 미치 저 길옆의 수양버들처럼 파아란 물기가 돌고있다.
    잠이 많아지는 봄이지만 그보다도 조금만 시간이 나지면 어디 가서 산보하거나 달리기하거나 아니면 뽈이라도 차며 땀을 실컷 흘려보고싶어진다. 음침한 사무실 보다는 차라리 밖에 뛰쳐나가서 밖에서 재롱부리는 봄아씨의 손이라도 잡고 이리저리 뛰놀고싶어지는 어린애의 마음이 이 가슴 한가득하다.

    이러는 내가 주책이 없으리만큼 자연의 조화에 인간은 그저 어찌할수 없는것이다. 맨날 석탄냄새만 들이켜대던 이 페부에 다만 푸른 냄새 한모금 들이마신것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기에 족하고 희뿌연 회색도시속에서 밖의 얼어드는 찬 기운과 내 눈확속의 더위로 말미암아 동공에 성에가 끼여 내리는 눈마저도 검게 보였던 이 눈에 수양버들의 푸름과 살구꽃과 복숭아꽃의 령롱함을 안겨주는것만으로도 나를 활홀한 세계에로 끌고가버리기에 충분한 이 자연의 매력앞에서는 정말 더 어찌할수 없어진다.

    일본에 있는 친구가 오늘은 번개가 치는 날씨라며 혹 도꾜에 또 관동대지진 같은 큰 지진이 올 징조인지도 모르겠다고 해서 나는 다시한번 이 자연의 조화에 불가사의를 느끼게 된다. 그 지진의 힘을 빌어서 인간들의 싸움을 말리고싶다. 이 지구덩어리는 원래 커다란 땅덩어리 하나뿐인데 인간들이 그것에 금을 그어놓고 네것이니 내것이니 하며 다투고있어 시끄러운데 차라리 큰 지진이나 한번 콱 일어나서 이 땅덩어리를 다시 재구조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바다속 깊이에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닿지 못할 깊고도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놓고 산과 들을 바둑판처럼 확실하게 그어놓고 이곳에서 김씨가 사세요. 저곳에서 사이토씨가 사세요. 다음 동쪽에 왕씨, 서쪽에 죤씨, 이렇게 누구 어느 인간이나 하나님도 아닌 자연께서 확실하게 분배해주었으면 누가 다시 볼부은 소리 한마디 감히 해볼수 있으랴?

    자연의 따뜻한 사랑의 품에 안겨 컴을 켜고 내가 즐겨 듣는 다이아나 로스(diana ross)를 들으며 느슨히 마음을 풀어본다. 자연님께 이렇게 토지개혁안을 제기해놓고, 이 제안은 국내전쟁 치른 후의 중국의 토지개혁이나 도거리토지개혁만큼 심금을 울려주는 개혁이 아닌가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래일 아침 아홉시에는 20여년 만나지 못한 동창생을 찾아 봉성으로 간다. 중국 수필상시상식을 끝마친 영빈씨가 단동으로 간다기에 언제나 바쁜척 하는 정삼형이 그럼_ 다 봉성에 모여라_ 명하기에 료녕조선문보セ사의 운룡량반과 리직간부 춘매씨와 이 검둥이 무궁이 모두 봉성교육학원의 문철씨를 만나러 가게 되는데 이렇게 새봄을 맞으며 그리운 학창시절의 친구를 만나러 다니는것도 자연의 봄을 맞으러 가는것만큼이나 가슴벅찬 일이다.
    23일은 나의 거룩한 탄생일이라는걸 이들은 누구나 모르고있다.
    아, 숨기고 쇠는 나 혼자만의 생일이여!

                                2006년 4월 21일  심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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