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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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선글라스 낀 사나이
2009년 02월 11일 15시 13분  조회:530  추천:9  작성자: 허무궁

 어느 오랜흘러간_ 옛노래나_ 엔까(演歌)에서나 있을듯한 가사와도 같은 제목을 달아놓고 어쩐지 흐뭇해진다.
    겨울 중국에 출장가서 10여일씩 있다나면 3일이나 4일째쯤이 되면 목이 아파난다. 건조한데다가 오염된 공기를 마시게 되여 그렇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환경오염이란것이 이렇게 나의 몸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구나 하고 겁을 먹게 되였다,
    그후부턴 될수 있으면 밖에서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꾀를 부리게 되였다. 그래서 일본에서 올 때 마스크를 열개 사들고 왔다.
    그와 동시에 한가지 더 고안해낸것이 바로 우습게 달아놓은 제목에 등장한 선글라스다. 휘날리는 먼지에 눈을 뜰수가 없었던것이다. 난 원래 눈이 작아서 먼지라곤 들어갈 쯤도 없다고 장담까지 할수 있었는데 요즈음 자꾸자꾸만 이 비좁은 틈새로 기어이 들어오는 먼지가 있으니 그 심사 참으로 모를 일이다. 추위때문에 마스크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않는다. 감기 아니면 추위때문에 마스크를 사용할것이라는 생각들을 할것이다. 그런데 선글라스는 남의 눈길을 끈다. 건달이 아닌지? 머리 희긋희긋한 놈이 시커먼 선글라스를 걸고 거들먹거린다는 눈길들이 나의 얼굴에 소리나게 찍혀온다.
    혹 어떤 친구들은 멋있다고 말을 해주는데 그때면 난 은근히 기분 좋아진다. 어려선 생김생김에 대해서 평가 받은적이 없는데 요즈음엔 자꾸 귀에 들린다. 대개 머리가 희여서 기품이 좋다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늙어보인다라는 따위들인데 그중 주석님 같다는 얘기가 그냥 습관이 안된다. 내까짓게 어찌 그렇게 어마어마한 분을 닮을수가 있을가? 당치도 않은 말씀이다 라는 생각도 있으나 그보다도 닮았다는 원인이 나의 벗어진 이마에 있다고 하니 그게 더 마음에 걸리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의 이마가 점점 넓어지고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것과 다를바가 없으리라. 나는 그래도 40여년 살아오면서 이마보다 마음을 넓히는데 더 신경을 써왔는데도 말이다.
    이마에도 마스크나 선글라스 같이 뭐로 가릴수 있는 물건은 없는지? 랄프로렌이 POLO양복디자인하듯 허무궁이 이마가리개 하나 디자인 해볼가 보다.
    나의 생김이 어찌 됐건 이미 40여년이나 여기저기 너펄거리며 살아왔으니 이 또한 나의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다시 되돌아와 선글라스를 얘기하자.
    선글라스를 제일 즐겨 낀것이 아마도 어렸을 때 미국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 마이커를 본 다음부터라고 생각된다. 그땐 마이커징(鏡)이라고 했는데 아래로 쳐진 역삼각형의 선글라스가 류행되였었다. 그후부터 나는 여름과 겨울엔 눈이 부신다고 걸고 봄엔 먼지 막는다고 끼고하다나니 선글라스를 사용하지 않은 계절은 가을뿐이였다. 동북의 가을은 조용하고 하늘 높고 맑으니 먼지가 없다.이외 내가 가을만은 선글라스를 사용하지 않게 된 까닭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을의 칼라를 만끽하기 위함이였다.
    나는 어쩐지 녀성들 가슴 설레이게 하는 봄보다는, 라체되기 싶어 하는 여름보다는, 그리고 옥수수이삭처럼 겹쳐겹쳐 몸 감싸는 겨울보다는 팔소매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드나드는 가을이 더 좋다. 봄의 여러가지 꽃의 칼라도 좋지만 가을의 나무잎의 변화가 더 철학적이여서 좋다. 그래서 가을만은 선글라스를 잘 걸고다니지 않는다.
    선글라스의 필요성은 눈에 있지만 사실 나에게는 마음의 지향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가 가을을 좋하는것은 쥐띠이기때문이라 하며 잘 살 인생이라 했다. 하필이면 가을농사에 겨울장만 하는 쥐에 비길것 뭐 있냐고, 불만도 많지만 그 뜻인즉 가을의 수확으로 먹을 근심 없는 쥐 같은 운수라는 얘기라고 하니 그저 속임수에 넘어간다. 그런데 내가 아직 그렇게 흔전만전 살지 못함은 필경 내가 4월의 쥐띠이기때문이 아닐가 생각한다. 4월 제일 먹을것 없는 계절이다. 아마도 그래서 또 선글라스를 벗어버리는 가을을 동경하는것이 아닐가 생각한다. 나도 잘 살아보자고, 가을의 쥐처럼 배부르게 먹으며…
    잘 살아보자고 마음먹는데는 부끄러움이 없다. 선글라스 쓴 사내든 4월의 쥐든 아니면 이마가리기 디자이너든 관계없이 다 잘 살고픈 욕망으로 분투하는것이거늘 거기엔 부끄러운 사연이 있을수가 없다.
    소리치며 잘 살아갈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


                                           2006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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